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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신화 별전 【 가담항설의지식창고 】 2026.10.31. 17:42 (2026.10.31. 17:09)

아프로디테의 연인들 – 신과 인간을 넘나든 사랑

■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이지만, 자신도 여러 신과 인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바다의 네리테스에게 거절당하고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된 뒤 아레스와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었으며, 헤르메스·포세이돈·디오니소스와의 인연도 전해진다. 제우스의 뜻으로 인간 안키세스를 사랑해 아이네이아스를 낳고, 아도니스의 죽음 앞에서는 깊이 슬퍼하였다. 서로 다른 고대 전승에 흩어진 여신의 사랑은 만남과 배신, 탄생과 이별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이룬다.
목   차
[숨기기]
아프로디테의 연인들 – 신과 인간을 넘나든 사랑
 
 
 

개요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이지만, 자신도 여러 신과 인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바다의 네리테스에게 거절당하고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된 뒤 아레스와 비밀스러운 사랑을 나누었으며, 헤르메스·포세이돈·디오니소스와의 인연도 전해진다. 제우스의 뜻으로 인간 안키세스를 사랑해 아이네이아스를 낳고, 아도니스의 죽음 앞에서는 깊이 슬퍼하였다. 서로 다른 고대 전승에 흩어진 여신의 사랑은 만남과 배신, 탄생과 이별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이룬다.
 
 
 

제1장. 바다에서 태어난 여신이 사랑을 시작하다

1.1 바다의 거품에서 사랑의 여신이 태어나다
 
 
아득한 옛날, 크로노스가 아버지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 바다에 던지자 그 둘레로 흰 거품이 피어올랐다. 거품은 바람과 파도를 따라 흘러가다가 아름다운 여신을 품어 올렸다. 그녀가 아프로디테였다. 여신은 먼저 키테라섬 가까이로 떠밀려 갔고, 이윽고 키프로스섬의 해안에 이르렀다. 아프로디테가 물가에서 걸어 나오자 발길이 닿는 곳에 풀이 돋아났다. 바다에서 태어난 새로운 신은 그렇게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불멸의 신들 사이로 들어갔다.
 
아프로디테가 나타나자 사랑과 욕망의 힘도 세상에 널리 퍼져 나갔다. 여신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녀의 권능은 신과 인간의 마음에 사랑을 일으켰다. 오래도록 서로 모르던 이들이 서로를 그리워하기 시작했고, 굳건하던 마음도 뜻밖의 사랑 앞에서 흔들렸다. 올림포스의 신들 또한 그 힘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이면서 동시에 다른 존재들의 운명을 바꾸는 사랑의 여신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사랑의 힘을 다스린다고 해서 아프로디테 자신이 그 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마음을 빼앗기고,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 하며, 뜻을 이루지 못하면 분노하고 슬퍼하였다. 올림포스의 여러 신과 인간들이 여신의 사랑에 얽히기 전에, 바다에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청년이 있었다. 네레우스와 도리스의 아들 네리테스였다. 아프로디테의 여러 사랑 가운데 바다의 그 청년에게 향한 마음은 특별한 이별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나 키프로스 해안에 선 아프로디테
 
 
1.2 아프로디테가 네리테스를 사랑하고 이별하다
 
아프로디테가 아직 바다에서 지내던 때, 깊은 물속에는 네레우스와 도리스의 아들 네리테스가 살고 있었다. 그는 쉰 명의 네레이데스의 남동생으로, 신들과 인간들 가운데서도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전해졌다. 아프로디테는 그 청년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여신은 바닷속에서 그와 함께 지내기를 즐겼으며, 곁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네리테스에게도 바다는 부모와 누이들이 살아가는 소중한 고향이었다.
 
