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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찾으러 ◈
◇ 2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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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01~10
방정환
1
동생을 찾으러
2
(2)
 
 
3
종적을 모르게 없어진 지 오래 된 순희에게서 온 편지에는 참말로 몹시 놀라운 말이 씌어있었습니다.
 
 
4
오빠, 나를 좀 속히 살려주시오. 나는 지금 여기가 어딘지 알 수도 없는 곳에 붙잡혀 갇혀 날마다 무서운 사람들에게 매를 맞고 있습니다. 처음에 붙잡히던 날에는 학교에서 반을 치우고 늦게야 정동 호젓한 길로 돌아오는데, 웬 기와집 앞에서 여인네가 나를 보고 ‘네가 김순희지! 네 동무가 아까부터 너하고 같이 간다고 우리 집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 잠깐 들어가서 같이 가려무나’하고 자꾸 들어오라 하기에 누가 기다리나 하고 들어가 보니까,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흉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를 꼭 붙잡아서 어두운 방에다 가두었어요. 암만 암만 소리를 질러 울어도 소용없었습니다.
 
5
그리고 그 날 밤에 우리 집에 데려다 주마 하고 목도리로 내 눈을 싸매더니, 다시 보자기를 씌워 가지고 인력거를 탔는지 마차를 탔는지 지금 있는 이 집으로 옮겨 왔는데, 나는 눈을 싸매고 입을 가렸으니까 어느 길로 어떻게 왔는지, 이 집 대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릅니다. 이 집 속은 큰 벽돌집이어요. 무섭고 캄캄하고 흥한 냄새만 나는 집인데, 밤마다 청국 옷을 입고, 청국말을 배우라고 사납게 때려 줍니다. 인제 청국 구경을 시키려 청국으로 데려 간다구 그래요.
 
6
청국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합니까? 가기 전에 어떻게든지 아버지하고 찾아와서 살려주셔요. 몰래 몰래 공책을 뜯어서 이 편지를 써 가지고 뒷간에 가서 뒷간 담 너머로 내어 던질 터이니까, 누구든지 집어서 우체통에 넣어 주면 집으로 갈 터이니 제발 좀 속히 살려주시오.
 
7
어떻게 놀라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청국 사람들이 우리나라 소녀들을 훔쳐다가 청국 옷을 입혀 가지고 청국에 가서 팔아 버린다는 사실이 신문에 자주 나게 되어, 어린 딸 가진 부모는 불안에 싸여 지내는 터인데, 이제 순희의 편지를 보면 분명히 그런 악당에게 붙들렸으니, 그 무지스럽고 흉악한 놈의 손에 끌리어, 오늘 청국으로 팔려 갈런지 내일 팔려 갈런지 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8
할머니와 어머니는 다시 아무 말할 기운도 없이 정신 빠진 사람처럼 눈물에 젖은 눈을 멍하고 뜨고 계셨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어떻게 한시바삐 찾아볼 도리를 해야 않느냐고 안타까워하였습니다. 창호는 학교도 그만두고 그 길로 편지를 쥐고 경찰서로 뛰어갔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도 그 편지만으로는 찾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섭섭한 대답이었습니다.
 
9
되도록 조사는 해 보지마는 처음에 붙잡힌 집이 정동 기와집 이라하니, 그런 집이 하나 둘 뿐이 아니고, 지금 잡혀 가 있다는 집은 동네부터 알 수 없으니, 이 넓은 장안에 어느 구석에 붙잡혀 있는지 알 수가 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10
창호는 그 말을 들을 때 어찌도 답답한지 몰랐으나, 그러나 경찰서에서 나와 걸으면서 생각하니, 나는 그 편지뿐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창호는 집으로 가지 아니하고 하도 답답하여 금화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에서는 온 장안이 한눈에 내려다보았습니다. 그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안속 어느 곳에 지금 순희가 갇혀 고생하고 있을 생각을 하니까, 그 길로 뛰어 내려가서 집집을 모조리 뒤져보고 싶기까지 하였습니다.
 
11
‘수상한 놈! 수상한 놈!’
 
12
하고, 창호는 혼자 입으로 자꾸 부르면서 발밑에 느런히 놓여 있는 서울 복판을 내려다보았습니다.
 
13
‘오냐, 수상한 놈들이 많기는 아무래도 덕수궁 근방이렷다. 내가 오늘부터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탐지하면 된다!’
 
