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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10.30. 18:47 (2026.10.30. 18:47)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 – 하나가 된 두 사람

■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소년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열다섯 살에 고향을 떠나 세상을 여행하다가 카리아의 맑은 샘에 이른다. 샘을 지키던 님프 살마키스는 소년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는 구애를 거절한다. 살마키스는 물속에서 소년을 붙잡고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신들에게 간청한다. 신들은 두 몸을 하나로 합쳐 버리고, 변신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부모에게 간청하여 샘에 들어오는 남자들도 자신처럼 변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된 변신과 살마키스 샘의 유래를 전한다.
목   차
[숨기기]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 – 하나가 된 두 사람
 
 
 

개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소년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열다섯 살에 고향을 떠나 세상을 여행하다가 카리아의 맑은 샘에 이른다. 샘을 지키던 님프 살마키스는 소년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는 구애를 거절한다. 살마키스는 물속에서 소년을 붙잡고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신들에게 간청한다. 신들은 두 몸을 하나로 합쳐 버리고, 변신한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부모에게 간청하여 샘에 들어오는 남자들도 자신처럼 변하게 한다.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된 변신과 살마키스 샘의 유래를 전한다.
 
 
 

제1장. 아름다운 소년이 신비로운 샘에 이르다

1.1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나다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한 소년이 태어났다. 헤르메스는 신들의 뜻을 전하며 먼 길을 오가는 신이었고, 아프로디테는 신들 사이에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여신이었다. 두 신에게서 태어난 소년의 얼굴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함께 비쳤다.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누구를 닮았는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또렷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소년에게는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두 이름을 하나로 이어 만든 이름이었다. 소년을 부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의 부모가 누구인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여느 소년과 다르지 않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훗날 그의 이름과 몸이 뜻밖의 방식으로 연결되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소년은 트로이 가까이에 솟은 이다산에서 자라게 되었다. 그곳에는 숲과 골짜기, 물이 흐르는 동굴들이 있었고, 샘과 시내에 깃든 님프들이 살고 있었다. 나이아데스라고 불리는 물의 님프들은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맡아 돌보았다. 그들은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동굴 안팎을 오가며 보살폈고, 소년은 낯선 세상을 알기 전에 먼저 이다산의 물소리와 숲의 풍경에 익숙해졌다.
 
갓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바라보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
 
 
1.2 이다산의 님프들에게 길러지다
 
이다산의 동굴에서 자라는 헤르마프로디토스에게 숲과 골짜기는 매일 마주하는 세상이었다. 동굴 밖으로 나오면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쏟아졌고, 바위 곁에서는 차가운 샘물이 흘러나왔다. 물의 님프들은 소년을 돌보며 산에서 함께 지냈다. 그는 님프들을 따라 물가에 다가가기도 하고, 풀밭에 앉아 흔들리는 가지와 지나가는 구름을 바라보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자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혼자 산길을 걸을 만큼 자랐다. 어린아이의 걸음으로는 멀게만 느껴지던 숲길도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여러 골짜기가 내려다보였고, 산 아래로 이어지는 길은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는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궁금해했다. 가본 적 없는 땅과 처음 보는 강이 있다는 생각은 소년의 마음을 자꾸 산 너머로 이끌었다.
 
열다섯 살이 되자 그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이다산에는 자신을 길러 준 님프들과 익숙한 동굴이 있었지만, 그는 아직 보지 못한 세상의 풍경도 알고 싶었다. 어느 날 소년은 고향 산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누군가가 그에게 여행을 명령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곳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그를 움직였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오랫동안 머물렀던 숲과 물가를 뒤로하고, 낯선 땅으로 이어지는 길을 향해 걸어 나갈 준비를 했다.
 
