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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10.20. 17:41 (2026.10.20. 17:29)

스틱스 – 신들도 두려워한 명계의 강

■  
명계의 깊은 곳에 흐르는 스틱스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가르는 두려운 강이자, 신들조차 그 이름으로 한 맹세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신성한 강이다. 오케아노스의 딸인 스틱스는 티탄 전쟁 때 네 자녀를 데리고 제우스의 편에 섰고, 제우스는 그 공을 기려 스틱스의 강물을 신들의 가장 엄중한 맹세로 삼았다. 이후 헤라와 힙노스의 약속, 제우스와 세멜레의 비극, 아킬레우스의 운명에도 스틱스의 물이 등장한다.
목   차
[숨기기]
스틱스 – 신들도 두려워한 명계의 강
 
 

개요

 
명계의 깊은 곳에 흐르는 스틱스는 죽은 자들의 세계를 가르는 두려운 강이자, 신들조차 그 이름으로 한 맹세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신성한 강이다. 오케아노스의 딸인 스틱스는 티탄 전쟁 때 네 자녀를 데리고 제우스의 편에 섰고, 제우스는 그 공을 기려 스틱스의 강물을 신들의 가장 엄중한 맹세로 삼았다. 이후 헤라와 힙노스의 약속, 제우스와 세멜레의 비극, 아킬레우스의 운명에도 스틱스의 물이 등장한다.
 
 
 

제1장. 명계 깊은 곳에 흐르는 스틱스

1.1 죽은 자들의 세계를 가르는 강이 흐르다
 
태양의 빛이 닿지 않는 명계 깊은 곳에는 차갑고 두려운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땅 위의 강들이 들판을 적시고 바다로 흘러가는 동안, 스틱스는 바위와 어둠 사이로 이어져 산 자들의 세상과 멀리 떨어진 영역을 감쌌다. 그 물은 평범한 생명의 갈증을 풀어 주는 물이 아니었다. 올림포스의 신들조차 스틱스를 입에 올릴 때에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강의 이름이 그들이 지킬 수밖에 없는 맹세와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에우리디케를 찾아 명계에 왔던 오르페우스도 이 강가에 다시 섰다. 그는 아내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갈 기회를 얻었지만, 마지막 순간 뒤를 돌아본 탓에 그녀를 다시 잃고 말았다. 오르페우스는 스틱스강을 다시 건너게 해 달라고 뱃사공에게 애원했다. 그러나 카론은 그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르페우스는 이레 동안 강가에 앉아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울었다. 슬픔을 다 쏟아내도 강물은 그를 다시 건네주지 않았다.
 
그러나 스틱스가 두려운 까닭은 죽은 영혼들을 가로막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강의 이름을 빌려 약속한 신이 말을 뒤집으면, 불멸의 몸을 가졌더라도 무서운 대가를 치러야 했다. 죽음을 넘어서는 힘을 지닌 신들이 명계의 차가운 물 앞에서는 스스로를 경계했다. 이 강의 이야기는 명계의 바위틈에서 시작되지만, 곧 제우스가 다스리는 올림포스까지 이어진다.
 
스틱스강에서 카론에게 다시 건네 달라고 애원하는 오르페우스
 
 
1.2 은빛 기둥으로 둘러싸인 스틱스의 거처
 
명계의 깊은 곳에는 스틱스 여신이 다른 신들과 떨어져 머무는 거처가 있었다. 헤시오도스가 전한 그 집은 거대한 바위들로 지붕을 이룬 듯 덮여 있었고, 사방에 우뚝 솟은 은빛 기둥들이 그것을 받치고 있었다. 올림포스의 밝은 궁전과 달리 이곳에는 신들의 잔치도, 떠들썩한 발걸음도 없었다. 그 거처로 향하는 길은 차갑고 험했으며, 신들의 발길도 좀처럼 닿지 않았다. 깊은 어둠 속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렸다.
 
그 거처 가까이에는 높은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있었다. 물은 땅 아래 어두운 곳을 지나는 오케아노스의 흐름과 이어져 있었다. 온 세상을 둘러 흐르는 오케아노스의 물 가운데 한 줄기가 이곳으로 내려와 스틱스의 물이 되었다. 세상의 들판을 적시는 강물과 달리, 그 물을 찾아오는 이들은 갈증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맹세를 위해 먼 길을 건너야 했다.
 
