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상생(相生)한 표류인(漂流人) 이야기 - 김남희
거제부지도 〈지도 1〉의 오른쪽(동쪽)에 ‘대마도 산천 수로 480리(對馬島山川水路四百八十里)’라고 적혀 있다. 거제의 포구가 나란히 바다를 사이에 두고 대마도와 마주 보고 있는 것을 뜻하는데, 〈지도 2〉를 보아도 정말 가까이 있는 두 섬인데. 그래서 두 섬 사이에는 잔혹한 전쟁사뿐만 아니라 따뜻한 위로의 이야기도 있다. 바로 표류인이 그것이다.
거제도와 대마도는 표류하는 난민을 구해주고 식량이나 포목 등 물자를 제공하여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협력의 역사도 있다. 당시에는 다른 나라 사람을 만나거나 교류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았고 어길 시에는 엄한 죄로 처벌하였기 때문에 거제도는 조선과 일본 간의 평화 및 우호 관계를 증진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할 수 있다.
《변례집요》를 살펴보면, 이들에게는 ‘왜료여미(倭料餘米)’ 또는 ‘왜료미(倭料米)’라는 이름의 쌀이 한 사람당 1섬씩 지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1719년에 왜선 2척이 거제 지세포에 표류해 왔을 때 왜료여미를 한 사람당 1섬씩 지급한 것이 전례가 되고, 이것이 이후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1) 이렇게 나누어 주는 쌀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바뀌면서 지급이 되었다. 대마도 왜인과 대마도가 아닌 왜인으로 나누어 관리를 하였다. 대마도 왜인을 더 가깝다고 여겼기 때문일까. 대마도 왜인들은 바로 대마도로 귀국시키는 등 간단하고 빠르게 처리해 주었다.2) 일본인이 표류된 장소로 거제라는 이름이 49회나 등장하기도 하니3) 정말로 가까운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 말 성리학을 가지고 온 안향을 배향한 백운동서원을 건립한 주세붕이 거제를 읊은 시로 글을 마무리한다.
請停鳴櫓痛吾生。 此日胡爲有此行。 天大不容方寸恨。 海深難洗百年情。風驅帆腹船彌疾。 雲盡天心月更淸。 今日始能乘巨浪。 堪咍宗愨慕虛名
하늘이 커서 한 치의 원망도 품지 않고, 바다가 깊어서 백 년의 정을 씻어내기 어렵다. 가까운 거리에서 오랫동안 슬픔도 기쁨도 같이한 대마도를 다시 동네 이웃이라 여겨보려 해도 될까. 거제도 바다 위에서 시를 읊던 그 마음은 지금의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를 깊이 울린다.
―巨濟海上和柳伯應韻 〔주세붕(周世鵬) 무릉잡고(武陵雜稿)〕
(좌) 〈지도 1〉4) (우) 〈지도 2〉5)
- 거제 역사의 남겨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3년 12월)
1) 《邊例集要》 10권, 恤典 物故并錄 甲戌 “六月 府使林象元時 沒雲臺破船渰死倭人一名屍軆 或漂浮於沿海浦口是白良置 各別搜探事 各邑良中 發關嚴飭之意 報于道臣爲白乎旀 取考府上謄錄 則康熙己亥 出來倭船二隻 漂到知世浦 船隻破碎 格倭一名渰死 而生存倭人三十名處 各別會木一疋 倭料餘米中一石式 題給爲白有如乎 今此破船生存倭人十名處 各別會木一疋 倭料餘米一石式 上下入給爲白乎旀 渰死倭屍段 自多大鎭 給布造衾使之裹屍 仍載海船 運給館倭 埋置館後山緣由 達 無回下” 2) 조선 후기 일본인 표류민은 언뜻 보면 단일한 집단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쓰시마 지역 출신’ 집단과 ‘쓰시마 외 지역 출신’ 집단으로 뚜렷이 구별되었다. 두 집단 모두 표류민 발견 및 구조(1단계), 역관 파견 및 문정(2단계), 부산 호송(3단계)까지는 송환 방식이 같았다. 그런데 4단계 이후부터 두 집단의 송환 방식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당시 왜관 측에서는 쓰시마 출신이 아닌 자의 왜관 출입을 꺼렸기 때문에, ‘쓰시마 지역 출신’ 표류민은 왜관에 곧바로 인도되었지만 ‘쓰시마 외 지역 출신’ 표류민은 왜관 주변 포구에 정박한 상태로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두 집단의 송환 방식은 4단계에서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그리고 ‘쓰시마 지역 출신’ 집단은 왜관에서 연향(5단계)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쓰시마 외 지역 출신’ 집단은 정박지 근처에서 연향이 실시되었다. 연향 때 표류민에게는 옷감에 사용되는 목면과 약간의 미곡이 지급되었다. 이후 ‘쓰시마 지역 출신’ 표류민은 쓰시마로 호송(6단계)되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쓰시마 외 지역 출신’ 표류민은 쓰시마에서 나가사키로 한 차례 더 이동(7단계)하고 나서야 비로소 송환이 종료된다.〔《동문휘고》 부편(附編) 및 부편속(附編續) ‘예조참의 압환표왜서(禮曹參議押還漂倭書)〕/ 이지연, 〈조선후기 일본인의 표류양상과 그 송환 방식〉, 부경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2020년. 3) 典客司, 《典客司別謄錄》,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奎 12961-v.1-8. 1753년 이후의 표류 사례는 《典客司日記》 참조/ 이지연, 〈조선후기 일본인의 표류양상과 그 송환 방식〉, 부경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4) 1872년 지방지도(규10512)-거제부지도(Map of Geoje-do) 5) 정성일, 〈朝鮮의 對日關係와 巨濟 사람들〉, 《-韓日關係史硏究》 제49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