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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품은 아름다운 사람들 21〉
삼척부사 허목(許穆)이 세운 척주동해비 파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하나는 높은 파도에 의해 바다에 빠졌다는 설과 허목의 정치 노선과 다른 당파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설이다. 두 가지 설을 조사하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사료와 동해안의 지진과 해일에 관한 국내 과학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1681년 동해안 지진(사진:나무위키)
우리나라 동해안의 지진과 관련된 논문 중에서 가장 신빙성이 있는 과학 논문은 2004년 대한지구물리학회 《물리탐사 학회지》 7권에 발표된 한국기상청 기상연구소 소속 이덕기, 양준모, 윤용훈 3명과 李裕澈(중국지진국과기위원회)이 함께 연구한 〈1681년 6월 12일, 17일, 그리고 26일 양양-삼척 근해에서 발생한 지진기록의 분석〉이다.
이 논문은 “1681년 조선왕조 숙종 7년 《승정원일기》 및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강원도 양양・삼척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기록들을 분석하여 진앙 진도 및 규모를 평가하였더. 1681년 6월 12일, 17일 3차례 지진, 그리고 26일 강원도 양양・삼척 근해에서 연달아 발생한 지진들은 6월 12일 발생한 지진이 본진이며 다른 지진들은 여진들로 추정된다 이 지진의 유감 범위는 비록 넓지만, 실제 피해는 강원도 일대에 국한되었다. 강원도 해안에 인근한 산에서 바위가 무너져 떨어졌으며, 삼척 앞바다에서 국지적 지진해일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본진의 진앙 진도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Modified Mercalli Intensity scale, MMI) 8 이상이며, 규모 6.5, 오차는 0.5 정도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했다.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君帖) 비교 사진(사진:이효웅)
조선의 화가 김홍도가 정조의 어명을 받고 1788년(정조12)에 강원도 동해안을 돌아다니며 금강사군첩(金剛四君帖)을 그렸다. 그중에 추암 기암괴석의 절리를 자세하게 묘사한 그림이 전해오는데, 김홍도가 그린 그림에 바다 속 형제봉의 기암은 부러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숙종실록》과 《삼척군지》를 토대로 추정하여 숙종(1681) 때 강진으로 10여 척이나 부러진 추암(촛대바위)은 능파대 1봉으로 추정해 논문을 발표했다.
해양탐험가 이효웅은 《조선왕조실록》에서 부러졌다고 기록된 삼척부 동쪽 능파대의 돌은 어떤 바위일까 확인하려고 카약을 타고 동해 추암(촛대바위)을 방문했다. 당시 해일은 10m가 넘어 능파대 1봉에 올라가서 부러진 바위의 흔적이 4×1.5m 규모로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홍도의 그림과 비교하면 능파대 2봉도 상층부가 소실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1888년 강진 때 붕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능파대 1봉(사진:이효웅)
강원도 설악산 계조암 인근의 거암들과 유명한 흔들바위는 1681년(숙종 7년) 발생한 리히터 규모 7.5의 ‘양양 대지진’ 당시 기록된 지진 피해 및 지형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조선왕조실록》 1681년 5월 기록에는 “강원도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설악산의 신흥사 및 계조굴(繼祖窟)의 거암이 모두 붕괴되었다.”라는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다.
지진학자들은 “신흥사로부터 북쪽으로 2.3km 떨어진 천후산 계조암 앞 소가 누운 모양의 평평한 반석(와우암) 위에 놓인 약 32t의 흔들바위 역시, 1681년 양양 대지진 당시 울산바위 부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나 낙석 과정에서 현재의 자리에 안착했거나 큰 지진의 충격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추정했다.
설악산 계조암 인근 바위(사진:이효융)
삼척부사 홍만기(洪萬紀)는 동해안에 지진과 해일이 자주 일어나자, 허목의 문하생인 봉직랑(奉直郞, 종 5품) 용안현감(龍安縣監: 익산시 용안면) 한숙(韓塾)으로부터 비문의 원본 탁본을 어렵게 구해 1709년 높이 170.5cm, 폭 76cm, 두께 23cm 비석을 다시 새겼다. 1710년(숙종 36년) 후임으로 부임한 삼척부사 박내정(朴乃貞)이 죽관도(竹串島) 동쪽 산기슭에 비각을 세우고 옮겼다. 이후 삼척시는 1969년에 현재 위치로 다시 이전하였다.
1683년 2월 10일 경북 봉화 내륙지진(사진:나무위키)
삼척부사 허목(許穆)이 처음 세운 척주동해비가 자연재해 해일로 훼손된 것을 당시 예송 문제로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당쟁 속에 끌어들여 표현한 것은 잘못된 주장이었다. 고문헌을 조사해보니 일부 학자들인 주장한 허목 삼척부사가 전근한 이후 비석이 부서질 정도의 해일이나 수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린 주장이었다.
