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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품은 아름다운 사람들 24〉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포항 및 영일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9년부터 ‘포항·영일만항 국제크루즈터미널’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20년 11월에 길이 310m의 부두 1선석을 완공했으며, 이어 2023년에는 여객터미널과 대합실 공사를 마쳤고, 2027년 하반기 터미널 정상운영을 목표로 추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국제크루즈터미널은 포항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교통편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세관(Customs), 출입국관리(Immigration), 검역(Quarantine) 업무를 전담하는 CIQ 기관 상주 인력과 컨베이어벨트 장비가 상시 배치된다면, 향후 환동해 해양관광 중심지로 발전할 잠재력이 매우 높다. 현재 국제크루즈터미널은 울릉크루즈(주) 선사가 울릉도를 오가는 항로로 사용하고 있다. 인근에 포항대학교, 한동대학교,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향후 터미널 이용 승객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6년 10월 8일에는 포항·영일만항 국제크루즈터미널을 출항해 일본 후쿠오카와 나가사키를 관광하고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국제크루즈 상품이 출시되어 성공적으로 운행을 마쳤다.
두원크루즈(사진;포항시)
한편, 울릉도 사동항은 2020년 10월에 2단계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어 준공되었다. 이로써 해군부두 2선석(335m), 해경부두 1선석(175m), 여객부두(305m) 등이 대거 확충되면서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는 되었다.
필자는 지난 10여 년간 범선 코리아나에 승선해 사동항에 자주 입항하곤 했다. 사동항에 입항할 때 선석을 미리 확보하지 못해 해양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해양경찰은 공사를 지원하는 바지선에 범선을 댈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었으며, 사동항에 끝내 선석이 없을 때면 할 수 없이 저동항이나 천부로 항해하여 입항해야 했다.
해군작전사령부 잠수함 사동항 입항
사동항에는 동해 해상감시 임무를 담당하는 해군 제1함대 예하 부대인 ‘제118 해군 조기경보전대’가 상시 주둔하며 더 견고한 국방 태세를 갖추었다. 3,000톤급 대형 호위함이 접안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었다. 올해 3월과 7월 12일에는 해군작전사령부 소속 잠수함이 작전 수행능력 향상과 군수 적재 점검을 위해 사동항에 입항해 정박하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22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세계 7위 해양강국으로 성장해 해양주권을 굳건하게 수호하고 있다.
울릉옥천식품 조현덕 대표는 울릉도에서 5대째 대대로 살아온 개척민의 후손으로 울릉도 사동 두리봉(417.4m)에서 호박을 키우던 평범한 농업인이었다. 울릉도 토종 호박은 1882년 울릉도 개척 당시 육지에서 가져온 종자에서 유래되었다. 울릉도 호박엿의 유래에는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진다. 섬 개척 당시 늙은 아버지를 홀로 두고 시집갈 날을 받아놓은 한 처녀가 있었다. 어느 날 처녀 혼자 호박범벅을 끓이다가, 홀로 지낼 아버지 생각에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그만 호박범벅이 바짝 졸아붙어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이때 집 앞을 지나가던 과객이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찾아와 문을 두드려 우연히 이를 맛보고는 “아! 호박엿이군.”하고 감탄한 것이, 바로 호박엿의 시작이라고 한다.
울릉도 호박 농사(사진;서울신문 DB)
울릉도는 땅이 비옥하고 습기가 많아, 심기만 하면 20㎏ 이상이 넘는 대형 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토양과 기후가 호박 재배에 최적의 좋은 조건을 갖춰, 울릉도 토종 호박은 육지의 토종 호박들과는 달리 전분과 당도가 매우 높아 덕분에 울릉도 호박은 옛날부터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훌륭한 식자재이자 엿의 주재료로 널리 쓰여왔다.
과거 울릉도에서는 후박나무 껍질을 고아 특유의 맛과 향을 낸 엿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쳤지만, 점차 후박나무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울릉도 후박엿이 지금의 울릉도 호박엿으로 바뀌게 되었다. 울릉도 원주민들은 이 토종 호박을 ‘범벅죽’으로 만들거나 말린 후 쪄서 부족한 식량 대용으로 했다. 한때는 주민들의 주식이나 부식용으로 농가마다 대량 재배를 시작하였지만, 1970년부터 마늘 등 새로운 수익성 작물의 재배증가로 소득이 높아지면서 재배면적이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울릉도가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자, 울릉군이 호박을 특산물로 지정하고 재배를 권장하기 시작해 주민들은 가공공장을 세워 호박잼과 호박엿 등 건강식품을 개발해 관광객에게 팔았다. 특히 울릉도에서 생산한 호박은 칼슘과 비타민, 이뇨작용을 도와주는 성분이 육지의 일반 호박보다 많아 임산부의 산후조리, 야맹증 예방, 신장 및 방광 결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한방재료로도 많이 쓰이고 중앙일보에 보도되면서 호박이 최고 인기 품목으로 급성장했다. 이후 전국에 이름난 제빵 회사들이 울릉도 토종 호박을 주원료로 사용하면서 높은 가격으로 수매되기 시작했다. 이에 울릉군은 2003년에 ‘바다를 건너온 호박낭자’라는 뜻을 담아 울릉군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해호랑’을 선정했다.
