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8. 항공사진으로 본 거제도 - 전갑생
다음 페이지의 사진은 시계방향으로 거제도 남동쪽 지세포(왼쪽 아래)부터 아양(지금 한화오션)과 해변, 두모, 느태, 능포, 양지암, 장승포항과 옥림리 일대까지 중요한 해변들을 담고 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왼쪽 아래 지세포만에 ‘149’라는 숫자와 ‘옥림리(Ongnim-Ni)’라는 영문 지명이 등장한다. 지세포 건너편에 내도가 약간 보인다.
사진의 중앙에 ‘거제도(Koje-Do)’라는 글자와 아양리 해변을 따라 옥포 방향으로 ‘강구(Changg)’라는 영문이 확인된다. 또 아양리 해변에 ‘148’이라는 숫자는 두모마을을 지칭하고 있다. 아양리는 지금의 아주동 구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일대이며 드넓은 논과 마을들이 모여 있었다. 사진을 확대해 보면 해변에는 긴 몽돌밭과 대·소형 어선들도 정박해 있다. 다시 눈을 돌리면 ‘149’라는 숫자가 느태와 능포항에 표시되어 있다.
▶ 468폭격전대에서 촬영한 거제 남동과 동쪽 구역인 지세포와 장승포 일대 항공사진(RG 263, ArchivesⅡ).
사진, 생산 맥락에 담긴 이야기
하필 거제도 전체 중에서 남동쪽 방향의 일운면사무소 소재지 지세포와 장승포 일대만 등장하는 것일까. 사진이 언제, 누가, 어떤 목적에 따라 촬영되었는지를 알 수 있을까. 상세한 정보와 생산 맥락을 분석한다면 어떤 가치가 있는지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이 사진은 현재 미국 메릴랜드주 칼리지 파크 소재 국립문서기록관리청 산하 국립공문서관 2관(National ArchivesⅡ) 문서실에 보관되어 있으며 1944년 11월 17일 육군항공대 20공군 20폭격사령부 468 폭격전대(468th Bombardment Group)에서 촬영한 항공사진이다.1) 이 시기의 항공사진은 적의 군사시설이나 교통망 등을 폭격하기 직전에 정찰하거나, 폭격 직후 피해 정도를 확인 차원에서 두 차례 촬영한다. 해방되기 직전 468폭격전대는 거제도 일대의 주요 해변을 촬영한 것일까. 과연 지세포와 장승포 일대를 실제 폭격하기 위한 목적일까. 육군항공대의 폭격전대들은 2차 세계대전 때 필리핀부터 오키나와, 도쿄 대폭격까지 혁혁한 전공을 올린 B-29 폭격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근데 1944년 11월 17일에 거제도 일대를 항공사진 촬영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촬영한 날로부터 7일 뒤 11월 24일 20폭격사령부 소속 B-29기 70대는 도쿄에 대공습을 실시했다. 그렇다면 B-29는 도쿄 대공습과 함께 거제도를 비롯한 조선에서도 대폭격을 예정하고 있었다는 것일까!
제니스와 거제도 점령 상륙지
앞의 항공사진과 함께 게재된 거제도 전도에는 “해안의 소구역. 해변 구역은 18과 19에 나와 있다.” 라는 설명문을 달고 있다. 점선 2~3번은 장목면에서 남부면까지, 13번은 칠천도에서 연초면, 12번은 가조도 일대, 11번은 고현, 10번 한산도, 8번 산달도와 거제만, 9번 용초도와 봉암도, 7번 소지도, 5번 소매물도, 4번 홍도 등 주요 부속도서까지 상세하게 표기되어 있다.
