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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강(白馬江) 뱃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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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보
 

1. 백마강(白馬江) 뱃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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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로신 사시나무 산그림과 마주 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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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모래 푸른 언덕 동서남북 두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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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이 취하는 흥을 못내 겨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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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대야 만질만한 미인(美人)같이 앉은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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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없는 넓은 강(江)이 바라수록 호묘(浩渺)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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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空中)에 도는 구름도 나즉한 듯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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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퍼진 태양(太陽) 뛰노느니 금 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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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노(櫓) 소리에 양안청산(兩岸靑山)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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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각(大哉閣) 저기라하니 수북정(水北亭)은 어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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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落花巖) 저 석벽(石壁)아 너만 어찌 남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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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江風)에 날린 홍상(紅裳) 백제번화(百濟繁華) 마지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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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나 지켜 보려고 무딘 듯이 있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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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실 제 꽃이로대 떨어지니 빙옥(氷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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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며 숙는 고개 어제런듯 느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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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넋엔 낙시 없으니 용(龍)을 영(靈)타 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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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인생백년(人生百年) 저 물길과 어떠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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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 듯 붙드랴니 그일 아니 우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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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던져 되오는 목숨 알 리 없어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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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琉璃)가 흐르다니 물결치는 거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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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건 예 와 보오 백마강(白馬江)에 배를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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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저어 유리(琉璃)로 드니 경기 어떠 하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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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순인 겹스란의 어른대는 고운 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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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청강(十里淸江)에 그 뉘라서 옮겨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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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山影)도 흥(興)겨운듯이 우줄우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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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빛 산그림자 사자수로 갓불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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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배를 실어 헤치면서 가단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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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유리(碧琉璃) 예런듯하니 지났던지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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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강에 배를 저어 흘러흘러 나려갈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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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야 맘 없을손 사람이니 정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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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저기서오니 내 시름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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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구(草河口)* 궂은 비에 깊이 매진 영릉**지통(寧陵至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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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비답(批答)*** 하오실 때 상하(上下)아니 울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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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가 성세(盛世)로 뵈니 산 줄 몰라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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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하구 : 효종조(孝宗朝) 시조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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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릉 : 효종의 능호(陵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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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답 : 신하의 상주문(上奏文)의 밑에 적는 임금의 대답
【원문】백마강(白馬江) 뱃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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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3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