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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개구리 – 태초의 물바다에서 태어난 대지
몽골의 한 창세신화에서는 태초의 세상이 끝없는 물바다였다고 전한다. 석가모니는 땅을 만들 자리를 찾다가 황금 개구리를 발견하고, 점을 쳐 그 등 위에 대지를 세우기로 한다. 화살을 맞은 개구리가 북쪽으로 돌아서자 입에서 불이, 몸 뒤쪽에서 물이 솟는다. 석가모니가 등에 뿌린 황금 모래는 대지가 되고, 화살에서는 숲과 금속이 생겨난다. 개구리가 다리나 머리를 움직일 때 지진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도 이 전승에 담겨 있다.
1.1 끝없는 물바다에 대지가 없다
아주 먼 옛날, 하늘 아래에는 물만 있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파도가 일었고, 그 물결 너머로도 다시 바다가 펼쳐졌다. 산등성이 하나 솟아 있지 않았으며, 강이 흘러갈 골짜기나 나무가 뿌리내릴 흙도 없었다. 바람이 스치면 물결이 높아졌다가 내려앉았지만, 어느 자리에도 뭍이 드러나지 않았다. 아직 세상에는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그때 석가모니가 물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이 몽골의 옛이야기에서 그는 세상에 대지를 만들 방법을 찾아 나선 존재였다. 물결 위를 지나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멀리까지 시선을 보냈으나 단단한 땅은 보이지 않았다. 대지를 만들려면 먼저 그 땅이 놓일 자리를 찾아야 했다. 석가모니는 바다를 가로질러 날아가며 물결 사이에 감추어진 무언가가 없는지 살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땅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얼마나 먼 곳까지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넓은 수면에는 잠깐씩 흰 거품이 피어났다 사라졌고, 물결은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석가모니는 몇 번이고 날아가는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던 중 저 멀리 수면을 가르며 움직이는 작은 빛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물 위에 비친 빛이라면 파도와 함께 흩어질 터였다. 하지만 그 빛은 한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었다.
태초의 물바다 위를 날며 대지를 찾는 석가모니
1.2 북쪽에서 남쪽으로 헤엄치는 황금 개구리
석가모니는 빛이 움직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물결 사이에 둥근 머리가 나타나더니 넓은 등이 떠올랐다.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개구리였다. 개구리는 앞다리로 물을 가르고 뒷다리로 몸을 밀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헤엄치고 있었다. 두 눈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매끈한 등에서는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바다에 뜻밖의 생명이 나타난 것이다.
개구리가 한 번 다리를 저으면 둥근 물결이 양옆으로 퍼졌다. 몸이 물속으로 낮아졌다가도 곧 금빛 등이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석가모니는 그 위를 따라 날았다. 개구리는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듯했다. 쉬어 갈 바위나 물 밖으로 올라설 언덕도 없었으므로, 그저 넓은 바다를 헤엄쳐 갈 뿐이었다. 물결이 출렁여도 개구리는 지나가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석가모니는 개구리의 등에 눈길을 두었다. 물은 손으로 움켜쥐어도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지만, 눈앞의 금빛 몸은 분명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바다에 떠 있으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등이었다. 석가모니는 그 등을 찬찬히 살폈다. 대지를 만들 자리를 찾아 헤매던 길에서 그는 처음으로 땅을 받쳐 줄지도 모르는 존재를 만났다. 이제 그 가능성을 알아볼 차례였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헤엄치는 황금 개구리
1.3 손가락 점이 개구리의 등을 가리키다
석가모니는 황금 개구리의 위쪽에 머물러 손가락으로 점을 쳤다. 어디에 대지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손가락을 굽히고 펴며 징조를 헤아리는 동안, 개구리는 쉬지 않고 남쪽으로 헤엄쳤다. 물살이 갈라지고 다시 합쳐지는 소리만 들렸다. 석가모니는 개구리를 내려다보았다가 손가락을 움직이며 점의 결과를 살폈다.
