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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09.25. 18:22 (2026.09.25. 18:22)

이노와 멜리케르테스 – 바다의 신이 된 어머니와 아들

■  
테바이의 공주 이노는 보이오티아의 왕 아타마스와 혼인하여 두 아들을 낳고, 죽은 자매 세멜레의 아들 디오니소스를 맡아 기른다. 그러나 이를 미워한 헤라가 아타마스의 집안에 광기를 내리면서 가족은 비극에 빠진다. 아들 레아르코스를 잃은 이노는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바다로 뛰어들지만, 신들의 도움으로 이노는 레우코테아, 멜리케르테스는 팔라이몬이라는 바다의 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목   차
[숨기기]
이노와 멜리케르테스 – 바다의 신이 된 어머니와 아들
 
 
 

개요

 
테바이의 공주 이노는 보이오티아의 왕 아타마스와 혼인하여 두 아들을 낳고, 죽은 자매 세멜레의 아들 디오니소스를 맡아 기른다. 그러나 이를 미워한 헤라가 아타마스의 집안에 광기를 내리면서 가족은 비극에 빠진다. 아들 레아르코스를 잃은 이노는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바다로 뛰어들지만, 신들의 도움으로 이노는 레우코테아, 멜리케르테스는 팔라이몬이라는 바다의 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제1장. 테바이의 공주 이노가 아타마스의 왕비가 되다

1.1 카드모스의 딸 이노로 태어나다
 
이노는 테바이의 건국자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그녀에게는 세멜레와 아가우에, 아우토노에라는 자매와 폴리도로스라는 남동생이 있었다. 신들이 참석한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혼인에서 시작된 왕가는 한때 번영하는 듯했지만, 후손들의 삶에는 잇따라 불행이 닥쳤다. 훗날 이노에게 닥칠 비극도 이 테바이 왕가의 긴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된다.
 
이노의 자매 가운데 세멜레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디오니소스를 잉태했다. 그러나 이를 알아챈 헤라가 세멜레를 속였고, 세멜레는 제우스의 신성한 모습을 직접 보았다가 번개와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제우스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구해 자신의 허벅지에 넣었다가 때가 되자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이렇게 두 번 태어난 아이가 디오니소스였다.
 
세멜레의 죽음으로 이노와 어린 디오니소스의 운명도 이어지게 되었다. 이노는 처음에는 테바이 왕가의 여러 공주 가운데 하나였지만, 세멜레가 남긴 아이를 돌보게 되면서 헤라의 눈에 들어가게 된다. 아직 그 누구도 이 선택이 훗날 남편과 두 아들까지 휩쓰는 비극으로 이어지리라고는 알지 못했다.
 
어린 디오니소스를 바라보는 이노와 테바이 왕가
 
 
1.2 아타마스와 혼인하다
 
이노는 테바이를 떠나 보이오티아를 다스리던 아타마스와 혼인했다. 아타마스는 아이올로스의 아들로, 여러 전승에서 보이오티아의 왕으로 등장한다. 이노와 아타마스 사이에서는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라는 두 아들이 태어났다. 테바이의 공주였던 이노는 이제 아타마스의 왕비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타마스에게는 이노와 혼인하기 전부터 자녀가 있었다. 그는 구름의 여신 네펠레와의 사이에서 아들 프릭소스와 딸 헬레를 두고 있었다. 따라서 프릭소스와 헬레는 이노에게 의붓자식이었고, 왕궁에는 네펠레가 낳은 두 아이와 이노가 낳은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가 함께 자라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왕궁 안에서 살아가던 가족이었지만, 이노는 점차 네펠레가 낳은 자녀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특히 프릭소스를 없애기 위한 계략을 꾸미면서 평온했던 집안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결국 프릭소스와 헬레를 둘러싼 사건은 황금 양털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아타마스의 가족에게 닥칠 여러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두 아들과 함께 왕궁에 선 이노와 아타마스
 
 
1.3 프릭소스와 헬레를 둘러싼 비극에 휘말리다
 
한 전승에 따르면 이노는 네펠레가 낳은 프릭소스와 헬레를 제거하려 했다. 그녀는 나라의 여인들에게 몰래 씨앗으로 쓸 곡식을 볶게 했다.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씨앗을 밭에 뿌리자 곡식은 싹을 틔우지 못했고, 보이오티아에는 심각한 흉년이 찾아왔다. 백성들이 굶주리기 시작하자 아타마스는 델포이에 사자를 보내 신탁을 물었다.
 
