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신라 시대 내해이사금 때의 충신.

집안은 대대로 벼슬을 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범했으나, 물계자는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했을 뿐만 아니라 굳건한 지조를 가지고 있었다. 209년(내해이사금 14) 포상팔국이 힘을 합쳐 지금의 경상 남도 함안 지방인 아라가야국을 침범하였다. 힘이 모자란 아라가야국은 신라에 구원을 요청해 왔다. 그러자 신라의 내해이사금은 왕자 날음으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아라가야국을 돕게 하였다. 왕자 날음의 지휘 아래 용감히 싸운 신라군은 단숨에 포상팔국을 물리쳤는데, 이 때 물계자는 날음의 휘하에 들어가 커다란 공을 세웠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12년 물계자는, 지금의 경상 남도 창원인 골포·지금의 경상 남도 사천군인 칠포·지금의 경상 남도 고성군인 고사포 등 3국이 신라를 침입하여 신라의 갈화성을 공격하였을 때에도 큰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날음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 2번씩이나 세운 큰 공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집에 돌아온 물계자는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국가의 위기에 목숨을 버리지 못한 자신을 스스로 원망하면서, 머리를 풀고 거문고를 들고 사체산으로 들어가 여생을 보냈다. 그리고 대나무의 성질과 버릇, 계곡 물소리를 흉내낸 《물계자가》를 지어 불렀다고 한다.

《물계자가》의 가사는 전해지지 않지만, 1285년(충렬왕 11)에 중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나 1145년(인종 23)에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를 보면 그 유래는 대략 다음과 같다. 물계자는 나라에 위급함이 있을 때마다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왕자 날음에게 미움을 샀기 때문에 그 공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는 왕자를 원망하지 않고 스스로를 책망하며 머리를 풀고 거문고 하나만 둘러멘 채 산속으로 들어간 뒤,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산속으로 들어가기 전 그는 아내에게 "위태로움을 보고는 목숨을 바치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신의 몸을 잊고 절개와 의리를 지키어 삶과 죽음을 돌보지 않는 것을 충성이라 하는데, 이것저것 종합하여 살펴보건대 두 번의 싸움은 국난이요 임금님께는 몹시 위태로운 일이었으나, 나는 몸을 바친 용맹이 없었으니 이는 충성심이 없는 까닭일 뿐만 아니라, 이미 불충으로써 임금님을 섬겨 아버지께 누를 끼쳤으니 어찌 효라 할 수 있겠소. 나는 이미 충효를 잃은 몸이니 면목이 없어 다시는 조정과 시정에 설 수 없소." 라고 자신의 심정을 말하고는, 머리를 풀고 거문고를 메고 사체산으로 들어갔다. 그 뒤 그는 대나무 의 곧은 성질과 버릇을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여 슬퍼하면서 마음을 의지하여 노래를 짓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에 맞추어 거문고를 타서 곡을 지으며 숨어 살았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물계자가》는 개인적인 것과 서정적인 내용으로 지어진 가야금 곡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곡은 신라 시대 초기 부족 연맹 시대에 개인이 지은 노래를 기록해 놓은 것으로는 처음이기 때문에, 신라 시대의 시가 문학 사상 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노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신라 시대 초기의 종합 예술인 가무악이 가악과 무용의 형태로 나누어지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