가끔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가 올림포스에서 내려왔다. 신들 사이에 거짓말과 다툼이 생겨 제우스가 스틱스의 물을 요구할 때였다. 이리스는 외딴 거처를 지나 높은 바위 아래로 향했다. 스틱스의 차가운 물을 담아 되돌아갈 때면, 그 물은 어둠에 남지 않고 신들의 궁전에 닿았다. 명계의 깊은 곳과 하늘 위 올림포스가 서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바위와 은빛 기둥으로 둘러싸인 스틱스 여신의 거처
 
 
1.3 오케아노스의 딸이 네 자녀를 낳다
 
스틱스는 온 세상을 둘러 흐르는 거대한 강 오케아노스의 딸이었다. 오래된 신들의 시대에 태어난 그녀는 티탄의 계보에 속한 팔라스와 결합하여 네 자녀를 낳았다. 젤로스는 경쟁과 열망을, 니케는 승리를 나타냈다. 크라토스는 강한 권세를, 비아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을 나타냈다. 네 자녀의 이름에는 힘을 얻고, 지키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신들의 세계가 담겨 있었다.
 
올림포스에서 제우스가 아직 확고한 왕좌를 차지하기 전, 신들은 크로노스가 이끄는 오래된 세력과 새로운 세력으로 갈라져 있었다. 스틱스의 자녀들도 이 거센 변화에서 벗어나 있을 수 없었다. 특히 니케와 크라토스, 비아가 지닌 힘은 곧 다가올 싸움에서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얻을 터였다. 어머니 스틱스에게 그 선택은 자신뿐 아니라 네 자녀의 앞날까지 걸린 문제였다.
 
스틱스는 명계 깊은 곳에 물러나 있었지만, 신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툼에 무관심한 존재는 아니었다. 오케아노스의 거대한 물줄기가 먼 곳까지 닿듯, 신들의 전쟁이 가져올 변화도 결국 그녀에게 닿았다. 오래된 권세를 따를 것인지, 새롭게 일어나는 제우스에게 힘을 보탤 것인지 결정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스틱스가 택할 길은 훗날 명계의 강물마저 신들의 질서 안에 세우게 된다.
 
스틱스와 팔라스 곁에 모인 젤로스·니케·크라토스·비아
 
 
1.4 네 자녀와 함께 제우스를 찾아가다
 
제우스가 티탄들과 싸울 신들을 모으자 올림포스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그는 자신의 편에서 싸우는 신들의 기존 권리를 빼앗지 않고, 아직 영예를 얻지 못한 신에게도 마땅한 몫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쟁은 시작부터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크로노스와 티탄들은 오랫동안 세상을 다스려 온 강대한 존재들이었다. 신들은 제우스가 내건 약속을 들으면서도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망설였다.
 
그때 스틱스가 네 자녀를 이끌고 가장 먼저 올림포스를 찾아왔다. 그녀는 아버지 오케아노스의 조언에 따라 길을 정했다. 젤로스와 니케, 크라토스와 비아가 어머니 곁에 섰다. 경쟁과 승리, 권세와 힘을 나타내는 자녀들이었다. 스틱스는 싸움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패배한다면 자녀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지만, 그녀는 제우스의 부름에 응하기로 했다. 오래된 티탄의 혈통에 속한 여신이 새롭게 일어서는 신의 편에 선 것이다.
 
제우스는 스틱스가 누구보다 먼저 찾아왔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그녀와 자녀들을 맞아들였고, 그들이 맡을 자리를 생각했다. 스틱스가 선택한 길은 전쟁의 앞날뿐 아니라 네 자녀의 운명까지 바꿀 터였다. 훗날 올림포스에서 승리와 힘을 나타내는 신들이 제우스 곁에 서게 된 까닭도 이때의 결단에서 시작되었다.
 
네 자녀를 데리고 올림포스의 제우스를 찾아온 스틱스
 
 
 

제2장. 스틱스의 물이 신들의 맹세가 되다

2.1 제우스가 스틱스와 네 자녀에게 영예를 주다
 
스틱스가 네 자녀와 함께 자신의 편에 서자, 제우스는 그들의 공을 어떻게 기릴지 정했다. 티탄 전쟁의 승패를 알 수 없는 때에 가장 먼저 찾아온 스틱스에게는 특별한 영예가 어울렸다. 제우스는 오래된 신들의 일원이었던 스틱스가 네 자녀와 함께 자신의 편에 선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승리를 뜻하는 니케와 경쟁의 젤로스, 권세를 나타내는 크라토스와 힘을 나타내는 비아가 함께 왔다는 사실도 큰 의미가 있었다.
 
