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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비평가론 - 문예비평과 이데올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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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1.31~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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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藝批評[문예비평]과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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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朝鮮日報[조선일보] 지면상에서 ‘批評界[비평계]의 SOS’ 라 하는 제목으로 몇 사람이 붓을 잡은 것을 본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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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행히도 그때 지면상에 나타났던 모든 SOS도 엄정한 의미 아래서 비판적으로 생겨난 SOS가 아니고 일부 작가들이 일부 소위 비평가에게 욕을 먹고 그 불쾌감 때문에 토한 한때의 분풀이에 지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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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문예계에 던져진 소위 비평이라는 것을 엄정하게 비판하고 문예비평의 본질을 논하여, SOS를 부르짖은 것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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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때의 SOS에 대하여 소위 비평가라는 사람들이 또한 몇 개의 반박을 시험하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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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반박 역시 모두 또한 한 개의 주관론에 지나지 못하였지, 공정한 의미의 반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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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론 兩[량] 삼 년 전에 한때 유행한 혹심한 욕설 비평― 오로지 집필자 자신의 무지불학을 폭로하고 일방으로 독자로 하여금 그 너무도 무지함에 赤面[적면]케 하던― 그런 비평은 얼마가 적어진 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비평이라 하는 명사와는 상반된 주관론적 감상문이 너무도 많이 소위 비평이라는 미명 아래서 횡행한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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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략)― 부르조아 작품에 나타나는 인간이 현실의 착종한 사회관계자로부터 끊어 낸 고립한 個人樣姿[개인양자]인 반면에 카프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인간은 일 사회 현실의 전체와 분리할 수 없이 한 가지로 나타나는 것이다. (<新東亞[신동아]> 12월호, 金基鎭[김기진] 씨의 論[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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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간단한 예에 지나지는 못하나 위에 인용한 일절은 작년의 문예계를 평한 가장 점잖은 論[론]의 한 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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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그 논 가운데서 마치 동물원과 같이 서로 간을 갈라 놓고 으르렁거리려는 동물적 관심을 엿볼 수가 있다. 개개의 작품에 대한 작품으로서의 비평이 없고, 서로 ‘너’ 와 ‘나’ 라는 그룹을 갈라 놓고 자기의 주관과 배치되는 그룹의 작가에 대하여는 ‘사회적이 아니요 小[소]부르적'이라는 아주 의미 명료치 않은 기괴한 언사로써 무시하여 버리려는 열패자로서의 반항심이라고 형용할 만한 기괴한 심리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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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논조의 비평이 소위 조선의 문예비평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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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하여 그것의 작품으로서의 성과 여하에는 及論[급론]치 않고 오로지 비평자 자신과 작품 제작자와의 서로 속한 그룹을 구별하여 그 이데올로기로서 논쟁을 하자는― 말하자면 주관론적 감상문이 소위 비판이라는 미명 아래서 횡횅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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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톨스토이의 神的 愛[신적 애]가 담긴 작품을 예술로서 인정하는 한편에 도스토예프스키의 人的 愛[인적 애]가 담긴 소설도 예술로서 인정할 양심을 가졌다. 비록 크리스챤이라 할지라도 불교 사상이 예술품도 찬양할 관용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무리 사상과 주관이 우리와 배치되는 작품일지라도 그 수법에 있어서 예술로서 인정할 만한 것이면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동양인이라고 눈 푸르고 코 높은 서양 미인을 미인이 아니라고 거부한다는 것은 너무도 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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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 하는 것은 사회의 일원이요, 사회라 하는 것은 시대를 따라서 변하는 것이요, 문예라 하는 것은 그 사회의 일원인 ‘사람’ 이 제작하는 것인 이상 그 시대상, 시대 사조가 문예품에 함입되는 것을 무가내하의 일일것이다. 그러나 사회에 거주하는 ‘사람’이 만든 물건이니 반드시 ‘사회사조’가 묻지 않은 작품은 무가치한 작품이라는 것은 주객을 전도한 논조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와 전대 사조가 판이한 때에 제작된 셰익스피어며 단테의 작품을 우리는 이데올로기 문제뿐으로서 예술이 아니라고 거부할 권리가 없다. 