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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09.28. 10:21 (2026.09.26. 22:01)

도도나 – 제우스의 신탁 성지

■  
에페이로스의 토마로스산 기슭에 자리한 도도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신탁소로 전해지는 제우스의 성지였다. 사람들은 신성한 참나무의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와 새의 움직임, 청동 솥의 울림에서 제우스의 뜻을 찾았다. 검은 비둘기가 신탁을 열었다는 전설에서 아르고호의 말하는 나무, 아킬레우스의 기도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까지, 도도나는 신과 인간이 자연의 소리를 통해 만나는 장소로 기억되었다.
목   차
[숨기기]
도도나 – 제우스의 신탁 성지
 
 

개요

 
에페이로스의 토마로스산 기슭에 자리한 도도나는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신탁소로 전해지는 제우스의 성지였다. 사람들은 신성한 참나무의 잎사귀가 흔들리는 소리와 새의 움직임, 청동 솥의 울림에서 제우스의 뜻을 찾았다. 검은 비둘기가 신탁을 열었다는 전설에서 아르고호의 말하는 나무, 아킬레우스의 기도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까지, 도도나는 신과 인간이 자연의 소리를 통해 만나는 장소로 기억되었다.
 
 
 

제1장. 신성한 참나무에서 신탁이 시작되다

1.1 토마로스산 아래 오래된 성지가 자리 잡다
 
그리스 북서쪽 에페이로스의 깊은 골짜기, 토마로스산 아래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긴 장소가 있었다. 바다와 큰 도시에서 떨어진 이곳은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 있었고,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참나무가 서 있었다. 화려한 신전도 대리석 기둥도 없던 시대부터 사람들은 나무와 땅, 바람이 어우러진 이곳을 찾아와 제물을 바치고 신의 뜻을 물었다.
 
도도나 일대에서는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과 종교적 성격을 지닌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기원전 8세기 무렵에는 문헌과 봉헌 유물을 통해 신탁 성지로서의 명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초기에는 대지나 풍요와 관련된 여신을 섬겼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후 제우스가 성지의 중심 신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그가 참나무에 머물며 인간의 질문을 듣는다고 믿었다.
 
여러 지역에서 온 여행자와 전사들은 산길을 넘어 도도나에 도착했다. 그들이 가져온 청동 삼각대와 작은 신상, 장신구와 무기들이 성지에 쌓여 갔다. 그러나 오랫동안 도도나의 중심은 건물이 아니라 한 그루의 신성한 참나무였다. 사람들은 그 나무 앞에 서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고, 잎사귀가 흔들리면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도도나의 이야기는 돌로 세운 신전보다 먼저 한 그루의 나무에서 시작되었다.
 
토마로스산 기슭의 거대한 참나무와 성지를 찾아오는 순례자들
 
 
1.2 신성한 참나무에 제우스가 머물다
 
도도나의 사람들은 신성한 참나무를 단순한 나무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제우스가 그곳에 머문다고 믿었다. 도도나의 제우스는 ‘나이오스(Νάϊος)’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성지에 거처를 둔 제우스라는 뜻과 연결되어 이해된다. 참나무 아래에서는 제물을 올렸고,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은 나무 앞에 서서 자신의 소원과 두려움을 신에게 맡겼다. 신전이 세워지기 전에도 이 나무와 그 둘레가 곧 제우스의 집이었다.
 
제우스 곁에는 디오네가 함께했다. 도도나에서 디오네는 제우스와 함께 숭배되었고, 훗날 발견된 납 서판에도 두 신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다. 어떤 이는 제우스에게만 물었고, 어떤 이는 “제우스 나이오스와 디오네여” 하며 두 신에게 함께 질문했다. 성지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도도나는 제우스와 디오네가 인간의 목소리를 듣는 신성한 거처였다.
 
