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5년 문종 때에 사경한 경전. 감색의 종이에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쓴 《대반야경》 제175권이다. 보물 제887호로 지정되었다. 권자본이며 1권 1축(10장)이다. 서울의 조명기가 소장하고 있다. 이 사경은 중국 당나라 현장이 번역한 《대반야경》 6백 권 가운데 제175권에 해당한다. 권수에 5장이 없어졌으나, 권말에 사성기가 있어서 발원한 사람은 당시 금오위대장군으로 있던 김융범이 할아버지와 부모의 명복과 가족의 안녕을 빌기 위하여 사경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엷은 감색의 종이에 금니로 경문을 썼으며, 겉표지 그림과 표지 안 그림인 변상도는 생략되었다. 나비는 55㎝이며, 위아래로 홑금줄을 그었으며, 행간에는 세로로 금줄이 있다. 글씨체는 황보인 과 김치양이 발원한 일본 문화청에 소장되어 있는 《감지 금니 대보적경》권 32와 더불어 신라 시대 사경 글씨체의 영향이 그대로 남아 있다. 고려 초기 즉 12세기 이전 작품으로 신라의 독자적인 경서체와 구양순체를 혼합시킨 고려적인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글씨체를 볼 수 있다. 권머리 부분이 없어지고 감색 종이의 염색과 금니가 깨끗하지 못한 흠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국내의 고려 시대 사경으로는 가장 오래된 사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