마침내 제우스의 뜻에 따라 아프로디테가 올림포스의 신들 가운데 들어갈 때가 되었다. 그녀는 네리테스를 홀로 남겨 두지 않으려고 함께 떠나자고 권하였다. 높은 산 위에 있는 신들의 궁전에서라면 바다에서 시작된 인연을 계속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네리테스는 올림포스의 영광보다 가족 곁에서 살아가는 일을 택하였다. 아프로디테의 거듭된 권유에도 청년은 바다에 남겠다는 뜻을 바꾸지 않았다. 전승에 따르면 네리테스에게는 날개가 돋아나는 능력까지 허락되었으나, 그는 그것마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프로디테는 사랑하는 청년이 끝내 동행을 거절하자 크게 분노하였다. 그녀는 네리테스의 아름다운 모습을 작은 바다 고둥으로 바꾸어 버렸다. 네리테스는 자신이 떠나지 않으려던 바다에 남았지만, 더는 예전의 모습으로 물결 사이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아프로디테는 그를 대신할 수행자로 에로스를 택하고 네리테스에게 허락되었던 날개를 건네주었다. 그리하여 에로스는 여신의 곁을 따르게 되었고, 네리테스는 해저 바위와 암초에 붙어 사는 아름다운 고둥의 이름으로 남았다. 아프로디테는 그를 데려가지 못한 채 올림포스로 향하였다.
 
함께 올림포스로 가자는 아프로디테를 거절하는 네리테스
 
 
1.3 아프로디테가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되다
 
 
올림포스의 신들 가운데 헤파이스토스는 불과 대장장이 기술을 다스렸다. 그는 다른 신들처럼 날렵하게 움직이지 못했지만, 쇠와 금을 다루는 솜씨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대장간에서는 신들이 쓰는 무기와 정교한 장식품이 만들어졌고, 그의 손길이 닿은 물건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뛰어난 장인은 어머니 헤라에게 버림받았던 일을 잊지 못하였다. 그는 오래도록 품어 온 원망을 갚으려고 보이지 않는 결박을 숨긴 황금 의자를 만들어 헤라에게 선물로 보냈다.
 
헤라가 의자에 앉자 몸이 단단히 묶여 일어날 수 없었다. 다른 신들은 헤파이스토스에게 결박을 풀어 달라고 청했지만, 그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마침내 디오니소스가 그를 찾아가 술을 마시게 한 뒤 올림포스로 데려왔고, 헤라는 결박에서 풀려났다. 한편 아프로디테의 혼인을 전하는 다른 이야기에서는 헤파이스토스가 제우스에게서 아름다운 여신을 아내로 맞아들였다고 한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은 이처럼 불과 쇠를 다루는 장인의 아내가 되어 올림포스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아프로디테를 위해 화려한 궁전을 지었다. 여신이 머무는 방에는 정교한 장식이 빛났고, 헤파이스토스는 이른 아침부터 대장간에 나가 쇠를 두드렸다. 아프로디테는 남편이 마련한 거처에서 지냈지만, 그녀의 마음이 늘 그에게만 머무른 것은 아니었다. 여신의 눈길은 전쟁터를 누비는 아레스에게로 향하였다. 창과 방패를 들고 돌아오는 전쟁의 신은 헤파이스토스와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마침내 두 신은 남몰래 만나기 시작했고, 헤파이스토스가 지은 궁전에는 그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생겨났다.
 
올림포스에서 혼인하는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
 
 
 

제2장. 아레스와의 사랑이 올림포스를 뒤흔들다

2.1 아프로디테가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랑에 빠지다
 
 
아레스는 전쟁터에서 앞장서는 신이었다. 창과 방패를 들고 돌진하는 그의 모습은 불꽃과 먼지, 병사들의 함성과 어울렸다. 아프로디테는 그 거칠고 강인한 신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아레스 또한 아름다운 여신을 찾았다. 그러나 아프로디테에게는 남편 헤파이스토스가 있었다. 두 신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몰래 만나기 시작하였다. 아레스가 헤파이스토스의 집을 찾을 때면 두 연인은 아무도 모르게 함께 시간을 보냈고, 비밀이 오래 이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하늘에서 온 세상을 바라보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헬리오스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았고, 헤파이스토스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아내와 전쟁의 신이 자신을 속였다는 말을 들은 헤파이스토스는 분노하였다. 그는 두 사람을 붙잡을 방법을 생각하며 자신의 대장간으로 향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장인이었던 그는 힘으로 아레스를 상대하기보다 누구도 끊을 수 없는 결박을 만드는 편을 택하였다.
 