이노는 신탁을 받아 오는 사자까지 자신의 계획에 끌어들였다. 사자는 프릭소스를 제물로 바쳐야 흉년이 끝난다는 거짓 신탁을 전했고, 프릭소스는 희생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어머니 네펠레가 황금빛 털을 가진 신성한 숫양을 보내 주었다. 프릭소스와 헬레는 그 등에 올라타 하늘을 날아 보이오티아에서 달아났다.
 
바다를 건너던 중 헬레는 숫양의 등에서 떨어져 죽었고, 그 바다는 훗날 헬레스폰토스라 불렸다. 프릭소스는 홀로 콜키스에 도착해 아이에테스 왕의 환대를 받았다. 그는 자신을 구해 준 숫양을 제우스에게 희생하고 황금 양털을 아이에테스에게 주었으며, 왕은 그것을 아레스의 숲에 있는 떡갈나무에 걸어 두었다. 훗날 이아손과 아르고나우타이의 원정은 바로 이 황금 양털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황금 숫양을 타고 보이오티아를 떠나는 프릭소스와 헬레
 
 
1.4 어린 디오니소스를 돌보다
 
세멜레가 죽고 디오니소스가 다시 태어나자 제우스는 헤라의 눈을 피해 아이를 숨겨야 했다. 그는 헤르메스에게 아기를 맡겼고, 헤르메스는 디오니소스를 이노와 아타마스에게 데려왔다. 이노에게 디오니소스는 죽은 자매 세멜레가 남긴 조카였다. 이노와 아타마스는 위험을 알면서도 아이를 받아들여 왕궁에서 몰래 기르기 시작했다.
 
헤라가 아이를 찾아내지 못하도록 디오니소스를 여자아이처럼 꾸며 키웠다는 전승도 전한다. 왕궁에서는 어린 신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이노는 자신의 두 아들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와 함께 디오니소스를 돌보았다. 어머니를 잃은 어린 조카에게 이노는 사실상 두 번째 어머니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제우스의 아들을 향한 헤라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세멜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헤라는 이제 그 아이를 숨겨 길러 준 이노와 아타마스에게 눈을 돌렸다. 제우스는 디오니소스를 새끼 염소의 모습으로 바꾸었고, 헤르메스는 그를 뉘사의 님프들에게 데려가 숨겼다. 디오니소스는 헤라의 손에서 벗어났지만, 그를 보호한 대가는 이노의 가족에게 돌아왔다. 왕궁 안에 평온하게 이어지던 가족의 삶은 곧 헤라가 내린 광기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여자아이처럼 꾸민 디오니소스를 돌보는 이노
 
 
 

제2장. 헤라의 광기 속에서 가족이 무너지다

2.1 헤라가 아타마스의 집안에 복수하다
 
헤라는 디오니소스를 돌본 이노를 용서하지 않았다. 오비디우스의 전승에서는 헤라가 직접 명계로 내려가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티시포네를 만난 헤라는 아타마스와 이노의 집안에 광기를 일으켜 달라고 요구했다. 칼과 군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려 가족 스스로 파멸하도록 만드는 복수였다.
 
티시포네는 뱀과 독을 품은 채 아타마스의 왕궁으로 올라왔다. 그녀가 나타나자 집 안은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 찼고 아타마스와 이노는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티시포네는 두 사람의 몸을 직접 해치는 대신 그들의 정신에 광기를 불어넣었다. 눈앞의 가족과 현실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도록 마음을 뒤흔든 것이다.
 