이 지도와 항공사진은 1945년 4월 미 합동정보연구 출판위원회(Joint Intelligence Study Publishing Board·JISPB, 20여 개의 미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임시조직)에서 합동육해군정보연구(Joint Army Navy Intelligence Study·JANIS)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식민지 국가 기본지형연구 시리즈 조선(국가번호 75)에 포함되어 있다. 제니스(JANIS)75시리즈는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등 총 15장으로 구성되었다. 거제도 항공사진과 지도는 《제니스75 4장 해안과 상륙 해변(JANIS75 Chapter Ⅳ Coast and Landing Beaches)》(1945. 4)에 게재된 것으로 상세한 설명을 부첨하고 있다.2) 제니스75는 전략첩보국(OSS, CIA의 전신)을 비롯한 해군정보국, 정보참모부(G-2), 미 지리지명위원회, 기상청 등 여러 정보기관과 기구에서 취합된 정보를 하나로 묶은 정보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1945년 9월 7일 이후 조선을 점령할 때 사용한 것이다. 24군단 소속 40사단은 부산을 비롯해 거제도, 통영 등 경남 일대를 점령할 때 동일한 정보 보고서를 소지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거제도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제니스75 4장에 담긴 지도 한 장과 항공사진 몇 장이 전부였다.
그럼 미군은 제니스75 4장에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가 담겨 있었을까. 이 보고서에 거제도 해안선과 수심, 주변 암초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상륙 해변의 위치와 정보를 대상으로 상세히 다루고 있다. 첫번째 해안을 살펴보면 거제도 해안은 가파른 곳부터 완만한 곳까지 다양한데 10패덤은 100피트 미만에서 최대 5마일까지이며 20패덤은 수백 피트에서 거의 7마일까지 깊은 수심이다. 바닥은 바위와 진흙, 해안 근처에서 가장 많은 조개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남동쪽의 대부분 지역에서 암초와 바위들이 해안을 에워싸고 있다. 지도상에서 보면 능포 양지암에서 지세포로 이어지는 해안은 기암절벽과 각종 암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도의 시계방향으로 보면 연초 한내부터 하청 칠천도, 장목 구영을 비롯해 흥남해수욕장, 옥포와 능포항, 지세 포와 구조라 등이다. 이들 항구들은 건조한 모래사장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모래사장은 각 만의 입구부터 해안 경계까지 펼쳐져 있었다.
거제도는 “내륙지형은 가파른 험준한 구릉지와 산지”이며 “언덕과 산은 풀로 뒤덮여 있고, 억새와 소나무가 듬성듬성 있으며, 계곡은 벼와 곡물 등을 재배하며, 마을들은 대부분 해안과 평행한 산책로와 개량되지 않은 도로를 따라 연결되어 있다”는 자연환경과 마을 형성 내용이 담겨 있다.
항공사진에 표시된 148과 149의 위치에 대한 설명을 보면 해안은 상당히 움푹 파여 있다. 두 곳(148·149)의 절벽과 가파른 경사면은 대부분 해안에서 돌출되는 암초, 짧고 좁은 해변으로 만과 해안의 입구와 연결되었다. 따라서 지세포나 장승포, 능포, 느태 등은 해안과 해변으로 이어지는 강구를 끼고 있는 점이다. 남부면 도장포와 명사는 모래와 기암절벽으로 이어지는 독특한 해안지대라고 소개되고 있다. 도장포에서 4마일 지점에 있는 구조라와 지세포 등은 거제도 내에서도 긴 모래 해변을 끼고 있다고 평가한다. 학동과 아양리 일대 해변은 모래사장보다 작은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라서 상륙 지점으로도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되었다. 이러한 정보는 육공대에서 항공사진을 통해 파악한 정보라고 믿기 어렵다.
- 거제 역사의 남겨진 이야기 (거제문화원, 2023년 12월)
1) Joint Target Group, Washington, D.C. Air Target Analyses, Analysis by Areas Targets in China, Korea, Hokkaido and Northern Honshu, 1945. 7, Entry 47, I-10, RG 243, ArchivesⅡ. 2) JANIS75, Chapter IV, Korea: Coasts and Landing Beaches, Apr 45, Box 9, Joint Army Navy Studies (JANIS), 1943~1947, A1 47-B, RG 263, Archives 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