헤파이스토스는 쇠를 두드리고 가느다란 고리를 이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정교한 그물을 만들었다. 그 줄은 얇았지만 신의 힘으로도 쉽게 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물을 아프로디테와 함께 쓰던 침상 위에 숨긴 뒤, 멀리 렘노스섬으로 떠나는 척하였다. 아레스는 헤파이스토스가 집을 비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아프로디테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리라 여겼다. 두 연인은 다시 침상에 누웠지만, 그곳에는 이미 헤파이스토스가 마련한 함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목격하는 헬리오스
 
 
2.2 헤파이스토스의 그물에 붙잡힌 두 연인이 풀려나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침상에 눕자 헤파이스토스의 보이지 않는 그물이 순식간에 두 사람을 감쌌다. 그들은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고, 아무리 힘을 써도 결박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헤파이스토스는 돌아와 올림포스의 신들을 불러 모았다. 아폴론과 헤르메스를 비롯한 신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아내와 아레스가 자신을 속였다고 외쳤다. 신들은 교묘한 그물에 감탄하며 웃었지만, 결박당한 두 연인은 얼굴을 들 수 없었다.
 
포세이돈만은 웃지 않았다. 바다의 왕은 헤파이스토스에게 아레스를 풀어 달라고 간청하였다. 헤파이스토스는 아레스가 보상을 하지 않고 달아나면 어쩌겠느냐며 거절하였다. 그러자 포세이돈은 아레스가 약속을 어길 경우 자신이 대신 배상하겠다고 보증하였다. 마침내 헤파이스토스는 그 말을 받아들이고 그물을 풀었다. 아레스는 서둘러 트라키아로 떠났고,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섬의 파포스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카리테스가 여신을 씻기고 향기로운 기름을 발라 주었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관계는 그물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두 신 사이에서 포보스와 데이모스, 하르모니아가 태어났다는 계보도 전해진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아버지 아레스의 곁에서 전쟁터에 두려움과 공포를 퍼뜨렸고, 하르모니아는 훗날 테바이의 건국자 카드모스의 아내가 되었다. 남편의 그물에 붙잡혀 신들 앞에 드러났던 아프로디테의 사랑은 이렇게 새로운 신들의 탄생으로도 이어졌다. 한편 자신을 풀어 주도록 힘써 준 포세이돈과의 인연에 관해서도 뒤에 다른 이야기가 전해졌다.
 
헤파이스토스의 그물에 함께 붙잡힌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제3장. 사랑의 여신이 여러 신과 인연을 맺다

3.1 헤르메스가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얻다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와 함께 그물에 붙잡혔을 때, 그 광경을 보던 헤르메스는 여신의 곁에 누울 수만 있다면 자신도 결박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신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헤르메스의 마음을 단순한 농담으로만 볼 수 없는 이야기가 따로 전해진다. 그는 아프로디테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구애하였으나 여신이 받아 주지 않자 깊은 실의에 빠졌다. 그 모습을 본 제우스는 아들을 가엾게 여기고 두 신이 만날 기회를 마련하려 하였다.
 
아프로디테가 아켈로오스강에서 몸을 씻고 있을 때, 제우스는 독수리 한 마리를 보냈다. 독수리는 물가에 놓인 여신의 신발을 낚아채 멀리 이집트의 아미타오니아로 날아갔고, 그곳에 있던 헤르메스에게 건네주었다. 신발을 되찾으려던 아프로디테는 독수리를 따라가 헤르메스 앞에 이르렀다. 헤르메스는 마침내 바라던 사랑을 얻었다. 그는 자신의 소원을 이루어 준 독수리에게 보답하고자 그 새를 하늘의 별자리 가운데 올려놓았다고 전한다.
 
두 신 사이에서는 헤르마프로디토스라는 아들이 태어났다는 전승도 있다. 그의 이름은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이름을 합친 것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소년으로 자라났고, 훗날 살마키스라는 샘의 요정과 얽혀 한 몸이 되는 운명을 맞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 사건은 아들의 삶에 속하는 별개의 이야기였다. 아프로디테에게 헤르메스와의 인연은 구애를 거절하던 여신이 독수리의 계략으로 그를 다시 만나게 된 일과, 두 신의 이름을 함께 지닌 자식이 태어난 일로 남았다.
 
