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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09.25. 13:04 (2026.09.25. 13:04)

에리필레 – 목걸이에 운명을 판 여인

■  
아르고스 왕가의 여인 에리필레는 예언자 암피아라오스의 아내이자 아드라스토스의 누이였다. 남편 암피아라오스와 아드라스토스의 다툼을 중재할 권한을 가진 그녀는 폴리네이케스가 내민 하르모니아의 황금 목걸이를 받고 암피아라오스를 테바이 원정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죽음을 예견한 암피아라오스는 아들들에게 복수를 명하고 떠났고, 훗날 에리필레는 다시 하르모니아의 옷을 받고 두 아들까지 전쟁으로 보낸다. 두 번의 선택은 결국 아들의 손에 죽음을 맞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목   차
[숨기기]
에리필레 – 목걸이에 운명을 판 여인
 
 
 

개요

 
아르고스 왕가의 여인 에리필레는 예언자 암피아라오스의 아내이자 아드라스토스의 누이였다. 남편 암피아라오스와 아드라스토스의 다툼을 중재할 권한을 가진 그녀는 폴리네이케스가 내민 하르모니아의 황금 목걸이를 받고 암피아라오스를 테바이 원정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죽음을 예견한 암피아라오스는 아들들에게 복수를 명하고 떠났고, 훗날 에리필레는 다시 하르모니아의 옷을 받고 두 아들까지 전쟁으로 보낸다. 두 번의 선택은 결국 아들의 손에 죽음을 맞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제1장. 암피아라오스의 아내가 되다

1.1 아르고스 왕가의 여인 에리필레
 
에리필레는 아르고스 왕가의 탈라오스와 리시마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드라스토스와 남매였으며, 메키스테우스와 프로낙스 등도 같은 왕가에 속한 형제들이었다. 이들이 성장한 아르고스에서는 여러 영웅 가문이 왕권과 혼인으로 얽혀 있었고, 집안 사이의 갈등이 곧 도시의 권력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에리필레 역시 그런 왕가의 한가운데에서 성장했다.
 
당시 아르고스에서는 아드라스토스와 예언자 암피아라오스가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암피아라오스는 오이클레스의 아들로, 전장에서 뛰어난 영웅인 동시에 신들의 뜻과 앞으로 닥칠 일을 읽는 예언자로 이름이 높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한쪽이 도시를 떠나야 할 만큼 심각한 싸움으로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오랜 다툼 끝에 두 사람은 마침내 화해했고, 그 과정에서 에리필레는 암피아라오스와 혼인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훗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두 아들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가 태어났으며, 전승에 따라 딸들도 있었다고 한다. 아드라스토스의 남매이자 이름난 예언자의 아내가 된 에리필레는 이제 아르고스의 두 세력을 이어 주는 중요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왕궁에서 성장한 젊은 에리필레와 왕가의 가족들
 
 
1.2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 사이에 서다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는 오랜 다툼 끝에 화해했지만, 앞으로 두 사람의 의견이 다시 맞설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약속을 세웠다. 둘 다 아르고스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었고, 중요한 일을 두고 다시 의견이 맞서면 오래된 다툼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에리필레는 한쪽으로는 아드라스토스의 남매였고, 다른 한쪽으로는 암피아라오스의 아내였기에 자연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 서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중대한 문제로 다시 다투게 될 경우 에리필레가 최종 판단을 내리고, 그 결정에 양쪽 모두 따르기로 약속했다. 아드라스토스의 남매이자 암피아라오스의 아내였던 에리필레가 두 사람 사이의 중재자가 된 것이다. 암피아라오스 역시 에리필레의 판정에 복종하겠다고 맹세했고, 이 약속은 두 집안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장치가 되었다.
 
