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 북도 경주시 배반동(排盤洞) 남산 탑곡에 있는 통일 신라 시대의 마애 조상군. 보물 제201호. 32구의 불상· 보살상·비천상 등의 조각이 새겨져 있는데, 조각 수법 으로 보아 7세기 중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남면 중존상(南面中尊像) 1.45m, 독립 보살상(獨立菩薩像) 2.14m, 서면 여래상(西面如來像) 1.45m, 동면 북측 여래상(東面北側如來像) 1.75m. 높이 약 9m, 둘레 약 26m의 거대한 바위에 불보살상과 기타 조각들이 만다라적(曼陀羅的)인 회화처럼 묘사되어 있다. 신인종(神印宗) 계통의 사찰에 딸린 것으로 추측된다. 남쪽은 다른 3면보다 훨씬 높은 대지(臺地)이고, 목조 건물의 터와 탑 및 석등 같은 유품들이 남아 있어 결국 남면 불상을 주존(主尊)으로 한 사찰이 있었음을 추측하게 한다. 남면의 바위 동쪽에는 직사각형의 감실(龕室)을 마련하여 삼존을 조각하였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내려 세부적인 기법은 알 수 없지만, 양식은 대체로 그대로 남아 있다. 본존(本尊)은 전대(前代)와 달리 신체와 옷주름 등이 거칠고 형식화한 경향이 있지만, 둥글고 웃음 띤 얼굴과 어깨의 선이 부드럽다. 본존불의 좌우에는 보살이 새겨져 있는데, 특히 왼쪽 보살은 본존의 귀엣말을 듣듯이 본존을 향해 몸을 비틀고 있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삼존 불상이 새겨져 있는 옆 바위에는 앳된 얼굴을 하고서 옷자락으로 덮은 두 손을 가슴에 다소곳이 모은 나한상(羅漢像)이 새겨져 있고, 그 앞에 보살 모습의 불상이 서 있으며, 그 옆의 바위에 새긴 또 하나의 나한상은 길고 풍만한 얼굴에 위엄이 깃든 표정을 짓고 있다. 동면 바위에는 삼존 불상과 공양 을 올리는 승려상, 6구의 비천상(飛天像)이 있고 그 밖에도 참선하고 있는 승려와 보살 등 11구의 불상과 보살상 등이 새겨져 있다. 이 삼존불의 한 가운데 있는 본존은 두 손을 앞섶의 옷자락 속에 감추고 가늘고 긴 눈에 웃음을 머금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특히 유연한 긴 상체와 유난히 넓은 무릎을 갖고 있다. 광배는 둥근 두광(頭光)을 16개의 잎이 달린 연꽃과 36줄의 광선으로 표현했으며 대좌 역시 보기 드문 연꽃 무늬를 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협시 보살은 매우 특이한 외모를 갖고 있다. 측면관인 이 보살은 매부리코에 긴 눈썹, 커다란 입을 가졌고 공양하는 모습도 이국적이어서 서역 계통의 외국인을 묘사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 위쪽으로는 상체만 표현한 비천상들이 날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서면에는 동면에 있는 모습과 거의 같은 불상이 결가부좌 의 자세로 앉아 있고 2구의 비천이 새겨져 있다. 북면에는 7층 탑과 9층 탑이 있는데 탑 밑에는 사나운 괴수가 마주 보고 날뛰고 있는 상륜부 사이 연꽃 대좌 위에 동면에 있는 본존과 닮은 불상이 새겨져 있다. 이들 조각상들은 연꽃 무늬나 두광배의 특징이 익산 연동리 석불 좌상이나 비암사 (碑巖寺) 비상들과 상통한 점에 미루어 7세기 중엽에 조성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한, 이들 불상은 석주 4면에 새겨진 일종의 사방불의 형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는 우리 나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불상 가운데 가장 오래 된 것이어서 자료적 가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