예술의 생명이라 하는 것은 시대 사조의 생명보다 훨씬 긴 이상 엄정한 의미로 말하자면 시대 사조에 영향을 받은 작품은 도리어 불순한 작품이라고 할 수 까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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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럼에도 불구하고 비문학적인 레닌이 자기의 정치적 의욕을 위하여 창조해 낸 예술론에 취하여 그릇된 논조의 담을 쌓고 그 안에서 으르렁 거리려는 사람들을 보면 자연히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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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잡지에는 비문인인 의사가 집필한 의술소설이 실리고 종교 잡지에는 목사가 집필한 종교소설이 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네들이 관심하는 이데올로기가 그 사람의 소설에 함입되는 것은 할 수가 없는 일이로되, 우리는 소설적 수법에 있어서 미성품인 그런 소설을 소설로서 용인할 관대심을 못 가지는 것과 동시에 이데올로기를 주로 하라는 평객의 논을 정론으로 용인할 관대심도 못 가졌다. 만약 그런 시대가 온다 하면 그때는 종교가들은 모두 들고 일어서 종교소설이 아닌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절규할 것이요, 의사들은 모두 들고 일어서서 의술소설이 아닌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고 절규를 할 테니 이런 기괴한 시대는 오지도 않을 것이며 오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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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는 오로지 문예이니 문예의 왕국의 문은 문예에 정진하는 사람에게야 비로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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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한 바와 같은 간단한 이론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직껏 소위 좌경파의 비평가들의 한 비평이라는 것은 순전히 이데올로기의 문제에 관하여서뿐이었다. 이놈 저놈 하고 욕설을 서로 퍼부은 욕설비평 시대를 지나서 八峯類[팔봉류]의 점잖은 비평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조선의 문예비평이라는 것은 전부가 문예평이 아니고 이데올로기의 口爭[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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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세련된 필치고 묘사에도 박진력이 있으나 그밖에 더 다른 것이 무엇이 있느냐. 우리는 작품에서 생활투쟁을 발현할 수가 없다 운운’ 하여 생활투쟁이라는 것이 들지 않은 작품 (그 생활투쟁이라 하는 것도 협의의 경제적 생활투쟁을 말함이지 그 이상 일 보도 나서지 못함)은 작품이라 하지 않는 기괴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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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소설이라기는 어렵지만 그 안에 담긴 사상이 귀엽다’는 소설평인지 사상평인지 구별치 못할 기괴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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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든 기괴한 비평이 단지 ‘사회에 거주하는 인간이 창작한 작품이니만치 반드시 사회사상이 함입되지 않으면 안 된다’ 는 주객 전도의 그릇된 견해 아래서 생겨나는 그릇된 비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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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그릇된 비평이 횡횅된 조선 문예계가 받은 악영향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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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잡지사에 투고 들어오는 그 대부분은 모두 이런 비평에 영향을 받아서 의식적으로 기교를 무시하고 이데올로기―를 주로 삼은 작품들뿐이니 이것이 모두 그런 그릇된 비평들의 산물이다. 그리고 또 그런 그릇된 비평 때문에 장차 발아하려는 조선문학의 순이 꺾인 악결과도 헬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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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악비평의 영향 때문에 조선문학의 발달이 지지하여 활기를 띠지 못한 그 죄과를 오늘날의 소위 비평가들은 자기네의 자손에게 어떻게 사죄를 하려는지 장래의 조선을 짊어질 우리의 후손들이 자기네의 祖先時代[조선시대]에 그릇된 일군의 비평가의 그릇된 논조 때문에 유치한 문학 유산을 물려 받고 거기 대한 원한을 말할 때에 오늘날의 그릇된 비평가들은 무엇으로 자기네의 막대한 죄과를 謝[사]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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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와 혈기의 부산물인 투쟁심 때문에 내면을 재발시킬 여유도 없이 그릇된 길로 매진하는 지금의 평객들은 마음을 좀 냉정히 하여가지고 이 문제에 대하여 一考[일고]할 필요가 있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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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줄을 아는 사람은 영리한 사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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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갈파한 옛날 철인의 경구를 이들 비평객의 벽상에 大書[대서]하여 둘 필요가 있을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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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 1934.1.31~2.2)
【원문】문예비평가론 - 문예비평과 이데올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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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인(金東仁) [저자]
 
  193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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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5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