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조선 수군의 눈물 ‘칠천량해전’ - 정효진
임진왜란의 아픔, 경상우수사 원균의 지휘로 참혹한 패전을 맛보았던 해전이다. 이미 왜구들의 속내를 간파하며 왕명을 끝까지 따르지 아니하여 파직과 백의종군을 감당해야 했던 이순신과 왕명에 복종하여 무리한 해전을 나가야 했던 칠천량해전을 우리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임진왜란 7년 전쟁 중 24번의 해전 중에 유일한 패전으로 거제 하청면에는 칠천량해전을 기념하는 ‘칠천량해전기념공원’이 있다.
임진왜란이 길어졌던 이유는 조선의 바다를 지킨 이순신과 조선의 수군연합함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다를 장악하지 못해 보급로가 막힌 일본은 명나라와 협상을 4년간 유지하면서 거제에 영등, 송진포, 장문포, 견내량 4개의 왜성을 쌓았다.
▶ 칠천도 앞바다
일본의 무장 고니시 유키나가 휘하의 이중간첩인 요시라의 거짓 정보를 믿고 조정에서는 이순신에게 출정을 명령했으나 이순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고니시 유키나가와 갈등 관계에 있던 가토 기요마사가 온다고 한 날보다 일주일 앞서 가토의 배를 이미 발견함으로 요시라의 반간계와 일본의 침략전략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선조의 명령을 따라 부산으로 출전하게 된다면 바닷길이 험난할 뿐만 아니라 적이 반드시 육지의 여러 곳에 복병을 설치하고 기다릴 것이니 배를 많이 거느리고 가면 적이 알지 못할 리 없고, 배를 적게 거느리고 가다 가는 도리어 습격을 당할 것이라고 이순신은 판단했다.1)
이순신은 늘 그랬듯이 이길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출전을 했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로 짐작하여 보면 그의 강단이 승산 없는 전쟁에 많은 목숨을 내어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군대가 준비가 되었다면 기꺼이 출정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4년의 협상 동안 전쟁을 대비하고 있었던 이순신과 수군들은 요시라의 말만 듣고 쉽게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이 왕명의 불복으로 일본 공격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조정의 판단에 따라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을 당한다. 요시라의 꾀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순간이다. 이순신을 대신하여 원균이 경상우도 수군절도사 겸 삼도수군통제사의 직무를 맡았다. 원균에게도 조정과 도원수 권율에게 서둘러 출정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하지만 원균도 수군이 혼자 가서 싸운다면 분명히 피해가 심할 것을 알고 우려했다. 출정하지 않았던 이순신을 비판하며 자신만만했던 원균의 처지가 달라진 것이다.
원균은 권율에게 육군과 함께 싸워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그의 희망은 무너지고 이순신과 함께했던 수군들과 90여 척의 전선을 거느리고 한산에서 부산으로 출정하게 된다. 원균은 부산의 절영도로 침입해 들어갔으나 왜적의 기습을 당해 1차로 패배하였고, 조선의 수군들은 종일 노를 저어 지칠 대로 지쳐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한산도 본영으로 돌아가는 길에 파도가 높게 일었다. 나무와 물을 보충하기 위해 가덕도에 잠시 상륙하였다가 숨어 있던 왜군에게 또 한번 기습을 당해 그 자리에서 400명의 군사를 잃었다. 이것이 2차 피해다. 계속되는 공격으로 원균은 칠천도로 들어갔다. 원균은 끈질기게 권율에게 육군의 지원을 요청하며 승산이 어렵다고 했지만 끝내 지원군은 오지 않았다.
원균의 수군 연합함대는 한산도로 가지 않고 칠천도로 갔다. 하늘도 무심한 듯 쉬고 있는 수군에게 왜적의 총공격이 시작됐다. 우리 전선 4척을 불태우며 적선이 사면으로 포위했다. 원균과 일부 수군들은 고성으로 도망했지만 이미 거기서도 왜적들은 매복해 있었고 겨우 남아 도망친 군사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무패의 신화를 기록했던 조선의 수군 연합함대는 절영도, 가덕도 그리고 칠천도에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비참하게 섬멸당했다. 칠천량해전을 기억하기 위해 거제시 하청면 칠천로 265-39에 칠천량해전공원을 만들었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외곽은 배 모형을 하고 있다. 칠천량해전공원으로 들어서면 추모의 공간을 바로 접할 수 있다. “통곡이 터져 나옴을 이길 수 없었다.” 이순신이 조선의 수군들과 배들이 칠천량에서 수장된 사실을 듣고 했던 말이다.
▶ 칠천량해전공원
전시관에서는 ‘임진왜란 속으로’, ‘조선 수군을 만나다’, ‘칠천량해전의 배경’, ‘칠천량에서의 패배’, ‘칠천량해전의 결과’, ‘칠천량해전 속으로’를 테마로 하는 전시물을 둘러보며 칠천량해전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 거제 역사의 남겨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3년 12월)
1) 《거제시지》, 〈역사 편〉, P.4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