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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항 문학(抵抗文學)의 저항적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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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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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문학(抵抗文學)의 저항적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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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과「바비도」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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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후 구주 문단(歐洲文壇)에서 문학의 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저항 정신은 싸르트르나 까뮈에 이르러 그 절정에 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절정에의 도달의 경로에는 작품의 원숙이 그것을 말하기보다는 저항 의식의 철학적인 사색적 이론 면의 고조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이는 감이 불무(不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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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학은 어디까지든지 작품에 있다. 작품으로서의 원숙을 기하기 전에는 그것은 문제 이전에 속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작품의 평가를 철학면에 두느냐, 예술 면에 두느냐 할 때에 그것은 예술 면에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진대, 싸르트르의 「구토」나 까뮈의 「이방인」들을 완성한 작품으로 간주할 수가 없다. 물론 그 작품들의 처소에 나타나는 인간으로서의 새로운 의식의 상징적 수식이나 풍경 묘사가 새로운 각도에서 한 절경을 이루고 지나가며 풍기는 향훈이 현대인의 가슴에 육박해 오는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가게 안에다 상품을 제대로 정리하여 진열해 놓은 것 같지 않고, 오다가다 거리에 되는대로 벌여 놓은 노점의 좌판상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하여 그 상품이 호화 찬란하게 보이기는 하지마는 용도에 있어서 고객의 만족을 충분히 사지 못한다. 이것이 무구성(無構成)의 구성적 수법인지는 모르나, 무구성적 구성의 구성이 구성 이전일 때에는 작품이 가져오는 감명은 희박하여짐을 면할 길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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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으로서의 주식(主食)에 배를 불린 것 같지 아니하고 군입을 다신 것 같은 그 어딘지 허전한 느낌을 주며 식성에 미련을 주게 됨은 바로 여기에 연유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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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언제나 그들의 작품에 대한 나의 불만이었다. 구성 이전 이런 불만을 나는 오늘 아침 김성한의 「바비도」의 저항적 기술에서 만족하게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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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도」는 물론 그 저항 의식의 사색 면에 있어서 철학적인 파고드는 절실한 이론은 족히 그들을 따를 길이 없었으나 작품으로서의 기술 면에 있어서는 「이방인」을 능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것은 이「바비도」의 기술이 「이방인」식 이론을 보충하고, 혹은 뛰어넘어서 구성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절실한 육박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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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방인」과 「바비도」는 이러한 경우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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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은 우연에서의 살인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이것의 불법성을 저항하여 새로운 자아를 구성하므로 영원히 행복할 수가 있고, 「바비도」는 영역(英譯)의 복음서를 읽으므로 죄를 범하고 받는 사형의 불법성을 저항하여 영원히 옳은 길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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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모두 자기를 불충실하게 살기보다는 영원한 행복, 영원한 옳은 길을 영원히 밟고 누리자는 비장한 저항으로, 말하자면 자기를 자기로 살자는 저항이다. 이 저항 면에 흐르는 의식의 흡사함이나, 그 구성이나, 더욱이 저항의 상대를 종교에 두었음조차 일치되는 데서 이「바비도」가 모방이라는 비난은 자못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사지 않아서는 안 되는 이유는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이방인」에서보다 그 육박감이 일층 더 절실한 데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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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방인」을 머리에 두고 그려 보면서 「바비도」를 읽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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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도」는 역사 소설이다. 1410년 영왕(英王) 헨리4세 때 라틴 말을 배우지 못해서 모국어인 영역 복음서를 읽는 분자는 이단 취급이 되어 사형의 선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집권자의 비위에 맞으면 옳은 것이 되고, 그르면 그른 것이 되어 어제까지 옳던 것이 하루아침에 이렇게도 정반대인 극악한 것으로 변하였다. 그리하여 어제까지 옳다고 하던 것을 그르다고 하지 않으면 사형대로 올라가야 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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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난한 재봉 직공 바비도의 몸둥이에도 이 선풍이 휩쓸렸다. 이 선풍의 위압에는 위로 로마 교황을 위시하여 아래로는 사제에 이르기까기 그 거창한 조직체가 있어서 이 위압에 모두들 굴복을 하고 작일(昨日)의 시(是)를 비(非)하고 회개를 하므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나, 바비도는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이 자기의 똑바른 마음을 속이지 않을 권리가 이 천하의 어느 한 구석에 있을 것만 같아서 “불행의 시초는 도대체 인간 세상에 태여났다는 사실에 있다. 누가 이 세상에 나고 싶다고 했던가? 이놈은 이 소리 하고 저놈은 저 소리 하다가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도끼질할 권리는 어디 있단 말인가? 너희들은 자기가 옳다는 것, 아니 자기에게 이익되는 것을 창을 들고 남에게 강요할 권리가 있고, 나는 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 자신만 행할 권리, 가슴에 간직할 권리조차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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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자탄을 하다가, “힘이다! 너희들이 가진 것도 힘이오, 내게 없는 것도 힘이다. 옳고 그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세고 약한 것이 문제다. 힘은 진리를 창조하고 변경하고 이것을 자기 집 문지기 개로 이용 한다. 힘이여! 저주를 받아라!” 하고 항거를 하므로 분형령(焚刑令)을 받고 온갖 조소와 굴욕과 매 속에서 인간 세상의 증오란 모든 증오를 한 몸에 받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재가 온통 무시되어 형틀인 장작더미 위로 올라선다. 바짝 바른 장작에 불은 순식간에 퍼져서 불길은 각각(刻刻)으로 바비도에게 육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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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 소설 구성은 여기서 붓을 놓는다. 「이방인」도 여기서 붓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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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비도」는 여기서 붓을 놓지 아니하고 다시 한 번 되채여 곱씹음으로 바비도의 강한 의지를 그리하여 옳은 것의 의식을 보다 뚜렷하게 독자의 가슴에다 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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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떨어뜨리고 생각에 잠겨 있던 태자는 별안간 뛰어 일어서면서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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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꺼라! 사람을 끌어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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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리와 포졸들은 벌레같이 달려들어 불을 끄고 바비도를 끌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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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불티 묻은 옷을 털면서 연기에 거멓게 된 바비도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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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도, 옳고 그른 것은 논하지 마라, 네 목숨이 아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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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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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돌렸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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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뜻은 잘 알았습니다마는, 내 스스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가는 심사로 떠나는 길이니 염려할 것 없습니다. 이미 동정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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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주저앉는 바비도는 한마디 한마디 고요한 어조로 말하고 나서 맑게 개인 하늘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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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안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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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도는 말없이 옆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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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구나, 잘 가거라. 나는 오늘까지 양심이라는 것을 비겁한 놈들의 겉치장이요, 정의는 권리의 버섯인 줄만 알았더니 그것들이 진짜로 존재한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네가 무섭구나,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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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필드의 창공에는 다시 연기가 오르고 장작더미는 다시 불을 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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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른 것’ 은 바비도를 ‘그른 것’으로 끝내 살려 보려고 불을 끄고 다시 바비도를 끌어 내렸다. ‘그른 것’과 ‘옳은 것’을 대조하여 강조 시키면서 감명을 깊게 하는 이 구성의 묘는 결코 비범한 수법이 아니다. 「이방인」은 사형을 받으므로 머릿속에다 새로운 자아를 구성하는 무력한 수법이었으나, 「바비도」의 수법은 적극적인 행동적인 수법이었다. 그리하여 거기서 오는 감명이 일층 깊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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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동정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이 한 마디는 그 얼마나 세찬 저항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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