사람들은 참나무 가지에 새가 내려앉고 바람이 잎을 스치는 순간에도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제우스는 사람처럼 모습을 드러내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나무와 바람, 새와 금속의 울림이 그의 말을 전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도도나에서는 눈으로 신을 보는 것보다 귀로 신의 기척을 듣는 일이 중요했다. 조용한 산골의 참나무는 어느새 여러 지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제우스의 신탁 성지가 되었다.
 
참나무 앞에서 제우스와 디오네에게 제물을 바치는 사람들
 
 
1.3 검은 비둘기가 참나무에 내려앉다
 
도도나의 신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두고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전한 사람은 헤로도토스였다. 그가 도도나를 찾아갔을 때 여사제들은 오래된 전승 하나를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 이집트의 테바이에서 검은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올랐는데, 한 마리는 리비아로 향하고 다른 한 마리는 북쪽으로 날아 에페이로스의 도도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였다. 도도나에 온 비둘기는 커다란 참나무 가지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비둘기가 사람의 목소리로 말하며 바로 그 자리에 제우스의 신탁소를 세우라고 명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말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참나무를 중심으로 성지를 세웠다. 리비아로 날아간 다른 비둘기도 그곳에서 아몬의 신탁소를 세우라고 했다고 전해졌다. 두 마리의 검은 비둘기는 멀리 떨어진 두 신탁 성지를 하나의 전설로 이어 주었다.
 
헤로도토스는 이 이야기를 적은 뒤 자신의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페니키아인들에게 끌려간 이집트의 여사제 두 사람이 각각 리비아와 그리스에 팔려 갔고, 그중 한 사람이 도도나에서 신탁을 시작했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낯선 말을 하던 여인의 목소리를 현지 사람들이 새의 울음처럼 들었기 때문에 ‘비둘기’ 전설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설과 해석은 달랐지만, 두 이야기 모두 도도나의 시작을 한 목소리와 신성한 참나무에 연결한다.
 
신성한 참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신탁을 전하는 검은 비둘기
 
 
1.4 셀로이와 펠레이아데스가 신의 뜻을 받들다
 
도도나에서 제우스의 뜻을 해석한 가장 오래된 사제들은 ‘셀로이’라고 불렸다.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도도나의 제우스에게 기도하며, 그 곁에 사는 셀로이를 “발을 씻지 않고 땅에서 잠자는” 예언자들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맨발로 땅을 밟고 잠자리도 땅에 두며 신성한 장소를 지켰다고 전해졌다. 높은 제단 위에 군림하는 사제라기보다 나무와 대지 곁에서 신의 기척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후대에 전해지는 기록에는 도도나의 여사제들도 등장한다. 이들은 ‘펠레이아데스’, 곧 ‘비둘기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헤로도토스는 자신이 만난 도도나의 여사제들 가운데 프로메네이아, 티마레테, 니칸드라의 이름까지 기록했다. 검은 비둘기가 참나무에 내려앉았다는 창건 전설과 여사제들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셀로이와 펠레이아데스가 어떻게 역할을 나누었는지는 시대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멀리서 찾아온 방문자가 참나무 앞에서 질문을 올리면 사제와 여사제들은 잎사귀와 새, 주변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들은 그들이 전하는 말을 제우스가 보낸 대답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도도나의 신탁은 남녀 사제들의 손을 거치며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졌다.
 
맨발로 참나무 아래에서 신의 뜻을 기다리는 셀로이 사제들
 
 
 

제2장. 자연의 소리에서 제우스의 뜻을 듣다

2.1 참나무 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다
 
도도나를 찾은 사람의 눈앞에는 오래된 참나무가 서 있었고, 머리 위로는 토마로스산의 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질문을 품고 온 사람은 나무 앞에서 제우스에게 뜻을 묻고 조용히 기다렸다. 골짜기에 바람이 불어오면 가지가 흔들리고 잎사귀들이 서로 스치며 소리를 냈다. 도도나에서는 바로 그 소리가 신의 뜻을 드러내는 표징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다.
 