강가에서 아프로디테의 신발을 낚아채는 제우스의 독수리
 
 
3.2 포세이돈이 아프로디테와 특별한 인연을 맺다
 
헤파이스토스의 그물에 붙잡혔던 아프로디테를 위해 나선 신은 포세이돈이었다. 그날 다른 신들이 두 연인을 보고 웃을 때, 바다의 왕은 헤파이스토스에게 그들을 풀어 달라고 거듭 청하였다. 아레스가 마땅히 치러야 할 배상을 하지 않고 달아난다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약속까지 하였다. 헤파이스토스가 그 말을 받아들이면서 아프로디테는 마침내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바다에서 태어난 여신은 뜻밖에도 바다를 다스리는 신의 중재로 곤경을 벗어난 셈이었다.
 
『오디세이아』는 두 연인이 풀려난 뒤 아레스가 트라키아로, 아프로디테가 키프로스로 떠났다고 전한다. 그러나 뒤에 붙은 고대 주석 가운데에는 그 일로 포세이돈에게 감사한 아프로디테가 그와 사랑의 관계를 맺었다는 설명도 있다. 그 뒤 두 신이 언제 어디서 만났고 어떤 말을 나누었는지까지 이어지는 자세한 이야기는 남아 있지 않다. 아프로디테가 포세이돈의 도움을 받았다는 장면과, 그 인연이 사랑으로 이어졌다는 전승이 서로 다른 기록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두 신의 인연은 로도스섬과 관련된 여신 로데의 계보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일부 전승은 로데를 포세이돈과 아프로디테의 딸이라고 부른다. 로데는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내가 되었으며, 그들의 자손은 로도스섬 여러 도시의 조상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계보에서는 로데의 어머니를 암피트리테나 할리아라고 기록한다. 아프로디테와 포세이돈의 사랑은 긴 모험담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바다의 왕이 그녀를 구해 준 사건과 로도스섬에 남은 여러 계보 속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헤파이스토스 앞에서 아레스의 배상을 보증하는 포세이돈
 
 
3.3 디오니소스와의 인연에서 프리아포스가 태어나다
 
아프로디테가 사랑의 인연을 맺었다고 전해지는 신들 가운데에는 포도주와 축제의 신 디오니소스도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포도나무를 퍼뜨리고 사람들에게 포도주를 만드는 법을 가르친 신으로, 그의 축제에는 노래와 춤이 끊이지 않았다.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아름다움을 관장했으므로 두 신의 이름은 인간의 기쁨과 즐거움 속에서 자주 함께 떠올려졌다. 고대 전승은 두 신이 만난 구체적인 장소나 구애 과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지만,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전한다.
 
그 아들은 프리아포스였다. 디오도로스는 프리아포스가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그는 포도주가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 주고 사랑의 욕망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두 신의 자식이라는 계보가 전해졌다고 설명하였다. 프리아포스는 생식과 풍요의 힘을 지닌 신으로 여겨졌으며, 농촌에서는 그의 형상을 세워 밭과 포도밭을 지키게 하였다. 사람들은 탐스러운 열매가 자라고 가축이 번성하기를 바라며 그에게 제물을 바쳤다.
 
소아시아의 람프사코스 사람들은 프리아포스를 특히 높이 숭배하였다. 그들은 그를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라고 불렀고, 다른 지역의 목장과 양봉장에서도 그의 보호를 구하였다. 포도나무가 자라는 들판과 과일이 익는 정원에는 풍요를 지키는 그의 형상이 세워졌다. 두 신의 사랑을 자세히 들려주는 전승이 많지는 않지만, 그들이 부모라고 여겨진 프리아포스는 사람들의 생활 가까이에 남았다. 포도주를 다스리는 신과 사랑의 여신의 인연은 풍요로운 수확을 바라는 사람들의 신앙 속에서 이어졌다.
 
아기 프리아포스를 바라보는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
 
 
 

제4장. 인간을 사랑한 여신이 이별의 아픔을 겪다

4.1 제우스가 아프로디테에게 인간을 사랑하게 하다
 
 
아프로디테는 신들과 인간의 마음에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즐겼다. 그녀의 힘으로 올림포스의 신들이 인간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여신들도 죽을 수밖에 없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우스는 아프로디테가 다른 신들의 사랑을 마음대로 흔드는 모습을 오래 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는 여신 자신이 인간을 사랑하게 만들기로 하였다. 그러자 아프로디테의 마음은 트로이 근처 이다산에서 가축을 돌보던 아름다운 청년 안키세스에게 향하였다.
 
