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도
여러분은 형제·자매랑 잘 지내시나요? 요즘 사람들은 아이들을 많이 낳지 않아요. 그래서 형제 많은 집을 부러워하기도 해요. 오늘은 형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사등면 청포마을에 홀어머니와 효자로 유명한 두 아들이 살았어요. 형제끼리 우애가 바다만큼이나 깊었대요. 그런데 어머니는 불치의 병으로 앓아누우셨대요. 두 아들은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보살펴 드렸고요. 이들의 지극한 효심은 동네방네 사람들에게 퍼져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두 형제는 추운 겨울이어서 지나고 빨리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드실 양식을 구하려면 섬 밖으로 나가야 했답니다. 살얼음이 풀릴 때를 기다렸다 섬 바깥에 있는 고성으로 노를 저어 드나들곤 했어요. 거기는 넓은 들판이 있어 거제보다는 먹을거리를 구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음력 2월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 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마다 어민들은 풍신과 용신에게 제사를 지낸답니다. 두 형제가 양식을 구하러 떠나기로 한 그날도 드센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를 보고 두 형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작은 배로 노 저어 성난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더는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텅 빈 곳간을 보면서 더는 망설일 수도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꼼짝없이 굶어 죽을 것 같았어요. 그리하여 서로 먼저 배를 타겠다며 고집을 부렸습니다.
“형님, 지금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붑니다. 자칫하면 위험할 수가 있으니, 제가 먼저 다녀오겠습니다. 그동안 어머니를 잘 보살펴 주십시오.”
“아니다. 내가 출발하마. 얼른 가서 양식을 구하여 올 테니 동생은 어머니를 잘 보살펴 주게.”
자식들이 하는 이야기를 엿들은 어머니는 울부짖는 소리로 말렸습니다.
“내가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너희들을 큰 풍랑이 이는 바다로 보낼 수가 없다. 그러니 제발 내 말을 듣거라.”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아들은 기어이 길을 떠났습니다. 거친 풍랑을 헤치고 바다 건너 고성까지 노를 저어 무사히 목적지에 닿았습니다. 거기서 양식을 구한 형제는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걱정하며 부랴부랴 거제 섬을 향했지요.
하지만 뱃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계시는 청곡 마을 앞바다에 이르자 갑자기 돌풍이 불어닥치더니 한순간 배가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형님, 어떻게든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가야 해요.”
“아니다. 동생이 꼭 살아서 돌아가야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필 수가 있어. 그러니까 힘을 내시게.”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두 형제는 어머니에게 드릴 양식자루만큼은 안간힘을 다해 꽉 붙잡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풍랑이 사방팔방 몰아쳤습니다. 급기야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던 형제의 외마디 비명까지도 죄다 집어 삼켜버렸습니다.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께 드릴 양식을 놓치지 않으려 자루를 꼭 붙잡았을 두 아들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군요. 효자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하늘도 참 무심하십니다.
그날 이후 청포마을 앞바다에는 섬 두 개가 둥둥 떠 있습니다. 오로지 청포마을만 바라보고 있는 그 섬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어머니에게 드릴 양식 자루를 건져 올리는 모양새입니다. 죽어서도 형제의 효심은 변하지 않나 봅니다. 두 개의 섬을 보고 사람들은 ‘형제 섬’ 또는 ‘효자 섬’이라 부른답니다.
너무 애절하고 슬픈 이야기지요.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