성지를 지키는 사제와 여사제들은 신성한 참나무의 움직임과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뿐 아니라 나무에 깃든 새들의 움직임도 살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그들이 자연 속에서 읽어 낸 표징을 통해 제우스가 자신의 질문에 어떤 뜻을 보였는지 들으려 했다. 이 기다림 자체가 도도나 신탁의 중요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도도나의 신탁은 화려한 의식이나 신의 직접적인 목소리보다 바람과 나무에서 시작되었다. 질문을 올린 사람들은 참나무 아래에서 기다렸고, 사제들은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해석했다. 잎사귀가 흔들릴 때마다 성지를 찾은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한 바람으로만 듣지 않았다. 도도나의 신성한 참나무는 그렇게 오랫동안 제우스의 뜻을 전하는 나무로 여겨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참나무 아래에서 신탁을 기다리는 순례자들
 
 
2.2 청동 솥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다
 
도도나의 신탁에는 참나무 잎사귀뿐 아니라 청동의 울림도 등장한다. 고대의 전승에는 신성한 참나무 둘레의 삼각대 위에 여러 청동 솥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솥들이 서로 부딪치면 맑고 긴 소리가 성지에 퍼졌고, 사람들은 그 울림 역시 제우스의 뜻과 연결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한 번 울리면 쉽게 그치지 않는다고 하여, 고대에는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을 ‘도도나의 청동’에 빗대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성지를 찾은 사람에게 도도나는 여러 소리가 겹치는 장소였을 것이다. 머리 위에서는 참나무 잎이 흔들리고, 가지에 앉은 새들이 울거나 날아올랐으며, 주변에서는 청동 솥의 울림이 이어졌다. 후대의 문헌에는 샘물의 소리까지 신탁과 연결한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실제로 그러한 샘이 신탁에 사용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사제들은 성지에서 나타나는 여러 표징에 귀를 기울이며 신의 뜻을 해석했다고 전해진다.
 
청동 솥과 새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에 따라 신탁에 사용되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도도나는 ‘말하는 참나무’와 ‘울리는 청동’으로 기억되었다.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은 나무 아래에 서서 바람이 일고 청동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눈에 보이는 신의 모습 대신 나무와 금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이 도도나에서 제우스의 뜻을 구하는 특별한 방식이었다.
 
신성한 참나무 둘레에서 울리는 청동 솥과 삼각대
 
 
2.3 납 서판에 삶의 질문을 새기다
 
세월이 흐르자 도도나를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질문을 말로만 전하지 않았다. 얇은 납 조각에 짧은 문장을 새겨 제우스와 디오네에게 물었다. 오늘날 도도나 성역에서는 이런 납 서판이 4천 점 넘게 발견되었다. 가장 이른 것은 기원전 6세기 무렵까지 올라가며, 여러 세대의 사람들이 남긴 질문이 작은 금속 조각 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왕과 영웅의 이야기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여기에서 들린다.
 
질문은 놀랄 만큼 일상적이었다. 누구와 결혼해야 하는지, 아이를 얻을 수 있는지, 병이 나을지, 여행을 떠나도 되는지 물었다. 재산과 상속, 군복무, 장사와 직업 문제를 신에게 묻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고, 어떤 이는 가족이나 동료를 대신해 질문했다. 서로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의 방언과 글씨로 걱정을 새겨 넣었다.
 
작은 서판을 손에 쥔 사람은 거창한 운명보다 당장 앞에 놓인 선택 때문에 도도나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질문을 납 서판에 새긴 뒤 접어 성지에 맡기고 제우스의 대답을 기다렸다. 남아 있는 서판에는 질문이 훨씬 많고 답은 드물다.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바랐는지는 납 위에 남아, 수천 년 뒤까지 도도나를 찾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작은 납 서판에 자신의 질문을 새기는 신탁 방문자
 