안키세스는 트로이 왕가와 가까운 혈통을 지닌 인간이었다. 그는 이다산의 풀밭에서 소와 양을 돌보며 살아갔다. 아프로디테는 청년에게 사로잡히자 키프로스의 파포스로 향하여 몸을 씻고 아름답게 꾸몄다. 카리테스가 여신에게 향기로운 기름을 바르고 찬란한 옷을 입혀 주었다. 준비를 마친 아프로디테는 이다산으로 날아갔다. 그녀가 산길을 지나자 늑대와 사자 같은 짐승들조차 여신의 힘에 이끌려 짝을 찾았고, 산자락의 고요한 숲에는 생명의 움직임이 번져 갔다.
 
여신은 안키세스가 머무는 곳에 이르렀지만 자신이 신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았다. 그녀는 아름다운 인간 처녀의 모습으로 나타나 그가 쓰는 언어로 말을 건넸다. 안키세스는 눈부신 손님을 보고 여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제단을 세우고 예물을 바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자신이 신이 아니라 프리기아의 왕가에서 온 처녀이며, 헤르메스가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말하였다. 안키세스는 그녀의 말에 마음을 놓았고, 여신은 자신의 정체를 감춘 채 청년과 가까워졌다.
 
이다산에서 인간 처녀의 모습으로 안키세스에게 나타난 아프로디테
 
 
4.2 아프로디테가 안키세스를 사랑하고 아이네이아스를 낳다
 
아프로디테는 인간 처녀로 모습을 꾸민 채 안키세스와 사랑을 나누었다. 청년은 자신 앞에 있는 여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두 사람이 함께 밤을 보낸 뒤 안키세스가 잠든 사이, 아프로디테는 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여신은 몸을 아름답게 단장하고 청년을 깨웠다. 안키세스가 눈을 뜨자 조금 전까지 곁에 누워 있던 여인 대신 찬란한 빛을 지닌 신이 서 있었다. 그는 두려움에 얼굴을 가리고 자신에게 벌이 내려지지 않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아프로디테는 안키세스를 안심시켰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해치지 않을 것이며, 그가 신들의 사랑을 받는 인간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나 트로이 사람들을 다스리고, 그 후손도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여신은 아들의 이름을 아이네이아스라고 부르겠다고 밝혔다. 불멸의 자신이 인간과 사랑을 나눈 데서 겪은 쓰라린 마음과 연결된 이름이었다. 그녀는 태어날 아이를 산의 요정들에게 맡겨 기르게 한 뒤 때가 되면 아버지에게 데려오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안키세스에게 두 사람의 비밀을 함부로 밝히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아들의 어머니가 아프로디테라는 사실을 자랑한다면 제우스의 벼락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신은 말을 마치고 떠났고, 안키세스는 산 위에서 다시 홀로 남았다. 훗날 태어난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을 겪고 무너진 고향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이끌고 탈출하는 영웅이 되었다. 아프로디테가 인간에게 품은 사랑은 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영웅의 혈통을 남겼다.
 
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아들의 탄생을 예고하는 아프로디테
 
 
4.3 아프로디테가 아도니스를 사랑하고 죽음을 슬퍼하다
 
 
아프로디테는 인간 청년 아도니스의 아름다움에도 마음을 빼앗겼다. 한 전승에서 아도니스는 몰약나무로 변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아프로디테는 어린아이를 상자에 넣어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에게 맡겼지만, 페르세포네마저 아이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돌려보내지 않았다. 두 여신이 다투자 제우스는 한 해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아도니스가 한 부분은 홀로, 한 부분은 페르세포네와, 나머지는 아프로디테와 지내도록 하였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몫까지 아프로디테와 보내기를 택하였다.
 
아도니스가 빼어난 청년으로 자라자 아프로디테는 그와 함께 숲과 들판을 다녔다. 사냥을 좋아하는 아도니스는 창을 들고 짐승을 뒤쫓았지만, 여신은 그가 위험한 맹수를 만날까 두려워하였다. 그녀는 달아나는 짐승을 쫓는 것은 괜찮아도 맞서 달려드는 사나운 짐승은 피하라고 당부하였다. 그러나 아도니스는 사냥의 열기에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어느 날 아프로디테가 백조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하늘로 떠난 뒤, 사냥개들이 숲에서 거대한 멧돼지를 몰아냈다.
 
