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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사(學藝社)의 문고판으로 발행된 효석(孝石)의 단편집 『해바라기』를 읽었다. 수록되기는 그의 최근작으로 「해바라기」 「부록(附錄)」 「막(幕)」 「산정(山精)」 그리고 「장미 병들다」 「수난(受難)」 「삽화(揷話)」 「돈(豚)」 이렇게 여덟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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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양(兩)3년 조선의 문학계에도 약간(若干)한 번창이 찾아와 주어서 여러 가지 좋은 작품들이 뒤를 이어 발행이 되고 있지만, 이 조그마한『해바라기』만큼 보배로운 선물도 그다지 흔치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효석의 존재는 오늘날 조선문단의 자랑인 동시에 의의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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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의 필치가 정채(精彩)있고 유려한 것은 오히려 다음에 할 말. 이 『해바라기』에 모인 여덟 편만 놓고 보더라도 그가 어떠한 주제에 부딪치는 마당에는 기어코 ‘진(眞)’ 에 육박하지 않고는 마지않은 형적(形跡)이 또렷 이 보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하여 이루어진 작품은 한개 한개의 단편소설로서 완벽의 역(域)에 도달을 하여 있다. 사실 현재 조선문학을 세계적 수준에 견주어 매우 한심해하는 나로서도 효석의 단편을 대할 때만은 나의 그러한 견해를 늘 의심하여 마지않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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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석이 일찌기 『노령근해(露領近海)』를 떠나 「산」과 「들」로 소요(逍遙)를 하면서「모밀꽃……」이나 즐기던 시절을, 나는 솔직하게 말하거니와 그러한 작품들을 재미는 있어 했을지언정 존경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리하던 중 그가 작년부터서 「막」으로 「부록」으로 「해바라기」로 이렇게 그가 일단 나갔던 세계로 다시 돌아온 것을 보았을 때에 나는 증왕(曾往)에 인간적으로는 일면식도 없는 효석이지만(분명「부록」이 발표되었을 무렵인 듯하다) 사신이라도 가지고 치하와 경의를 보내고 싶을 만큼 반가움을 억제하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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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코 일편(一片)의 지나가는 추앙이 아니라 시방 문학에 뜻을 두는 이고 혹은 오로지 문학을 읽는 재미에 그치는 이고를 물론하고 『해바라기』의 일독은 넉넉 보람이 크리라는 것을 말하기 주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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