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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09.26. 21:55 (2026.09.26. 21:55)

델로스 –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태어난 섬

■  
헤라의 분노를 피해 출산할 곳을 찾아 헤매던 레토는 어느 땅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끝에 바다 위를 떠돌던 작은 섬 델로스에 닿는다. 델로스는 레토를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태어난다. 특히 아폴론의 탄생 뒤 델로스는 더 이상 바다를 떠도는 작은 바위섬이 아니라 신들이 사랑하는 성지가 된다. 훗날 사람들은 에게해 곳곳에서 이 섬을 찾아와 제사를 올리고 노래와 경기로 쌍둥이 신과 그 어머니 레토를 기린다.
목   차
[숨기기]
델로스 –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태어난 섬
 
 
 

개요

 
헤라의 분노를 피해 출산할 곳을 찾아 헤매던 레토는 어느 땅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끝에 바다 위를 떠돌던 작은 섬 델로스에 닿는다. 델로스는 레토를 받아들이고, 그곳에서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태어난다. 특히 아폴론의 탄생 뒤 델로스는 더 이상 바다를 떠도는 작은 바위섬이 아니라 신들이 사랑하는 성지가 된다. 훗날 사람들은 에게해 곳곳에서 이 섬을 찾아와 제사를 올리고 노래와 경기로 쌍둥이 신과 그 어머니 레토를 기린다.
 
 
 

제1장. 레토가 출산할 땅을 찾아 헤매다

1.1 제우스의 아이를 가진 레토
 
티탄 코이오스와 포이베의 딸 레토는 온화하고 조용한 여신이었다. 제우스는 그녀를 사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토는 그의 아이를 품게 되었다. 태어날 아이들은 평범한 신이 아니었다. 하나는 활과 사냥을 다스릴 여신이 되고, 다른 하나는 빛과 예언, 음악을 관장할 위대한 신이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소식은 곧 제우스의 아내 헤라에게도 전해졌다.
 
헤라는 남편이 다른 여신과 맺은 관계를 용서하지 않았다. 특히 레토가 낳을 아들이 제우스에게 특별히 사랑받을 존재라는 사실은 그녀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헤라는 레토 자신에게 손을 대기보다, 그녀가 아이를 낳을 자리를 없애려 했다. 레토를 받아들이는 땅이나 섬에는 자신의 노여움이 닥칠 것이라는 뜻을 널리 알렸다.
 
출산의 때가 가까워지자 레토는 더 이상 한곳에 머물 수 없었다. 몸은 무거워졌지만 쉴 곳은 없었다. 어디에 가든 헤라의 이름이 먼저 도착했고, 사람과 신들 모두 그 분노를 두려워했다. 레토는 두 아이를 지키기 위해 바다와 육지를 떠돌기 시작했다. 그녀 앞에는 아직 어느 곳에서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방랑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아이를 품고 헤라의 분노를 마주한 레토
 
 
1.2 헤라의 분노를 피해 세상을 떠돌다
 
레토는 출산할 곳을 찾아 이름난 도시와 비옥한 들판, 산과 강, 에게해의 여러 섬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녀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그곳의 신들과 님프들은 난처한 얼굴로 물러섰다. 레토를 불쌍히 여기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누구도 올림포스의 왕비 헤라를 적으로 돌리고 그 분노를 감당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녀는 크레타와 아테나이 부근의 땅, 에우보이아와 여러 섬을 바라보며 길을 이어 갔다. 어느 곳은 푸른 들판과 맑은 샘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곳은 높은 산과 아름다운 항구를 품고 있었다. 레토는 그때마다 자신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잠시 머물게 해 달라고 청했지만, 헤라의 보복을 두려워한 땅과 섬들은 차례로 그녀를 외면했다.
 
칼리마코스의 노래에서는 헤라가 감시자까지 세워 레토가 머물 곳을 얻지 못하게 한다. 대륙에서는 무장한 아레스가 레토를 받아들이려는 땅들을 위협했고, 섬들에도 헤라의 감시가 미쳤다. 출산의 때는 점점 가까워졌지만 레토는 다시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궁전이나 풍요로운 땅이 아니라, 헤라를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을 받아 줄 단 한 곳이었다.
 
