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배〔船〕의 변천사로 알아보는 거제 이야기 - 송재식
거제는 사면이 바다이다 보니 배〔船〕하고 연관이 깊고 거제의 역사는 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래 사진은 통구민이라고 하는 배이다. 통나무를 깎아 만든 배라 하여 통선이라고도 하고 통구밍이라고 부르는 무동력선이다.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에서는 이 배로 고기도 잡고 섬에서 육지로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거제 지세포에 있는 어촌민속전시관에서 이 통구민 배를 볼 수 있다.
▶ 통구민(해류와 바람을 이용하고 노를 저어서 이동하였다)
임진왜란 때에는 판옥선과 거북선이 옥포와 견내량 그리고 칠천도 등 거제 연안에서 왜적과 싸워 거제를 지켰다. 옥포해전에서는 거북선은 출동하지 않았지만, 견내량해전에서는 거북선이 큰 활약을 하였다. 그러나 칠천량해전에서는 거북선이 침몰하였고 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였으나 아직까지 성과는 없다.
(좌) 판옥선 (우) 거북선(옥포에 전시)
6·25 한국전쟁 시에는 포로수송을 위해 상륙작전용 함선과 물자수송선 등을 이용하여 포로들을 태우고 고현항에 입항하였다.
(좌) 포로수송선(LST-1090) (우) 포로수송선(장비, 물자 수송용)
(좌) 포로수송선(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 (우) 항만에 입항한 포로수송선 포로 하선 장면
흥남에서는 1950년 12월 15일에서 12월 24일까지 열흘 동안 동부전선에 투입되어 압록강 유역의 혜산진과 두만강 유역까지 진출했던 미국의 제10군단과 한국군 제1군단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함경남도 흥남에서 배편으로 철수한 작전이 진행되었다. 이때 수백 척의 어선과 군함 등이 10만여 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부산과 거제 일대로 철수하게 되었다.
(좌) 피란민 수송작전(흥남) (우) 피란민을 태운 수송선
1950년 12월 25일 1만 4천 명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거제 장승포와 지심도 사이의 바다에 정박하여 작은 어선으로 피란민을 실어 거제 땅을 밟게 되었다. 이때 거제 주민들은 주먹밥을 손수 나누어주고 일부는 장승포초등학교에 기거하고 대부분의 피란민은 거제 주민들이 자기 집으로 데려가 보살펴주었다. 이때 배 안에서 5명의 아이가 태어났는데 라우 선장은 그 아이들의 이름을 김치1~5로 불렀는데 그중에서 김치5는 이경필(73세)로 지금도 거제 장승포에서 수의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좌) 메러디스 빅토리호 (우)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중국에서 해체됨
1876년에는 일본의 개항 압력으로 일본인의 발동선이 거제 연안에 운항하였고 1904년에는 장승포에 일본인 거주촌(입좌촌)이 생기면서 일본인 ‘사까꾸라’가 ‘해운환’이란 이름으로 장승포에서 부산까지 최초의 여객선이 취항하였다. 1924년에는 거제운항회사가 설립되어 발동선이 운항하여 육지와의 활발한 교류가 가능해졌다. 1945년 부산에서 건조된 목조 동력선 ‘영복호’는 1955년에 사라지고 철선 영복호, 거제호, 금양호 등이 취항하였다.
(좌) 1945년 영복호(장승포~부산~옥포~두모) (우) 1960년 거제호(부산~옥포~두모)
1990년대에는 엔젤호와 코스모스, 페레스트로이카, 로얄페리호 등 쾌속선이 취항하여 거제에서 부산까지 소요시간이 1~2시간에서 30~50분 내외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좌) 엔젤호(부산~성포~통영~여수) (우) 코스모스호(거제 고현~마산)
(좌) 페레스트로이카(거제 옥포~부산) (우) 로얄페리호(장승포~부산)
1971년 4월 8일 거제대교 개통에 따라 엔젤호는 25년간 운항하다 1995년 폐업되었고, 1999년 4월 22일 신거제대교가 개통하였고, 고현과 마산을 운항하던 코스모스호는 2007년 폐업되었으며, 2000년 1월 1일 칠천연륙교가 개통됨에 따라 칠천 장곶부두에서 실전부두와 하청부두까지 운항하던 도선이 폐업되었다. 2010년 12월 13일 거가대교가 개통됨에 따라 장목구영과 농소, 하청면 실전-진해 안골과 속천항을 오가던 성우카페리와 거제아일랜드, 아카디아 등도 2011년에 폐업되었다.
(좌) 아카디아(부산~거제 옥포) (우) 데모크라시 1호(부산~장승포)
1994년 8월 1일 성포에서 가조도를 왕복 운항하던 ‘가조페리호’는 2009년 7월 13일 가조연륙교가 개통됨에 따라 ‘산달페리호’로 선명을 변경하여 운행하였고 2018년 9월 21일 산달연륙교가 개통됨에 따라 ‘화도페리호’로 이전하여 둔덕 호곡에서 화도 간 운행을 하다가 2023년 1월 31일 28년간 운행하던 페리호를 폐선시키고 ‘화도차도선’을 취항하게 되었다.
(좌) 가조페리호 (성포~가조도) (중) 산달페리호 (법동~산달도) (우) 화도페리호 (호곡~화도)
거제 연안에서 섬을 오가는 유람선과 여객선(도선)이 있어 외도, 내도, 지심도, 이수도, 저도, 화도, 장사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한산도 등을 운항하고 있다.
(좌) 여객선(저구~매물도) (우) 해금강 유람선
(좌) 도선(시방리~이수도) (우) 저도 유람선
근대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석유시추선을 비롯한 LNG정제 및 운반선을 제조하였고, 군함과 잠수함 등을 건조하여 거제가 세계 제1의 조선산업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좌) 석유 시추선 (우) LNG 정제 및 운반선
(좌) 구축함 (우) 잠수함
거제는 사면이 바다이면서 천혜의 자연해안경관을 보유하고 있어 해양레포츠 산업이 발달하였다. 일운면 소동리의 요트학교와 남부면의 해양레포츠 체험센터인 제트보트와 흥남해수욕장의 패들보드와 윈드서핑, 지세포와 덕포, 관포의 투명카약 등 다양한 해양레포츠 산업 발전이 기대된다.
(좌) 요트(일운면 소동리) (우) 제트보트(남부면 도장포)
(좌) 패들보드, 윈드서핑(흥남해수욕장) (우) 투명카약(지세포, 덕포)
거제는 섬의 특성상 배와 연관이 될 수밖에 없고, 배와 동고동락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거제는 배로 인해 웃고 배로 인해 울었던 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거제의 미래는 조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해양관광도시로서 다양한 해양레포츠 산업의 발전이 기대되 고 또한 발전하여야 할 것이다.
- 거제 역사의 남겨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3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