이다산의 맑은 샘가에서 어린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돌보는 님프들
 
 
1.3 낯선 세상을 찾아 여행을 떠나다
 
열다섯 살의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이다산을 떠나 낯선 길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산기슭의 숲길을 따라 걸었고, 이윽고 고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골짜기와 마을들을 지나갔다. 그는 어디에 도착해야 한다는 정해진 목적지 없이 발길이 닿는 곳을 둘러보았다. 새로운 땅을 밟고 처음 보는 강물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여행길의 피로를 덜어 주었다.
 
낮에는 산과 들을 지나고, 물길을 만나면 잠시 발걸음을 늦추었다. 산비탈을 따라 흐르는 시내와 넓은 땅을 가로지르는 강은 저마다 모습이 달랐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처음 보는 풍경 앞에서 한동안 멈춰 서기도 했고, 멀리 이어지는 길을 발견하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다산에서 지내던 때에는 알지 못했던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새로운 강과 낯선 장소를 찾아가는 일에 점점 익숙해졌다.
 
여행은 소아시아 남서쪽으로 이어졌다. 소년은 뤼키아의 도시들을 지나 이웃한 카리아 지방까지 나아갔다. 그곳에도 산과 숲이 이어졌으며, 골짜기마다 물이 흘렀다. 그는 낯선 나무들과 바위 사이를 지나며 계속 길을 걸었다. 어느 날 조용한 숲길을 걷던 그는 바위와 수풀 사이에서 물소리를 들었다. 소년은 걸음을 늦추고 귀를 기울였다. 흐르는 물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자, 그는 작은 골짜기 안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다산의 숲길을 떠나 먼 산과 계곡을 향해 걷는 소년
 
 
1.4 카리아의 맑고 아름다운 샘을 발견하다
 
물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발길을 돌린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수풀 사이를 지나 작은 골짜기 안으로 들어갔다. 나무들 사이가 트이자 맑고 투명한 샘이 나타났다. 물은 바닥까지 들여다보일 만큼 깨끗했다. 흙탕물이 일어나는 곳도 없었고, 물속을 가리는 탁한 그림자도 없었다. 소년은 맑은 물빛에 이끌려 샘가로 다가가 고요한 수면을 내려다보았다.
 
샘의 가장자리에는 늪에서 자라는 갈대나 거친 사초, 뾰족한 골풀 대신 싱싱한 잔디가 둘러져 있었다. 물가의 풀은 푸르렀고, 잔잔한 수면 너머로 바닥이 선명하게 비쳤다. 소년은 풀밭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샘을 살폈다. 투명한 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고요한 주변에는 그가 걸어온 길의 소란도 들리지 않았다. 길을 재촉하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그 샘은 살마키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샘가에 서서 맑은 수면을 바라보았다. 샘은 누구든 다가가 몸을 쉬게 할 수 있을 듯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도 머물지 않는 빈 물가가 아니었다. 물과 풀밭을 가까이하며 살아가는 한 님프가 그 샘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행자는 아직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는 눈앞의 아름다운 물에 마음을 빼앗긴 채, 이곳에서 뜻밖의 만남이 시작되리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카리아의 푸른 숲에서 투명한 샘을 발견하고 바라보는 소년
 
 
 

제2장. 살마키스의 사랑과 거절

2.1 사냥보다 아름다움을 가꾸던 님프 살마키스
 
카리아의 샘에는 살마키스라는 이름의 물의 님프가 살고 있었다. 다른 님프들이 숲을 달리며 사냥할 때에도 그녀는 함께하지 않았다. 활시위를 당기는 법도, 짐승을 쫓아 빠르게 달리는 일도 익숙하지 않았다. 살마키스는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프들과 달리 샘을 떠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함께 지내는 님프들은 여러 차례 그녀를 사냥터로 불렀다. 장식한 화살통이나 창을 들고 나와 함께 사냥하자고 권했다. 그러나 살마키스는 그들의 말을 듣고도 활이나 창을 집어 들지 않았다. 대신 맑은 물에 몸을 씻고, 회양목으로 만든 빗으로 머리를 빗었다. 수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머리카락을 고쳐 놓기도 했다. 얇은 옷을 걸친 뒤에는 부드러운 나뭇잎이나 잔디 위에 누워 쉬었고, 꽃이 피면 샘가를 거닐며 한 송이씩 꺾었다.
 