아도니스는 창을 던져 멧돼지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짐승은 곧 몸을 돌려 그를 덮쳤다. 날카로운 엄니에 찔린 청년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키프로스로 향하던 아프로디테는 멀리서 그의 신음 소리를 듣고 백조들의 방향을 돌렸다. 피에 젖은 아도니스를 내려다본 여신은 땅으로 뛰어내려 옷과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 그녀는 연인의 죽음을 해마다 기억하겠다고 말하고, 그의 피에 향기로운 신성한 즙을 뿌렸다. 그러자 붉은 꽃이 피어났지만, 그 꽃잎은 바람에 쉽게 떨어졌다. 사람들은 그 꽃을 아네모네라고 불렀다.
 
멧돼지에게 상처 입은 아도니스 곁에서 슬퍼하는 아프로디테
 
 

 
 

【출전】

1. 주요 출전
• 헤시오도스(Hesiodos), 『신통기(Theogonia)』 188~206행, 933~937행 — 아프로디테의 탄생과 아레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
• 아이리아노스(Aelianus), 『동물의 특성에 관하여(De Natura Animalium)』 제14권 제28장 — 네리테스와의 사랑, 거절, 고둥으로의 변신, 에로스의 날개.
•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Apollonios Rhodios), 『아르고나우티카(Argonautika)』 제3권 36행 이하 — 헤파이스토스와 아프로디테의 혼인 및 여신의 궁전.
• 호메로스(Homeros), 『오디세이아(Odysseia)』 제8권 266~366행 —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관계, 헤파이스토스의 그물, 포세이돈의 중재.
• 위(僞)히기누스(Pseudo-Hyginus), 『천문학(Astronomica)』 제2권 제16장 — 제우스의 독수리가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를 이어 준 이야기.
• 디오도로스(Diodoros Siculus), 『역사총서(Bibliotheca Historica)』 제4권 제6장 — 프리아포스와 헤르마프로디토스의 부모에 관한 전승.
• 『호메로스 찬가(Homeric Hymns)』 제5편 「아프로디테 찬가」 — 제우스의 개입, 안키세스와의 사랑, 아이네이아스의 탄생.
• 위(僞)아폴로도로스(Pseudo-Apollodoros), 『도서관(Bibliotheke)』 제3권 제14장 제4절 — 아도니스의 탄생, 페르세포네와의 갈등, 제우스의 판결, 멧돼지에 의한 죽음.
• 오비디우스(Ovidius),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제10권 —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사랑, 사냥, 죽음과 아네모네의 탄생.
 
2. 관련 출전
• 파우사니아스(Pausanias), 『그리스 안내기』 제1권 제20장 제3절 — 디오니소스가 헤파이스토스를 올림포스로 데려온 전승.
• 파우사니아스, 『그리스 안내기』 제9권 제31장 제2절 — 람프사코스에서 프리아포스를 디오니소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숭배한 기록.
• 핀다로스(Pindaros), 『올림피아 송가』 제7편 및 『퓌티아 송가』 제8편에 대한 고대 주석 — 로데의 계보와 아프로디테·포세이돈의 관계에 관한 전승.
 
 
 

【집필 참고】

 
이 작품은 여러 고대 문헌에 흩어진 아프로디테의 연애 전승을 하나의 주제에 따라 배열한 종합 서사이다. 장·절의 순서는 모든 연애 사건이 일어난 확정적인 연대기를 뜻하지 않는다. 주요 사건과 인물 관계는 각 전승을 따르되, 인물의 감정과 풍경 및 장면 연결은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어 보완하였다.
 
아프로디테의 계보와 혼인, 에로스의 역할, 자녀들의 부모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차이가 있다. 특히 헤시오도스는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의 탄생 무렵부터 그녀를 따랐다고 기록하지만, 아이리아노스는 에로스가 네리테스를 대신하여 그녀의 수행자로 선택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아프로디테와 포세이돈·디오니소스의 관계는 구체적인 연애 사건보다 고대 주석과 자녀의 계보를 통해 주로 확인된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전승들을 구분하여 서술하였다.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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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