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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짜는 소녀와 들통
【V. S. 버넌 존스의 1912년 판본】 농부의 딸이 우유가 가득 든 들통을 머리에 이고 돌아가면서 우유를 팔아 얻게 될 부와 행복을 상상한다. 그러나 새 옷을 입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젊은이들을 거절하는 모습을 흉내 내다가 들통을 떨어뜨린다. 우유가 모두 쏟아지면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소녀의 계획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한 농부의 딸이 젖소들의 우유를 짠 뒤 농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소녀는 갓 짠 우유가 가득 든 들통을 머리에 이고 길을 걸었다.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소녀는 이 우유로 무엇을 할지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소녀는 혼잣말했다.
“이 들통의 우유에서 크림을 걷어 버터를 만들어야지. 그 버터를 시장에 가져가 팔면 달걀을 여러 개 살 수 있을 거야.”
소녀의 상상은 계속 이어졌다.
“달걀에서 병아리들이 태어나면 정성껏 길러야지. 병아리들이 자라 닭이 되면 우리 농장에는 커다란 닭장이 생길 거야. 그 닭들 가운데 일부를 시장에 내다 팔면 새 옷을 살 돈도 마련할 수 있겠지.”
소녀는 아름다운 새 옷을 입고 장터를 거니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화려한 새 옷을 입은 자신을 모든 젊은이가 바라보며 다가올 것 같았다.
“내가 새 옷을 입고 장터에 가면 젊은이들이 모두 나를 칭찬하며 말을 걸겠지. 하지만 나는 아무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거야. 이렇게 고개를 휙 젓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야.”
소녀는 머리 위의 들통을 잊은 채 상상 속에서 했던 것처럼 실제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러자 들통이 머리에서 떨어져 땅에 나뒹굴었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우유가 모두 쏟아졌다.
소녀는 빈 들통과 땅에 흘러 버린 우유를 바라보았다. 버터와 달걀, 병아리와 닭, 아름다운 새 옷까지 소녀가 마음속에 그렸던 모든 꿈도 쏟아진 우유와 함께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일을 이미 손에 넣은 것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 먼 미래의 성공만을 상상하다가 지금 가진 것을 소홀히 하면, 확실하게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을 수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그 수부터 세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