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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하랑고이(Khan Kharangui) – 하늘과 땅에 맞선 영웅
한 하랑고이(Khan Kharangui)는 몽골의 영웅서사시 『사내대장부 한 하랑고이』의 주인공이다. 하늘과 땅에 겨룰 힘을 지닌 그는 신부 톨리 고아를 찾아 떠나 하늘의 아들 에르헴 하르를 이긴다. 그러나 귀향길에는 용과 망구스의 공격, 신부 납치와 마법의 저주가 기다린다. 동생 울라다이 메르겐과 동료, 두 여인의 지혜, 다음 세대 아이의 도움으로 시련을 이겨 낸 영웅은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과 나라를 지켜 낸다.
1.1 하늘과 땅에 맞서 한 하랑고이가 태어나다
아주 먼 옛날, 디팡카라불의 시대가 저물고 석가모니불의 시대가 시작되던 무렵, 아이한 토호이라는 넓은 땅에 미탈 우게이 왕과 툰헤 고아 왕비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는 한 하랑고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땅과 힘을 겨루고 하늘의 신들과 맞설 수 있다고 전해지는 비범한 아이였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이미 그의 이름은 먼 나라까지 알려졌다. 힘센 장사도 그를 이기지 못했고, 날카로운 화살도 그의 몸을 뚫지 못했다.
하랑고이의 나라는 알타이와 항가이의 산줄기 아래 넓게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말 떼가 초원을 뒤덮었고, 산에는 사슴과 검은 담비가 뛰놀았다. 그에게는 사냥할 때 타는 검은 말과 마을을 돌아볼 때 타는 말이 따로 있었지만, 가장 아끼는 것은 갈기가 아름다운 적갈색 명마였다. 그 말은 쇠처럼 단단한 발굽을 지녔고, 주인이 위험에 빠지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길을 찾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날 하랑고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앞에 나아가 자신과 힘을 겨룰 상대를 찾아 먼 세상으로 떠나겠다고 말했다. 왕은 아직 젊은 아들이 강대한 적을 만나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만류했다. 그러나 하랑고이는 자신의 활과 검을 챙겨 적갈색 명마에 올라탔다. 검은 말 두 마리에는 무기와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실었다. 그는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말을 몰았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산과 숲 사이에 이르러 잠시 머물 곳을 마련했다. 이제 영웅의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적갈색 명마에 올라 활과 검을 갖추고 길을 떠나는 한 하랑고이
1.2 톨리 고아가 하랑고이에게 혼인 소식을 전하다
하랑고이가 먼 산에서 사냥하며 지내는 동안, 동쪽의 아기 부랄 왕국에서는 아름다운 톨리 고아를 둘러싼 혼인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톨리 고아는 마른 나무에 다시 열매를 맺게 하고, 물이 마른 땅에서 샘을 솟게 할 수 있는 신비로운 여인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퍼지는 빛은 어둠을 물리쳐 사람들이 새벽이 온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하늘의 아들 에르헴 하르는 여러 해 동안 그녀를 아내로 맞으려 했지만, 톨리 고아에게는 이미 마음에 정한 영웅이 있었다.
톨리 고아는 자신과 인연이 닿을 사람이 한 하랑고이임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낙타를 돌보는 늙은 목동을 불러 하랑고이에게 소식을 전하도록 했다. 노인에게 바람보다 빠른 낙타와 먼길에서 먹을 음식을 마련해 주고, 하늘의 아들 에르헴 하르가 곧 자신과 혼인하려 한다고 알려 주었다. 노인은 수많은 산과 강을 넘어 하랑고이가 머무는 곳에 도착했다. 멀리서 하늘 높이 빛나는 궁전과 그 앞에 서 있는 적갈색 명마를 발견했다.
노인은 하랑고이가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하늘의 아들이 그의 신부를 데려가려 하는데도 어찌 태연히 앉아 있느냐는 말이었다. 그러고는 말을 마치자마자 낙타를 몰아 달아났다. 놀라 일어난 하랑고이는 주위를 살폈지만 노인은 이미 먼지처럼 작아져 있었다. 그는 노인이 전한 이름과 혼인 날짜를 마음에 새기고 곧 무기와 말을 준비했다. 적갈색 명마가 달리기 시작하자 알타이의 산들이 흔들리고 넓은 초원이 진동했다. 하랑고이는 톨리 고아를 만나기 위해 아기 부랄 왕의 나라로 길을 재촉했다.