 
2.4 제우스와 디오네에게 답을 구하다
 
도도나에 도착한 사람들은 자신이 품고 온 질문을 제우스와 디오네에게 내놓았다. 개인의 삶을 묻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이나 공동체의 중요한 일을 두고 신탁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질문을 납 서판에 새겨 바치기도 했으며, 신에게 묻고 난 뒤에는 성지에서 나타나는 표징을 기다렸다. 신탁을 구하는 순간만큼은 신분이나 출신과 관계없이 모두가 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사제와 여사제들은 신성한 참나무와 그 주변에서 나타나는 소리와 움직임을 살폈다. 참나무 잎의 흔들림, 나무에 깃든 새들의 움직임, 청동 솥의 울림 등이 제우스의 뜻과 연결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로 질문이 어떤 순서로 전달되고 답이 어떤 방식으로 정리되었는지는 시대마다 달랐을 가능성이 있으며, 오늘날 남은 자료만으로 모든 절차를 정확히 되살릴 수는 없다.
 
신탁을 마친 사람은 다시 산길을 내려갔다. 어떤 이는 마음속에 결정을 굳혔을 것이고, 어떤 이는 신의 뜻을 더 오래 생각했을 것이다. 도도나에서는 왕과 영웅의 거대한 운명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삶도 질문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걱정과 희망을 품고 이 산골의 성지를 찾았고, 그렇게 이어진 질문들이 도도나를 살아 있는 신탁의 장소로 만들었다.
 
제우스와 디오네의 제단 앞에서 신탁을 기다리는 가족
 
 
 

제3장. 영웅들과 함께 전해진 도도나

3.1 아르고호에 도도나의 참나무가 실리다
 
도도나의 신성한 참나무는 아르고나우타이의 모험 속으로도 들어갔다.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찾아 콜키스로 떠나게 되자 아르고스는 아테나의 도움을 받아 오십 개의 노를 갖춘 배를 만들었다. 자신의 이름을 따 아르고호라 불린 이 배의 뱃머리에는 아테나가 도도나의 신성한 참나무에서 가져온 나무 한 조각을 끼워 넣었다. 그 나무에는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황금 양털을 얻고 돌아오던 길에 그 나무가 실제로 목소리를 내는 사건이 일어났다. 메데이아가 유인한 압시르토스를 이아손이 죽인 뒤 항해를 계속하자, 배의 나무가 갑자기 인간의 목소리로 제우스의 분노를 전했다. 키르케를 찾아가 살인의 죄를 정화받지 않는다면 거센 폭풍과 끝없는 방랑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영웅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아르고호는 신의 뜻을 따라 항로를 바꾸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마침내 키르케를 찾아가 살인의 죄를 씻는 정화 의식을 치렀다. 도도나의 참나무가 전한 경고는 영웅들이 귀향의 길에서 반드시 따라야 할 신의 명령이 되었던 것이다. 신성한 참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린 채 성지를 지키면서도, 이야기 속에서는 아르고호와 함께 먼 바다를 항해했다. 제우스의 목소리를 전하던 나무는 그렇게 영웅들의 운명에도 깊이 관여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에게 제우스의 경고를 전하는 아르고호 뱃머리
 
 
3.2 아킬레우스가 도도나의 제우스에게 기도하다
 
트로이 전쟁이 한창이던 어느 날, 아킬레우스는 전투에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트로이군이 그리스군의 함선까지 밀어붙이자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전장에 나섰다.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갑옷을 친구에게 입혀 보낸 뒤 천막 안의 상자에서 제우스에게만 바치는 특별한 잔을 꺼냈다. 유황과 물로 잔을 씻고 손을 깨끗이 한 그는 포도주를 채워 들고 천막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며 술을 땅에 부었다.
 
그가 부른 신은 바로 도도나의 제우스였다. 아킬레우스는 “도도나를 다스리는 펠라스고이의 제우스”를 부르며 발을 씻지 않고 땅에서 잠자는 셀로이 사제들을 언급했다. 그는 파트로클로스가 미르미도네스군을 이끌고 트로이군을 함선에서 몰아내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싸움이 끝나면 친구가 자신의 갑옷과 동료들을 이끌고 무사히 돌아오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아킬레우스의 기도 가운데 한 부분만 이루어 주었다.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군을 밀어냈지만 너무 멀리 추격하다가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했다. 아킬레우스가 가장 간절히 바라던 귀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도나는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아킬레우스가 위기의 순간 부른 제우스의 성지였다. 오래된 신탁소의 이름은 그렇게 트로이 전쟁의 비극적인 전환점에 울려 퍼졌다.
 
