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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ATLAS BLAEU-VAN DER HEM’
지도의 기원은 아주 오래되었다.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사람들은 홍수에 범람하지 않은 땅의 경계를 그림으로 그렸다.
로마 공화국 카이사르 장군이 암살당하자, 19살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계승하여 로마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 시저(B.C.E.63 ~ B.C.E.14)가 된다. 아우구스투스 시저는 ‘존엄한 사람’, ‘축복받은 사람’이란 뜻이다.
초대 황제는 정치가 아그리파(B.C.E.63 ~ B.C.E.12)에게 군사적 목적에서 지도를 제작하라고 명한다. 아그리파는 뛰어난 행정가로 광대한 로마제국을 측량하고 지리 서적을 발간하고, 진흙 도시를 대리석 도시로 변화시켰다. 이런 평화의 시대를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부르는데 약 200년간이나 계속되었고, 뛰어난 지도자와 수준 높은 문화로 로마제국은 1,400년간 발전했다.
▲ 아그리파(사진: 위키백과)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Abraham Ortelius, 1527~1598)는 벨기에 북부 지방 플랑드르의 지도 제작자이면서 지리학자였다. 그는 20세 때부터 동판으로 인쇄된 흑백 지도에 색을 입히는 일을 배우고 전문 지도채식사(地圖彩飾師)가 되었다. 그는 지도를 팔기 위해 유럽의 여러 지방을 방문하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메르카토르(1512~1594)를 만나 사귀고 함께 여행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고 첫 작품으로 지도 8매를 만들었다. 이 지도는 현재 바젤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 페테르 바울 루벤스가 그린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 (사진: 위키백과)
지도 판매 경험이 있는 오르텔리우스는 휴대하거나 보관하기 좋은 두루마리 형태의 지도를 구상해 세계의 지도를 모으고 지도 제작자를 고용했다. 그는 최초의 근대 지도책 《세계의 무대》를 1570년 5월 20일 안트베르펜에서 출간했다. 지도책의 크기는 가로 40.7cm, 세로 54.6cm로 지도는 총 53도엽으로, 지도 수는 70개였다. 라틴어로 제작된 책은 호응이 좋아 계속 증보판이 만들어졌다.
1575년에 사제 아리아스 몬타누스의 추천으로 펠리페 2세의 궁정 지리학자로 임명되었다. 1595년 판에는 코레아 섬(Corea Insula)이 길쭉한 섬 형태로 그려졌다.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의 공적을 인정하는 학자들이 꽤 있었으나, 1994년 2월 미국 과학 역사가 제임스 룸이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367호에 논문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되었다.
▲ 《1569년 메르카토르 세계지도의 인문학》 손일 著
송파도서관에서 아주 흥미로운 책을 찾아냈다. 책의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도책, 아틀라스 마이오르》로 미술사학을 전공한 강민지 선생이 저술한 책이다. 강 선생은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갤러리에서 전시기획을 담당했다. 2012년 1월 영국 런던에 건너가 미디어와 문화 연구 중에 세계지도를 만났다.
강 선생은 17세기 네덜란드 블라외(Blaeu Family) 가문에서 제작된 지도책 《아틀라스 마이오르, Atlas Maior》에 관해 8년간 연구를 하고, 〈회화로서의 지도: 17세기 네덜란드 블라외 가문(Blaeu Family, c. 1571-1701)의 지도책 《아틀라스 마이오르》 연구로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도책, 아틀라스 마이오르》 강민지 著
강 선생은 《아틀라스 마이오르》를 단순히 개론(槪論)적 측면으로 보지 않고, 17세기 네덜란드 신흥 지배계급의 자아상과 정치적 사회적 흐름 속에서 지도가 제작된 배경을 살펴보았다.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의 관심은 성공적인 해상무역으로 인해 지리학으로 계속 이어졌다.
네덜란드는 지도 제작의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천문학 또한 지동설 논쟁과 경도 문제로 국가적 차원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네덜란드는 소금 광산의 발견으로 청어 염장 기술이 발전하여 막대한 부를 쌓고, 동인도회사를 설립했다.