출산할 땅을 찾아 에게해를 떠도는 레토
 
 
1.3 어느 땅도 레토를 받아들이지 않다
 
테살리아에 이른 레토는 페네이오스강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췄다. 넓은 강물 주변에는 푸른 들과 산이 펼쳐져 있었고, 지친 레토에게는 오랜 방랑을 끝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에게 자신이 이곳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다. 레토의 고통을 본 페네이오스는 헤라의 분노를 알면서도 그녀를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자 멀리서 무서운 소리가 울렸다. 헤라의 뜻을 따르던 아레스가 산 위에서 무기를 흔들고 방패를 내리치며 페네이오스를 위협한 것이었다. 산과 평야가 흔들릴 만큼 거센 위협이 이어졌지만, 페네이오스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강물을 멈추고 레토에게 출산할 자리를 내어 주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레토가 마음을 돌렸다. 자신 때문에 페네이오스와 그 주변의 땅이 헤라의 분노를 받아 파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토는 자신을 받아들이려 한 강의 신에게 감사하며 그곳을 떠났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곳은 거의 없었다. 다시 바다를 향한 레토의 눈앞에 마침내 작고 메마른 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델로스였다.
 
아레스의 위협 앞에서 레토를 지키는 페네이오스
 
 
1.4 떠도는 섬 델로스가 레토를 받아들이다
 
한 전승에 따르면 델로스는 제우스의 구애를 피해 바다로 몸을 던진 티탄 여신 아스테리아와 이어진다. 칼리마코스의 노래에서는 이 섬이 처음에는 아스테리아라 불렸으며, 바다 위를 떠돌아 일정한 자리를 갖지 못했다고 전한다. 비옥한 들도 울창한 숲도 없는 작은 바위섬이었지만, 레토가 다가왔을 때 델로스는 다른 땅들처럼 곧바로 그녀를 외면하지 않았다.
 
그러나 델로스에게도 두려움은 있었다. 자신은 농사도 제대로 지을 수 없는 메마른 섬이었고, 훗날 위대한 신이 될 아폴론이 태어난 뒤 자신의 초라함을 싫어할지도 몰랐다. 아폴론이 자신을 업신여겨 바다 밑으로 밀어 버리고 더 풍요로운 땅에 신전을 세우러 떠난다면 델로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섬은 레토에게 자신을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레토는 자신의 아들이 이곳에서 태어난다면 가장 먼저 델로스에 신전과 제단이 세워지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사람들이 먼 바다를 건너와 제물을 바치고 아폴론을 기릴 것이며, 척박한 섬도 그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레토가 스틱스의 물을 걸고 맹세하자 델로스는 마침내 그녀를 받아들였다. 긴 방랑 끝에 레토는 자신과 아이들을 품어 줄 땅을 찾았다.
 
바다 위 델로스에 처음 발을 디디는 레토
 
 
 

제2장. 델로스에서 쌍둥이 신이 태어나다

2.1 킨토스산 아래에서 출산을 기다리다
 
레토는 마침내 델로스에 머물 수 있게 되었지만, 출산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섬 한가운데에는 킨토스산이 솟아 있었고 그 아래로 이노포스의 물이 흘렀다. 화려한 궁전도 넓은 들판도 없는 바위섬이었지만, 오랜 방랑 끝에 처음으로 더 달아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다. 레토는 이곳에서 자신이 품고 온 아이들을 세상에 내보낼 때를 기다렸다.
 
여신들도 하나둘 레토의 곁에 모여들었다. 디오네와 레아, 테미스와 암피트리테를 비롯한 여러 여신이 긴 여행으로 지친 그녀를 위로하고 몸을 받쳐 주었다. 레토는 델로스의 야자나무 곁에서 배를 감싸 안은 채 밀려오는 산고를 견뎠다. 파도는 끊임없이 바위를 때리고 바람은 킨토스산을 스쳐 갔지만, 이제 그녀가 다시 떠날 곳은 없었다.
 