마침내 점괘는 개구리의 등을 가리켰다. 대지는 깊은 바다 밑에서 솟아나는 것도, 하늘에서 완성된 채 내려오는 것도 아니었다. 황금 개구리의 몸 위에 만들어질 것이었다. 석가모니는 물 위로 드러난 등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아직 한 줌의 모래도 없었지만, 점은 땅이 놓일 자리가 이미 정해졌음을 알려 주었다. 끝없는 바다에서 찾아내지 못했던 터전이 살아 있는 개구리 위에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개구리는 점괘를 알지 못한 채 계속 헤엄쳤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금빛 몸은 물결을 밀어내며 나아갔다. 석가모니는 개구리를 지나쳐 날아가지 않았다. 대신 지니고 있던 활과 화살을 꺼냈다. 화살의 끝을 살피고 활시위에 걸어 올리자, 팽팽한 줄 사이로 개구리의 동쪽 옆구리가 보였다. 석가모니는 그곳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대지를 만들기 위한 다음 사건이 시작되었다.
황금 개구리 위에서 손가락으로 점을 치는 석가모니
2.1 화살을 맞은 개구리가 북쪽으로 돌아서다
석가모니가 활시위를 깊이 당겼다. 아래에서는 황금 개구리가 물을 헤치고 있었다. 화살의 끝은 개구리의 동쪽 옆구리를 향했다. 석가모니가 손을 놓는 순간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곧 날카로운 촉이 금빛 몸에 박혔고, 화살은 반대편까지 꿰뚫고 나갔다. 바다 위로 물보라가 튀었고, 개구리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개구리는 그 충격에 방향을 바꾸었다. 남쪽으로 나아가던 머리가 북쪽을 향하면서 네 다리가 물을 세차게 저었다. 화살은 몸을 가로질러 동쪽과 서쪽으로 길게 놓였다. 동쪽 옆구리 밖에는 화살의 나무 부분이 남았고, 서쪽으로는 몸을 뚫고 나온 쇠촉이 뻗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저 바다를 헤엄치던 개구리의 몸에 이제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물건이 놓인 것이다.
석가모니는 활을 내리고 개구리를 바라보았다. 머리는 북쪽, 몸 뒤쪽은 남쪽을 향했다. 화살대가 있는 쪽은 동쪽이었고, 화살촉이 나온 쪽은 서쪽이었다. 물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네 방향이 또렷해졌다. 바로 그때 개구리가 머리를 들고 입을 크게 벌렸다. 입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대신 뜻밖의 빛이 솟구쳤다. 한 번 쏜 화살이 불러온 변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황금 개구리의 동쪽 옆구리에 화살을 쏘는 석가모니
2.2 개구리의 입에서 불이, 몸 뒤에서 물이 솟다
북쪽으로 돌아선 개구리의 입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붉고 밝은 불길이 물 위로 치솟으며 허공을 갈랐다. 주위에는 바닷물이 넘실거렸지만 개구리의 입에서 솟는 것은 물이 아니었다. 석가모니는 눈앞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입가를 밝히던 불꽃이 차츰 길게 뻗어 나가더니 개구리의 머리가 향한 북쪽에 불의 자리를 드러냈다.
동시에 개구리의 몸 뒤쪽에서는 물이 세차게 쏟아졌다. 잔잔하던 수면에 새로운 물줄기가 부딪치며 흰 거품을 일으켰다. 물은 몸 뒤쪽, 곧 남쪽으로 퍼져 나갔다. 입에서 나온 불과 뒤에서 솟은 물은 같은 몸에서 시작되었으나 서로 반대편으로 향했다. 개구리가 북쪽으로 돌아서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활 한 발을 맞은 뒤 개구리의 앞과 뒤에서 서로 다른 힘이 나타났다.