천막 밖에서 포도주를 땅에 부으며 제우스에게 기도하는 아킬레우스
 
 
3.3 오디세우스가 도도나의 신탁을 말하다
 
《오디세이아》에서도 도도나는 귀향의 길을 묻는 장소로 등장한다. 오랜 방랑 끝에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아내 페넬로페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자신을 크레타 출신의 떠돌이로 꾸미고, 테스프로티아의 페이돈 왕에게 환대를 받았다고 말한다. 페이돈은 오디세우스가 살아 있으며, 도도나로 신탁을 받으러 갔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오디세우스는 도도나의 높은 참나무를 찾아가 제우스의 뜻을 듣고자 했다. 오랫동안 떠나 있던 이타카로 돌아갈 때 자신의 귀환을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할지, 아니면 아무도 모르게 숨어 들어가야 할지를 묻기 위해서였다. 페이돈은 귀향을 위한 배와 선원들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그리워하던 왕의 귀환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만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꾸며 낸 이야기였다. 실제로 그가 방랑 중 도도나를 방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도도나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제우스의 뜻을 묻는 장소로 알려져 있었음을 보여 준다. 아킬레우스가 친구의 무사 귀환을 빌었던 성지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도 오랜 방랑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갈 길을 묻는 장소로 등장했다.
 
페넬로페에게 도도나의 신탁 이야기를 들려주는 변장한 오디세우스
 
 
3.4 제우스의 성지로 오랜 세월 남다
 
오랫동안 참나무를 중심으로 이어지던 도도나는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큰 성지의 모습을 갖추었다. 처음에는 야외의 신성한 나무를 중심으로 제사와 신탁이 이루어졌지만, 기원전 4세기부터 제우스의 신전과 여러 건물이 들어섰다. 기원전 3세기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 때 시작된 대규모 건축사업은 후계자 시대까지 이어졌다. 극장과 의회 건물, 여러 신전이 들어서고 제우스를 기리는 나이아 제전도 열리면서 도도나는 더욱 번성했다.
 
그러나 번성한 성지도 전쟁을 피하지는 못했다. 기원전 219년 아이톨리아인들이 도도나를 공격해 건물들을 파괴하고 봉헌물을 약탈했다. 성지는 다시 세워졌고, 신전과 회랑이 확충되면서 한동안 번영을 되찾았다. 하지만 기원전 167년에는 로마군의 공격으로 다시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파괴와 복구가 반복되었지만 신탁과 제전의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기독교가 확산되면서 오래된 신앙은 점차 사라졌고, 신성한 참나무도 결국 베어졌다. 그러나 검은 비둘기의 전설과 셀로이와 펠레이아데스, 말하는 참나무와 영웅들의 이야기는 문헌 속에 남았다. 오늘날에도 토마로스산 아래에는 거대한 극장과 성역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람들이 바람과 나무의 소리에서 제우스의 뜻을 들으려 했던 도도나는 그렇게 신화와 역사가 함께 남은 성지로 기억되고 있다.
 
피로스 시대에 번성한 도도나의 거대한 극장과 제전의 군중
 

 
※ 출전:
• 호메로스, 《일리아스》 제16권 220~256행.
•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제14권 327행 이하, 제19권 296행 이하.
• 헤로도토스, 《역사》 제2권 52~57장.
• 아폴로도로스, 《도서관》 제1권 9.16.
•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 《아르고나우티카》 제4권.
• 스트라본, 《지리학》 제7권 단편.
• 그리스 문화부, 도도나 유적 및 성역 안내.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도도나 신탁의 납 서판」(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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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