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로 만들어 도금(鍍金)한 삼국 시대의 불상. 보물 제285호. 높이 18.8㎝. 경상 남도 거창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 불상은 광배는 남아 있지 않고 원형의 복판 연화 대좌 위에 똑바로 선 자세를 취하고 있다. 머리에는 인동(忍冬) 무늬 비슷한 장식의 보관(寶冠)을 썼고 관의 양 끝에서 매어진 가는 술이 고사리 모양으로 매듭을 지어 어깨 위로 내려지고 조그마한 원형의 긴 연주(連珠) 무늬가 관과 술을 장식하고 있다. 얼굴은 매우 갸름하며 여느 불상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가늘게 옆으로 찢어진 눈과 앞으로 내민 입,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어우러져 근엄하기보다는 소박한 느낌을 주는 한국적인 인상이다. 이런 인상은 일본 호류사〔法隆寺〕 석가 삼존상(釋迦三尊像)의 보살, 또 구고 관음상(救苦觀音像)과 비슷하나 중국과는 판이하여 독특한 것이다. 완만하게 처리된 둥근 어깨는 삼도(三道)의 표현이 없는 유난히 굵고 긴 목과 연결되어 있으며, 목걸이는 두 줄로 표현되어 밑으로 각이 지게 드리워졌다. 천의(天衣)는 몸의 굴곡을 전혀 나타내지 않은 채 도시기화 되어 있으며, 좌우대칭으로 4쌍의 날개 모양으로 뻗쳐 있어 사실감이 거의 없다. 이처럼 원통형의 자세와 V자형의 목걸이, 형식화된 천의 자락 등은 보살상을 매우 딱딱하게 만들고 있다. 옷자락이 극단적으로 형식화된 점 등은 6세기 말엽의 과도기적인 중국 불상에서 볼 수 있는 수법이다. 둥글고 큰 대좌(臺座)는 단층으로 꽃잎 끝이 비교적 날카로운 팔엽 단판 연화(八葉單瓣蓮華) 무늬가 조각되었으나, 부식 이 심하여 그 질감이 몸체 부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둥근 대좌라든가 보주(寶珠)를 두 손에 들고 있는 모습 등이 백제 양식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양식상으로 보아 6세기 말에서 7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성북구 간송 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