석가모니는 북쪽의 불길을 보고 남쪽의 물줄기를 내려다보았다. 개구리의 머리와 몸 뒤쪽이 서로 다른 것을 내보내면서 세상에 두 방향의 성질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사이에 놓일 대지는 아직 없었다. 황금 개구리의 등은 물에 젖은 채 드러나 있을 뿐이었다. 석가모니는 점괘가 가리킨 그 등을 기억했다. 이제 황금 모래를 집어 들었다. 물바다에 땅을 만드는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입에서 불을 뿜고 몸 뒤로 물을 쏟는 황금 개구리
2.3 황금 모래가 개구리의 등에서 대지가 되다
석가모니는 황금 모래를 황금 개구리의 등 위에 뿌렸다. 작은 모래알들이 반짝이며 떨어져 둥근 등에 닿았다. 파도에 휩쓸려 사라질 것처럼 보였으나 모래는 물속으로 흩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모이고 단단해지면서 놀랍게도 땅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작고 반짝이던 모래알들이 하나의 넓은 대지를 이루었고, 처음으로 바닷물 위에 단단한 뭍이 펼쳐졌다. 석가모니가 찾아 헤매던 땅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석가모니가 내려다보는 사이 땅은 넓게 펼쳐졌다. 한쪽에서는 바다가 밀려나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 생긴 뭍의 가장자리가 뚜렷해졌다. 물결은 땅 둘레를 적실 뿐 그 위를 모두 덮지 못했다. 황금 모래는 더 이상 손가락 사이로 흩어질 가벼운 알갱이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앞으로 산과 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땅이 생겼다.
그 땅은 바다 밑에서 밀려 올라온 것이 아니었다. 황금 개구리의 등 위에 얹혀 있었다. 개구리는 물속에 몸을 담근 채 새로 생긴 대지를 받쳤다. 석가모니는 땅을 바라보다가 개구리의 옆구리를 지나간 화살을 보았다. 북쪽의 불과 남쪽의 물, 가운데에 생긴 흙은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동쪽에 남은 화살대와 서쪽으로 뻗은 화살촉에도 변화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황금 개구리의 등에 황금 모래를 뿌리는 석가모니
제3장 개구리의 몸에 세상의 요소가 자리 잡다
3.1 동쪽의 화살대가 숲이 되다
개구리의 동쪽 옆구리 밖으로 튀어나온 화살대가 숲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무로 된 화살대에서 가느다란 줄기가 돋아나더니 여러 갈래로 가지가 뻗었다. 작은 잎들이 가지마다 펼쳐지고, 줄기들은 점점 굵어지며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처음에는 한 그루처럼 보이던 나무가 여러 그루로 늘어나 마침내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새로 만들어진 대지의 동쪽에 전에 없던 초록빛이 번져 나갔다.
새로 자란 나무들은 저마다 다른 높이로 솟아 있었고, 굵은 줄기와 가는 가지가 서로 얽혔다. 그늘이 지고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그곳은 활에서 날아온 화살의 일부가 놓인 자리였지만, 이제는 수많은 나무가 모인 곳이었다. 석가모니는 나무로 만든 화살대가 나무로 가득한 숲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날아가는 데 쓰였던 물건이 새로운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
동쪽의 숲이 모습을 갖추자 대지는 훨씬 넓고 다채롭게 보였다. 흙 위에는 줄기와 가지가 솟았고, 그 사이로 바닷바람이 지나갔다. 그러나 개구리의 몸을 관통한 화살은 나무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반대편 서쪽으로 나온 끝에는 단단한 쇠촉이 있었다. 석가모니가 그쪽으로 눈을 돌렸을 때, 쇠촉 역시 이전의 모습에 머무르지 않고 있었다. 동쪽에 숲이 생겼듯 서쪽에서도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있었다.
동쪽 화살대에서 나무가 자라 울창해지는 숲
3.2 서쪽의 화살촉에서 금속이 생겨나다
서쪽으로 뻗어 나온 화살촉은 쇠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쪽의 나무 부분이 숲으로 변한 뒤, 이번에는 화살촉이 있는 서쪽에 금속의 성질이 나타났다. 차갑고 단단한 쇠의 기운이 그곳을 채웠다. 뾰족한 촉 하나였던 것이 서쪽을 특징짓는 요소가 된 것이다. 석가모니는 개구리의 몸 양쪽을 번갈아 보았다. 같은 화살에서 동쪽의 나무와 서쪽의 금속이 각각 생겨났다.
