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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놀이터 ::【거제문화원의 지식창고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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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 I. 7. 산방산과 삼신굴
둔덕면 산방산은 고려 의종의 유배지인 둔덕기성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산철쭉, 진달래가 피는 봄이 오면 연분홍 꽃잎들이 꽃비처럼 내리며 장관을 이룹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마저 사라져, 산방산으로 가는 길은 온통 꽃 천지입니다.
산방산과 삼신굴
 
 
둔덕면 산방산은 고려 의종의 유배지인 둔덕기성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산철쭉, 진달래가 피는 봄이 오면 연분홍 꽃잎들이 꽃비처럼 내리며 장관을 이룹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마저 사라져, 산방산으로 가는 길은 온통 꽃 천지입니다.
 
산방산 초입에서 팔부능선을 오르다 보면 삼신굴, 석굴암이 보입니다. 조선시대 지우 스님이 수도하던 곳입니다. 그 안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밤낮 없이 울려 퍼졌습니다.
 
어느 날 그 소리를 들은 노루 한 마리가 스님의 일상을 훔쳐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스님이 독경을 하면 따라 하고, 기도를 하면 따라했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그렇게 9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스님과 노루는 몸은 서로 달라도 말귀를 알아듣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노루에게 말했습니다.
 
“노루야, 너는 전생에 무슨 인연으로 내 독경 소리를 듣고 사느냐? 너가 짐승의 몸을 벗고 환생한다면 반드시 사람의 몸으로 태어날 거야.”
 
 
이 말을 들은 노루는 다른 날과 달리 지우 대사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였습니다. 그럼에도 스님이 수도하는 굴에서 빙빙 돌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사흘이 흘렀습니다.
 
밤새 기도를 마친 스님이 새벽에 굴 바깥으로 나오자 노루 한 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인연이 다했음을 느낀 스님은 노루에 정성껏 염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양지 바른 곳에다 묻어 주었습니다.
 
그날 밤, 스님의 꿈에 황색 옷을 입은 동자가 나타나 공손히 절을 하며 말했습니다.
 
“스님, 저는 어제 스님께서 양지 바른 곳에다 묻어준 노루입니다. 그동안 스님의 독경과 법문을 귀담아 들은 덕분에 곧 아랫마을 김 씨네 아들로 태어납니다. 왼쪽 겨드랑이에 있는 점 속에 나 있는 노루 털을 보시면 알 것입니다.”
 
잠에서 깨자 스님은 아랫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갓 태어난 김씨네 아들의 겨드랑이를 살피고 몸에 난 노루 털을 확인했습니다. 노루의 환생을 확인한 것입니다. 돌이 지난 뒤에 스님은 다시 아이를 찾아갔습니다. 스님을 보자 아이는 반가운 나머지 넙죽 절을 하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원묘라 지어준 스님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아이의 부모에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부처님과 깊은 인연이 있으니 일곱 살이 되면 내 상좌로 보내주십시오.”
 
일곱 살이 되자, 지우 스님의 상좌가 된 원묘는 영특하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리하여 16살 때부터 오계를 받았습니다. 이후 대법사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원묘는 밤낮없이 독경을 외며 더욱 더 정진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동굴을 찾아와 헉헉거리며 말했습니다.
 
“스님, 집을 나간 남편이 오지 않아 찾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밤이 이슥한 데다 날이 추워 더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여기 토굴에서 하룻밤만 묵게 해 주십시오.
 
“사정은 딱합니다만, 토굴이 비좁은 데다 기도 중입니다.”
 
“그렇다면 굴 밖에서라도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산 속에는 사나운 짐승들이 많아 제가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아서요.”
 
“여기는 기도도량이므로 여자들이 묵을 데가 아닙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원묘 스님은 여인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독경만 외었습니다. 화가 난 여인은 큰 소리로 다시 스님을 불렀습니다. 그제야 고개를 돌린 스님은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을 보고 멈칫 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고 묵묵히 염주를 돌렸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더욱 큰 소리로 스님을 불렀습니다. 성난 얼굴로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스님은 독경이 그렇게 중요하신가요? 인간을 향한 자비심은 도통 찾아볼 수가 없군요.”
 
그제야 스님은 여인을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꽁꽁 언 몸을 하고 동굴로 들어온 여인은 벽에 기댄 채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습니다. 여인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를 느낀 스님은 하마터면 손에 쥔 염주를 놓칠 뻔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시간이 흐르자 촛불도, 독경소리도 흔들렸습니다. 여인을 지척에 둔 하룻밤이 마치 천 년의 세월 같기만 했습니다. 원묘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꺼져가던 촛불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눈을 떴습니다. 그때 아스라이 보이는 것은 관음보살상의 미소였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비비며 다시 살펴보니 조금 전의 그 여인이었습니다. 막 깨어난 듯이 다짜고짜 배가 아프다며 온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스님,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요. 아무래도 제가 해산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고, 배가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제발 내 배 좀 만져주세요.”
 
스님의 손을 붙잡았습니다. 이에 스님은 혼미해진 상태로 눈을 꼭 감았습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을 반복했습니다. 이 때 여인은 산모가 죽어가는 데도 방관한 채 관세음보살만 외고 있다며 화를 냈습니다.
 
“빨리 나가서 아기 씻을 물이나 좀 준비해 주세요.”
 
더는 수행을 할 수 없었던 스님은 여인에게 물을 데워주고 미음을 쑤어주었습니다. 맛있게 먹더니 아기를 안고서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이후 스님은 동굴을 빠져나와 길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굴을 바라보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때 동굴 앞에 찬란한 광채가 비쳐 눈을 뜰 수 없었습니다. 겨우 실눈을 하고 동굴을 바라보자, 여인은 하늘 높이 오색구름 위로 올라 가고 있었습니다. 그 곁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방글방글 웃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꽃비가 내렸습니다. 구름 위에 선 여인이 연꽃에 둘러싸인 채 말했습니다.
 
“나는 호명 보살이다. 머지않아 너는 보살도를 얻을 것이다. 너를 시험한 것이니라.”
 
호명 보살이 탄 구름이 사라지자 마을은 알록달록한 꽃잎 천지였습니다. 그 뒤부터 산방산 아랫마을은 봄이 오면 사방 팔방 꽃향기로 가득했답니다.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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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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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