14
상호는 소리치면서 벌떡 일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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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내려가자! 이러고 있는 동안에 그놈들이 순희를 데리고 청국으로 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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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겁 모르는 어린 몸에 기운이 뻗치어 급한 걸음으로 창호는 뛰어 내려갔습니다.
 
 
17
밤이었습니다. 캄캄한 밤중이었습니다. 개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정동길, 우충충하게 서 있는 양옥집 그늘은 구렁같이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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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 가는 신발 소리를 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조심하여 귀를 기울이고 걷는 사람은 어리디 어린 창호 소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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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생각하는 가엾은 결심 앞에는 아무 무서운 것도 없었습니다. 아무 겁도 내지 않았습니다. 11시인지 12시인지 깊고도 깊은 밤, 집에서는 할머니, 어머니, 아주머니와 아버지까지 울고 계시겠지……. 그리고 창호마저 돌아오지 않는다고 염려하고 계시겠지……. 그러나 이 깊은 밤에 어린 순희는 어느 구석에서 무지한 매를 맞고 있겠구나! 생각하면 창호의 마음은 울고 싶게 슬퍼지는 것이었습니다.
 
20
세상이 모두 잠자는 이 깊은 밤에도 그는 온종일 이렇게 돌아다닌 피곤도 잊어버리고 눈을 샛별같이 더 빛낼 뿐이었습니다.
 
21
기어코 정동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어서 창호는 대한문 앞 큰길을 건너서 공화당 뒤로 통하는 좁다란 길로 바삭바삭 귀를 기울이면서 걸어들어 갔습니다.
 
22
거기는 어떻게 좁은지 좌우 집 처마로 하늘을 가린 복도 같은 길이었는데 길바닥은 깨진 벽돌 조각으로 다져서 우툴두툴하였습니다. 어찌도 캄캄한지 지옥 속 같아서 손으로 앞을 더듬어 가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바삭바삭 더듬어 나갔습니다.
 
23
그렇게 어두운 속으로 소리없이 더듬어 나가던 창호는 별안간에 범이나 구렁이를 밟은 것같이 멈칫하고, 내어 놓던 발을 들이키고 몸을 굽혔습니다. 숨을 죽이고 창호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디서인지 캄캄한 어둠을 뚫고 가늘게 들려오는 소녀의 우는 소리! 그것은 훌쩍훌쩍 느껴 우는 것도 아니고,
 
24
“아야야, 아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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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누구에게인지 두들겨 맞는 소리였습니다.
 
26
창호의 몸은 떨렸습니다. 바늘 끝으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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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순희인가 보다!’
 
28
창호의 피는 일시에 끓어올랐습니다. 벽을 부수어 헐고 대문을 박차고 그 길로 소리가 나는 곳을 뛰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될 일이 아니고……. 먼저 그 울음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그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었습니다.
 
29
창호는 미리 가지고 온 성냥과 초를 꺼내서 불을 켜 들었습니다. 어두운 속에서 훤하게 불빛이 퍼졌습니다. 보니까, 거기는 집과 집 뒤가 마주 닿은 그 틈바구니였습니다. 창호는 헌 집에는 생각도 두지 않고, 남쪽 집에 주의하면서 불빛을 그리로 향하였습니다.
 
30
과연 울음소리는 아까보다도 더 크게 그 쪽에서 들려 나왔습니다. 창호는 쓰레기통 위에 올라가서 가까스로 발돋움을 하여 가지고 높은 담으로 기어 올랐습니다.
 
31
창호는 어린 생각에 아무 앞 걱정 없이 담에까지 올라가기는 하였으나, 올라가 놓고 나니 이러다가 나까지 들켜서 그놈들에게 붙들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32
담에까지는 올라왔으나 이제 어떻게 할까 하고는 망설이는 판인데, 그때 별안간 담 이층 윗방에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밑에서 사람의 발자취 소리가 저벅저벅 나더니, 차차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33
창호는 큰일 났다! 생각하면서, 가졌던 불을 훅 꺼 버리고 숨을 죄이고 담 위에 엎드렸습니다.
 
 
34
-《어린이》 3권2호 (1925년2월호).
【원문】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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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方定煥) [저자]
 
  어린이(-) [출처]
 
  192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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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