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에 의하여 맺어진 사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한 이익과 손해의 집단. 주로 처와의 혼인으로 인한 관계에 의해서 맺어진 친척이 중심인 이익과 손해의 집단을 말하는 것으로, 신분제 사회에서는 혈연이 재산상의 세력이나 권력과 함께 상류의 특권 계급의 소속 요건이었다. 결혼 에 의하여 생긴, 동족적인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진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정치에 관련된 분야, 실업가나 금융업자의 사회, 학문의 사회 또는 학자들의 사회 등에서 자기의 세력을 확대하려고 할 때에 나타난다. 유럽의 왕후 귀족이나 우리 나라의 양반들은 혼인에 의하여 상류의 특권 계급과 교류함으로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속 요건을 보충하여 가문의 세력을 넓히려 한 예가 많았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딸을 아내로 맞아 특권 계급을 도모하고 자신의 세력을 펼치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며,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원나라가 그들 왕실의 딸을 고려 왕실에 시집을 보내 왕비가 되게 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으며, 유럽 여러 왕국에서도 이런 예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규벌은 중세 봉건적 신분제로부터 해방된 근대 및 현대에도 없어지지 않고 신흥 자본가나 관료· 정치가 결혼을 하여 새롭게 규벌을 형성하고 있다. 규벌의 형성은 우수한 혈통과 능력의 결합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대우나 권리를 평등하게 주는 일(기회 균등 )과 능력 본위의 인재 개발을 막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규벌 세력이 지배하는 형태의 정치를 규벌 정치라고 한다. 정치 지배에는 단순한 정치적 지배만이 아닌 경제적인 이해가 있기 마련인데, 이에 규벌이 되게 한 혼인 관계가 지나칠 정도로 큰 요소로 작용하여 정치 집단을 형성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 정치 체제'를 의미하는 개념으로는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