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 분양왕을 지낸 곽자의가 벌인 향연 장면을 그린 병풍화. 《곽분양 향락도》라고도 한다. 곽자의는 안녹산의 난 때 많은 공을 세워 난을 평정하여 분양왕에 봉해진 인물로 평생이 순탄하게 잘 풀리고 복을 누려 부귀 공명의 표본과 같이 된 사람이다. 그림의 내용은 용궁을 떠올리게 하는 호화로운 전각과 아름다운 꽃들로 꾸며진 정원에는 한 쌍의 공작과 학이 거닐고, 안뜰 마당에서는 향연이 성대하게 벌어지고 있다. 마당을 가득 매운 축하객들 앞에서 아름다운 기녀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으며, 곽분양 부부가 흐뭇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그 주위로 아들·며느리· 손자·손녀들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조선 영조 때의 화가 긍재 김득신이 그린 《곽분양 행락도》가 유명하다. 비단 바탕에 정교한 필치와 농후한 채색이 돋보이는 원나라와 명나라의 풍속화 풍으로 그려졌다. 그림의 내용은 중국의 것을 모방한 듯 한데, 어느 부잣집의 한 신수 좋은 노인을 중심으로 전후 좌우에 처와 첩의 자녀, 하녀와 사내종 등 수십 명이 마당에 모여 흥겹게 춤을 추는 아름다운 무희들을 보면서 즐기고 있는 정경을 담고 있다. 우리 나라의 《곽분양 행락도》는 조선 후기 일부 상류 사회에서 부귀 영화와 오복 향락을 기원하는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수묵이 주를 이룬 남화풍의 문인화가 유행하던 시기로, 이 그림은 중국 당나라·송나라 시대를 대표한 날카로운 윤곽선이 특징인 북화의 화법을 썼기 때문에 조선 시대의 한국화 기법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곽분양 행락도》는 전통 자수에도 그대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