1683년 2월 10일(조선 숙종 9년) 경상도 봉화군 일대에서는 추정 규모 M5.1, 최대 진도 VI(6) 수준의 강력한 내륙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진 중 하나로 꼽히는 1681년 양양 대지진의 주요 연쇄 지진 활동 여진 중 하나로 추정된다. 당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당일 강원도와 경상도 일대에 광범위한 지진 진동이 감지되었고, 지진이 발생한 무렵에 충청도 충원(현재의 충주) 달천 상류의 물흐름이 이틀 동안이나 끊기는 지형적 전조 및 특이한 자연 현상이 기록되었다.
삼척시 임원항 지진해일 피해(사진:기상청, 1983.5.26)
1978년 11월 말에서 12월 초까지 대한민국 동해안 전 지역에 강한 저기압과 겨울철 계절풍, 그리고 거센 풍랑이 겹치며 발생한 강력한 폭풍해일(고파랑)이 발생하여 동해안 어민들은 어선 파손, 어망 피해, 어구 피해, 해안시설물 파괴 가옥 침수가 잇달아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당했다. 1978년 12월 3일 최규하 국무총리는 동해안 지역의 해일 피해 상황을 시찰하기 위해 강릉에서부터 삼척, 경북 울진, 포항에 이르는 동해안 해일 피해 지구를 시찰하였다.
최규하 국무총리 해일 피해 시찰(사진;대한뉴스 KC 제1216호)
최규하 국무총리는 삼척의 죽서루를 방문해 해일 피해 지역을 조망한 후 피해 마을을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했다. 당시 죽서루 주변은 허허벌판이라 오십천 해일 현장이 모두 보였다. 국무 총리는 김무연 강원도지사와 김수학 경북지사에게 “정부는 해일 피해에 대한 총괄적인 대책을 조속한 시일 안에 수립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총괄적인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행정 기관은 힘닿는 대로 피해 주민들에 대한 응급 구호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라고 지시했다. 국무총리가 죽서루를 방문하고, 바닷가에서 해일 피해를 당한 선박을 둘러보는 영상이 미공개 대한뉴스 KC 제1215호, KC 제1216호에 수록되어 있다.
최규하 국무총리 해일 피해 시찰(사진;대한뉴스 KC 제1216호)
1983년 5월 26일 동해안 지진해일 때는 사망자 1명, 실종자 2명과 약 3억 7천만 원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1993년 해일 때는 약 4억 원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023년 5월 15일 강원도 동해시 북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학자들은 1707년 지진해일을 포함해, 조선왕조 500여 년 동안 지진해일은 총 138회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상균 강원도청 학예연구사는 2019년 학술지 ‘한국사연구’에 게재한 〈조선시대 해일의 발생과 대응〉 논문에서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 등 기록에 남아 있는 지진해일 발생 건수를 집계했다. 이상균 연구사는 논문에서 “동해안의 지진해일 발생 빈도는 낮지만,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최근 10년간 매년 평균 20회 이상의 해저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지난 1일처럼 국내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강진도 비교적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진해일의 최대 높이는 묵호에서 1월 1일 오후 8시 35분쯤 기록된 85㎝였다고 2일 밝혔다. 동해안 주요 지점의 지진해일 최대 높이는 강원도 남항진 28㎝, 속초 45㎝, 임원항 45㎝, 경북 후포항 66㎝ 등이다.
2023년 강원도 동해안 지진 발생 현황(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지진해일은 일본에서 발생한 지 1시간 51분 뒤인 지난 1일 오후 6시 1분쯤 동해안 남항진에서 최초 관측됐으며 이후 주변 해안으로 전파됐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이번에 동해안 지진이 발생한 곳 주변에서 과거 해양조사를 통해 역단층들이 발견된 바 있다.”라고 설명하며 문제는 이번 지진과 관련해서는 파악할 수 있는 바가 ‘역단층에서 발생했다.’ 정도 외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자리해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일본 등에 견줘 지진이 덜 발생하고, 발생해도 규모가 비교적 작아 한국은 내륙도 단층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바다 쪽은 정말 깜깜이 수준이다. 지진은 단층이 깨지거나 뒤틀리면서 지층에 축적되는 응력이 해소되는 일인데 단층 정보가 없으니 이번 지진으로서 응력이 전부 해소됐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 지진 에너지가 주변에 전파돼 응력으로 축적되면서 다른 지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곳은 동해 해저 큰 단층인 후포단층이나 울릉단층의 북쪽으로 추정된다. 두 단층은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각각 한꺼번에 붕괴하면 규모 7.0 지진까지 일으킬 수 있는 규모로 분석했다.”라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에 동해안 지진이 발생한 곳은 울릉단층 북쪽 연장선에 있다. 해안선과 나란히 발달한 울릉단층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지진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할지 등은 단층의 상태에 달렸는데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1978년 이후 동해에서 발생한 최대 지진은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7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2 지진이다. 1900~1978년 외국 지진관측망에 관측된 자료를 보면 동해에서 규모 6.0이 넘는 지진도 자주 발생했다.”라고 덧붙였다.