제우스는 네 자녀가 언제나 자신의 곁에 머물도록 했다. 다른 신들처럼 별도의 궁전을 짓거나 먼 곳에 거처를 정할 필요가 없었다. 제우스가 있는 곳이 곧 그들의 자리였다. 그들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제우스가 티탄들에게 승리하여 신들의 왕이 된 뒤에도 그의 곁을 지켰다. 어머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내린 선택이 자녀들에게 올림포스에서의 영예를 안겨 주었다.
 
스틱스 자신에게는 더욱 특별한 영예가 주어졌다. 제우스는 그녀의 이름과 물을 신들이 맹세할 때 가장 엄중한 증인으로 삼았다. 스틱스는 여전히 멀리 떨어진 거처를 지켰고, 명계의 물줄기도 그 자리에서 흘렀다. 그러나 올림포스의 신들은 이제 서로 약속할 때 스틱스를 떠올려야 했다. 제우스가 스틱스의 결단에 보답하면서, 명계의 강물은 신들의 세계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힘을 얻게 되었다.
 
왕좌에 앉은 제우스와 그 곁에 선 스틱스의 네 자녀
 
 
2.2 스틱스의 강물이 가장 신성한 맹세가 되다
 
스틱스가 특별한 영예를 얻은 뒤, 올림포스의 신들은 중요한 약속을 할 때마다 명계의 강을 떠올리게 되었다. 스틱스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일은 평범한 약속과 달랐다. 말한 내용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뜻을 신성한 강에 맡기는 것이었다. 신들은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 전에 자신이 약속하려는 일을 살펴야 했다. 이미 뱉은 말을 거두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맹세할 때마다 스틱스의 물을 직접 가져와야 했던 것은 아니었다. 신은 멀리 있는 강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엄중한 약속을 할 수 있었다. 훗날 헤라는 잠의 신 힙노스에게 약속의 보증으로 스틱스를 불러야 했고, 제우스 역시 세멜레 앞에서 그 이름으로 맹세하게 된다. 그들의 약속은 처음에는 짧은 말 몇 마디에 지나지 않았지만, 뒤이어 벌어질 일을 막을 수 없게 만드는 굴레가 되었다.
 
스틱스는 자신의 거처를 떠나 신들 앞에 나타날 필요가 없었다.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명계 깊은 곳에서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강물의 이름은 올림포스에서 벌어지는 다툼과 약속에 끊임없이 불려 나왔다. 때로는 맹세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실제 강물을 가져와야 했다. 그 임무가 주어지면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가 황금 병을 들고 명계로 향했다. 멀리 떨어진 강과 신들의 궁전을 이어 주는 길이 다시 열리는 것이었다.
 
스틱스의 이름을 걸고 엄숙히 맹세하는 올림포스의 신들
 
 
2.3 이리스가 황금 물병에 스틱스의 물을 담다
 
올림포스에서 신들 사이에 심한 다툼이 벌어지거나 누군가 거짓을 말했다는 의심이 생기면, 제우스는 이리스를 불렀다.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에게는 다른 사자들도 쉽게 맡지 못할 임무가 주어졌다. 명계의 먼 곳까지 내려가 스틱스의 차가운 물을 가져오는 일이었다. 이리스는 황금 물병을 들고 올림포스를 떠났다. 밝은 하늘과 바다를 지나 어둡고 험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높은 절벽 아래에서는 스틱스의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오케아노스의 물은 아홉 줄기로 땅과 바다를 둘러 흐르고, 열 번째 줄기는 바위에서 흘러나와 스틱스의 물이 되었다. 이리스는 황금 병을 내밀어 그 차가운 물을 담았다. 거센 물줄기 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하늘로 오를 때, 그녀의 손에는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맹세의 물이 들려 있었다.
 
이리스가 올림포스로 돌아오면 다투던 신들도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이제 각자는 스틱스의 물 앞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증명해야 했다. 제우스 앞에 놓인 황금 병은 단순한 물그릇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멀리 명계에서 가져온 물이 담겨 있었고, 거짓 맹세를 한 신에게는 오랜 형벌이 기다렸다. 이리스가 길고 험한 여정을 마칠 때마다 스틱스의 권위가 올림포스에 도착했다.
 