레토의 두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전승에 따라 조금 다르게 전해진다. 아폴로도로스는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모두 델로스에서 태어났다고 전하지만, 《아폴론에게 바치는 호메로스 찬가》에서는 아르테미스가 이미 오르튀기아에서 태어났고 레토가 델로스에서 아폴론을 낳기 위해 긴 산고를 겪었다고 한다. 델로스는 그렇게 서로 다른 전승 속에서도 두 신의 탄생과 깊이 연결된 섬으로 남았다.
 
킨토스산 아래 야자나무에 기대어 선 레토
 
 
2.2 헤라가 에일레이티이아를 델로스에서 멀어지게 하다
 
《아폴론에게 바치는 호메로스 찬가》에서는 레토가 델로스에 도착한 뒤에도 아폴론을 쉽게 낳지 못했다고 전한다. 출산을 관장하는 여신 에일레이티이아가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다. 헤라는 레토에 대한 분노를 거두지 않은 채 에일레이티이아가 그녀의 사정을 알지 못하도록 하고 올림포스에 머물게 했다. 출산을 돕는 여신이 오지 않는 동안 레토의 산고는 끝날 수 없었다.
 
레토는 아흐레 낮과 아흐레 밤 동안 고통을 견뎠다. 곁에는 디오네와 레아, 테미스와 암피트리테를 비롯한 여러 여신이 모여 그녀를 위로하고 몸을 받쳐 주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누구도 출산을 완성시킬 수는 없었다. 레토는 거듭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주저앉았고, 델로스의 바위와 해안에는 그녀의 신음과 여신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마침내 여신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레토의 고통은 너무 길어졌고 아폴론이 태어날 순간도 이미 가까워져 있었다. 그들은 헤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에일레이티이아에게 레토의 상황을 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헤라의 곁에 있는 그녀에게 몰래 다가갈 누군가가 필요했다. 여신들은 하늘과 바다를 빠르게 오갈 수 있는 이리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흐레의 산고를 견디는 레토와 여신들
 
 
2.3 신들이 에일레이티이아를 델로스로 부르다
 
이리스는 델로스를 떠나 올림포스로 향했다. 여신들은 헤라에게 들키지 않도록 에일레이티이아만 따로 불러내라고 당부했다. 그녀가 레토에게 와 주기만 한다면 값진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도 함께 전했다. 《아폴론에게 바치는 호메로스 찬가》에서는 금실로 엮은 커다란 목걸이가 그 대가로 제시되었다고 한다. 이리스는 빠르게 하늘길을 달려 신들의 궁전에 도착했다.
 
이리스는 헤라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에일레이티이아를 밖으로 불러냈다. 레토가 델로스에서 아흐레 동안 아폴론을 낳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는 말을 들은 에일레이티이아는 곧 이리스를 따라나섰다. 두 여신은 올림포스를 벗어나 바다를 건너 델로스로 향했다. 헤라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 전에 레토에게 도착해야 했다.
 
에일레이티이아가 델로스에 발을 디디자 레토에게 거센 진통이 밀려왔다. 레토는 야자나무를 두 팔로 끌어안고 무릎을 땅에 댔으며, 곁에 있던 여신들은 그녀를 에워싸고 마지막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왔다. 오랫동안 막혀 있던 출산의 길이 마침내 열렸다. 바다와 바위, 킨토스산이 둘러싼 작은 섬에서 이제 아폴론이 세상에 나올 순간이 다가왔다.
 
이리스와 함께 델로스로 향하는 에일레이티이아
 
 
2.4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세상에 태어나다
 
한 전승에서는 레토가 델로스에서 먼저 아르테미스를 낳았다고 한다. 갓 태어난 아르테미스는 곧 어머니 곁에 머물며 이어 태어날 쌍둥이 동생의 출산을 도왔다. 긴 방랑 끝에 첫 아이를 품에 안은 레토는 잠시 숨을 돌렸지만, 이내 다시 거센 산고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훗날 활과 음악, 예언의 신으로 이름을 떨칠 아폴론이 세상에 나올 차례였다.
 
다른 전승에서는 아르테미스가 이미 오르튀기아에서 태어났으며, 델로스에서는 에일레이티이아가 도착한 뒤 아폴론이 태어났다고 전한다. 레토는 야자나무를 두 팔로 붙잡고 마지막 힘을 다했다. 마침내 아폴론이 태어나자 곁에 있던 여신들은 기쁨에 차 그를 씻기고 깨끗한 흰 천으로 감싼 뒤 금빛 띠를 둘러 주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레토의 산고도 그제야 끝이 났다.
 
