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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마루에서 시뻘건 해가 두렷이 솟아오른다. 들 위로 얕게 덮인 아침 안개가 소리없이 사라지고 누른 볏목들이 일제히 읍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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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오른 풀 끝에 맺은 잔이슬들이 분주히 반짝거린다. 꼴을 먹는 소 목에서는 끊이지 않고 요령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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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삐를 잡고 앉아 명상에 잠겼던 견우는 걷어올린 맨 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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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쇠파리가 침을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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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는 혼자 중얼거리면 동리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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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비단 짜는 직공으로 뽑히어 늘 새벽차에 떠난다는 직녀를 다만 먼빛으로라도 한번 바라보려고 견우는 첫새벽부터 소를 끌고 나와 꼴을 먹이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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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니 왔으면 가지 아니하는 것이니까 도리어 좋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그래도 속은 초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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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는 허리띠와 염낭을 만지어보았다. 직녀가 밤으로 집안 사람의 눈을 피하여 가며 정성과 정을 다 들이어 만들어 준 추석선물이다. 그리고 필경 이것을 울타리 터진 구멍으로 주고받고 하다가 직녀의 집안 사람에게 들키어 이 애달픈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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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의 부모는 그까짓 남의 집에서 소 부리는 놈한테 딸을 준단 말이냐고 그들의 사이를 가르기 위하여 근읍 어느 친척의 집으로 직녀를 보내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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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침 ××에서 비단 짜는 여직공을 모집하러 온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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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찻삯을 대어주고 처음 견습할 동안은 한 달에 먹여주고 십 원, 그리고 일을 익히고 나면 역시 먹여주고 이십 원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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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딸을 둔 가난한 집안에서 너도 나도 하고 열다섯 명이나 응모하였다. 직녀도 그중에 끼게 되었다. 그것은 다 저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부모가 기왕 견우와 멀리하게 하기 위하여 타관으로 보내는 바이면 돈을 벌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억지로 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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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이 허리띠와 염낭을 주고받다가 이렇게 크게 벌어졌느니라 생각하면 원망스럽기도 하거니와 그러는 한편 끔찍이 소중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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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허리띠를 들어 염낭과 한가지로 착착 접어서 손에 쥐고 길 옆에 흘린 새끼로 허리를 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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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는 어젯밤 일을 생각하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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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견우와 직녀는 밤 이슥한 틈을 타서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밖으로 나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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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는 떨리는 소리로 조그맣게 속삭였다. 견우는 울타리를 비집고 직녀의 손을 잡았다. 두 손이 바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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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이를 갈어붙이구 돈을 모아, 오 년만 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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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구 일 년에 한 번씩 만나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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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라…… 칠석날이면 가마, 견우 직녀가 칠석이면 만난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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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러면 내 칠석날이면 꼭 기다리구 있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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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길이 넘도록 솟은 뒤에 비로소 동리 앞에서 빽빽하게 사람이 몰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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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양복 입고 홀태바지 입은 키다리가 모집하러 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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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납작하게 붙어서 오는 것이 면장님 - 면장님은 이번 여직공을 모집하는 데 매우 힘을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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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울긋불긋하게 차린 열다섯 명의 처녀와 정거장까지 배웅을 하러 나선 부모네가 따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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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은 차차 가까워온다. 견우가 기다리고 있는 좁은 길과 정자(丁字)로 정거장 가는 큰 행길이 뻗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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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처녀 가운데서 견우는 대번에 직녀를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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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의 얼굴은 자주 사방으로 내둘린다. 견우를 찾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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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는 노래를 불렀다. -직녀의 어머니도 같이 가는데 좀 뭣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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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무심히 불렀던 육자배기가 정말 자기 신세를 말하게 되니 한층 구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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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에 견우를 발견한 직녀는 연해 이편만 바라본다. 만일 가까이서 본다면 그 눈에 눈물이 어리었으리라고 견우는 생각하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직녀의 어머니 눈에는 쌍심지가 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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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님이 일행을 앞에 둘러세우고 무어라고 연설을 한다. 손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보인다. 다시 돌아서서 여직공 모집하러 온 키다리와 작별을 한다. 납작 허리를 굽히니까 키다리의 정강이밖에 아니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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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는 동구 밖 모롱이를 돌아갈 때까지 한 걸음에 한 번 두 걸음에 한 번 뒤를 돌아본다. 필경 치마꼬리를 잡아올려 눈을 씻는다. 그것을 보니 견우도 갑자기 눈물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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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달픈 이별이라고는 하지만 견우는 처음은 섧지는 아니하였다. 돈을 모아서 같이 살게 될 것이고 또 그동안 일 년에 한 번씩은 만나게 될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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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직녀가 우는 것을 보니 갑자기 한심하고 처량한 생각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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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의 그림자는 동구 밖으로 사라지고 지난 자취만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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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에서는 아침 연기가 조금만 솟아오른다. 해는 세차게 살을 뻗친다. 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여전히 식식거리며 꼴만 먹는다. 딸랑 딸랑 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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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견우는 고지식하게 머슴을 살았다. 섣달 그믐날 받은 새경(年給)은 벼를 사서 장리를 내어주었다. 전 같으면 그놈으로 정초의 노름 밑천도 하고 술도 먹고 하였겠지만 온고지 벼 여섯 섬을 사서 장리를 주었다. 그것이 금년 가을에는 아홉 섬이 된다. 그놈에다 금년 새경으로 다시 여섯 섬을 보태어 장리를 주면 명년 가을에 가서는 스물두 섬 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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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후년에 가서는 마흔 섬, 또 내내후년에는 예순 섬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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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여도 직녀와 혼인할 밑천은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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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칠월 칠석이 돌아왔다. 까맣게 기다렸지만 기쁜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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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헐한 삯으로 ××에 가는 짐을 맡아다가 칠석날 새벽 일찍이 쇠구루마에 싣고 길을 떠나 해가 지기 전에 ××에 당도하였다. 직녀가 비단을 짜고 있는 곳-아니 견우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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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그곳에서 비단 짜는 공장─방직회사를 물어 겨우겨우 그 문앞에 당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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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공구리(콘크리트)로 어마어마하게 둘러싼 담 안으로 역시 어마어마한 벽돌집들이 높은 연돌 밑으로 그득히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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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에서 소를 풀어놓으니 여전히 헐헐 더운 숨을 내쉰다. 