높은 절벽에서 스틱스의 물을 황금 병에 담는 이리스
 
 
2.4 거짓 맹세에 무서운 벌이 기다리다
 
스틱스의 물을 걸고 거짓으로 맹세한 신에게는 누구도 가볍게 여기지 못할 벌이 기다렸다. 불멸의 존재라고 해서 마음대로 약속을 깨뜨릴 수는 없었다.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그 신은 일 년 동안 숨도 쉬지 못하고 말을 할 수도 없는 깊은 무기력에 빠졌다.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와 음료인 넥타르도 가까이할 수 없었다. 화려한 연회와 궁전을 누리던 신에게 침묵 속에 누워 있어야 하는 시간은 끔찍한 형벌이었다.
 
일 년의 고통이 끝난다고 벌이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이어지는 아홉 해 동안 그 신은 다른 신들의 회의와 잔치에 참석할 수 없었다. 올림포스에서 함께 의논하고 기쁨을 나누는 자리를 잃은 채 홀로 지내야 했다. 열 번째 해가 되어야 다시 불멸의 신들 사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몸이 완전히 죽지 않더라도 권위와 관계를 잃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지 스틱스의 맹세는 보여 주었다.
 
그렇기에 스틱스의 물이 등장하면 신들은 자신이 내뱉을 말을 다시 살펴야 했다. 두려운 벌을 피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번 한 약속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무거웠다. 이 강물은 누구를 붙잡아 심판하는 재판관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신이 스스로 내놓은 말이 그 신의 발목을 붙잡도록 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가 세운 맹세의 질서는 이제 신들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들었다.
 
거짓 맹세의 벌로 깊은 무기력에 빠져 누워 있는 신
 
 
 

제3장. 스틱스 앞에서 바뀐 운명

3.1 헤라가 힙노스에게 스틱스로 맹세하다
 
트로이 전쟁이 한창일 때 헤라는 제우스의 눈을 피해 그리스군을 돕고 싶었다. 그녀는 잠의 신 힙노스를 찾아가 제우스를 잠들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힙노스는 선뜻 응하지 않았다. 예전에 헤라의 부탁으로 제우스를 재웠다가 그가 깨어난 뒤 큰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힙노스는 밤의 여신 닉스에게 달아나 겨우 화를 피했다. 그 일을 기억하는 그에게 제우스에게 다시 접근하는 것은 큰 위험이었다.
 
헤라는 힙노스가 오래전부터 사랑하던 카리스 파시테아를 아내로 맞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힙노스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말만 듣고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는 헤라에게 스틱스의 물을 걸고 맹세하라고 요구했다. 한 손은 땅에, 다른 손은 바다에 대고 타르타로스의 티탄들까지 증인으로 부르라는 것이었다. 헤라는 그가 요구한 대로 손을 뻗고, 티탄들을 불러 파시테아를 주겠다고 맹세했다.
 
그제야 힙노스는 헤라와 함께 안개에 몸을 감추고 이다산으로 향했다. 그는 높은 나무 위에 새의 모습으로 숨어 기다렸다. 헤라가 제우스의 마음을 사로잡자 힙노스는 그에게 잠을 내렸다. 제우스가 잠든 사이 힙노스는 포세이돈에게 그리스군을 도울 기회가 왔다고 알렸다. 힙노스가 위험을 다시 감수한 까닭은 헤라의 달콤한 약속만이 아니었다. 그 약속이 스틱스의 물을 걸고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땅과 바다에 손을 대고 힙노스 앞에서 맹세하는 헤라
 
 
3.2 제우스가 스틱스에 건 맹세를 후회하다
 
테바이의 왕녀 세멜레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그의 아이를 품고 있었다. 헤라는 질투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늙은 유모의 모습으로 세멜레를 찾아가 다정한 말투로 불안을 심었다. 그 남자가 정말 제우스인지 어떻게 믿느냐는 것이었다. 신을 사칭하는 자도 있으니, 참된 제우스라면 헤라를 만날 때처럼 찬란하고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부추겼다.
 
의심이 자란 세멜레는 제우스가 찾아오자 한 가지 소원을 들어 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무엇을 원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제우스는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스틱스강을 걸고 맹세했다. 세멜레는 요구를 꺼냈다. 헤라 앞에 나타날 때와 같은 신의 참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제우스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신의 경솔함을 깨달았다. 인간의 몸은 그 빛을 견딜 수 없었다.
 