그 순간부터 평범한 왕궁은 전혀 다른 곳으로 변했다. 사랑하던 아내와 아이들은 아타마스의 눈에 낯선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고, 이노 역시 두려움과 혼란 속에서 이성을 잃어 갔다. 헤라의 복수는 한 사람만을 겨냥하지 않았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두 어린 아들까지 한꺼번에 끌어들이며 아타마스의 집안을 파멸로 몰아갔다.
 
뱀을 두른 채 왕궁으로 들어서는 티시포네
 
 
2.2 아타마스가 광기에 사로잡히다
 
광기에 빠진 아타마스는 어느 순간 자신이 왕궁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그의 눈에는 아내 이노가 사나운 암사자로 보였고 두 아들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는 그 곁에 있는 새끼 사자처럼 보였다. 그는 마치 숲에서 짐승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소리를 지르며 가족을 뒤쫓기 시작했다.
 
이노는 남편의 모습이 평소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두 아이를 지키려 했다. 그러나 아타마스에게는 아내의 목소리도 아이들의 울음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는 눈앞에 있는 가족을 자신이 사냥해야 할 짐승이라고 굳게 믿었다. 왕궁 안을 달아나는 이노와 아이들을 뒤쫓으며 광기는 점점 거세졌다.
 
아타마스는 결국 이노의 품에 있던 어린 레아르코스를 붙잡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던 아들이었지만, 광기에 가려진 그의 눈에는 여전히 짐승의 새끼로만 보였다. 이노는 남편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헤라가 보낸 광기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마저 지워 버리고 가족을 돌이킬 수 없는 순간으로 몰아넣었다.
 
새끼 사자로 바라보는 아타마스
 
 
2.3 레아르코스가 아버지의 손에 죽다
 
아타마스는 붙잡은 레아르코스를 거칠게 들어 올렸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버지를 바라보았지만, 아타마스에게는 그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맹수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레아르코스를 바위에 내던졌다. 그렇게 어린 레아르코스는 자신을 지켜야 할 아버지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아들이 쓰러지는 모습을 본 이노는 절망에 빠졌다. 남편을 되돌릴 수도, 이미 죽은 아이를 살릴 수도 없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또 다른 아들 멜리케르테스뿐이었다. 이노는 아이를 품에 끌어안고 아타마스에게서 달아났다. 왕궁에서 머뭇거린다면 멜리케르테스마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전승에 따라 이 장면은 조금씩 다르게 전해진다. 아타마스가 활을 쏘아 레아르코스를 죽였다고도 하고, 짐승으로 착각해 직접 죽였다고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의 중심은 같다. 헤라가 내린 광기 때문에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인 것이다. 레아르코스의 죽음으로 아타마스의 가족은 완전히 무너졌고, 이노의 마지막 도주가 시작되었다.
 
바닥에 떨어진 아이의 물건을 바라보는 아타마스
 
 
2.4 이노가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달아나다
 
오비디우스의 전승에서는 이노가 살아남은 어린 아들 멜리케르테스를 품에 안고 달아났다. 파우사니아스 역시 레아르코스가 죽은 뒤 이노가 멜리케르테스와 함께 바다로 달아났다고 전한다. 뒤에서는 광기에 빠진 아타마스가 여전히 가족을 찾고 있었다. 이노에게는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녀는 오직 아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길을 달렸고, 왕궁과 도시를 벗어나 점점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노 자신도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고 있지는 못했다. 오비디우스는 아들의 죽음을 본 충격 때문인지, 티시포네가 내린 광기 때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이노가 정신없이 달렸다고 전한다. 그녀는 때로 세멜레의 아들 디오니소스의 이름을 외치며, 어린 멜리케르테스를 더욱 세게 품에 안았다.
 
도망칠 길은 점점 좁아지고 마침내 눈앞에는 높은 절벽과 넓은 바다만 남았다. 뒤로 돌아가면 아타마스가 있었고 앞으로는 거센 파도가 치고 있었다. 이노는 절벽 끝에 서서 품속의 멜리케르테스를 바라보았다. 남편에게 붙잡혀 두 번째 아들까지 잃는 것보다는 바다에 몸을 맡기기로 한 듯, 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마지막 걸음을 내디뎠다.
 