견우의 가슴은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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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확 열려는 있으나 섬뻑 들어서기가 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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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앞에서 어릿어릿하느라니까 바로 문 안에 있는 조그마한 집에서 순사 같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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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위아래를 마슬러보며 나선다. 견우는 뜨끔 놀라 머뭇머뭇하다가 겨우 말대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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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저 문간에 써붙인 것 못 봤어? 작업중에는 면회사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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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된다는 말 밖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 그대로 뻔히 섰느라니까 그 양복 입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조금 상냥하게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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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서 온 직녀라는 색시를 좀 만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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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란 말에 그 사람-수위-은 무엇을 까막까막 생각하더니 다시 나오던 데로 들어가서 책장을 떠들어보다가 도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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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혼잣말같이 중얼거리다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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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날 직녀를 찾아온다……. 댁은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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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향에서 찾어왔어요…… 견우라구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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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이로군…… 이 친구야, 견우가 직녀를 만나려거든 오작교로 가야지 방직회사로 와? 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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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는 기가 막 혀 말이 나오지 아니한다. 미친 놈 소리를 듣고 놀림감이 된 것이 무렴도 하고 분하기도 하거니와 없단 말을 들으니 눈앞이 아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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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데 다른 데 비단 짜는 공장이 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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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는 종잡을 수 없이 혼란한 머리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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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의 직녀의 소식을 동리에서도 듣지 못하였다. 그러자 지난 유월까지도 ××에서 집으로 편지가 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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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일일까? 그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까? 정말 자기를 미친 사람으로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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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마를 끌고 나오다가 다시 돌쳐 가서 사정 이야기를 다 하고 물어 보았으나 그 사람의 대답은 여전하다. 그리고 꼬치꼬치 물어보니까 작년 팔월에 ×××에서는 여직공이 열셋밖에 아니 왔다고 한다. 직녀의 모습을 말하면서 물으니까 그런 여직공은 오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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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집에 들었던 견우는 화가 나는 김에 술을 실컷 먹고 그의 발걸음은 비틀거리며 유곽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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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니다. 견우는 시골서 비단 짜는 직공으로 뽑혀갔던 색시가 흔히 속아서 유곽으로 팔려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행여(?) 그렇게나 되지 아니하였으나 싶어 발길을 들여놓아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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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에서 듣기에는 유곽이라면 집집마다 문앞에 색시들이 사서서 손님을 끌어들인다는데 그런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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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질탕하게 노느라고 장고소리에 노랫소리가 요란히 들린다는데 그런 것도 없다. 혹시 잘못 왔나 하고 지나가는 사람더러 물으니까 확실히 유곽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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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을 보나 나무창살과 문에 내린 발을 건너 색시들이 있기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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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나오지 아니하고 손님도 있어 보이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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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저 집 창살을 끼웃거리고 지나는데 한 집 앞에 당도하니 창살 안에 색시들이 사오 인이나 모여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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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을 굽어보다가 견우는 억 소리를 무심중에 지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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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이렇게 한마디씩 외치고는 말이 없이 서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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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만에 직녀는 문을 박차고 뛰어나와 견우의 목에 매어달린다. 눈물이 소낙비같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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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는 대강 이야기를 하였다. 직녀는 견우를 끌고 자기가 거처하는 방으로 들어가서 막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까 색시들이 사오 인이나 우하고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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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한 색시가 입술을 바르르 떨며 직녀를 얼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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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견우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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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앞뒤에서 딴 색시가 응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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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구 돌려보내라. 누군지 아마 전에 정든 사람인가 분데 그렇다구 우리 일을 그것 때문에 깨트려서 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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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좀 들어보이는 색시가 이렇게 어루만지듯이 타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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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라. 이 담에 만나기로 허구 돌려보내라…… 우리가 이번에 포주놈들 헌테 지는 날이면 아주 영영 피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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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는 눈물 어린 눈을 들어 동무들을 번갈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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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보내리다. 그렇지만 한 시간만 이야기허구 보낼 테니 그것이나 허락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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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설레던 색시가 고개를 내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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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 말어요. 못 미덥거든 여기 다같이 앉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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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시들은 서로 돌아보다가 척척 들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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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 모집하러 왔던 키다리에게 강제로 몸을 뺏기던 것. 그 뒤에 구경도 못한 몸값 오백 원에 이곳으로 팔려온 것. 그리고 포주가 너무 야속히 굴어서 이 유곽 전체가 일심이 되어 밥도 아니 먹고 손님도 맞지 아니하고 겨룬다는 것. 맨 끝 이야기는 무슨 뜻인지 모르나 만났다가 이렇게 헤어지는 것만이 견우에게는 섭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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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는 울며 견우의 목에 다시 매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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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리 가서 이런 이야기 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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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니 허께…… 내년에는 돈 가지구 와서 네 몸값 치뤄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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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어데 그렇게 있수…… 나는 여기서 한평생 살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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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 걱정 마라…… 내년에 못 되면 내후년, 내후년에 못되면 내내후년에라두 꼭 해가지구 꼭 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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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지 내년 오늘 잊지 말구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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