높은 산에서 하랑고이에게 혼인 소식을 전하는 늙은 낙타 목동
1.3 어린 동생과 함께 열다섯 머리의 망구스를 물리치다
하랑고이가 떠나자 고향의 왕과 왕비는 땅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큰아들이 강대한 적을 찾아갔음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은 세 살 난 어린 아들 울라다이 메르겐을 불러 형을 도우러 가라고 했다. 아이는 아버지가 타던 커다란 회색 말에 올라타고 젖이 담긴 그릇을 챙겨 초원으로 달렸다. 얼마 뒤 앞길을 가로막은 어린 기수를 본 하랑고이가 창을 겨누었다. 그러나 아이가 자신은 형을 따라온 동생이라고 밝히자, 그는 창을 내리고 동생을 품에 안았다.
두 형제는 함께 말을 달렸다. 어린 동생은 형의 검은 말에 올라탔고, 하랑고이는 적갈색 명마를 타고 앞장섰다. 그런데 먼길을 달리던 중 땅속에서 열다섯 개의 머리를 가진 검은 망구스가 튀어나왔다. 괴물은 순식간에 울라다이 메르겐을 말과 함께 삼키고 먼 나라로 달아났다. 하랑고이는 명마를 몰아 괴물을 뒤쫓았다. 세상을 두 번이나 돌아 세 번째로 추격하던 끝에 괴물을 따라잡아 열다섯 머리를 모조리 뽑아 버렸다.
하랑고이가 검으로 괴물의 배를 가르자 동생과 말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잡혀 온 사람들까지 쏟아져 나왔다. 자유를 되찾은 사람들은 그에게 감사하며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랑고이는 동생과 다시 길을 떠났고, 두 사람은 마침내 아기 부랄 왕의 나라에 가까워졌다. 그들은 정체를 감추기 위해 허름한 옷을 입은 대머리 청년 두 명으로 모습을 바꾸고, 훌륭한 말들도 볼품없는 망아지처럼 변하게 했다. 왕궁 가까이 다가온 두 형제는 자신들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며 천천히 걸어갔다.
열다섯 머리의 검은 망구스를 물리치고 동생을 구하는 하랑고이
2.1 변장한 하랑고이가 왕궁의 장사와 맞서다
두 형제는 먼저 낙타를 돌보는 노인의 집에 들렀다. 허름한 차림의 낯선 청년들을 본 노인은 그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내주었다. 하랑고이는 밤이 깊어지자 아기 부랄 왕의 딸과 하늘의 아들에 관해 물었다. 노인은 톨리 고아가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을 만큼 신비한 힘을 지녔으며, 그 얼굴이 햇빛처럼 빛난다고 말했다. 이튿날 두 형제는 왕궁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에서는 혼인 시합을 준비하느라 사람들이 넓은 마당을 정리하고 있었다.
두 형제는 일부러 경기장에 흙먼지를 뿌리며 소란을 피웠다. 궁전의 장사 아르가이 부헤와 샤르가이 부헤가 그들을 쫓아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아르가이 부헤가 커다란 나무를 뽑아 하랑고이의 목을 내리쳤으나 나무만 산산조각이 났다. 왕은 두 청년의 소식을 듣고 천하의 장사 나란 사란 툴라이를 불러들였다.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한 장사는 허름한 청년을 가볍게 여겼으나, 막상 씨름을 시작하자 그를 쉽게 쓰러뜨릴 수 없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싸움 끝에 하랑고이는 온몸의 힘을 일으켜 나란 사란 툴라이를 땅에 내동댕이쳤다. 패배한 장사는 죽음을 각오했지만, 하랑고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며 함께 형제가 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패배하면 목숨을 끊겠다고 맹세한 장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검을 들어 목숨을 끊었다. 하랑고이는 동생과 함께 그의 유해를 화장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당당하게 왕궁에 들어서자 아기 부랄 왕은 마침내 하랑고이와 에르헴 하르가 세 가지 시합으로 혼인을 결정하도록 했다.
변장한 하랑고이가 거대한 장사 나란 사란 툴라이를 메치는 씨름판
2.2 한 하랑고이가 하늘의 아들과 활쏘기로 겨루다
아기 부랄 왕은 하늘의 아들 에르헴 하르와 한 하랑고이에게 경마와 씨름, 활쏘기로 승부를 겨루게 했다. 에르헴 하르는 아홉 달이나 걸리는 먼 거리에서 활을 쏘자고 했지만, 하랑고이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며 훨씬 먼 곳을 정했다. 표적에는 양만 한 흰 돌과 황소만 한 검은 돌, 수십 수레에 가득 실은 땔나무를 놓았다. 그 뒤에는 작은 뼈와 가느다란 풀줄기, 황금 바늘까지 세웠다. 마지막으로 그 너머의 단단한 바위산을 꿰뚫어야 한다고 했다.
