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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을 찾으러 ◈
◇ 4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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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01~10
방정환
1
동생을 찾으러
2
(4)
 
 
3
별안간에 온 집에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쫓아오는 소리에 창호는 깜짝 놀라,
 
4
“순희야, 순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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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던 소리를 그치고 눈이 둥그레져서 번개같이 돌아섰으나,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쿵쿵거리는 발자취 소리는 벌써 이 좁은 복도를 향하고 급히 뛰어오는 모양이었습니다.
 
6
‘이제는 나까지 붙잡히는구나!’
 
7
생각하면서, 창호는 이러저리 피신할 곳을 찾았으나, 좁디 좁은 복도속이라 옴치고 뛸 수 없는 막다른 곳이었습니다.
 
8
그러는 중에 벌써 발자취는 가까이 와서 손에 몽둥이인지 무엇인지를 든 시꺼먼 그림자가 복도에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는 별수없이 창호도 붙잡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방 속에서는 순희가 바깥 사정은 모르고 별안간 밖에서 오빠의 소리가 뚝 그친 것만 궁금하여 큰소리로,
 
9
"오빠, 오빠! 갔소, 오빠!"
 
10
하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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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범의 입에 걸린 토끼같이 되어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는데, 기어이 검은 그림자는 몇 걸음 안 떨어지게 닥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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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히고 잡고 아차! 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창호는 참말로 번갯불같이 후딱하더니 뒤에 있는 요릿간 부엌문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습니다. 창호가 있던 쪽은 캄캄하고 쫓아오는 놈 쪽은 밝았으므로 얼른 눈에 띄지 아니할 것을 알고 대담하게 부엌으로 뛰어 들어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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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슨 수가 있습니까? 쫓아온 놈은 순희가 갇혀 있는 방을 와서 보더니, 밖으로 잠긴 채 아무런 변화도 없는 걸 보고는, 이상해하면서 다시 그 뒤에 있는 부엌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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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고 보니 캄캄하므로, 그놈은 주머니를 후비적후비적 성냥을 꺼내서 드윽 그어 들고 들어가서 휘휘 둘러보았습니다. 들창 한 개도 없는 그 부엌에 숨어 있는 창호는 당장에 잡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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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놈이 성냥불을 이리저리 두르면서 보아도 거기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청국 놈은 다시 성냥 한 개를 켜 가지고 부엌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물통까지 뚜껑을 열고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러나 물통 속에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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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만일 청국 놈이 성냥불을 높이 쳐들고 천장을 휘 둘러보았더라면, 창호는 잡힐 것이었습니다. 창호는 부엌 속으로 들어가서 거기 그냥 있다가는 금방 붙잡힐 것이 분명하므로, 문짝을 딛고 기어올라 문설주 위에 가로질러 있는 들보 같은 나무 위에 찰싹 붙어 엎드려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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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창호는 그놈이 사람을 찾노라고 여기저기 구석은 찾되, 이 위는 쳐다보지도 않으려니 하고 짐작하고 기어 올라가 숨기는 하였으나, 정작 밑에 그놈이 들어와서 성냥불을 쳐들 듯 할 때에는 금방 들키는 듯 들키는 듯해서, 그야말로 간이 바싹 오그라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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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행히 그놈은 위를 쳐다보지 아니하고, 그냥 나가 버렸습니다. 창호는 그제야 숨을 휘하고 시원하게 쉬고 소리없이 다시 기어 내려왔습니다. 내려와서 또 한참이나 숨을 죽이고, 밖에 사람의 기척이 없는 것을 살핀 후에, 부엌문을 열고 나가서 다시 순희가 갇혀 있는 방으로 가서 방문을 ‘똑똑똑똑’ 두들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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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희야, 순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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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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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요, 오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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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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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청국 놈에게 붙잡힐 뻔하였는데, 까딱 잘못하다가는 너를 구해내지도 못하고 나까지 붙잡힐 위험성이 있으니, 내가 집을 도로가서 만단 준비를 해 가지고 다시 올 때까지 아무 염려 말고 있거라!”
 
24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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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와요, 속히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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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애원하듯 하는 순희의 소리를 들으면서 가만가만히 사뿐사뿐 걸어서 무시무시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복도를 살그머니 돌아 처음 들어 오던 뒷문을 향하여 기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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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문을 소리 안 나도록 살그머니 열고 지옥을 나오는 듯 시원한 마음으로 한 발걸음 쑥 내딛는데, 와락 달려들어 창호의 손목을 휘잡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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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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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리치는 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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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듣고 위층 아래층에서 ‘쿵쿵쿵쿵’ 하며 쏟아져 나온 놈들은 모두 다 보기에도 징글징글하고, 몸에는 흉한 냄새가 나는 청국 놈들이고, 그 중에는 아까 처음 보던 여인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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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의 발톱에 채인 작은 새같이 창호는 그 무지한 놈의 손에 팔이 비틀리어 꼼짝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죽이든지 살리든지 운명만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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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에 끌려 들어가서 두 손을 묶이어 쓰러져 있는 어린 창호는 그 무지한 놈들의 발길에 차이고 몽둥이로 얻어맞고 꼬집히고 고개를 비틀리고, 심한 놈은 달려들어 한숨에 죽일 것처럼 손으로 창호의 모가지를 감아쥐고 그 길다란 손톱으로 목을 눌러서, 창호의 목에는 초승달같이 손톱 자국이 나고 거기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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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만 그 어리고 약한 창호의 몸은 헌 솜같이 늘어져서 흐늘흐늘하건마는, 그래도 그놈들이 묻는 말에는 이를 악물고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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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럴수록 무지한 놈들은 더욱 사납게 두들기지마는, 창호는 낑낑 앓는 소리를 내면서 그래도 대답은 영영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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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들도 골이 머리끝까지 뻗쳐서, 기어코 창호의 손발을 매어서 천장에다 거꾸로 매달아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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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는 그만 피가 내리 쏠려서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몇 분이 못 지나서 다시 새파랗게 송장보다 더 무섭게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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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들은 그 어린 아이가 어찌하여 들어왔는지 그것보다도 어린 아이가 제 의사로 들어왔을 것 같지 않으므로, 어느 누가 어떤 사람이 시켜서 들어왔는지 그것이 겁나고 궁금하여서 알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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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거꾸로 매달려서 파랗게 죽어가는 것을 보고 놈들도 겁이 나는지, 얼른 풀어 내려놓고 사지를 주무르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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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나 주물러서 가까스로 얼굴이 다시 피어나는 것을 보더니 들어다가 물건 두는 광 속에 갖다 넣어 놓고 광문을 걸어 잠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끼리 하는 말이
 
40
“그놈이 어찌 강한지 퍽 똑똑한 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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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까, 조선 여편네는 그 말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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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이 사내아이라도 얼굴이 예쁘게 생겼으니, 그냥 두었다가 청국으로 팔아 넘겨 버립시다.”
 
43
하였습니다.
 
 
44
-《어린이》 3권4호 (1925년 4월호).
【원문】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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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환(方定煥) [저자]
 
  어린이(-) [출처]
 
  192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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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