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군(東君)이 유정(有情)하여 춘풍이 화창하니
3
청명가절(淸明佳節)이 아니냐. 경치도 가려(佳麗)하다.
4
만첩산중(萬疊山中)은 취병(翠屛)을 둘렀는 듯
5
백화(白花)는 만발하여 광휘(光輝)도 찬란하다.
6
채필(彩筆)을 높이 들어 명화(名畵)를 그렸는 듯
8
만산홍록(滿山紅綠)은 춘색(春色)을 띠어 있고
9
임하(林下)에 우는 새는 왕손(王孫)이 느끼는 듯
11
창랑수(滄浪水) 맑은 곳에 꽃 그림자 구름 멘 듯
12
연년춘초(年年春草) 설워함이 많고 많다.
13
광풍(狂風)은 처처(凄凄)하여 낙하(落花)를 재촉는 듯
14
떨어지거니 피거니 난만(爛漫)코 어지럽다.
15
이화(梨花)는 눈날리듯 화엽(花葉)이 분분하여
17
요요삼색도(夭夭三色桃)는 언제 왔다 돌아가나
19
화하승경(華夏勝景)을 목단(牧丹)으로 벗을 삼아
20
녹림(綠林)이 의의(依依)한데 화왕(花王)벗을 자랑한다.
21
천리향풍(千里香風) 애애(靄靄)하여 화지(花枝)에 둘러 있고
22
앵가(鶯歌)는 영영(영영)하여 태평곡(太平曲)을 아뢰는 듯
23
쌍봉(雙蜂)은 노래하고 호접(蝴蝶)은 춤을 춘다.
24
무신(舞身)은 편편(翩翩)하여 향풍(香風)에 나부끼고
25
무가(舞歌)는 열열(咽咽)하여 화림(花林)에 얽혔에라.
26
옥계(玉階)의 해당화는 조로(朝露)를 머금어서 자약(自若)히 피었구나
28
향기는 울울(鬱鬱)하여 반공(半空)에 가득하다.
29
황앵(黃鶯)은 환우(喚友)하며 화초간(花草間)에 왕래하고
30
양류(楊柳)는 청청(靑靑)하여 바람을 못 이기어 유서(柳絮)를 흩날린다.
31
연(蓮) 캐는 아희들아 창랑수(滄浪水) 맑은 곳에
32
부용일지(芙蓉一枝) 꺾어 내니 일진청풍(一陣淸風) 홍백(紅白)이 분명하다.
33
녹파(綠波)를 의지하여 옥배(玉盃)를 어루만져 연엽주(蓮葉酒) 마신 후에
34
채련곡(採蓮曲) 읊으면서 귀거래사(歸去來辭) 생각하니 전원 어디메뇨.
36
금풍(金風)이 소소(蕭蕭)하여 국화 난개(爛開)하니
37
은일처사(隱逸處士) 높은 절개 고연(高然)히 보았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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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낙월(秋天落月)에 강풍(江風)은 처처(凄凄)하고
39
만산홍엽(滿山紅葉)은 금수장(錦繡帳)을 이루었는데
40
죽은 듯 잠을 이뤄 매죽(梅竹)을 꿈에 보니
41
엊그제 붉은 단풍 오륙일 설상(雪霜)위에 매화 향기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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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蒼蒼) 송죽(松竹)은 납설(臘雪)을 띠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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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의녹주(依依綠竹)은 설상(雪霜)을 멸시하여 열사(烈士)의 후신(後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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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도 견고하고 적설(積雪)을 쓸고 취죽(翠竹)을 어루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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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색(物色)의 변태(變態)함은 창연(창然)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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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외(巍巍)한암석하(岩石下)에 설풍(雪風)이 처량(悽凉)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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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주렴(玉樹珠簾) 처처(處處)에 걸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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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설경(雪景) 중에 매향(梅香)이 무르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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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한풍(烈烈寒風)에 홍안성(鴻雁聲)이 처량하다.
52
동풍(東風)이 담탕(淡蕩)하니 삼춘가절(三春佳節) 다시 온다.
54
인생이 부득항소년(不得恒少年)이니 아니 놀고 무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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