이런 신흥 엘리트 부르주아 계급의 물질적 풍요로움은 지도책 수집 문화로 연결되어 지도 가격이 비싸도 엄청난 돈을 주고 지도를 구입하여, 지도를 황실에 헌정하고, 황실은 지도 제작회사를 후원하며 육성시켰다. 항해사들은 세계지도와 나침반을 갖추지 못하면 출항할 수가 없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출신의 변호사 로렌스 반 데르 헴(Laurens Van der Hem, 1621~1678)은 지도와 풍경화의 수집가였다. 그는 친구인 Joan Blaeu가 출판한 지도 제작 및 예술의 주요 작품인 《Atlas Maior》를 세심하고 철저한 개인 버전으로 의뢰하였다.
17세기의 가장 포괄적이고 값비싼 책인 Joan Blaeu의 《Atlas Maior》를 지도, 도표, 도시 전망 및 초상화 등 더욱 야심 찬 컬렉션을 편집하기 위한 기초로 사용하며, 유명한 예술가들을 동원해 그림을 그리게 했다.
▲ 《아틀라스 마이오르, Atlas Maior》
로렌스 반 데르 헴은 원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를 위해 제작된 눈에 띄고 값비싼 디자인과 손으로 쓴 지도와 지형도가 포함된 4권의 책을 추가했다. 로렌스 반 데르 헴의 10년간 이어진 헌신적인 노력은 2,400개 이상의 지도, 인쇄물 및 그림이 포함된 50권짜리 지도책으로 정점을 이루었다.
▲ 《ATLAS BLAEU-VAN DER HEM》(사진: 위키백과)
《Atlas Blaeu-Van der Hem》 지도책은 정말 뛰어난 시각적 백과사전이며, 그 범위와 포함된 고가의 예술품 측면에서 독특하다. 지리와 지형뿐 아니라 고고학, 건축, 조각, 민족지학, 민속학, 문장학, 항해, 요새화, 전쟁 등을 설명하기 위해 이미지를 사용한다.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지도책에는 지도, 도표, 스케치 및 마을과 건물과 항구, 바다 풍경, 풍경 등의 조감도가 포함되어 있으며, 중요한 역사적 인물들의 초상화도 포함되어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지도책 산업은 블라외 가문에 의해 상업적 양상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 지도책은 현존하는 17세기 지도 제작 판화와 드로잉 중 가장 훌륭한 컬렉션 중 하나로 2003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 1602년 Willem Blaeu가 만든 지구본 (사진: 위키백과)
네덜란드는 지도를 만드는 두 가문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공식 지도 제작자로 임명했다. 과학적, 사업가적 재능을 보유한 윌렘 얀슨 블래우(Willem Janszoon Blaeu, c. 1571~1638)를 이어 정치력과 승부욕, 명민함을 지닌 아들 블래우(Joan Blaeu, 1596~1673)가 지도책 산업을 이끌었다. 당시 경쟁하는 지도 가문은 혼디우스 가문(Hondius Family)이다.
두 가문은 새로 부상한 엘리트 계급의 이상을 지도책에 투영하고자 웅대하면서도 세련된 멋진 지도책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당시 네덜란드 종이 질은 좋지가 않아서 일본과 영국에서 종이를 수입했지만, 프랑스에서 수입한 가장 비싸고 좋은 흰색 종이로 지도책을 만들었다.
▲ 제도제작자 메르카토르와 혼디우스(사진: UNIVERSITY OF MICHIGAN LIBRARY)
이 지도책에서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의 주조색을 사용했다. 당대 풍속화 속 인물의 의상들도 세 가지의 색상들로 되어있어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색을 금방 알 수 있다.
아틀라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으로 ‘제우스’와 ‘티탄’과의 싸움에서 티탄의 편에 붙어서 제우스를 상대로 싸웠는데, 티탄이 제우스에게 토벌당하자 아틀라스는 천계를 어지럽힌 죄로 어깨에 대지(가이아)의 서쪽 끝에 서서 하늘(우라노스)을 떠받들고 있는 힘든 형벌을 받게 되었다. A.D.E. 2세기에 제작된 작품이 현재 복제품으로 나폴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1번 출구 파인 애비뉴(Pine Avenue) 빌딩 작은 공원에 키 18m, 발바닥 2m의 거인 조각이 서 있다. 최태훈 조각가가 만든 〈ATLAS〉는 스테인리스틸 재질에 일일이 손으로 용접하여 붙여나가는 폴리즈마 기법으로 신화적 영웅인 아틀라스를 형상화하였다.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담은 인체 형상 작품이다.