어느 날도 살마키스는 평소처럼 물가에서 꽃들을 모으고 있었다. 손을 뻗어 꽃송이를 꺾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풀밭 너머에 낯선 소년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다산을 떠나 여행해 온 헤르마프로디토스였다. 살마키스는 처음 보는 소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아름다움은 그녀가 꽃을 꺾던 일마저 잊게 만들었다. 살마키스는 꽃을 쥔 채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이내 소년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지만,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샘가에서 회양목 빗으로 머리를 빗으며 물에 비친 모습을 보는 살마키스
 
 
2.2 살마키스가 소년을 보고 사랑에 빠지다
 
살마키스는 아름다운 소년을 보자 곧바로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나 서둘러 말을 걸지는 않았다. 먼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얼굴에 나타난 흥분을 가라앉힌 뒤, 자신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쳤다. 낯선 여행자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소년에게 향해 있었다. 살마키스는 마침내 꽃을 내려놓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소년의 모습을 칭찬하며 말을 건넸다. 신이라면 사랑의 신 에로스일 것이고, 인간이라면 그를 낳은 부모와 형제자매가 참으로 행복하겠다고 말했다. 젖을 먹여 길러 준 유모가 있다면 그 유모 역시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욱 행복한 사람은 소년의 아내가 될 여자일 것이라고 했다.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잠시라도 자신을 받아 달라고 청하고, 아직 정해진 사람이 없다면 자신과 결혼하자고 제안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갑작스러운 구애에 당황했다. 그는 아직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린 소년이었다. 처음 보는 님프가 자신을 칭찬하다가 결혼까지 말하자 얼굴이 붉어졌다. 살마키스는 그의 수줍은 모습을 보고 더욱 마음이 끌렸다. 햇빛을 받은 사과가 붉어지듯 소년의 뺨에도 붉은빛이 번졌다. 그러나 소년이 얼굴을 붉힌 것은 사랑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낯선 님프가 자신에게 이토록 가까이 다가오는 상황이 불편했다.
 
꽃을 든 살마키스가 아름다운 소년에게 다가가 구애하는 장면
 
 
2.3 헤르마프로디토스가 구애를 거절하다
 
살마키스는 소년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결혼을 당장 약속할 수 없다면 적어도 누이에게 하듯 입맞춤 한 번만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여전히 당황한 채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살마키스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년의 목을 끌어안으려 두 팔을 뻗었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낀 소년은 마침내 분명하게 거절의 뜻을 밝혔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자신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말했다. 계속 붙잡으려 한다면 이곳을 떠나겠다고도 했다. 그 말에는 낯선 님프와 더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살마키스는 소년의 반응에 놀랐다. 마음을 얻기는커녕 그가 샘을 떠나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소년이 원하는 대로 혼자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겠다고 말했다.
 
살마키스는 몸을 돌려 숲 쪽으로 걸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년의 뜻을 받아들이고 물러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멀리 떠나지 않았다. 나무와 덤불이 우거진 곳에 몸을 숨긴 뒤, 무릎을 굽혀 앉아 샘가를 살펴보았다. 소년에게는 자유롭게 머물러도 좋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그녀가 숲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혼자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다시 샘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가오는 살마키스를 손으로 막으며 뒤로 물러서는 소년
 
 
2.4 살마키스가 숨어 있는 사이 소년이 물에 들어가다
 
살마키스가 떠났다고 믿은 헤르마프로디토스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는 샘 가장자리의 부드러운 잔디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물가에는 거친 돌이나 날카로운 갈대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기에 좋았다. 소년은 맑은 물에 발을 넣어 보았다. 차갑고 부드러운 물이 발목을 감쌌다. 긴 여행길에서 만난 샘의 시원함은 무척 반가웠다. 그는 몇 걸음 더 걸으며 물의 감촉을 즐겼다.
 
