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산악(山嶽)이 잠형(潛形)하고 음풍(陰風)이 노호(怒號)하니
5
수면에 듣는 소리 천병만마(千兵萬馬) 서로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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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기도창(鐵騎刀槍)이었는 듯 처마 끝에 급한 형세
7
백절폭포(百折瀑布) 쏘아 있고 대수풀 흩뿌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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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皇英)의 깊은 한(恨)을 잎잎이 호소하니
10
칠백평호(七百平湖) 맑은 물은 상하천광(上下天光) 푸르렀다.
12
계궁(桂宮) 항아(姮娥) 단청(丹靑)하고 새 거울을 열었는데
13
적막한 어룡(魚龍)들은 세(勢)를 얻어 출몰하고
14
풍림(楓林)에 귀아(歸鴉)들은 빛을 놀라 사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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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상고선(商賈船)은 북을 둥둥 울리면서
18
어기여차 닻 감는 소리 보아 알든 못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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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앞에 섰던 산이 문득 뒤로 옮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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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벽사명양안태(水碧沙明兩岸苔)에 불승청원각비래(不勝淸怨却飛來)라
22
날아오는 저 기러기 갈순(葛筍) 하나 입에 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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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점이점(一點二點) 점점마다 행렬지어 떨어지니 평사낙안(平沙落雁) 이 아니냐,
24
격안전촌(隔岸前村) 양삼가(兩三家)에 밥 짓는 연기 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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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조귀래(罷釣歸來) 배를 매고 유교변(柳橋邊)에 술을 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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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내성(애乃聲) 부르면서 흥을 겨워 비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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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疎林)에 던진 새는 지는 해를 설워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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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파(碧波)에 뛰는 고기 비낀 볕 맞아 노니 어촌낙조(漁村落照) 이 아니냐.
29
천지 자욱하여 분분비비(紛紛비비) 나리는 양 분접(紛蝶)이 다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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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柳絮) 전광(顚狂)한 듯 위곡(委曲)한 늙은 가지 옥룡(玉龍)이 서리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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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성낸 바위 염호(鹽虎) 엎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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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변화하여 은세계(銀世界)를 이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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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淸淡)한 새 얼굴은 가는 구름 속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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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秦川)에 고운 계집 깁비단 씻어 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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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밖에 기음저서 취적적(翠滴滴) 전비비(轉비비)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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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청산(萬里靑山)이요 일편고성(一片孤城)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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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선(客船)에 뎅뎅 떨어지니 한사만종(寒寺晩鍾)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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