제우스는 약속을 거둘 수 없었기에 구름과 번개를 불러 모으면서도 힘을 최대한 줄이려 애썼다. 그러나 눈부신 신의 위엄이 드러나는 순간 세멜레는 불길에 휩싸여 죽었다. 제우스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구해 자신의 넓적다리에 품었고, 그 아이는 훗날 디오니소스가 되었다. 제우스가 세멜레를 잃은 것은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스틱스에 건 맹세를 스스로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명계의 강은 신들의 왕에게 쓰라린 대가를 치르게 했다.
 
눈부신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 제우스와 쓰러지는 세멜레
 
 
3.3 프시케가 스틱스의 물을 구하러 가다
 
프시케는 잃어버린 에로스와 다시 만나기 위해 아프로디테가 내린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는 수정 병을 내밀며 높은 산의 바위틈에서 쏟아지는 스틱스의 물을 담아 오라고 명령했다. 프시케는 병을 들고 길을 떠났지만 목적지에 이르자 걸음을 멈췄다. 가파른 절벽에는 제대로 발붙일 곳도 없었다. 검고 차가운 물이 바위 사이로 쏟아지고 있었다.
 
물줄기 양옆에는 눈을 감지 않는 무서운 용들이 목을 뻗고 있었다. 물조차 침입자를 향해 돌아가라고 경고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프시케는 병을 내밀 수도, 절벽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었다. 그때 제우스의 독수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독수리는 과거 에로스의 도움을 받아 가니메데스를 제우스에게 데려간 인연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에로스가 사랑하는 프시케를 도우려는 것이었다.
 
독수리는 프시케에게 인간의 힘으로는 이 물을 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수정 병을 받아 들었다. 곧 날개를 펼쳐 위험한 용들 사이를 지나 좁은 물줄기로 날아갔다. 병에 차가운 물을 채운 뒤 프시케에게 돌아왔다. 프시케는 무사히 물을 얻었지만, 아프로디테의 시험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프시케는 물병을 꼭 쥐었다. 아직 더 어려운 시험이 남았지만, 이번만큼은 돌아갈 길이 열렸다.
 
용들이 지키는 절벽에서 수정 병에 물을 담는 제우스의 독수리
 
 
3.4 테티스가 아킬레우스를 스틱스에 담그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펠레우스와의 사이에서 아킬레우스를 낳았다. 그러나 아들의 몸에는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가 훗날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고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했다. 후대의 전승에 따르면 테티스는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스틱스강으로 향했다. 신들의 맹세를 지키게 하는 이 강물에 아들의 몸을 담그면, 무기로도 쉽게 해칠 수 없는 힘을 얻으리라고 여겼다.
 
테티스는 아킬레우스의 발목을 잡고 차가운 강물에 몸을 담갔다. 물에 잠긴 몸은 무기로도 해칠 수 없게 되었지만, 어머니가 붙잡은 곳에는 물이 닿지 않았다. 후대의 전승에서는 그 부분만이 아킬레우스의 약점이 되었다고 한다. 고대 일부 기록은 발목 부근을 가리키지만, 오늘날에는 주로 발뒤꿈치로 알려져 있다. 테티스가 아이를 물에서 들어 올렸을 때, 그의 몸은 어떤 전사보다도 강해져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아킬레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나가 수많은 적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어머니가 바랐던 완전한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파리스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전승이 전해지고, 후대에는 물에 잠기지 않은 약점이 그 죽음과 연결되었다. 테티스가 스틱스의 물에 아들을 담근 마음은 간절했지만, 강물도 인간의 죽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명계의 스틱스는 아킬레우스가 죽은 뒤에도 변함없이 흘러갔다.
 
어린 아킬레우스의 발목을 잡고 스틱스강에 담그는 테티스
 

 
 

주요 출전

- 헤시오도스, 『신통기』 383~403행, 775~806행 — 스틱스의 자녀, 티탄 전쟁에서의 선택, 스틱스 여신의 거처, 신들의 맹세와 형벌.
- 호메로스, 『일리아스』 제14권 — 헤라가 힙노스에게 스틱스의 물로 맹세하는 이야기.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제3권·제10권 — 세멜레의 비극, 오르페우스가 스틱스강을 다시 건너려다 거절당하는 이야기.
- 아풀레이우스, 『변신 이야기』(『황금 당나귀』) 제6권 — 프시케가 스틱스의 물을 구하는 이야기.
- 스타티우스, 『아킬레이스』 제1권 — 테티스와 어린 아킬레우스의 스틱스강 전승.
-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스』 제6권 — 명계의 지리와 스틱스강에 관한 참고 전승.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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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