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동생을 찾으러 ◈
◇ 6 회 ◇
카탈로그   목차 (총 : 9권)     이전 6권 다음
1925.01~10
방정환
1
동생을 찾으러
2
(6)
 
 
3
화살같이 나르듯 하여 헐떡이는 걸음으로 창호가 경찰서에 들어섰을때 아직도 이른 새벽이라 경찰서는 휑하게 비어 있고 밤을 샌 당직 순사가 두세 사람 모자도 안 쓰고 둘러앉어서 담배만 피우고 있었습니다.
 
4
창호는 들어서자마자 모자를 벗어 들고 숨찬 소리로 급급하게 온 뜻을 말하고 지금도 내 누이동생이 갇혀 있으니 나하고 같이 집으로 가시자고 졸랐다.
 
5
그러나 순사들은 한마디도 못 알아들은 것 같이
 
6
“무어……. 네 동생이 청국 사람한테 잡혀서 어쨌단 말이냐?”
 
7
하고, 몹시 태평입니다.
 
8
창호는 그만 급한 마음에 귀가‘먹었느냐?’고 욕을 하고 싶었으나 꿀꺽꿀꺽 참으면서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자세자세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순사들은 큰일 났다고 놀래 줄 줄로 창호는 생각하였더니 순사들은 ‘강아지 자동차에 치었다’는 일보다도 신기치 않게 듣는 모양이었습니다. 옛날이야기나 하는 것처럼,
 
9
“흥! 청국 놈에게 잡혀갔으면 찾는 수 있나? 아주 잃어버렸지. 왜 요새 그런 일이 신문에도 자주 나는데 집에서 아이 감독을 잘 하지 않았어!”
 
10
하면서 옆에 책상에서 인찰지 한 장을 꺼내 놓고,
 
11
“너희 집이 어디야.”
 
12
하고, 한 가지 한 가지 물어 가면서 쓰고 있었습니다. 창호는 속이 조비비듯하여 급한 마음에 자기 집 주소와 성명과 순희의 이름과 나이와 생년월일과 다니는 학교 이름까지 모두 한입에 내리 외워 대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순사는 속으로 괘씸하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돌려 꾸짖는 소리로,
 
13
“이놈아, 내가 묻는 대로 한 가지씩만 대답해!”
 
14
하고, 다시 천천히 묻습니다.
 
15
창호는 그만 견디다 못하여 그냥 도로 뛰어나가려 하였습니다. 그러니 이제 도로 나간대야 별수가 없겠고 지금 이 경우에 경찰서의 힘을 빌지 않으면 도저히 그 무지한 청국 놈들을 어찌할 재주가 없겠으므로 그대로 참고 서서 묻는 말을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노라니 머리에는 그 냄새나고 음충한 집과 그 집 놈들의 모양이 자꾸 나타나 보이고 부엌 뒷방 좁은 방 속에서 ‘오빠-오빠-‘하고 안타깝게 무르던 순희의 불쌍한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여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에는 눈물이 핑 고였습니다.
 
16
묻고 쓰기를 마친 후에 순사의 하는 말,
 
17
“아직 새벽이어서 아무도 없으니까 지금은 어떻게 처리할 수가 없고 있다가 여덟 시가 되어야 주임과 여러분이 오실 터이니까 그때에 오너라!”
 
18
창호는 그 말을 듣고 몸이 그만 깊이 구렁 속에 빠져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8시! 8시! 지금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어린 순희가 또 무슨 고생을 당할는지 모르겠는데. 8시까지면 인제도 거의 세 시간은 기다려야 할 모양이니 앞이 캄캄한 것 같았습니다.
 
19
하는 수 없이 8시 아니라 18시까지라도 기다려서 경찰관을 동행해가지고 가리라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동안에라도 집에 얼른 갔다 오려면 갔다 올 수 있으나 그 안에 주임이 오기만 하면 그 길로 이야기를 하여 가지고 가려고 집에는 가지도 못하고 거거서 그냥 밥 한그릇을 사다 달라 하여 책상 뒤에 앉아서 설렁탕을 먹고 있었습니다.
 
 
20
바로 창호가 경찰서 아래층 책상 옆에 쭈그리고 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누구지 모르나 흰 두루마기 입은 이가 순사와 마주 서서 화가 나는 말소리로 아들이니 딸이니, 어저께니 그저께니 무어니 무어니 하고 요란하게 담화를 하므로, 누구인가 하고 밥그릇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고 보니까, 아아, 그이는 여덟달이나 못 뵈온 듯한 반가운 아버지였습니다.
 