처음에는 화해를 위한 약속이었지만, 에리필레에게 주어진 권한은 생각보다 큰 힘을 지니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아드라스토스가 테바이 원정을 추진하고 암피아라오스가 이를 반대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맞서게 된다. 그때 오래전의 맹세가 되살아났고, 에리필레가 내리는 판단 하나가 남편 암피아라오스의 출전과 생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 사이에 선 에리필레
 
 
1.3 테바이 원정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되다
 
세월이 흐른 뒤 테바이에서 쫓겨난 폴리네이케스가 아르고스로 찾아왔다. 그는 오이디푸스의 아들로, 형제 에테오클레스와 번갈아 왕위를 다스리기로 했으나 약속이 깨지면서 고향에서 밀려난 인물이었다. 아르고스의 왕 아드라스토스는 그를 받아들였고 자신의 딸 아르게이아와 혼인시켰다. 폴리네이케스는 이제 아드라스토스의 사위가 되어 잃어버린 왕위를 되찾아 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아드라스토스는 사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테바이 원정을 준비했다. 여러 영웅들이 모였고, 아르고스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암피아라오스는 원정에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예언을 통해 전쟁의 끝을 이미 보았고, 테바이로 가는 지휘관들 가운데 아드라스토스를 제외한 자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암피아라오스는 원정을 반대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그의 반대는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라 예언자의 확신에서 나온 것이었다. 아드라스토스에게는 유능한 장수이자 예언자인 암피아라오스가 필요했지만, 강제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그러자 폴리네이케스는 암피아라오스의 뜻을 꺾을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고, 그 길 끝에서 에리필레를 바라보게 되었다.
 
원정 계획을 두고 맞서는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
 
 
1.4 에리필레에게 결정권이 돌아오다
 
폴리네이케스는 암피아라오스를 원정에 참가시킬 방법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가 오래전에 맺은 약속을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다시 의견을 달리할 경우 에리필레가 판정하고, 암피아라오스 역시 그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암피아라오스의 출전을 결정할 열쇠가 에리필레의 손에 놓여 있었다.
 
암피아라오스도 이 위험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테바이에 가면 살아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예언으로 알고 있었고, 폴리네이케스가 에리필레를 움직이려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에게 폴리네이케스에게서 어떤 선물도 받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신의 맹세 때문에 에리필레의 판정을 거스를 수 없었던 그에게는 그것이 마지막 방어였다.
 
그러나 폴리네이케스에게는 평범한 선물이 아닌 특별한 보물이 있었다. 바로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혼인에서 비롯된 황금 목걸이였다. 테바이 왕가를 따라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진 이 보물은 폴리네이케스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암피아라오스를 설득할 수 없었던 그는 이제 목걸이를 들고 에리필레에게 다가가 그녀의 판단을 바꾸려 했다.
 
에리필레에게 다가가는 목걸이를 든 폴리네이케스
 
 
 

제2장.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받다

2.1 황금 목걸이에 마음을 빼앗기다
 
폴리네이케스가 내민 것은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였다. 아폴로도로스는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목걸이라고 전하며, 다른 전승에서는 아프로디테가 하르모니아의 혼인을 축하하며 목걸이와 옷을 선물했다고 한다. 여러 세대를 거쳐 테바이 왕가에 전해진 이 목걸이는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왕가의 오랜 기억을 품은 귀중한 보물이었다. 폴리네이케스에게 그것은 자신의 가문에서 이어진 유산이기도 했다.
 
그는 에리필레에게 목걸이를 주겠다고 약속하며 암피아라오스가 테바이 원정에 참가하도록 판단해 달라고 부탁했다. 에리필레가 아드라스토스의 편을 들어 원정을 지지하기만 하면, 암피아라오스는 오래전 맹세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다. 남편이 죽음을 예견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리필레가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암피아라오스는 원정 자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고, 그녀에게 선물을 받지 말라고까지 경고했다.
 
