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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놀이터 ::【거제문화원의 지식창고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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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 III. 3. 망건 거꾸로 쓰고 논팔다
1914년 일본인들이 식민지 정책으로 거제시 둔덕의 농토를 사들일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일본인을 상대로 속임수를 쓴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통영시에서는 거제 사람들이 모지다고 욕하는 데 쓰고 거제시의 다른 읍면에서는 둔덕면 사람들을 놀리는 데 말이 쓰였지만 대체로 ‘영리하고 모진 사람을 망건 거꾸로 쓰고 논 두 번 팔아먹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망건 거꾸로 쓰고 논팔다
 
 
1914년 일본인들이 식민지 정책으로 거제시 둔덕의 농토를 사들일 때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일본인을 상대로 속임수를 쓴 것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통영시에서는 거제 사람들이 모지다고 욕하는 데 쓰고 거제시의 다른 읍면에서는 둔덕면 사람들을 놀리는 데 말이 쓰였지만 대체로 ‘영리하고 모진 사람을 망건 거꾸로 쓰고 논 두 번 팔아먹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야기 주인공인 ‘반유하’라는 사람이 둔덕면 거림리에 살았습니다. 그는 풍채도 좋고 배짱도 있었으며 말 또한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잘 벌지 못하면서 한량이었대요. 팔도강산을 두루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지요. 다니면서 배가 고프면 아주 주막에나 들어가서
 
“밥 한 숟가락만 주시오.”
 
주인이 국밥에다 밥을 한 숟가락 놓아주면 밥만 건져 먹고,
 
“밥이 좀 적네요.”
 
주인이 밥을 조금 더 가져다주면 국물만 훌훌 마시고는,
 
“국물이 없네요.”
 
밥을 달라 할 때 한 숟가락만 달라고 했기 때문에 돈은 조금만 주어도 된다는 둥 혹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둥 주인을 놀리는 넉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일본인들이 둔덕의 논을 많이 산다는 소문을 들었지요.
 
반 씨는 그들을 놀릴 꾀를 하나 짜내었답니다. 아침을 일찍이 먹고 거제 기성반씨(岐城潘氏) 족보를 허리에 차고 망건을 거꾸로 쓰고 통영 세병관(洗兵館)으로 갔습니다. 부자라서 논을 많이 살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여기는데 저만치 일본 사람이 어떻게 왔느냐고 물어왔지요.
 
“나는 거제도에 사는 반윤하라고 하는데, 논을 파려고 왔습니다. 살 사람이 있는지요?”
 
“논문서는 있느냐?”
 
일본인이 묻기에 허리에 차고 있던 족보를 풀어서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대강 훑어본 후 논문서가 아니라 족보라며 내주었습니다. 반 씨는 무척 놀라는 척하며
 
“하, 새벽 일찍이 나온다고 족보와 논문서를 바꾸어 가져 왔소이다.”
 
일본인은 논문서를 족보와 혼동할 정도라면 틀림없이 논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땅을 사기로 했습니다.
 
“무슨 논이야?”
 
“청운들이 구름 운(雲)자입죠.”
 
“어느 정도 크느냐?“
 
“서마지기 단 한 빼미요, 물이 나오는 구멍이 하나, 들어가는 구멍이 하나, 나가는 구멍이 하나인데 평탄한 곳으로 논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여 일본 사람에게 팔아 돈을 받아왔습니다. 그 해 가을 그 일본 사람이 추수를 하고 나자 반윤하를 찾아 왔지요.
 
둔덕면에 과연 반윤하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논으로 가보니(지금의 둔덕면 간척지) 논두렁을 막아놓고 모가 조금 심겨 있었습니다. 일본 사람이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왜 이리됐느냐?”
 
“바닷물이 안 들어올 줄 알았지요. 혹시나 해서 보완공사를 하려 했는데 돈도 모자라서... 금년엔 실농했으니 다음에 농사가 잘되면 꼭 드리겠소.”
 
일본 사람이 보니 논이 영 가망 없어 보였습니다. 법원을 통해서 지불명령을 하고자 집달리를 통해 차압하려고 하니 반씨는,
 
“차압하지 마시오. 차압해 가면 당신들 물건이지만 지금은 내 것이니 내년엔 꼭 풍년 들게 해서 내면 될 거 아니오. 농사 못 지은 것도 억울한데 차압까지 해 가면 우린 어찌 먹고 살겠소.”
 
집달리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반 씨는 차압해 가는 꼴을 볼 수 없으니 빼앗기기 전에 없애 버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딱지를 붙이지 않은 큰 항아리를 돌로 깨뜨려 버렸지요. 집달리는 부엌의 솥에다 붉은 딱지를 붙이려 하니,
 
“이것도 차압할 겁니까?”
 
반 씨는 솥도 깨뜨려 버렸습니다. 집달리도 분했지만 포기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반 씨는 논도 아닌 곳을 일본인에게 팔아 돈을 번 것이지요. 모처럼 통쾌한 이야기 재미있게 들었네요. 아유, 속 시원합니다그려.
 
이처럼 망건을 거꾸로 쓴 것은 촌 노인이 자신을 어리석어 보이게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새벽에 바쁘게 나온 것은 족보를 논문서로 위장하기 위한 것이고요. 일본인에게 많은 융자금을 주어 우리 조선의 농토를 마구 사도록 한 식민지 정책의 부조리함을 꾸짖는 이야기지요.
 
둔덕면 거림리에 반윤하 씨의 자손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0년 12월)
【문화】 옛날 옛적 거제도 이야기
• III. 2. 전하도
• III. 3. 망건 거꾸로 쓰고 논팔다
• III. 4. 돼지가 된 학
(2024.09.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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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