21
“아버지!”
 
22
하고, 소리치며 뛰어가서 덥석 안겼습니다.
 
23
어저께 저녁부터 밥 한 술 안 잡숫고, 창호까지 잃어버렸는가 하여 밤이 새도록 찾아다니다가, 찾지 못하고 수색 청원을 하러 왔던 아버지가 뜻밖에 경찰서에서 창호를 만났을 때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밤새도록 청국 놈의 집에 갇혀서 죽을 고생을 겪고 난 것을 알지 못하고,
 
24
“집에도 오지 않고 어디서 밤을 새웠니?”
 
25
하고, 좋지 않은 말씀만 하시므로, 창호는 어젯밤부터 이제까지 혼자서 겪어온 일을 이야기하느라고, 어린 몸이 혼자 겪은 가지가지의 설움이 복받쳐 하소연처럼 눈물을 흘리고 목소리는 울음에 느끼었습니다.
 
26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는 눈물을 씻으면서
 
27
“그래 순희가 살아 있기나 하니 다행이구나……. 집에서는 너까지 없어졌다고 난리가 났으니, 어서 집에나 잠깐 갔다 오자.”
 
28
하면서, 창호의 손을 맞잡고 재촉하였습니다. 그러나 창호는 굳이 듣지 않고,
 
29
“저는 여기서 주임이 들어오기를 기다릴 터이니 아버지께서 먼저 가셔서 아무 염려 마시라고 하십시오.”
 
30
하였습니다.
 
31
조르다 못하여 아버지는 혼자 집으로 가신 후 8시가 채 되지 못해서 한 사람씩 모여 들어오는 경관들 중에 섞이어 주임도 들어왔습니다. 창호의 가슴 속은 콩 튀듯 하였습니다.
 
32
그러나 8시를 친 후에 그들이 아침에 모여서 하는 일을 마친 후에야 그제야 들어오라고 부르므로 창호는 2층으로 올라가서 고등계라는 주임에게 자상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고등계에서는 밑층에 있던 순사와 달리 순희의 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33
청국 놈의 집 근처에 있는 순사 파출소로 몇 번인지 전화가 오고가고 한 후에야 정복 순사 두 사람, 사복형사 세 사람 다섯 사람의 경관이 창호의 뒤를 따라 나설 때에는 9시를 치고도 10분이 지난 후였습니다. 창호의 가슴은 뛰놀았습니다. 경관들을 동행하여 경찰서 문을 나섰을 때 멀리서,
 
34
“창호야, 창호야!”
 
35
하고, 부르는 부인네 소리가 나므로, 보니까 길 저편으로부터 아버지, 아저씨, 외삼촌, 어머니, 누님, 먼 곳에 사는 아주머니까지 어린애 업은 행랑어멈까지 한데 몰려서 급한 걸음으로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36
아아, 설움과 눈물에 싸인 식구들, 그들은 얼마나 밤새도록 창호를 찾느라고 애를 태웠겠습니까? 한길에서 미친 사람들같이 남부끄러운 것도 잊어버리고,
 
37
“창호야, 창호야.”
 
38
하고, 환호의 소리를 치는 것까지 울음에 섞인 소리라, 창호는 온몸에 소름이 쪽 끼치고 두 눈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39
길에서 한참 동안이나 지체를 한 후, 가까스로 여인네들을 달래어 돌려보내고, 아버지, 아저씨, 외삼촌만 참례하여 일행 아홉 사람이 청국 놈의 집에 이르렀습니다.
 
40
먼저 뒤로 돌아 창호가 맨 처음 뛰어 넘어가던 담 밑에 사복 순사 두 사람을 세워 놓고, 앞으로 돌아 대문 앞 골목 옆에서 순사 한 사람과 창호의 외삼촌이 지키고 있게 하고, 그리고 들어가서 주인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은 집은 분명히 그 집인데, 나온 주인(청국인)과 하인들은 한 사람도 창호가 밤에 보던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묻는 말은 모조리 ‘우리는 모른다’고만 딱 잡아떼었습니다.
 
41
순사들은 차차 의아해하였습니다. 혼자 창호의 가슴은 이상한 불안감 느낌에 싸여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42
“아닙니다, 아녀요. 분명히 이 집에 순희가 갇혀 있으니 들어가서 뒤져 보아야 해요.”
 