에르헴 하르가 먼저 활을 들었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힘껏 활시위를 당기다가 해가 붉게 물들 무렵 화살을 놓았다. 화살은 불꽃을 일으키며 날아가 흰 돌과 검은 돌을 지나 땔나무 더미에 박혔다. 이번에는 하랑고이의 차례였다. 그는 천 마리 코끼리의 힘에 비길 만큼 강한 활을 들어 올렸다. 날아간 화살은 돌들을 부수고 땔나무를 산산이 흩뜨렸으며, 풀줄기와 황금 바늘을 지나 커다란 바위산까지 뚫었다.
화살의 힘이 너무 강해 멀리 떨어진 마을에 불길이 번졌다. 하랑고이의 동생 울라다이 메르겐은 곧장 말을 몰아 달려가 불을 끄고, 황금 올가미로 화살을 붙잡아 돌아왔다. 사람들은 하랑고이의 활솜씨에 놀라 말을 잃었다. 에르헴 하르도 첫 번째 승부에서 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경마와 씨름이 남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늘의 신들이 기르는 말과 장사들을 데려오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고 믿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에르헴 하르 앞에서 거대한 활로 바위산을 꿰뚫는 하랑고이
2.3 명마와 장사들의 겨룸에서 이기고 두 형제가 혼인하다
에르헴 하르는 서른세 천신에게서 바람보다 빠른 말들을 얻어 왔다. 하랑고이도 자신의 검은 말과 톨리 고아가 내준 말을 경주에 내보냈고, 적갈색 명마는 울라다이 메르겐과 함께 출발했다. 말들이 고향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동생은 형의 당부를 잊고 뒤를 돌아보았다. 고향 산천과 부모가 그리워 정신을 잃고 말에서 떨어졌다. 명마는 멈춰 서서 그를 깨웠다. 다른 말들이 아득히 앞서 나갔지만 명마는 다시 달려 마침내 모두를 추월하고 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착했다.
경마에서 패한 에르헴 하르는 하늘로 올라가 힘센 장사들을 불러왔다. 그러나 하랑고이는 다르한 하르와 호그 하르를 차례로 땅에 내던졌다. 마지막으로 스물다섯 머리를 가진 붉은 망구스가 나타나 그를 기절시키고 궁전과 함께 하늘로 끌고 갔다. 정신을 차린 하랑고이는 괴물의 머리를 붙잡아 땅 아래로 던져 버리고 돌아왔다. 에르헴 하르는 더는 맞설 상대가 없음을 깨달았다. 세 시합에서 모두 이긴 하랑고이의 승리가 마침내 확정되었다.
아기 부랄 왕은 큰 잔치를 열고 혼인을 허락했다. 한 하랑고이는 톨리 고아를 아내로 맞았으며, 동생 울라다이 메르겐은 톨리 고아의 여동생 우일렌 솔롱고와 혼인했다. 궁전에서는 여러 날 동안 음식과 술이 넘쳐났고, 우일렌 솔롱고가 현악기를 연주하자 사람들은 아름다운 가락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두 형제가 먼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날이 다가왔다. 하랑고이는 왕과 왕비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고 아내와 동생, 가축 떼와 많은 사람을 이끌고 긴 귀향길에 올랐다.
어린 울라다이 메르겐을 태우고 경마에서 승리하는 적갈색 명마
3.1 톨리 고아의 예언으로 용들의 습격을 물리치다
한 하랑고이 일행은 궁전을 해체해 수많은 흰 낙타에 싣고 고향으로 향했다. 톨리 고아는 지나간 열두 해의 재앙을 알고 앞으로 열두 해 동안 일어날 위험도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남편에게 가까운 언덕에 올라가 주변을 살피라고 권했다. 하랑고이와 울라다이 메르겐이 언덕에 오르자 동북쪽에서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라는 장사가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그는 황금빛 말벌로 변해 하랑고이의 몸속으로 들어가 공격하려 했지만, 영웅의 몸이 단단하여 상처를 낼 수 없었다.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는 자신이 하랑고이를 이길 수 없음을 깨닫자 병사들을 돌려보내고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두 형제에게 자신도 함께 싸우는 형제가 되고 싶다고 청했다. 하랑고이는 그의 청을 받아들였고, 세 사람은 서로를 돕겠다고 맹세했다.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는 고향의 부모를 만나러 잠시 떠나면서, 위험이 생기면 반드시 돌아와 돕겠다고 약속했다. 두 형제가 다시 귀향길에 올랐을 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검은 바람과 폭우가 몰아쳤다. 천둥이 울리는 가운데 서로 다른 빛깔의 용 다섯 마리가 나타나 번개처럼 빛나는 수백 개의 화살을 쏟아부었다.
