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쪽의 도시 칸에서 열리는 국제 영화제. 1946년에 처음 열렸으며, 매년 5월에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영화제,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3대 국제 영화제이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영화 를 탄생시킨 나라이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1946년까지 영화제를 열지 못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이탈리아가 해마다 베네치아 영화제를 열어 많은 관광 수익을 올리는 것을 매우 부러워하였다. 1930년대 말 프랑스는 국제 정치가 혼란한 틈을 타서 칸에서 새로운 영화제를 열 계획을 세워 나갔다. 그러나 당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베네치아 영화제를 상대로 베네치아 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칸에서 새로운 영화제를 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그러던 중 프랑스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1938년 열린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대상이 독일 영화와 이탈리아 영화에 돌아간 것이다. 독일 영화는 레니 리펜슈탈이 만든 《올림피아》였고, 이탈리아 영화는 무솔리니 의 아들이 조종한 영화였다. 이 두 영화가 대상을 받자, 미국·영국· 프랑스 등은 앞으로 베네치아 영화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프랑스는 조심스럽게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가 이 일이 일어나자, 1939년 곧바로 제1회 칸 국제 영화제를 열려고 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제2차 세계 대전 이 일어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프랑스는 영화제를 열기 위해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하였다. 전쟁이 끝난 후 1946년 9월 20일 프랑스의 칸에서는 드디어 제1회 칸 국제 영화제가 열리게 되었다. 처음으로 열린 이 영화제에는 총 21개국에서 68편의 단편 영화와 40편의 장편 영화가 출품되었다. 여기에서 대상은 프랑스 르네 클레망 감독의 《철로 위의 전투》로 돌아갔다. 이 영화제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여러 가지 사고가 있기는 하였으나, 일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프랑스가 영화제를 열게 된 목적은 처음부터 영화를 매개로 하여 관광 산업을 육성하고 국위를 선양하려는 데 있었다. 베네치아 영화제는 처음에는 새로운 영화인들을 발굴하고, 훌륭한 영화를 선정하며, 세계 영화의 방향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 열렸다. 그러나 베네치아 영화제는 해를 거듭해 갈수록 상업적인 영화제가 되어 갔다. 칸 영화제 도 베니스 영화제의 상업적인 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영화제의 모델이 된 베네치아 영화제를 그대로 따라 가고 있었다. 앙드레 바쟁이 " 칸 영화제는 축제적인 성격을 줄이고 영화에 대한 좀더 큰 관심이 요구된다."라는 염려스러운 말을 한 것을 보더라도 처음의 칸 영화제는 영화제 본래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초기에는 기술적인 문제도 많이 일어났는데, 소련 영화인 《베를린 전투》를 상영할 때 문제가 일어났다. 소련 대표들은 붉은 군대의 영광스런 위상에 모욕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영화제에서 철수하겠다고 하였고, 프랑스 영화 관계자들은 이들을 설득하느라고 애쓰기도 하였다. 미국 역시 히치콕 감독이 만든 《오명》이 필름통이 뒤바뀌어 상영되자 소동을 일으켰다. 초기의 칸 영화제는 마치 작은 유엔처럼 각 나라의 대표들이 자기 나라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판의 아수라장 같았다. 그러나 칸 영화제는 젊은 천재 감독인 오손 웰즈·엘리아 카잔 ·빈센트 미넬리 등 미국 감독들을 소개하였고, 르네 클레망을 선두로 한 프랑스 영화 감독들도 이 영화제를 통해 영화 관객과 적극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 후 세로운 세대 의 영화 감독들도 칸 영화제에 많이 진출하였다. 대표적인 감독은 프랑스의 프랑소와 트뤼포였다. 그는 원래는 영화 비평가로 활동하였었는데, 1959년 첫 장편 영화인 《400번의 구타》를 들고 칸 영화제에 참석하였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 가 나아갈 방향에 큰 영향을 주었다. 칸 영화제에서는 트뤼포에게 감독상을 주었다. 이 후 1960년 제13회 칸 영화제에서는 이탈리아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대상 을 받았는데, 이 영화는 자유 분방한 세계를 그린 것이다. 1961년 제14회 칸 영화제에서는 에스파냐의 루이 브뉘엘 감독의 《비리디아나》가 대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기존 사회에 대한 조롱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현대인들의 대화 단절을 그린 《관조》는 제 13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 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이들 영화는 처음에는 심사 위원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영화였는데, 지금은 새로운 영화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은 영화들이 소개되면서 칸 영화제는 국제 영화제로서의 원래 기능을 회복해 나갔다.

1962년 칸 영화제는 비평가 협회가 만든 ' 비평가 주간'을 추가하였고, 1969년에는 감독 협회가 만든 '15인 감독선' 부분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칸 영화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영화 감독·배우·제작자·언론인 등 수천 명이 모여, 2 주일 동안 영화 상영· 리셉션· 기자 회견· 영화 상담 등의 행사를 한다. 상은 국제 심사 위원들이 예선을 거친 공식 참가 작품 중에서 뽑는데, 장편 영화·단편 영화 두 부문의 최우수 작품에 각각 대상이 주어지며, 감독상·남우상·여우상·심사 위원 특별상 등이 주어진다.

우리 나라는 1984년에 이두용 감독이 만든 《물레야 물레야》로 특별 부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칸 영화제는 1997년 현재 50주년을 맞았다. 이 영화제에서 그 동안 발굴한 영화와 그 영화를 만들어 낸 감독들도 매우 다양하다. 현재 칸의 상업성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50주년을 맞은 칸 영화제는 분명히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