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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의 세상이야기오문수의 지식창고 2020.07.20. 09:39 (2020.07.20. 09:39)

이게 가능? 퇴직 후 혼자 3년 동안 지은 2층 집

 
[인터뷰] 400여 평 농사 짓는 여수 사는 김오곤씨... "수익형 농사로 확장하는 게 목표"
 
▲ 김오곤씨가 혼자서 3년 동안 지은 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프로 못지 않은 그의 솜씨에 놀랐다. ⓒ 오문수
 
요즈음을 100세 시대라고 한다. 퇴직 연령을 60세로 잡아도 무려 40년을 소득없이 살아야 하는 시대다. 남은 40년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돈이 많으면 노후준비는 끝난 것일까? 안타깝게도 풍족한 노후자금만으로는 행복한 노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성인 남녀 814명의 인생을 75년간 추적 조사한 '하버드 대학교 성인 발달연구'에 의하면,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돈이 아니라 인간관계라고 규정했다. 100세 시대에는 일, 건강, 인간관계, 자기계발, 삶에 대한 태도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 그의 비닐하우스에는 다육식물 2~3천개가 자라고 있었다. 스프링쿨러까지 곁들여 실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는 이 다육식물을 로컬푸드에 납품해 용돈을 벌고 있었다. 한 겨울에도 30~40도 온도가 유지된다. 이 모든걸 혼자서 만들고 관리하는 그가 놀랍다 ⓒ 오문수
 
14일 테니스클럽 동호인으로 나이 들어서도 멋진 삶을 사는 김오곤(66)씨 댁을 방문했다. 그가 사는 여수시 돌산읍 서덕리 덕곡마을은 여수시내에서 20분쯤 달리면 나온다.
 
30여 년 전에는 군 생활했던 강원도 산골짝 길보다 훨씬 험했지만 요즈음에는 4차선 도로가 뚫려 접근성도 좋다. 도로 입구까지 마중 나온 그를 조수석에 태우고 올라가는 돌담길은 꼬부랑길이다.
 
 
"아니! 귀농했다더니 동네 가운데서 살아요? 간신히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인데 차 돌릴 데는 있어요?"
 
"걱정마세요."
 
 
꼬부랑 돌담길을 지나니 하얀 2층집이 보였다.
 
 
"아니! 들판 가운데 컨테이너 집이나 철근으로 가건물 하나 지어 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멋진 집을 지었어요? 돈은 얼마나 들었고 시간은 얼마나 걸렸습니까?"
 
"혼자서 3년 동안 지었어요."
 
 
저렇게 멋진 집을 혼자서 지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 "정말 혼자 지었느냐?"고 묻자 "정말"이란다. 집 바로 옆 비닐하우스(100평) 오른쪽 동에서는 다육식물이 자라고 있었고 왼쪽 동에는 고추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옆 밭에는 옥수수, 깨, 고추, 비트, 상추가 자라고 소량이지만 포도, 대추, 감, 사과, 복숭아, 매실까지 자라고 있었다.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 거실로 들어가 귀농해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퇴직하기 전부터 농사짓는 게 꿈이었던 김오곤
 
우체국에서 40년 동안 근무한 그는 여수 시내 우체국장을 마지막으로 명예퇴직(2014년)했다. 그는 퇴직하기 10년 전부터 농사 짓는 게 꿈이었다. 귀농할 장소를 물색하며 여수 관내를 안 가본 데가 없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면 비싸고, 싼 곳에 가면 길이 없었다. 어느 날 배달 갔다 온 직원으로부터 좋은 땅이 있다고 해서 답사해 보니 마음에 들었다. 40여 호가 사는 덕곡마을은 남향으로 도로 건너편에 편백숲이 있고 커다란 저수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뒷산에서는 양질의 지하수가 나오는 곳으로 너무나 마음에 든 장소였다.
 
그는 무너져가는 집과 텃밭 포함 420평을 2200만 원에 구입했다(2013년). 농부가 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는 정부 보조를 받아 비닐하우스 2동을 지어 첫 번째 동에는 다육식물(40여종 2~3천개)을 심었고 두 번째 동에는 고추를 심었다.
 
▲ 김오곤씨 비닐하우스에서 건강하게 자라는 고추들 ⓒ 오문수
 
▲ 비닐하우스 옆 400여평 밭에는 상추와 고추, 비트 등 밭작물이 자란다. 고추나 비트는 로컬푸드에 납품한다 . ⓒ 오문수
 
40년 동안 우체국에 근무했던 그에게 농사짓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힘든 건 풀매기, 수확하기, 병충해 방제였다. 회사원인 아내는 출근하고 결혼한 자식들은 출가했기 때문에 혼자 남은 그가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
 
하는 수 없어 관리기를 사서 작물을 재배했다. 그가 재배한 작물은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로컬푸드에 판다. 그가 농사짓는 재미에 대해 이야기 해줬다.
 