그러나 에리필레는 황금 목걸이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 사이의 분쟁에서 아드라스토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테바이 원정은 해야 하며 암피아라오스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결정이었다. 그 순간 목걸이는 아름다운 보물에서 한 사람의 운명을 움직인 대가가 되었다. 암피아라오스가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하르모니아의 황금 목걸이를 받아 드는 에리필레
 
 
2.2 암피아라오스를 전쟁으로 보내다
 
에리필레의 결정이 내려지자 암피아라오스에게는 물러설 길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에리필레의 판정에 따르겠다고 맹세한 사람이었다. 이미 전쟁의 끝을 알고 있었지만 약속을 깨고 남을 수는 없었다. 원정에 참가하면 죽고, 참가하지 않으면 자신의 맹세를 저버리게 되는 상황에서 그는 결국 무장을 갖추고 아드라스토스의 군대에 합류하기로 했다.
 
출정을 앞둔 암피아라오스의 마음은 다른 영웅들과 달랐다. 그들에게 테바이는 명예와 승리를 얻을 전장이었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죽음이 기다리는 장소였다. 그는 아들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를 불러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 해야 할 일을 남겼다. 아들들이 성장하면 어머니 에리필레를 죽여 자신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고, 다시 테바이를 공격하라는 명령이었다.
 
에리필레는 남편을 전쟁으로 보내는 선택을 했고, 암피아라오스는 그 선택을 되돌리지 않았다. 가족 안에서 이루어진 한 번의 판정이 이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복수의 명령으로 바뀌었다. 아들들은 아직 아버지의 유언을 실행할 때가 아니었지만, 그 말은 집안에 남았다. 암피아라오스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도 전차에 올라 테바이를 향해 떠났다.
 
두 아들에게 마지막 명령을 남기는 암피아라오스
 
 
2.3 예언대로 암피아라오스가 사라지다
 
아드라스토스가 이끄는 일곱 장수의 군대는 테바이를 향해 나아갔다. 암피아라오스는 원정 도중에도 불길한 징조를 읽었다. 네메아에서 어린 오펠테스가 뱀에게 죽자 그는 그 죽음을 앞으로 닥칠 재앙의 징조로 해석했고, 아이에게 ‘죽음의 시작’을 뜻하는 아르케모로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쟁이 가까워질수록 그가 예견한 운명도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테바이에 도착한 원정군은 일곱 성문을 나누어 공격했다. 치열한 싸움 속에서 영웅들은 차례로 쓰러졌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도 서로를 죽이며 함께 목숨을 잃었다. 암피아라오스 역시 전장에서 물러나지 못했다. 적장 페리클리메노스가 뒤쫓아 오자 그는 전차를 몰아 달아났고, 죽음이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다.
 
그때 제우스가 번개를 내리쳐 땅을 갈랐고, 암피아라오스는 전차와 함께 그 틈으로 사라졌다. 어떤 전승에서는 제우스가 그를 땅속으로 받아들여 불사의 존재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결국 그가 예견한 대로 아드라스토스를 제외한 주요 지휘관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테바이 원정은 처음부터 그가 내다본 재앙의 결말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르고스에는 패전과 함께 암피아라오스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갈라진 땅속으로 전차와 함께 사라지는 암피아라오스
 
 
2.4 두 번째 전쟁의 시간이 다가오다
 
테바이 원정은 패배로 끝났지만 에리필레의 삶은 그 자리에서 끝나지 않았다. 남편이 돌아오지 못한 뒤에도 그녀는 아르고스에 남았고, 아들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는 성장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명령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들은 곧바로 어머니에게 칼을 들지 않았고, 첫 원정의 실패와 죽음은 다음 세대가 자라날 때까지 긴 그림자로 남아 있었다.
 