전승은 조금씩 다르지만 델로스가 아폴론의 탄생지라는 점에서는 한결같다. 또 아르테미스 역시 레토와 아폴론과 함께 이 섬의 신성한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아무도 받아 주지 않았던 레토를 품어 준 작은 바위섬은 이제 두 위대한 신의 탄생과 이어지는 특별한 땅이 되었다. 긴 방랑 끝에 레토가 얻은 안식과 새로운 신들의 탄생은 그렇게 델로스의 운명까지 바꾸어 놓았다.
 
야자나무 아래 태어난 아폴론과 레토
 
 
 

제3장. 델로스가 신들의 성스러운 섬이 되다

3.1 새로 태어난 아폴론이 신의 힘을 드러내다
 
아폴론은 다른 아이들처럼 오랫동안 젖을 먹고 자라지 않았다. 테미스가 신들의 음식인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건네자 그는 그것을 받아먹었고, 곧 놀라울 만큼 빠르게 신의 힘을 드러냈다. 갓난아이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 띠와 천도 더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매듭이 풀리자 아폴론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신들 앞에서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당당하게 밝혔다.
 
아폴론은 굽은 활과 키타라를 자신의 것으로 삼고, 제우스의 뜻을 인간들에게 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활은 먼 곳의 적을 겨누는 그의 힘을 나타냈고, 키타라는 노래와 음악을 세상에 퍼뜨릴 도구가 되었다. 또한 제우스의 뜻을 전하겠다는 선언은 훗날 그가 델포이에서 신탁을 내리고 인간들에게 앞날을 알려 주는 예언의 신이 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여신들은 갓 태어난 아폴론이 이미 자신의 길을 알고 있는 모습을 놀라움 속에 바라보았다. 레토도 긴 고통 끝에 낳은 아들이 신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폴론은 바위투성이 킨토스산을 거닐고, 이윽고 여러 섬과 인간들의 땅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먼 곳으로 가더라도 처음 세상의 빛을 본 델로스는 언제나 그의 탄생지로 남았다.
 
활과 키타라의 권능을 선언하는 아폴론
 
 
3.2 떠돌던 델로스가 굳건한 섬이 되다
 
아폴론이 태어나자 델로스에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고 전해진다. 《아폴론에게 바치는 호메로스 찬가》는 섬이 제우스와 레토의 아들을 바라보며 기쁨에 차 황금으로 빛났다고 노래한다. 칼리마코스의 《델로스 찬가》에서는 그 모습을 더욱 화려하게 그려, 섬의 기초와 호수, 이노포스의 물과 나뭇잎까지 황금빛으로 변했다고 전한다.
 
칼리마코스의 전승에서 델로스는 아폴론이 태어난 뒤 더 이상 바다 위를 떠돌지 않았다. 일정한 자리를 갖지 못하고 파도를 따라 움직이던 섬이 마침내 에게해 한가운데 굳게 자리 잡은 것이다. 레토를 받아들이기 전에는 작고 척박하여 어느 신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던 섬이었지만, 이제는 아폴론의 탄생지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예를 얻게 되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델로스는 여전히 크지 않은 바위섬이었다. 그러나 그 운명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모든 땅이 헤라의 분노를 두려워하며 레토를 외면했을 때 그녀를 받아 준 곳이었고, 그 선택으로 아폴론의 탄생을 품고, 한 전승에서는 아르테미스까지 태어난 섬이 되었다. 한때 바다를 떠돌던 델로스는 이제 아폴론의 이름과 함께 굳건히 자리 잡고, 사람들이 먼 바다를 건너 찾아오는 성스러운 섬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며 바다에 자리 잡는 델로스
 
 
3.3 아폴론의 신전이 세워지고 제전이 열리다
 
세월이 흐르자 레토가 델로스에게 했던 약속은 이루어졌다. 에게해와 그 너머의 사람들이 배를 타고 섬을 찾아왔고, 아폴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를 불렀다. 섬에는 신을 위한 제단과 성소가 세워졌으며, 작은 델로스는 여러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바다를 건너온 배들이 해안에 닿을 때마다 섬에는 새로운 순례자들이 들어왔다.
 