▲ 최태훈 조각가 2011년 작 〈ATLAS〉
조선 초기 문신 이회(李薈)는 1402년(태종 2)에 고려 행정지도인 《五道兩界地圖》를 기반으로 전국 지도 《八道圖》 지도를 제작했다. 팔도도에는 조선의 많은 섬과 하천, 산맥이 정확하게 표시가 되어있다. 이회는 김사형, 이무와 함께 《혼일강리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圖地圖)》을 만들었다. 이 지도는 명주 직물에 세로 148cm, 가로 164cm로 동양 최고의 세계지도이다.
명나라 2대 황제 건문제(建文帝)가 1399년 황제로 등극할 때, 조선의 김사형이 축하 사절로 파견되어 원나라 1319년에 이택민(李擇民)이 제작한 《성교광피도(聲教廣被圖)》와 천태종 승려 청준(淸浚)이 만든 《혼일강리도(混一疆理圖)》을 복제해 조선으로 가져왔다. 김사형(金方慶의 5대손)과 이무(李茂, 1355~1409)는 문신 이회에게 지도 제작을 의뢰하여 권근(權近, 1352~1409)이 구한 일본 지도를 포함하여 세계지도를 제작하였다. 이회는 1407년 양녕대군을 시종하여 중국을 다녀왔다. 【출처】建文元年（西元1399年）明惠帝登基時，朝鮮賀使金士衡在中國見到了元代李澤民的《聲教廣被圖》和清浚的《混一疆理圖》，將兩圖的複本帶回國。
세계지도 상단에 중국 역대 왕조 수도, 4,000여 개의 지명, 하단에 권근의 발문이 있다. 지도는 임진전쟁 때 가토 기요마사(加籐淸正)에게 약탈당해 1470년도 복제본이 구마모토시 본묘사(本妙寺)에 소장하다 있다가 일본 교토 류코쿠대학(龍谷大學)에 기증되었다. 1988년에 발견된 《혼일강리국도지도》 복제본은 나가사키현 시마바라시 서운산(瑞雲山) 본광사에 있다.
▲ 조선이 그린 세계지도 《혼일강리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圖地圖)》 長崎縣島原 혼코지(本光寺)藏
조선 태조 5년(1396) 8월 9일 왜선 120척이 경상도에 침입하여 수군 만호를 살해하고 동해, 기장, 동평현을 함락하고 전선 120척을 탈취해갔다. 조선 조정은 12월 3일 우정승 김사형을 5도병마도통처치사, 남재를 도병마사, 신극공을 병마사, 이무를 도체찰사 삼아 5도의 병선을 취합하여 왜구의 소굴인 이키섬과 대마도를 공격했다. 이무는 1402년에 우의정이 되어 조선의 존재를 널리 알리려고 세계지도를 제작했다. 묘소는 고양시 덕양구 원당중학교 북쪽에 있다.
【출처】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 10권, 태조 5년 12월 3일 ○ 丁亥/以門下右政丞金士衡爲五道兵馬都統處置使, 以藝文春秋館太學士南在爲都兵馬使, 中樞院副使辛克恭爲兵馬使, 前都觀察使李茂爲都體察使, 聚五道兵船, 擊一歧、對馬島。 將行, 上出南門外餞之, 授士衡鈇鉞敎書, 賜鞍馬、毛冠、甲弓矢、藥箱; 賜在、茂、克恭各毛冠、甲弓矢。 敎書曰:
2019년 4월에 나가사키 범선축제에 참가하여 범선 코리아나호로 여수 소호요트경기장에서 출항하여 나카사키 데지마항에 도착했다. 며칠 후 출판사 비지아이 신익재 대표가 가족과 함께 회갑기념으로 나가사키에 건너와 함께 나가사키현 시마바라반도 일주를 하였다. 명승지 관광을 하면서 메밀 집을 찾아갔는데, 준비중(準備中)이라는 팻말을 보고 혼코지(本光寺)를 지나 활화산 운젠 화산으로 올라갔다. 당시는 맛있는 음식점만 생각했지, 5분 거리에 있는 사찰에 조선이 세상에서 가장 자랑하는 세계지도가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 시마바라 소면(島原素麪) 전문점
필자는 2013년부터 범선 코리아나호를 타고 항해를 시작하여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 고베 해양박물관, 여수 하멜기념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서울시립박물관, 중국 영파 항구박물관, 블라디보스토크 향토관, 고대 이즈모 역사박물관, 마쓰에박물관 등 여러 곳을 방문해 다양한 지도를 만났는데, 2003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도책, 아틀라스 마이오르》 책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