십 년이 지난 뒤, 테바이에서 죽은 일곱 장수의 아들들이 아버지들의 패배를 갚기 위해 다시 모였다. 사람들은 그들을 ‘에피고노이’, 곧 뒤에 태어나 뒤를 잇는 자들이라고 불렀다. 신탁은 알크마이온이 지휘해야 원정이 승리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알크마이온에게 테바이 원정은 단순한 복수전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남긴 또 하나의 명령, 어머니를 죽이라는 유언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바로 그 무렵 폴리네이케스의 아들 테르산드로스도 아버지가 되찾지 못한 테바이 왕위를 되찾으려 했다. 그러나 신탁이 승리를 위해 알크마이온의 지휘가 필요하다고 알리면서 문제는 다시 암피아라오스의 집안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죽음과 복수의 명령을 기억하는 알크마이온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십 년 전 암피아라오스의 출전을 결정했던 에리필레가 다시 한번 전쟁의 한가운데에 서게 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성장한 두 아들과 다시 선택 앞에 선 에리필레
 
 
 

제3장. 목걸이가 불러온 죽음

3.1 하르모니아의 옷을 다시 받다
 
십 년이 지나 테바이에서 죽은 영웅들의 아들들이 다시 원정을 준비하자, 폴리네이케스의 아들 테르산드로스는 알크마이온을 반드시 참가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탁은 알크마이온이 지휘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그러나 알크마이온은 아버지 암피아라오스의 죽음과 그가 남긴 복수의 명령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선뜻 출전을 결정하지 못했다.
 
테르산드로스는 이번에도 에리필레를 찾아갔다. 그가 가져온 것은 하르모니아에게 전해졌던 또 하나의 보물인 아름다운 옷이었다. 오래전 폴리네이케스가 황금 목걸이를 내밀어 암피아라오스를 움직였던 것처럼, 그의 아들은 하르모니아의 옷을 내밀어 알크마이온을 움직이려 했다. 에리필레는 그 옷을 받아들이고 아들들에게 테바이 원정에 참가하도록 권했다.
 
알크마이온은 결국 어머니에 대한 처벌을 미룬 채 에피고노이의 지휘를 맡아 전쟁에 나섰다. 오래전 아버지 암피아라오스가 죽음을 알면서도 걸어갔던 길을 이번에는 아들이 따라가게 된 것이다. 에리필레는 한 번은 남편을, 또 한 번은 두 아들을 같은 테바이를 향한 전쟁으로 보냈다. 하르모니아의 두 보물이 두 세대의 운명을 이어 놓았다.
 
테르산드로스에게 화려한 옷을 받는 에리필레
 
 
3.2 에피고노이가 테바이를 무너뜨리다
 
에피고노이의 두 번째 테바이 원정은 아버지들의 원정과 다른 결과를 낳았다. 알크마이온을 중심으로 디오메데스, 스테넬로스, 테르산드로스 등 죽은 영웅들의 아들들이 군대를 이끌고 테바이를 향했다. 이번에는 신탁도 승리를 예고했다. 테바이군은 에테오클레스의 아들 라오다마스의 지휘 아래 맞섰지만, 전투가 이어지면서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격전 속에서 알크마이온은 라오다마스와 맞서 그를 쓰러뜨렸다고 전해진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테바이인들은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조언을 받아 사자를 보내 협상을 청하는 한편, 밤이 되자 가족과 재산을 이끌고 도시를 떠났다. 다음 날 에피고노이는 비어 있는 테바이에 들어갔다. 아버지들이 실패했던 원정을 아들들이 십 년 만에 성공시킨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알크마이온은 어머니가 자신을 원정에 보내기 위해서도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전한다. 아버지 암피아라오스를 보낼 때는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받았고, 이번에는 테르산드로스에게서 하르모니아의 옷을 받은 것이다. 아버지가 남긴 복수의 명령을 미뤄 두었던 알크마이온에게 이제 더는 외면하기 어려운 선택이 남았다.
 
