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작가의 도시 체험. 20세기 초엽에 지어진 작품이다. 1922년 3권 3책으로 간행된 석활자본 『송설당집』에 실려있다.

이 가사의 내용은 한양(서울)의 풍수지리에서부터 동물원과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여러 곳을 보면서 느낀 소감을 읊은 것이다. 작자인 최송설당의 본명은 미상(未詳)이고 본관은 화순(和順)으로, 개화기에서 일제시대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한 육영사업가이며 여류 문인이다. 괄호 속의 한자 표기는 입력원전에 병기된 한자를 옮긴 것이다.

1

한양셩즁(漢陽城中) 살펴보니 반도강산(半島江山) 슈션디(首善地)라

2

웅장(雄壯)고 번화(繁華)손 금셩탕디(金城湯池) 이아니냐

3

악산(白岳山)이 쥬진(主鎭)되고 한강슈(漢江水)가 명당(明堂)이라

4

인왕산(仁旺山) 목멱산(木覓山)은 룡반호거(龍盤虎踞) 분명(分明)고

5

경복궁(景福宮) 창덕궁(昌德宮)에 오운(五雲)이 어리엿다

6

이층삼층(二層三層) 신건가옥(新建家屋) 고광실(高臺廣室) 질비(櫛比)니

7

여염(閭閻)이 박디(撲地)여 죵명졍식(鍾鳴鼎食) 이아닌가

8

슈호문창(繡戶紋窓) 류리셰계(琉瑞世界) 이목(耳目)이 현황(炫煌)다

9

지리(支離) 질풍폭우(疾風暴雨) 신혼(神魂)이 아득타가

10

운권쳥텬(雲捲靑天) 로보고 흉(胸海)가 활연(豁然)여

11

륙디션(陸地行船) 져뎐챠(電車)로 동물원(動物園)을 드러가니

12

날즘 길즘이 낫낫치 다모엿네

13

산즁호걸(山中豪傑) 샹령물(海上靈物) 영특(英特)고 긔이(奇異)하다

14

슈진공(百獸震恐) 져예(獅猊)며 초군비예(超群睥睨) 져호표(虎豹)

15

텰창(鐵窓)안에 왓다갓다 벽력(霹靂)갓치 고함(高喊)고

16

긔긔괴괴(奇奇怪怪) 악어마(鰐魚海馬) 지소즁(池沼中)에 권복(蜷伏)고

17

풍(風采)조흔 무공작(鸚鵡孔雀) 쌍(雙)을지어 왕(往來)니

18

쳐음보는 녀(士女)들이 누가아니 칭상(稱賞)리

19

식물원(植物園)을 도라드러 화초(花草)집을 바라보니

20

쳔죵만류(千鍾萬類) 화초즁(花草中)에 두렷시 셧파초(芭蕉)

21

졀후(節候)가 상관(相關)업시 시장쳥(四時長靑) 무셩(茂盛)다

22

모란작약(牡丹芍藥) 영산홍(暎山紅)과 목셔셔향(木犀瑞香) 쳑쵹화(躑躅花)는

23

고흔빗과 말은향긔(香氣) 사람을 음습(陰襲)다

24

봉각층계(鳳閣層階) 빗긴길노 박물관(博物館)을 당도(當到)니

25

금셕긔(金石磁器) 셔화고물(書畵古物) 쳐소쳐소(處所處所) 가득가득

26

그즁(其中)에 이상(異常)일 셧고안진 져보쳐(補處)

27

불지종가(佛之宗家) 통도(通度寺)오 법지종가(法之宗家) 인(海印寺)라

28

법당졍뎐(法堂正殿) 굉장(宏壯)고 단쳥(丹靑彩色) 화려(華麗)데

29

삼층포단(三層蒲團) 탁(卓子)우에 안여반셕(安如磐石) 놉히안져

30

십이시(十二時)로 등향다미(燈香茶米) 가진공양(供養) 밧들더니

31

홀디(忽地)에 디위변천(地位變遷) 박물관(博物館)에 드단말가

32

감즁련(坎中連) 은손에 하사수(恒河沙數) 미진(未盡)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