하랑고이는 신비한 흰 올가미를 던져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살들을 한데 묶었다. 이어 용 다섯 마리를 붙잡아 한 마리씩 목을 꺾어 쓰러뜨렸다. 용들이 힘을 잃자 검은 구름은 걷히고 폭우도 멈추었다. 무섭게 흔들리던 땅이 다시 고요해지자 그는 적갈색 명마에 올라타고 일행에게 돌아갔다. 톨리 고아와 우일렌 솔롱고는 용들을 물리치고 돌아온 하랑고이를 맞이했다. 그러나 귀향길은 여전히 멀었다. 하늘의 적들은 그들이 고향에 닿기 전에 또 다른 강대한 장사를 보내고 있었다.
하늘에서 공격하는 다섯 용의 화살을 흰 올가미로 붙잡는 하랑고이
3.2 한 하랑고이가 검은 장사 하탄 첸겔을 쓰러뜨리다
일행이 물과 풀이 풍부한 곳에 머물던 어느 날, 톨리 고아는 다시 하랑고이에게 먼 언덕으로 나가 보라고 말했다. 그때 서남쪽에서 검은 장사 하탄 첸겔이 나타났다. 그는 산처럼 거대한 검은 말을 타고 수많은 병사와 장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적들은 세 겹으로 진을 쳐 하랑고이와 울라다이 메르겐을 포위했다. 두 형제는 칼을 뽑아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곧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까지 달려와 세 사람이 함께 싸우자 들판에는 화살과 창이 끊임없이 오갔다.
며칠 동안 격전이 이어진 끝에 하랑고이와 하탄 첸겔이 마주 섰다. 하탄 첸겔이 먼저 활을 쏘았으나 화살은 하랑고이의 몸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하랑고이가 쏜 화살도 상대를 뚫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검으로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자 무기를 내려놓고 씨름을 시작했다. 산과 계곡을 오가며 오랫동안 힘을 겨루는 동안 하탄 첸겔은 황금빛 진드기와 굶주린 진드기로 변해 하랑고이를 앞뒤에서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적갈색 명마가 큰소리로 울어 주인을 일깨웠다.
하랑고이는 온몸의 힘을 모아 하탄 첸겔을 붙잡아 항가이 산 아래로 내던졌다. 쓰러진 장사는 여러 나라의 영웅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았다고 고백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자신을 끝내 달라고 요구했다. 하랑고이는 검으로 그의 목숨을 끊고 유해를 불태워 재를 바람에 흩었다. 두 동료와 함께 일행에게 돌아온 그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도 부모를 만나러 고향으로 돌아가며, 위험이 닥치면 다시 돕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하늘의 신들은 하랑고이를 쓰러뜨릴 새로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검은 장사 하탄 첸겔을 항가이 산 아래로 내던지는 하랑고이
3.3 아흔다섯 머리의 검은 망구스를 물리치고 동료들을 되살리다
하늘의 신들은 한 하랑고이를 쓰러뜨리기 위해 여러 세력에 도움을 청했다. 에를리크 노문 칸과 다른 강대한 존재들은 그를 이길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아흔다섯 개의 머리를 가진 검은 망구스는 도전에 응했다. 망구스는 동생 하브신 하라 부르구드와 거대한 군대를 이끌고 하늘길을 내려왔다. 하랑고이와 울라다이 메르겐이 적군에 맞서 싸우자,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도 약속대로 달려와 전투에 합류했다. 그러나 적의 화살은 무서웠다. 부르구드가 쏜 화살에 울라다이와 히르기스가 차례로 쓰러졌다.