조창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이번 지진은 지난 2019년 해당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거의 같은 지진으로 보이며 과거 사례처럼 지진이 멈추면 가장 좋겠지만, 더 큰 지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서부의 강진 진앙 위치(자료:일본기상청)
2019년 4월 19일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은 진앙이 내륙에서 50여㎞ 떨어진 바다였고 진원의 깊이도 31㎞로 비교적 깊어서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밀려올 정도가 되려면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가 6.5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1980년 이후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닥친 적은 3회로 일본 서쪽 바다(동해 및 인근 해역)에서 규모 7.0~7.8 지진이 발생한 때였다. 1983년 5월 26일 일본 아키타현 서쪽 해역에서 지진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해 삼척 임원항에 국내 최고 해일 높이 2.00m가 내습했다. 1993년 7월 12일,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북서쪽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지진으로 인해 동해안 속초와 묵호 등에 최고 2.76m의 지진해일이 내습하여 약 4억 원의 재산피해가 나고, 러시아 해안에서도 피해가 무척 컸다. 2024년 1월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동해 묵호항에 최고 85cm의 지진해일이 약 31년 만에 다시 도달했다.
힌양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조용식 교수는 〈동해안에서 지진해일의 처오름〉 논문에서 “일반적으로 지진해일이 수심이 상대적으로 얕은 해안선 근처에 접근하면 천수효과에 의해
엄청난 높이의 처오름(run-up)과 처내림(run-down)을 발생시킨다. 지진해일의 처오름은 범람을 유발시켜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처내림은 해수면의 수위를 강하시켜 원자력발전소와 임해 화력발전소의 취수구에서 냉각수 취수를 중단시켜 이로 인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진해일에 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라고 주장한다.
1983년 삼척항 지진해일 피해(사진;이효웅)
학자들은 범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존의 지진해일 수치모형 중에서 범람모형(inundation model)을 이용하여 동해안의 주요 지점에서 1983년 아키타(Akita) 지진해일에 의한 최대처오름높이(maximum run-up height)를 계산하여 현장관측자료와 비교하며, 주요 지역에서 이동경계조건을 설정해 최대범람구역(maximum inundation zone)을 계산한다.
이효웅 해양탐험가는 동해안의 산과 바다, 동굴 등에서 촬영한 수많은 지진 증거 사진으로 삼척항 지진해일 안전타워에서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필자는 전시된 지진해일 사진을 관람한 뒤, 오후 4시경에 이사부 탐사대원 집결지인 삼척문화예술회관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정라항 횟집 거리를 통과해 큰 도로에서 택시를 기다렸으나, 한참이 지나도 오고 가는 택시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무더위도 식힐 겸 ‘옹기종기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에는 4인 테이블 2개, 2인 테이블 2개만 있는 조용한 카페였다.
삼척항 옹기종기 카페 팥빙수(사진;궁인창)
이효웅 사진가는 이 카페는 핸드드립 등 커피 향이 좋기로 삼척에서 소문난 곳이라고 소개하며 팥빙수를 주문했다. 잠시 후 사장님이 쟁반에 바쳐 내온 팥빙수의 비주얼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대단했다. 마치 두타산과 청옥산의 신비로운 자태를 옮겨놓은 것처럼 경이롭게 보였다. 팥빙수를 먹다 보니 맛이 아주 독특해 사장님에게 슬며시 팥빙수 재료를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달콤한 팥에 아몬드, 연유, 고소한 콩가루를 얹고, 적당히 식감이 살아있는 얼음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팥빙수 사이에 작은 검은깨가 보여 다시 물어보니, 사장님은 강원도에서 재배한 특산품인 흑임자를 듬뿍 넣은 것이라며 자랑스레 덧붙이며 흑임자의 효능을 설명했다. 팥빙수는 검은깨 흑임자로 인해 특유의 고소함과 담백함은 물론, 삼척의 산과 바다의 풍미까지 고스란히 살아나는 듯했다.
항구의 정취를 듬뿍 담은 전통 삼척항 팥빙수를 맛있게 먹은 뒤, 카페 사장님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다행히 5분 만에 택시가 도착해 친절하게 배려해준 ‘옹기종기 카페’ 사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삼척문화예술회관으로 향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