"농사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으로 농사 지으면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농사가 안 되어도 좋고 잘 되면 더 좋다는 심정으로 지으니 부담이 없습니다. 씨뿌린 농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볼 때 희열을 느껴요. 또 수확 후 지인들이나 교인들에게 기부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 김오곤씨가 직접 제작한 자동온실개폐기 모습으로 타이머에 시간을 맞춰놓으면 비닐하우스가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 오문수
 
애로사항도 있었다. 7년 전 동네로 이사왔을 때 동네 주민들이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텃세도 부렸다. 김오곤씨보다 나이 많은 주민 한 분은 "당신 3년이 고비요"라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혼자 힘으로 3년 만에 연건평 29평짜리 멋진 집 완성
 
그가 처음부터 집을 지을 계획은 없었다. 땅을 산 그는 인근에 컨테이너나 조립식으로 간단하게 지어 생활할 공간만 지을 예정이었다. 업자에게 컨테이너로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하니 12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문제는 좁은 골목길로 컨테이너를 운반해 올 방법이 없었다.
 
▲ 2층 천정에 편백판자를 붙이는 김오곤씨 모습. 실내에 들어가 전문가처럼 정교하게 붙여진 편백판자 모습에 놀랬다. 건축당시에 찍었던 사진을 몇장 전송해 달라고 요청해 게재한 사진이다. ⓒ 김오곤
 
그는 "나선 김에 집을 지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귀농사이트에 들어가 자료를 찾아보았다. 어느 정도 감이 잡힌 그가 건설업을 하는 형님에게 집을 짓겠다고 하니 "절대 안 된다. 혼자서는 집 못 짓는다"고 말렸다. "그래도 한번 해보자"며 형님한테 공구를 빌린 후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귀농사이트에서 중요한 힌트를 배웠다. 사이트에서는 '귀농하기 전 첫 번째 해야할 일은 용접을 배우라'는 것이었다. 그는 유튜브를 보며 혼자서 용접 방법을 터득했다. 더 자세한 방법은 고물상 아저씨를 찾아가 용접을 배웠다.
 
집을 지으려면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용접, 전기, 전기톱, 미장, 수도에 관한 지식과 공구 다루기다. 40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던 그에게 이 모든 건 처음 도전해보는 분야다.
 
그는 틈나는 대로 유튜브를 통해 배우고 건자재를 실은 커다란 트럭이 앞서가면 승용차로 뒤따라가서 작업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거나 스케치를 했다. 현장 전문가들이 기분 나빠하면 막걸리도 사주고 음료수도 사주면서 조금씩 배워나갔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럴 때면 건자재 주인한테 사용법을 배웠다. 그가 혼자서 집짓는 모습을 지켜보던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저게 될까?" 하고 회의적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행인 것은 아내는 반대하지 않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아내한테 허튼소리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퇴직할 때 그가 부인에게 한 말이다.
 
"3천만 원을 가지고 집을 지을 테니까 이 돈을 건들지 말아요."
 
집 짓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유튜브를 보고 타일을 한 평 붙이는데 하루가 걸렸다. 하지만 공정을 터득한 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전문가가 "2층으로 올라가는 목조계단은 너무 어려우니 전문가에게 맡겨라"고 말했지만 그는 혼자서 해냈다.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한 공정 한 공정이 끝날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너무 좋았다"는 그에게 조용한 산골이나 섬으로 들어가지 않고 마을로 들어온 이유를 물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나이가 들어 혼자 살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요. 또 혹시 아프면 병원이 가까운 곳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집에서 여수시내까지는 20분 거리예요."
 
 
지금은 주민들로부터 환영받는 존재가 됐다. 고장난 전기와 수도도 고쳐주고 손수레도 고쳐주기 때문이다. 그가 작업할 때는 주민들이 토마토도 주고 음료수도 가져온다. 이웃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솔선해서 돕기 때문이다.
 
집을 완공 후 여수 시내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던 아내가 하룻밤 자고 나서는 다음날 이곳으로 이사 왔다. 좋은 일도 생겼다. 귀농해 살자 비염이 완치됐다. 만성기관지염은 지금도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는다.
 
▲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하기도 했던 그는 요즈음 색소폰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 오문수
 
그가 집을 짓는 데 든 총 비용은 4800만 원이다. 총비용 속에는 공구도 포함되어 있다. 전기톱, 톱테이블, 타카 3종류, 스킬, 트리머, 전동드릴, 철근절단기, 체인블럭, 그라인더, 대패, 전동대패, 전동사포 등. 그의 비닐하우스를 들여다보면 집짓는 데 필요한 온갖 공구가 있었다.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가 말했다.
 
"지금도 다육식물과 고추, 비트 등을 팔아 용돈을 쓰고 있지만 농사에 치중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확장하겠습니다."
 
놀란 입을 다물며 김오곤씨의 집을 나오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백세시대를 맞이해 일과 건강, 인간관계, 자기계발에 성공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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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오문수 oms114kr@daum.net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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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7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