동료들이 쓰러진 모습을 본 하랑고이는 분노하여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부르구드를 쓰러뜨린 뒤 검은 망구스와 싸웠지만 아무리 강한 활과 검을 써도 괴물은 죽지 않았다. 그때 적갈색 명마가 괴물의 비밀을 알려 주었다. 망구스의 목숨은 그의 말 콧구멍에서 나타나는 금빛 뱀과 은빛 뱀에 숨어 있었다. 하랑고이는 일부러 물러나는 척하다가 말의 콧구멍에서 뱀들이 나타나는 순간 활을 쏘았다. 두 뱀이 죽자 망구스도 땅에 쓰러졌다.
하랑고이는 괴물을 물리쳤지만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며 슬퍼했다. 그는 톨리 고아와 우일렌 솔롱고를 찾아가 두 사람을 살려 달라고 청했다. 두 여인은 황금과 은으로 만든 그릇에 신비한 생명의 물을 담아 전쟁터로 갔다. 울라다이 메르겐과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의 몸에 세 차례 물을 뿌리고 그들을 세 차례 넘어가자 두 장사가 다시 살아났다. 하랑고이는 기뻐하며 그들을 품에 안았다. 일행은 다시 말을 달려 고향으로 향했지만, 앞서 혼인 경쟁에서 패했던 에르헴 하르는 아직 복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검은 망구스의 말에서 나타난 금빛·은빛 뱀을 향해 활을 쏘는 하랑고이
제4장 하늘의 적을 물리치고 영웅의 이름을 후손에게 남기다
4.1 에르헴 하르가 신부를 빼앗자 하늘로 올라가 되찾다
세월이 흘러 하랑고이 일행이 길을 가던 중 에르헴 하르가 많은 술과 선물을 싣고 찾아왔다. 그는 지난날의 잘못을 사과하고 이제는 형제가 되어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울라다이 메르겐과 히르기스 사인 부이데르는 그의 눈빛이 수상하다며 경계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하랑고이는 화해를 받아들이고 술잔을 나누었다. 에르헴 하르는 술에 몰래 독을 섞어 하랑고이를 쓰러뜨렸다. 이어 두 동료를 사냥에 데리고 나가 독화살로 쓰러뜨린 뒤 톨리 고아를 납치해 하늘나라로 달아났다.
정신을 차린 하랑고이는 동생과 아내가 보이지 않자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다. 우일렌 솔롱고가 나타나 모든 일을 설명했다. 하랑고이는 그녀에게 쓰러진 동료들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고 적갈색 명마에 올라탔다. 그는 하늘을 향해 힘껏 달려 구름을 뚫고 천신들의 궁전에 도착했다. 궁전에서는 에르헴 하르가 톨리 고아에게 새로운 혼인 예식을 강요하고 있었다. 하랑고이는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뛰어들어 아내를 구해 낸 뒤 에르헴 하르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왔다.
서른세 천신은 하랑고이의 분노를 보고 황금 하다그를 들고 나와 에르헴 하르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간청했다. 하랑고이는 하늘의 아들이 저지른 배신을 꾸짖었지만, 끝내 천신들의 청을 받아들여 그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톨리 고아를 데리고 적갈색 명마에 올라 땅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우일렌 솔롱고는 쓰러진 두 동료를 치료해 놓았다. 다시 모인 사람들은 오랜만에 마음을 놓았지만, 톨리 고아는 앞으로 또 다른 재앙이 다가올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의 적들이 아직 모든 싸움을 끝낸 것은 아니었다.
천신의 궁전에서 에르헴 하르를 제압하고 톨리 고아를 구하는 하랑고이
4.2 마법에 걸린 영웅들을 어린아이가 구해 내다
톨리 고아는 하랑고이와 두 동료에게 밤이 되면 하늘에서 무서운 존재가 내려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세 사람에게 무기를 들고 잠들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자 세 장사는 서로 머리를 기대고 잠들고 말았다. 그때 털이 없는 기괴한 괴물이 지붕의 연기 구멍으로 내려와 세 장사의 입에 독이 섞인 음식을 밀어 넣었다. 하랑고이는 수많은 머리를 가진 검은 망구스로 변해 수메르산으로 달아났다. 히르기스는 누런 멧돼지가 되었고, 울라다이와 적갈색 명마는 돌로 변해 버렸다.
남겨진 톨리 고아와 우일렌 솔롱고는 큰 슬픔에 빠졌다. 그러던 중 우일렌 솔롱고에게 울라다이 메르겐의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는 황금빛 가슴과 은빛 엉덩이, 구릿빛 이마를 지녔으며, 아침에 태어나 낮에는 기어 다니고 저녁에는 걷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활을 다룰 만큼 자랐다. 그는 집에 남아 있는 영웅들의 활을 하나씩 시험하다가 자신이 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는지 물었다. 어머니가 지난 일을 들려주자 아이는 가족을 구하러 떠나겠다고 말했다.