처음에는 발과 발목만 적셨지만, 곧 온몸을 물속에 담그고 싶어졌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물가에 서서 옷을 벗어 놓았다. 샘은 바닥까지 훤히 보일 만큼 투명했고, 잔잔한 수면에는 주변의 풀과 나무가 비쳤다. 그는 조금 전의 불편했던 만남을 뒤로한 채 물속으로 들어갔다. 두 손으로 물을 가르며 헤엄치자 몸이 맑은 물결 사이로 움직였다. 투명한 물속에 비친 소년의 모습은 마치 유리 속에 놓인 상아 조각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숲속에 숨어 있던 살마키스는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소년이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자 더욱 강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처음 그를 발견했을 때보다 마음이 훨씬 격해졌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느낀 그녀는 덤불 사이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년은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며 계속 헤엄치고 있었다. 살마키스는 그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숨어 있던 곳을 뛰쳐나왔다. 이제 그녀는 소년의 거절도, 그가 떠나겠다고 했던 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투명한 샘에서 헤엄치는 소년과 숲속에 숨어 지켜보는 살마키스
 
 
 

제3장. 두 몸이 하나로 합쳐지다

3.1 살마키스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소년을 붙잡다
 
살마키스는 물속에서 헤엄치는 헤르마프로디토스를 바라보다가 더는 참지 못했다. 그녀는 소년이 자신의 것이라고 외치고는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 던졌다. 곧바로 샘에 뛰어들어 소년이 있는 곳까지 헤엄쳐 갔다. 헤르마프로디토스가 놀라 몸을 돌리는 순간, 살마키스는 두 팔을 뻗어 그를 끌어안았다. 소년은 그녀를 밀어 내려고 했지만, 살마키스는 놓아주지 않았다.
 
소년이 몸을 비틀며 빠져나가려 하자 살마키스는 더욱 세게 매달렸다. 그녀는 억지로 입을 맞추고 팔과 다리로 소년의 몸을 감쌌다. 마치 독수리에게 붙잡힌 뱀이 몸을 휘감듯, 담쟁이덩굴이 나무줄기를 감아 오르듯 매달렸다. 물속에서 먹이를 붙잡은 문어가 여러 팔로 놓아주지 않는 모습과도 같았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사방으로 몸을 돌리고 손으로 그녀를 밀쳤지만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뒤엉키자 고요하던 샘에는 물결이 일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숨을 고르며 다시 팔을 뻗었고, 살마키스는 그 팔을 피해 소년의 몸을 붙잡았다. 그녀는 저항해 보아도 자신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소년에게는 여전히 벗어나겠다는 마음뿐이었고, 살마키스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붙잡고 있겠다고 마음먹었다. 맑은 물속에서 이어지는 몸부림에도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았다. 살마키스는 소년을 끌어안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물속에서 소년을 끌어안는 살마키스와 벗어나려는 소년
 
 
3.2 신들이 살마키스의 간청을 들어주다
 
소년은 다시 한 번 살마키스의 팔을 떼어 내려 했지만, 그녀는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거듭되는 저항에도 살마키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잠시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여전히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 살마키스는 그를 붙잡은 팔에 힘을 주면서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그를 영원히 곁에 둘 수 없다고 느꼈다. 그녀는 마침내 신들의 힘을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살마키스는 마침내 하늘의 신들을 향해 간청했다. 자신과 소년이 앞으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게 해 달라는 소원이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그 말을 듣고도 저항을 멈추지 않았지만, 신들은 살마키스의 간청을 들어주었다. 얽힌 두 몸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팔과 다리로 서로를 감싸고 있던 모습은 차츰 하나의 형체로 바뀌었다. 몸을 돌려도 두 사람은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의 살과 피부는 서로 이어지고, 각각의 몸을 구별하던 경계가 사라졌다. 마치 서로 다른 나뭇가지가 한 줄기에 접붙여져 같은 껍질 아래에서 함께 자라나는 것과 같았다. 처음에는 서로를 붙잡고 몸부림치던 두 사람이었지만, 변신이 진행되자 하나의 몸만 남게 되었다. 살마키스가 신들에게 청한 것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헤르마프로디토스는 그 결합을 원하지 않았다. 샘물 속에서 벌어진 변화는 그의 저항과 상관없이 끝을 향해 나아갔다.
 