어린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바다로 달아나는 이노
 
 
 

제3장. 바다에 몸을 던져 신이 되다

3.1 이노가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이노는 멜리케르테스를 품에 꼭 안은 채 높은 절벽 끝에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발아래에서는 흰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고 있었다. 더 이상 달아날 곳은 없었다. 이노는 뒤에서 자신을 뒤쫓는 광기와 앞에 펼쳐진 바다 사이에서 잠시 머뭇거렸지만, 마침내 아들과 함께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오비디우스는 이노가 아들을 안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전하고, 파우사니아스는 그 장소를 메가라 해안의 몰루리스 바위라고 기록한다. 훗날 사람들은 이노와 멜리케르테스가 몸을 던진 그 바위를 신성한 장소로 기억했다. 육지에서 이어지던 두 사람의 비극은 바로 이 순간 바다의 이야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다만 멜리케르테스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승이 서로 다르다. 아폴로도로스의 한 전승에서는 광기에 빠진 이노가 이미 멜리케르테스를 죽인 뒤 그 시신을 안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전승에서는 살아 있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뛰어든 것으로 전한다. 어느 이야기에서든 어머니와 아들은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인간으로서의 삶은 이곳에서 끝난다.
 
멜리케르테스를 안고 절벽에서 뛰어드는 이노
 
 
3.2 신들이 어머니와 아들을 구하다
 
거센 파도 속으로 떨어진 이노와 멜리케르테스에게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비디우스의 전승에서는 이노의 할머니인 아프로디테가 손녀와 어린 멜리케르테스를 가엾게 여겼다. 그녀는 바다를 다스리는 포세이돈에게 두 사람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고, 포세이돈은 그 청을 받아들여 파도 속으로 사라진 어머니와 아들을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켰다.
 
보다 오래된 전승에서도 이노의 운명은 바다의 여신들과 이어진다. 핀다로스는 이노가 네레우스의 딸들인 네레이데스와 함께 바다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고 노래한다. 절벽 아래의 바다는 두 사람을 삼키는 무덤으로만 남지 않았다. 육지에서 왕비와 어린 왕자로 살았던 이들은 인간의 운명을 벗어나 바다에 속한 신성한 존재가 되었다.
 
포세이돈은 두 사람에게서 죽을 인간의 운명을 거두고 새로운 이름을 주었다. 이노는 더 이상 아타마스의 왕비가 아니라 레우코테아라는 바다의 여신이 되었고, 멜리케르테스는 팔라이몬이라는 신이 되었다. 헤라의 분노를 피해 달아나다 바다에 몸을 던졌던 어머니와 아들은, 자신들의 삶이 끝난 바로 그 바다에서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포세이돈 앞에서 신성한 모습으로 변하는 어머니와 아들
 
 
3.3 이노는 레우코테아, 멜리케르테스는 팔라이몬이 되다
 
바다의 여신이 된 이노는 레우코테아라는 이름을 얻었다. ‘흰 여신’이라는 뜻을 가진 레우코테아는 항해하는 사람들을 돕는 신으로 여겨졌다. 인간으로 살았을 때 바다에 몸을 던져야 했던 이노가 이제는 거친 바다에서 죽음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녀의 아들 멜리케르테스도 팔라이몬이라는 이름의 신이 되었다.
 
레우코테아가 선원들을 돕는 모습은 『오디세이아』에도 나타난다. 포세이돈이 일으킨 폭풍 때문에 뗏목을 잃을 위기에 처한 오디세우스 앞에 레우코테아가 나타나 신비한 베일을 건넨다. 그녀는 뗏목을 버리고 헤엄쳐 육지로 향하라고 알려 주었고, 그 베일 덕분에 오디세우스는 거센 파도를 견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팔라이몬 역시 바다와 항해자를 보호하는 신으로 숭배되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바다의 신으로 변한 이야기는 그리스 여러 해안 지역에 퍼졌다. 한때 헤라의 분노를 피해 도망쳐야 했던 두 사람은 이제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는 신이 되었다. 이노와 멜리케르테스의 비극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레우코테아와 팔라이몬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폭풍 속 오디세우스에게 베일을 건네는 레우코테아
 
