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일을 잘 아는 사위
둔덕면에 돈이 많은 부자가 있었는데, 딸한테 중신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습니다. 처녀가 점점 나이가 많아지니까, 부자가 딸을 시집보내려고 사람들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청을 하니까, 산중에 풀밭을 일구어 먹는 가난하게 사 는 집안에서 청혼을 했습니다.
‘그래, 그 곳에라도 딸을 보내야겠다’
고 생각한 부자는 딸을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겨우 딸을 시집보내놓고 나니까, 귀하게 키운 딸이 걱정되어 아내는 매일매일 울면서 지냈습니다.
“아무리 시집이 급해도 우리 귀한 딸을 세상에 그렇게 가난한 데다 보내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한편, 마음씨가 고운 부자의 딸은 없는 살림이지만, 피로 죽을 쑤어서 시아버님과 서방, 이렇게 셋 식구가 나눠 먹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가난한 나머지 가족들이 곡식이 모자라 걱정을 한 시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곡식이 모자라니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한다. 각자의 손님이 오면 자기 손님의 사람 수와 머무는 일정대로 굶는 것이 어떨까? 나한테서 손이 오면 내가 손님 갈 때까지, 그리고 손님 숫자와 손님이 머무는 대로 굶는 걸로 약속하자.”
이런 줄도 모르고 부자는 시집간 딸을 찾아갔단 말입니다. 자기 말 한 마리를 타고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니까, 조그만 오두막에 방 하나, 부엌 작은 것 하나 그렇게 있는 집, 거기서 딸 이 피를 꼭꼭 찧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그 사람 어디 갔느냐?”
“여기 풀밭을 일궈 피를 갈아먹고 있습니다.”
해가 다져서, 사위와 사돈네 영감하고 둘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라고 인사를 나누고, 그 피죽으로 손님이라고 좀 뜨고, 아버지라고 뜨고, 말한테 조금 떠 주고, 자기 남편하고 시아버지도 좀 떠 주고, 그렇게 먹고, 사돈하고 인사를 나누게 했습니다.
허름한 골방에서 밤새도록 그 사위가 공부를 하고, 날이 새니까 그 얄궂은 피죽 조금 얻어먹고 또 일자리로 갔습니다. 가니까 부자는 딸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집으로 간다.”
딸은 아버지를 배웅하려 한참을 따라왔습니다.
“얘야, 그냥 사는 대로 살아라. 나는 간다. 따라오지 마라.”
그렇게 가다가 얼핏 돌아보니 딸이 목 놓아 울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가다가 돌아보자, 딸이 뒤에서 너무 많이 울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버지가 다시 딸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얘야, 네 우는 속을 알겠다. 알겠는데....”
딸은 더 이상 슬픔을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했습니다.
“아버지, 내 쪽 손님이 오면 내가 그릇 숫자대로 굶고, 서방님 쪽에서 손님이 오면 서방님이 굶기로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타고 온 말이 두 끼, 아버지가 두 끼니 합해서 네 끼니를 굶어야 하니 제가 어찌 살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아버지 따라가렵니다.”
이 말에 딸이 측은하게 느껴진 아버지가 말했어요.
“오냐, 그러면 있어라. 내가 집에 갔다가 양식을 준비해서 오마. 내가 설마 귀한 내 딸인 너를 굶기겠느냐?”
집으로 간 아버지가 이런 사실을 말하자, 어머니는 주저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논 서른 마지기를 딸에게 작년에 부친 셈 치고, 서른 마지기에서 나온 벼를 실어서 딸네 집으로 갖다 줍시다.”
그리하여 부자는 딸에게 서른 마지기 쌀을 줬습니다. 논 서른 마지기하고 작년에 농사지은 곡식을 실어다 주니 딸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자는 그 양식을 그냥 준 게 아니었어요. 이자를 받기로 한 거였어요. 그러니까 딸은 그것을 남편이 못 먹게 하는 바람에 예전에 먹던 피를 아껴 먹어야 했습니다.
“서방님이 너무 하구나. 이렇게 풍족해졌는데 왜 예전처럼 피죽을 먹어야 하지? 이렇게 곡식이 많은데?”
그 후 3년 후에 부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사위가 처남의 얼굴을 바라보니, 장인이 죽고나면 빌어먹을 관상이었지요. 그래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답니다. 양식 논 서른 마지기 지은 것하고, 먼저 서른 섬 준 것하고, 농사를 지으면서도 식구 간에 예전처럼 굶기만 하였습니다. 항상 피죽을 먹었고요. 이에 부자 딸은 생각하면 할수록 남편이 굉장히 괘씸했습니다.
그로부터 한참 후 부잣집 아들은 거짓말처럼 집안이 망했습니다. 그제야 사위는 자신이 애써 모은 돈으로 처갓집 재산을 사들여 처남에게 반을 나누어 줬습니다. 앞일을 잘 아는 사위는 악착같이 그렇게 모아서 그 살림을 모두 다시 사서 처남에게 반을 주었던 거지요. 뒤늦나마 부잣집 딸은 남편의 속마음을 알고서 알콩달콩 잘 살았답니다.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