두 여인은 아이를 관세음보살과 스물한 타라 여신에게 보내 신비한 황금 올가미와 생명을 되찾게 하는 붉은 구슬, 황금 접시를 얻도록 했다. 아이는 먼길을 달려 신성한 산을 찾아가 보물을 받아 돌아왔다. 먼저 돌이 된 명마와 울라다이를 되살리고, 숲속의 멧돼지로 변한 히르기스도 본래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마지막으로 수메르산에 누워 있는 검은 망구스의 입에 구슬을 넣고 황금 접시를 세 차례 두드렸다. 그러자 괴물이 다시 한 하랑고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웅들을 구해 낸 것은 그들보다 훨씬 어린 다음 세대의 아이였다.
황금 접시와 붉은 구슬로 마법에 걸린 하랑고이를 되살리는 어린 용사
4.3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의 이야기가 후손에게 이어지다
마법에서 풀려난 하랑고이와 두 동료는 다시 만났다. 세 사람은 톨리 고아에게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듣고, 어린아이가 모두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랑고이는 아이를 품에 안고 기뻐했다. 그는 이제 늙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러 가자고 말했다. 세 사람이 고향으로 향하던 중 미탈 우게이 왕이 검은 적군에게 포위되어 싸우는 모습을 발견했다. 하랑고이와 울라다이, 히르기스는 세 방향에서 적진으로 뛰어들어 적군을 무너뜨렸다.
미탈 우게이 왕은 돌아온 아들들을 알아보고 말을 멈추었다. 그는 오랜 세월 헤어졌던 아들들이 눈앞에 나타나자 놀라 말에서 떨어질 만큼 감격했다. 하랑고이는 아버지를 일으켜 세우고 함께 왕궁으로 돌아갔다. 왕비 툰헤 고아도 아들들을 보자 기쁨에 정신을 잃었다. 하랑고이는 어머니를 안아 궁전으로 모시고 부모에게 그동안의 일을 들려주었다. 왕궁에서는 큰 북을 울려 백성을 불러 모았고, 사람들은 돌아온 영웅들을 맞이하며 잔치를 열었다.
이윽고 톨리 고아와 우일렌 솔롱고도 어린아이와 함께 고향에 도착했다. 왕궁에서는 다시 혼인 축복의 예식이 거행되었다. 얼마 뒤 톨리 고아에게도 아들이 태어났다. 사람들은 세 영웅의 아들들이 장차 적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킬 훌륭한 인물로 자라기를 바라며 각각 이름을 지어 주었다. 하랑고이의 아들은 소노 칸, 울라다이의 아들은 하랄잔 베테게, 히르기스의 아들은 보롤존 베테게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하랑고이의 나라는 오랫동안 평화를 누렸다고 전한다. 하늘과 땅에 맞섰던 영웅의 힘과 용기는 그가 구한 가족과 후손들에게 이어져 오래도록 노래되었다.
고향 왕궁에서 미탈 우게이 왕과 툰헤 고아 왕비를 다시 만나는 하랑고이
• 몽골 영웅서사시 『Эрийн сайн Хан Харангуй』(사내대장부 한 하랑고이), 몽골 구전·필사 전승. • Г. Д. Санжеев, 『Монгольская повесть о хане Харангуй』(한 하랑고이 왕 이야기), Н. Н. Поппе 편, 모스크바·레닌그라드: 소련 과학아카데미 출판부, 1937, 170쪽.
• 이안나, 「몽골 영웅서사시 〈한 하랑고이〉의 서사구조와 주인공들의 대결양상」, 『외국문학연구』 제48호, 2012, 231~252쪽. • Ц. Нямсүрэн 외, 「Defining the Structure of the Epic Khan Kharangui」, 『The New Research of Tuva』 제2호, 2023, 153~165쪽. • Б. Б. Манджиева, 「Эпос «Хан Харангуй»: сюжетосложение и мотивы」, 『Новый филологический вестник』 제77호, 2026, 443~451쪽.
※ 이 이야기는 산제예프가 1937년에 간행한 『한 하랑고이』 필사본의 서사 전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였다. 몽골의 구전 전승에는 일부 사건과 인물 구성에서 차이가 있으며, 본문은 원전의 반복 표현을 줄이고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한 재구성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