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1896년 6월 3일 러시아와 청나라가 맺은 비밀 조약 . 이·로바노프 협정이라고도 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조약을 체결할 당시 청나라 대표로 참석한 사람은 이홍장이었고, 러시아의 대표는 A. 로바노프 로스토프스키 외무 장관과 S. 위테 재무 장관이었다.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은 조선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어 조선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냈는데, 이를 방해한 것이 바로 러시아가 주동하여 이끈 3국 간섭이었다. 3국 간섭 으로 조선에 대한 일본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자, 청나라와 러시아의 위치는 반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면서 일본의 힘을 직접 확인한 청나라와 러시아는, 일본이 언젠가는 러시아나 중국까지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러시아와 청나라 간에 러·청 밀약이 비밀리에 맺어지기에 이른다. 밀약의 내용을 보면, 일본이 만주 지역이나 러시아, 또는 조선을 군사적으로 침략할 경우 함께 일본에 대항하고, 전쟁이 일어나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는 중국의 항만을 러시아 군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시베리아 철도를 만주 지역까지 연장해 놓는 공사를 러시아 가 맡아서 한다는 조항 등이 들어 있다. 러시아는 청·일 전쟁에서의 패배로 조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던 청나라의 입장을 3국 간섭으로 어느 정도 회복시켜 주었다는 이유를 들어, 청나라로서는 선뜻 내키지 않았던 철도 부설권이나 그 철도를 이용한 군대 이동 등을 비밀리에 허락받기에 이른다. 이 밖에도 러시아나 청나라가 단독으로 일본과 강화 조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가, 결과적으로 러·일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러·일 전쟁이 일어나기 전, 만주 지방에서 꾸준히 힘을 키워 가던 러시아가 조선에까지 군대를 보내 군사 기지를 건설하자, 일본은 러시아와 강화 조약을 맺으려고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이는 다름 아닌 러·청 밀약의 단독 강화 금지 조항의 영향이 컸다. 그 때까지도 일본은 이러한 비밀 협약이 있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강화 조약 체결이 어렵겠다는 판단이 서자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러·청 밀약에서는 러시아의 만주 침략 의도를 뚜렷이 엿볼 수 있는데, 특히 러·일 전쟁이 일어나자 만주 침략을 노골화하였다. 러·일 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난 뒤 맺어진 포츠머드 조약으로 일본은 만주 지역에서 러시아가 가지고 있던 많은 이권을 빼앗았으나, 뒤이어 러·일 간에 체결된 러·일 협약으로 일본은 만주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우월권을 보장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