43
하고, 창호는 열에 뜬 사람처럼 떠들어대면서 순사들을 재촉하였습니다.
 
44
안 된다고 고집하던 것을 우겨대고 경찰된 두 사람과 창호와 창호의 아버지, 아저씨는 안으로 쑥쑥 들어가 이 방 저 방을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45
창호는 그 중 앞장을 서서 복도를 돌아가면서
 
46
“여기 이 방이이야요. 내가 갇혔던 방이야요.”
 
47
하고, 지나가서 부엌 뒤에 순희의 갇혀 있는 방을 향해 가면서 주임을 돌아보고,
 
48
“이 방이야요. 이 방이야요. 이 방문 열라고 하세요.”
 
49
하고, 소리치고 나서 큰소리로,
 
50
“순희야, 순희야! 나 왔다!”
 
51
주먹으로 방문을 두들기니까 웬일인지 꼭 잠겨 있을 문이 저절로 스스로 열렸습니다. 가슴이 성큼하여,
 
52
“순희야!”
 
53
하고, 다시 한번 부르면서 쑥 들어가니까, 거기는 아무것도 없이 석탄 조금과 진흙 두어 삼태기와 삽이 몇 개 있을 뿐이고, 순희는 커녕 그림자도 보이지 아니하였습니다.
 
54
여러 사람들의 가슴에는 다같이,
 
55
‘공연힌 어린애의 말을 믿었다가 망신하나 보다,’
 
56
하는 생각이 들고 창호만이 눈앞이 캄캄하였습니다.
 
57
그러나 낙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58
"다른 방, 다른 방을 모조리 뒤져요. 궤짝 속 굴뚝 속까지 뒤져요!"
 
59
하고, 소리쳤습니다.
 
60
이왕 왔던 길이라, 그냥 갈 수도 없어서, 모두들 손을 나누어 방이란 방, 구석이란 구석, 궤짝 속마다 굴뚝 속마다 변소 구멍까지 바늘 찾듯 찾았습니다. 그러나 종시 쥐 한마리도 찾아내지 못하였습니다.
 
61
순사가 주인을 보고 공연히 잘못 알고 집안을 요란하게 하였다고 미안한 인사를 하는 동안에, 창호는 밖으로 뛰어나가 지키고 있던 순사에게 아무도 나가는 걸 못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62
그러나 아무도 나간 사람이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다시 뒷담으로 가서 물어 봐도 그리로도 담 넘어 간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63
큰일 났습니다. 벌써 그놈들은 새벽에 창호가 도망친 것을 알고, 뒤가 겁나서 순희와 식구를 달리 숨기고, 아주 딴 집같이 딴 사람들만이 집을 지키고 있어서 물어야 알 곳이 없고, 보아야 눈치를 채일 곳이 없으니, 장차 어찌하여야 순희를 구할지 앞이 막막하였습니다.
 
64
쩍쩍 입맛을 다시면서 터벅터벅 순사, 아버지, 아저씨들과 함께 돌아 오는 길에 창호는 언뜻! 이 집 대문 옆 쓰레기통 앞으로 와락 뛰어가서 조그만 종잇조각을 집었습니다.
 
65
창호의 샛별 같은 눈! 그것은 찢어진 전보용지 조각인 걸 본 까닭이었습니다. 집어 보니까 과연 전보를 쓰다가 버린 것인데. 거기에는 ‘금야 급행 경성 발(今夜急行京城發)’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66
‘옳다. 오늘밤차로 청국으로 데려가는 것이 분명하다.’
 
67
하고, 입 속으로 부르짖으면서 순사들과 또 어른들에게 가는 소리로 의논하여 오늘 낮부터 미리 나가서 정거장 목목을 지키고 기다리기로 하였습니다.
 
68
이제는 오늘 밤에는 그놈들이 순희를 데리고 기차에 올라타려 할 때, 움켜 잡고 순희를 찾을 생각을 하니 창호와 또 아버지와 아저씨들의 가슴은 새삼스럽게 뛰놀았습니다.
 
 
69
-《어린이》 3권6호 (1925년6월호).
【원문】6 회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 최근 3개월 조회수 : 24
- 전체 순위 : 2033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249 위 / 88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동생을 찾으러 [제목]
 
  방정환(方定煥) [저자]
 
  어린이(-) [출처]
 
  1925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 탐정소설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소설 카탈로그   목차 (총 : 9권)     이전 6권 다음 한글 
◈ 동생을 찾으러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