버려진 테바이 성문으로 들어가는 알크마이온과 군대
 
 
3.3 아들의 손에 죽음을 맞다
 
테바이에서 돌아온 알크마이온은 마침내 아버지가 남긴 명령과 마주했다. 아폴로도로스는 그가 아폴론의 신탁에 따라 에리필레를 죽였다고 전한다. 아버지를 죽음으로 보낸 황금 목걸이에 이어 자신을 전쟁으로 보내기 위해서도 하르모니아의 옷을 받았다는 사실은 알크마이온의 분노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죽이는 일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에리필레가 암피아라오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해도 그녀는 자신을 낳은 어머니였다. 아버지의 명령을 따른다면 모친 살해라는 가장 무거운 피의 죄를 지게 되고, 따르지 않는다면 아버지의 유언과 신탁을 저버리게 된다. 알크마이온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비극을 피하기 어려운 자리에 놓였다.
 
마침내 알크마이온은 아버지의 복수를 실행했다. 널리 전해지는 이야기에서는 그가 에리필레를 죽였다고 하며, 일부 전승에서는 동생 암필로코스가 함께했다고도 한다. 하르모니아의 목걸이를 받아 남편을 전쟁으로 보낸 에리필레는 결국 자신의 아들의 손에 죽음을 맞았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은 암피아라오스 집안에 내려진 피의 복수를 끝내지 못했다.
 
어머니 앞에서 복수의 결단을 내리는 알크마이온
 
 
3.4 목걸이가 다음 세대의 비극으로 이어지다
 
에리필레를 죽인 뒤 알크마이온은 곧 모친 살해의 죄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복수를 이루었지만 어머니의 피를 흘린 죄는 사라지지 않았다. 복수의 여신 에리뉘에스가 그를 뒤쫓았고, 그는 광기에 사로잡혀 여러 지역을 떠돌며 정화를 구했다. 마침내 아켈로오스에게 정화를 받은 그는 강이 퇴적물로 새로 만들어 낸 땅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와 옷 역시 에리필레의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두 보물은 알크마이온에게 넘어간 뒤 그의 혼인과 죽음, 다시 그의 아들들이 벌이는 복수에까지 얽혀 들어갔다. 아폴로도로스는 알크마이온의 아들들이 목걸이와 옷을 델포이의 아폴론에게 봉헌했다고 전하며, 파우사니아스는 페게우스의 아들들이 목걸이를 봉헌했다고 전한다. 파우사니아스는 목걸이가 훗날 ‘에리필레의 목걸이’라고 불렸다고 기록했다.
 
에리필레의 선택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황금 목걸이는 암피아라오스를 테바이로 보내는 계기가 되었고, 하르모니아의 옷은 알크마이온과 암필로코스를 다시 테바이 전쟁으로 이끌었다. 결국 에리필레 자신도 아들의 손에 죽고, 그 아들은 다시 모친 살해의 죄를 짊어진 채 방랑하게 되었다. 두 보물을 둘러싼 선택은 세대를 넘어 암피아라오스 가문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목걸이와 옷을 들고 델포이로 향하는 후손들
 

 
※ 출전: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제11권 326~327행 — 황금을 남편의 목숨값으로 받은 에리필레 언급. 제15권 243~249행 — 암피아라오스가 ‘여인의 선물’ 때문에 테바이에서 죽었다는 전승.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1.9.13, 3.4.2, 3.6.1~8, 3.7.2~7 — 에리필레의 계보, 하르모니아의 목걸이, 에리필레의 중재와 암피아라오스의 출전, 암피아라오스의 최후, 에피고노이 원정, 알크마이온의 모친 살해와 이후 전승.
• 디오도로스 시켈로스, 《역사도서관》 4.65.5~9, 4.66.1~3 —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의 분쟁, 에리필레의 판정, 목걸이와 옷을 받은 전승, 알크마이온의 복수.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여행기》 9.41.2, 10.29.7 — ‘에리필레의 목걸이’ 전승과 델포이의 폴리그노토스 그림에 묘사된 에리필레.
• 핀다로스, 《네메아 송가》 제9가 — 아드라스토스와 암피아라오스의 내분과 에리필레의 혼인을 통한 화해 전승.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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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