샘물 속에서 서로 얽힌 채 하나의 몸으로 합쳐지는 두 사람
 
 
3.3 두 몸이 합쳐져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다
 
변신이 끝나자 샘물 속에는 하나의 몸만 남았다. 조금 전까지 살마키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서로 붙잡고 몸부림치던 자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두 사람의 팔과 다리를 따로 구별할 수 없었다. 새롭게 생겨난 몸에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이 함께 나타났고, 어느 한쪽이라고만 부를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살마키스가 원했던 결합은 이루어졌지만, 소년의 뜻은 아니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물속에서 자신의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몸은 전보다 부드러워졌고, 손으로 살펴본 모습도 샘에 들어오기 전과 달랐다. 그는 놀라 자신의 몸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살마키스가 어딘가에서 여전히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와 자신을 나누던 경계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전과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소년은 자신이 방금 헤엄쳐 들어왔던 맑은 샘을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쉬려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한 님프를 만났고, 거절에도 놓아주지 않는 그녀 때문에 몸이 완전히 바뀌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가 입을 열자 목소리마저 이전과 다르게 흘러나왔다.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을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그는 한동안 물속에 머물며 달라진 몸과 목소리를 느끼다가, 마침내 자신을 낳은 부모에게 간청하기로 했다.
 
샘물 속에서 남녀의 특징이 합쳐진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헤르마프로디토스
 
 
3.4 헤르마프로디토스의 간청으로 샘에 저주가 내려지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두 팔을 하늘로 뻗고 아버지 헤르메스와 어머니 아프로디테를 불렀다. 그는 부모의 이름을 함께 지닌 아들로서 소원을 빌었다. 앞으로 이 샘에 남자의 몸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나올 때에는 남성의 모습을 온전히 지니지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맑은 물이 닿는 순간 그 힘이 약해지게 해 달라고도 빌었다.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는 아들의 간청을 들었다. 두 신은 그 소원을 받아들이고 살마키스의 샘에 해로운 약물을 섞었다. 물은 여전히 투명했고, 샘가의 잔디도 그대로 푸르렀다. 그러나 신들의 손길이 닿은 뒤에는 그 물에 들어오는 남자가 전과 같은 모습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아들이 빌었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뒤 살마키스의 샘은 남자의 힘을 약하게 하고 몸을 부드럽게 만든다는 물로 알려졌다. 물은 맑았지만, 그 속에는 몸을 변화시키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 까닭은 오래전 이 물가를 찾은 소년의 이야기 속에 있었다. 님프 살마키스는 그를 영원히 놓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고, 소년은 변신한 뒤 부모에게 샘의 힘을 바꾸어 달라고 청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하나가 된 사건은 살마키스의 샘에 내려진 저주의 유래가 되었다.
 
하늘의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에게 두 팔을 들어 간청하는 헤르마프로디토스
 
 

 
 

출전

 
오비디우스(Ovidius),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제4권, 274~388행.
• 제4권 274~316행: 헤르마프로디토스의 출생과 성장, 카리아의 샘과 님프 살마키스.
• 제4권 317~345행: 살마키스의 구애, 헤르마프로디토스의 거절과 살마키스의 은신.
• 제4권 346~388행: 두 몸의 결합,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변신과 샘에 내려진 저주.
 
이 이야기는 테바이의 미니아스 왕의 딸 알키토에(Alcithoë)가 자매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등장한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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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