《아폴론에게 바치는 호메로스 찬가》는 긴 옷을 입은 이오니아인들이 델로스에 모여 아폴론을 기렸다고 전한다. 사람들은 권투 경기를 벌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신에게 즐거움을 바쳤다. 델로스의 처녀들은 아폴론과 레토, 아르테미스를 찬양한 뒤 옛 영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노래했고, 섬은 하루 종일 음악과 축제의 소리로 가득했다.
 
한때 누구도 머물고 싶어 하지 않던 척박한 섬에 이제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왔다. 레토가 약속했던 것은 곡식과 가축의 풍요가 아니라 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었다. 제물과 노래, 경기와 춤이 끊이지 않으면서 델로스는 아폴론의 이름과 함께 에게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성스러운 섬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서로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도 아폴론 앞에서는 같은 노래와 춤으로 어울렸다.
 
신전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이오니아인들
 
 
3.4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탄생지로 남다
 
델로스에 오는 사람들은 아폴론만 기억하지 않았다. 그들은 긴 방랑 끝에 섬에 도착한 레토와, 그녀가 낳은 아르테미스도 함께 기렸다. 노래 속에서 세 신의 이름은 늘 가까이 놓였다. 어머니와 두 자녀의 이야기가 델로스의 바위와 샘, 야자나무와 킨토스산 곳곳에 남아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탄생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졌다.
 
배를 타고 에게해를 오가던 사람들에게 델로스는 그냥 지나치는 섬이 아니었다. 칼리마코스는 항해자들이 바람이 아무리 좋아도 섬을 지나치지 않고 아폴론의 제단을 찾아 예를 갖추었다고 노래한다. 사람들이 델로스에 발을 디딜 때마다 레토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던 순간과, 신들의 탄생 뒤 섬이 얻은 영광도 되풀이해 기억되었다.
 
델로스는 아폴론의 탄생지이자, 한 전승에서는 아르테미스까지 태어난 섬이며, 레토의 긴 방랑이 끝난 곳이었다. 이 때문에 델로스는 단순히 한 신의 탄생지를 넘어 레토와 두 자녀의 기억이 함께 머무는 섬으로 여겨졌다.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 바위와 샘, 제단은 오래전 레토가 겪은 방랑과 신들의 탄생을 떠올리게 했다. 훗날 수많은 사람들이 신들을 기억하기 위해 찾아오면서 델로스는 에게해를 대표하는 성스러운 중심지로 남게 되었다.
 
델로스의 성소를 찾아온 순례자들과 제단
 

 
※ 출전:
• 《아폴론에게 바치는 호메로스 찬가》(Homeric Hymn to Apollo) — 레토의 방랑, 델로스와 레토의 약속, 아흐레의 산고, 에일레이티이아와 이리스, 야자나무 아래 아폴론의 탄생, 아폴론의 활·키타라·예언 선언, 델로스에 모이는 이오니아인들의 노래와 경기 전승의 중심 출전이다. 이 찬가에서는 아르테미스는 오르튀기아에서, 아폴론은 델로스에서 태어났다고 구분한다.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1.4.1 — 제우스를 피해 바다로 몸을 던진 아스테리아와 델로스라는 이름의 유래를 연결하는 이야기와 함께, 레토가 헤라에게 쫓겨 델로스에 이르러 아르테미스를 먼저 낳고, 아르테미스의 도움으로 아폴론을 낳았다는 전승을 전한다. 이번 본문의 ‘쌍둥이 신이 델로스에서 태어났다’는 중심 줄거리는 이 전승을 따랐다.
• 칼리마코스, 《델로스 찬가》(Hymn to Delos) — 떠돌던 아스테리아/델로스, 헤라의 감시와 레토의 방랑, 페네이오스강과 아레스의 위협, 델로스가 레토를 받아들이는 장면, 아폴론 탄생 때 섬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더 이상 떠돌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 델로스를 찾는 순례와 제전 전승을 참고했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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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