조현덕 대표(사진:울릉크루즈)
농업인 조현덕은 1만 평의 밭에서 호박 농사를 지었으나, 농협에 호박을 수매하는 것으로는 생계가 어려웠다. 그는 과잉 생산되는 호박을 좀 더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판매 효율을 높일 생각에 2001년 울릉옥천식품 회사를 설립하고 호박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방부제와 색소를 하나도 넣지 않는 제품을 생산하려고 3년 동안 연구와 실험을 통해 마침내 ‘호박 젤리’와 ‘호박 빵’을 개발해냈다. 호박 젤리는 호박잼, 설탕, 물엿, 한천(우무)을 기계에 넣고 가열해 중탕하고 성형기라고 불리는 상자에 담아 식힌 후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다시 냉동건조실로 옮겨 30시간 말려 정성스럽게 포장했다. 호박 젤리로 사업 기반을 튼튼하게 할 무렵, 국내 여행문화 역시 다양하게 분화되기 시작했다.
경주 황남빵(사진:경주시)
당시 천년고도 경주의 ‘황남빵’은 지역에서 계약 재배한 붉은 팥만을 사용해 빵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조현덕 대표는 이 사례에 강한 자극을 받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려고 근로시간 단축 카드를 꺼내 들며 주5일제 근무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했다. 2004년에 주5일제 근무가 시행되며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나자, 2013년에는 ‘빵지순례’라는 새로운 장르와 신조어가 등장해 사람들은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녔다. 2016년 이후에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조현덕 대표는 이러한 흐름을 눈치채고 울릉도 청청한 곳에서 재배된 뛰어난 당도를 자랑하는 호박을 이용해 더 맛있는 호박 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빵을 만들고 싶어 대형 제빵업체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따가운 눈총만 받아 직접 개발에 매달렸다. 비록 신선하고 맛좋은 호박 빵을 개발해 성공했지만, 전국 판매망 구축이 어렵고 힘들었다.
울릉도 명물 호박(사진:울릉군)
조 대표가 울릉도 명물인 호박엿 대신 호박 빵과 호박 젤리를 선택한 것은 호박엿은 먹기가 불편하고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이었다. 호박은 오장을 편안하게 해주고, 비위의 기능을 튼튼하게 하여 입맛을 좋게 하고, 소화를 돕고, 기운을 좋아지게 하고, 산모가 출산 후에 어혈이 풀어지지 않아 반복되는 복통과 부종을 치료해 주는 효능이 있었다. 관광객은 조 대표가 만든 호박 빵을 시식하고 일반적인 빵과 달리 속이 편안하고 부드러움을 느껴 선호했다. 조 대표는 관광객들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고, 울릉도의 특산물인 호박을 이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볼거리 및 먹을거리 문화 창출에 크게 기여하였다.
KTX 동대구역 울릉도 특산품(사진:울릉크루즈)
2004년에 조현덕 대표는 경상북도 벤처 농업 육성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정부로부터 4,000만 원의 자금 및 행정 지원을 받아 공장 설치를 갖추고 2004년 8월부터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울릉도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소비가 한계가 있어 육지 시장 진출 및 유통망 구축을 새롭게 구상했다.
2005년 당시 25평의 작은 공장에서 생산된 호박 빵은 울릉도 순수 관광객을 상대로 상반기에 올린 매출액이 2억 원이었다. 이후 울릉옥천식품은 KTX 철도역 동대구역, 부산역, 대전역 등 울릉도 특산품 매점 입점에 성공했다. 점차 인지도를 높이며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경북통상주식회사를 통해 미국에 수출도 했다.
조현덕 대표는 토종 호박으로 번듯한 향토기업을 일구어냈으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짐이 있었다. 겨울철 악천후와 높은 파도 때문에 여객선이 연간 128일씩이나 빈번하게 결항해 울릉도 주민들이 고립과 생활 불편을 자주 겪는 것을 보고 잘 알고 있었다. 사업차 육지를 왕래하면서 선박의 결항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형 여객선 도입을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정부에서 사동항을 본격적으로 건설을 시작하자, 울릉군 주민들이 염원하던 안전한 전천후 해상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더욱 깊어져 갔다.