 
3.4 팔라이몬과 이스트미아 제전으로 이어지다
 
멜리케르테스의 이야기는 바다에서 끝나지 않고 코린토스 지협으로 이어졌다. 파우사니아스가 전한 이야기에서는 바다에 빠진 멜리케르테스의 몸을 돌고래가 등에 태워 코린토스 지협의 해안까지 옮겨 놓았다. 바다를 건너온 멜리케르테스는 그곳에서 팔라이몬이라는 이름으로 신성하게 여겨졌고, 어머니 레우코테아와 함께 바다에 속한 존재로 숭배되었다.
 
전승에 따르면 아타마스의 형제이자 코린토스의 왕인 시시포스가 멜리케르테스의 몸을 발견해 장례를 치르고 그를 기리는 경기를 열었다. 이것이 훗날 이스트미아 제전의 기원 가운데 하나로 전해졌다. 이스트미아 제전은 포세이돈에게 봉헌되는 대표적인 범그리스 제전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린 팔라이몬에 대한 제사와 숭배도 그 성역 안에 함께 남았다.
 
파우사니아스가 코린토스 지협을 방문했을 때 포세이돈의 성역 안에는 팔라이몬을 위한 신전이 있었으며, 그 안에는 포세이돈과 레우코테아, 팔라이몬의 상이 함께 세워져 있었다. 이렇게 아타마스의 집안에서 시작된 가족의 비극은 바다를 지나 코린토스의 제의와 제전으로 이어졌다. 절벽 아래에서 끝난 듯했던 멜리케르테스의 삶은 팔라이몬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멜리케르테스를 태우고 코린토스로 향하는 돌고래
 

 
※ 출전:
• 아폴로도로스, 『도서관(Bibliotheca)』 1.9.1~2 — 아타마스와 네펠레, 이노, 프릭소스와 헬레, 레아르코스와 멜리케르테스의 계보와 비극을 전한다.
• 아폴로도로스, 『도서관』 3.4.2~3 — 카드모스와 하르모니아의 자녀, 세멜레와 디오니소스의 탄생, 이노와 아타마스가 어린 디오니소스를 기른 이야기, 헤라의 광기, 레우코테아와 팔라이몬의 신격화를 전한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제4권 416~542행 — 헤라가 아타마스와 이노의 집안에 복수하고, 티시포네가 광기를 불어넣으며, 레아르코스의 죽음과 이노·멜리케르테스의 투신, 레우코테아와 팔라이몬으로의 신격화를 전한다.
• 오비디우스, 『파스티(Fasti)』 제6권 — 이노가 디오니소스를 길렀기 때문에 헤라의 분노를 사고, 레아르코스의 죽음과 이노의 투신이 이어지는 전승을 전한다.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5.333~353 — 이미 레우코테아가 된 이노가 폭풍 속의 오디세우스에게 나타나 베일을 주어 목숨을 구해 주는 장면이 나온다.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여행기』 1.44.7~8, 2.1.3, 2.2.1 — 이노가 멜리케르테스와 함께 뛰어내린 몰루리스 바위, 돌고래가 멜리케르테스를 코린토스 지협으로 옮긴 이야기, 시시포스의 장례와 이스트미아 제전의 기원, 팔라이몬의 신전을 기록한다.
• 히기누스, 『이야기(Fabulae)』 2 「이노」 — 프릭소스와 헬레, 아타마스의 광기, 이노와 멜리케르테스의 투신 및 레우코테아와 팔라이몬으로의 신격화를 전한다.
• 필로스트라토스, 『그림들(Imagines)』 2.16 「팔라이몬」 — 돌고래를 타고 코린토스 지협에 도착하는 팔라이몬과 시시포스가 그를 위해 제사를 올리는 모습을 전한다.
• 핀다로스, 『올림피아 승전가』 제2가 22~30행 — 카드모스의 딸 이노가 네레우스의 딸들인 네레이데스와 함께 바다에서 불멸의 생명을 얻었다는 전승을 전한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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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