이제 개구리를 중심으로 세상의 다섯 요소가 모두 드러났다. 북쪽에는 입에서 나온 불이, 남쪽에는 몸 뒤에서 쏟아진 물이 있었다. 동쪽에는 화살대에서 생긴 나무가, 서쪽에는 화살촉에서 비롯된 금속이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석가모니가 뿌린 황금 모래가 흙이 되어 펼쳐졌다. 태초에 물로만 덮여 있던 세상은 이제 다섯 요소가 저마다 자리를 잡은 세계로 바뀌었다.
석가모니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황금 개구리는 그 모든 요소의 한가운데 있었다. 개구리의 몸과 그 몸을 가로지른 화살에서 세상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생겨났고, 등에 뿌린 황금 모래는 대지가 되었다. 각각의 요소가 나온 곳은 달랐지만 모두 개구리의 몸에서 비롯되거나 그 위에 놓였다. 석가모니가 바다에서 발견한 황금빛 존재는 이제 새로 태어난 세계를 품고 있었다.
서쪽 화살촉에서 생겨나는 금속과 다섯 요소의 완성
3.3 황금 개구리가 움직일 때 대지가 흔들리다
대지가 완성된 뒤에도 황금 개구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금빛 등 위에는 석가모니가 만든 땅이 펼쳐졌고, 그 둘레에는 물이 출렁였다. 동쪽에는 숲이, 서쪽에는 금속의 자리가 있었으며 북쪽과 남쪽에도 서로 다른 힘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받치는 것은 여전히 살아 있는 개구리의 몸이었다. 개구리는 바다 속에 네 다리를 드리우고 새로 생긴 세계를 등에 지고 있었다.
황금 개구리가 물속에서 다리를 움직이자 그 등에 놓인 대지가 크게 흔들렸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땅이 갑자기 요동쳤고, 그 위에 펼쳐진 모든 것이 함께 흔들렸다. 개구리가 움직임을 멈추자 대지도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나 개구리가 머리를 흔들면 땅은 또다시 떨렸다. 개구리에게는 작은 몸짓일지라도 등에 놓인 넓은 세계에는 거대한 진동이 되었다. 땅이 아무리 단단해 보여도 그 아래에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황금 개구리가 있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땅이 흔들리는 일을 겪을 때마다 그 까닭을 이야기했다. 태초에 석가모니가 황금 개구리를 발견하고, 화살을 쏘고, 그 등에 황금 모래를 뿌려 대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개구리가 다리를 움직이거나 머리를 흔들면 그 위에 놓인 세상도 함께 흔들린다고 전했다. 산과 들이 아무리 넓어져도 대지 아래의 황금빛 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황금 개구리는 세상을 떠받치는 존재로 이야기 속에 남았다.
황금 개구리의 움직임으로 크게 흔들리는 대지
• Nassen-Bayer · Kevin Stuart, 「Mongol Creation Stories: Man, Mongol Tribes, the Natural World, and Mongol Deities」, Asian Folklore Studies, Vol. 51, No. 2 (1992), pp. 323~334. 황금 개구리 창세신화는 327~328쪽에 수록되어 있다. • Sečen, 「Mongyol sidatu üliger-yin ulamjilaγdal-yin γurban jam」(몽골 신화가 전승된 세 가지 방식), Öbör Mongγol-un Baγsi-yin Yeke Surγaγuli-yin Erdem Sinjilegen-ü Setgül, 제1호 (1987), 116~131쪽. 황금 개구리 이야기는 119쪽.
집필 참고: 이 이야기는 내몽골 지역에서 전해진 창세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석가모니의 대지 창조, 황금 개구리의 발견, 손가락 점, 활쏘기, 황금 모래와 다섯 요소의 생성, 지진의 기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간략한 전승을 3장 9절로 확장하면서 행동과 풍경을 서사적으로 묘사했으며, 다른 창세신화의 사건은 섞지 않았다. 석가모니가 창조자로 등장하는 것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이 지역 민간 전승의 특징으로, 일반적인 불교 교리와는 구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