울릉도 사동항 2단계 접안시설 축조공사 완공, 2020년 10월(사진:포항해수청)
2010년 들어 울릉도 관광객이 급증하자, 울릉도의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당시 조현덕 대표는 “내가 가진 토지는 특별히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불로소득이다.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보다 내가 울릉도에 살며 얻은 혜택이니 이 재산을 울릉군 주민들에게 온전하게 돌려주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는 식품 사업을 하면서 사회 고위층이나 부와 권력,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지녀야 할 도덕적 책임과 의미인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항상 생각하며 늘 가슴에 품었다. 나아가 부자들이 그토록 많은 재산을 자기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사회에 어떻게 환원하고 기부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며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조현덕 대표는 유한양행을 설립해 가치있게 국가에 보답하고 사화에 헌신한 유일한(柳一韓, 1895~1971) 박사의 기업가 정신을 마음 깊이 따랐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이며, 개인은 단지 그 관리를 할 뿐이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라는 한국 기업사에 큰 귀감이 된 사례를 자주 생각했다. 처음부터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그대로 맡길 생각을 가졌다.
1971년 유일한 박사 유한공고 장례식(사진:조선일보, 디자이너 김윤경)
그는 농사를 지으며 힘들고 어렵게 마련한 울릉도 땅들을 처분하고 은행에서 융자를 더해 선박 구입 자금을 간신히 마련했다. 그러나 배를 운영할 해운선사를 만들어도 직접 운영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용기를 내어 국립한국해양대학교 해사대학 33기로 졸업하고 10년간 선박을 탄 경험이 있던 친형 조형기를 찾아가 상의했다. 당시 형은 독도가 바라다보이는 언덕에서 명이나물 농사를 지으며, 동생이 생산한 특산품을 동대구역 등 여러 KTX 역에서 판매하는 유통사업을 도맡아 하며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울릉도를 알리는 관광 홍보대사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울릉도 명이나물(사진:한국농정신문)
조형기 씨는 동생으로부터 뜻깊은 생각과 회사 운영 방침을 듣고 한참 머뭇거렸다. 그는 동생의 거듭되는 간곡한 부탁에 제안을 수락하고 옛날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갔다. 전국을 돌며 현역 선장과 해양 수산 분야 공무원, 선박업계의 지인들을 만나 울릉도 실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 결과 전문성과 열정을 겸비한 젊고 역동적인 활달한 인재를 신속하게 영입할 수 있었다.
조현덕 대표는 2020년 4월 21일 선박회사 설립을 위한 발기인 모임을 개최했다. 11월 1일에는 임원 및 조직을 구성하고 본사 및 지점을 개설했으며, 11월 4일에 울릉크루즈(주) 설립 등기를 마치고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다음 날인 11월 5일 사업자 선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긴급 구성하고, 11월 10일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울릉크루즈(주)는 2021년 1월 25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공모한 포항~울릉 항로의 대형 선박 카페리선 사업자 공모에 전격 참여했다. 당시 공모의 자격 조건은 총톤수 8,000톤 이상, 전장 190m 미만의 선박을 1년 이내 투입하는 조건이었다. 심사는 사업수행능력(45점, 재무건전성, 안전관리 계획, 인력투입 계획), 사업계획(55점, 선박 확보, 선박 운항 계획, 선박 계류시설 및 터미널 확보)이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사진:경북매일)
울릉크루즈(주) 조현덕 대표는 선정위원회 주관 업체 설명회에서 심사위원들을 향해 진심 어린 호소를 하였다. “이 사업은 대형 여객선 취항을 위한 단순한 수익사업이 아닙니다. 울릉도 주민들의 오랜 교통 불편을 다소라도 줄이고 생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생존사업입니다. 비록 제가 선사 경험이 부족하지만, 단순히 배를 띄우는 일보다 사람을 안전하고 소중하게 실어나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라고 자신의 확고한 철학을 전력을 다해 피력했다.
제주↔여수, 한일골드스텔라호(사진:한일익스프레스)
2021년 7월 1일, 울릉크루즈(주)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9명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카페리선 사업자 선정위원회의 평가에서 평균 8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사업자 선정 이후 조현덕 대표는 울릉도 항로에 가장 적합한 여객선을 찾기 위해 제주도, 완도, 여수 등 주요 항구를 직접 방문하여 대형 여객선을 타보고 거친 동해에 운항 적합도를 철저하게 조사하고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