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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적(藝術的) 인식(認識) 표현수단으로서의 언어(言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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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2월
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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藝術的[예술적] 認識[인식]과 표현수단으로서의 言語[언어]
 
2
먼저 우리는 언어라는 것이 오직 현실적인 것의 반영, 표현이란 뜻을 이야기해 왔다. 즉 언어란 단순한 음성이 아니라, 일정한 현실적 내용으로 말미아마 조직화된 음성, 그러므로써 그것은 불가피적으로 항상 무엇이고 의미하고 있으며, 그 의미하고 있는 바는 곧 인간의 思惟[사유]를 통하여 추상화 된 各樣[각양]의 현실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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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언어는 이야기될 대상인 현실적 제조건에 의하여 규정된다. 그러므로‘오로라’(極光[극광])을 볼 수 없는 조선 같은 데는 그것을 의미하는 조선말이 없는 것이며, 같은 조선에라도 南朝鮮[남조선] 고유의 동,식물류에 대하여 북조선에는 거기에 해당한 名詞[명사]를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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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오로라’란 말을 ‘極光[극광]’이란 漢子[한자]로 번역하여 쓰고, 혹은 여태까지 없는‘酸素[산소]’,‘工場[공장]’이란 말을 쓰게 되는 것은 또한 현대, 적어도 2,3년 내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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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우리는 언어가 시대의 今昔[금석]에 의하여서도 제약을 당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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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될 현실적 대상이란 것은 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으로 역사성이란 현실이 언어를 규정하는 다른 한 개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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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언어를 참말로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은 그것을 일관한 발전의 과정을 통하여, 즉 역사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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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관찰되는 언어란 인간의 사회적 발전의 역사를 반영한 것으로서의 현실적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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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世界語[세계어]의 一般史[일반사]라든가, 各個[각개] 국어의 발전의 특수한 역사는 세계사 혹은 각 國民[국민] 國家社會[국가사회]의 현실적 제 발전에 의존되어 있고, 또 그것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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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언어가 인간에 있어 그의 의식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객관적 제조건으로부터 제약된 인간적 의식의 소산인 때문이고, 의식의 본질적 요소인 思惟[사유]의 도구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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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惟[사유]의 수단으로서의 언어는 곧 인식의 수단으로서의, 표현의 수단으로서의 이중의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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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통상 표현 수단으로의 언어, 즉 언어의 意思表出的[의사표출적] 職能[직능]에 대한 통속화 된 상식은 在來[재래]로 그것의 묘사 인식의 수단으로서의 의의를 沒却[몰각]해 온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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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초에서 언어에 대한 관념적 해석, 또 그 起源[기원]에 대한 神秘主義[신비주의]가 胚胎[배태]되어 온 것으로 이 見地[견지]는 언어를 순수한 관념상의 물건으로 看做[간주]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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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언어의 현실적 성질이 부정되고 그 發展史[발전사]에 대하여 관념적 설명을 가하는 데 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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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언어는 하나의 관념상의 산물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관념이라고 불러지는 사회생활의 상층 건축과 더부러 사회적 생산제관계에 의하여 제약되는 물건으로 그것이 갖는 의의는 思惟[사유]의 형식인 점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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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것은 客觀世界[객관세계]를 인식하고 그것을 표출하는 역할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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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우리 예술적 영역에 옮기어 놓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 근본 사태는 조금도 변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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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연히 언어는 예술적 인식과 표현의 수단으로서의 의의를 가질뿐더러 언어의 예술인 문학 이외의 예술 영역에서도 이 원칙은 역시 통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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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彩筆[채필]을 들고 들에 서서 풍경을 畵布[화포]에 옮길려는 화가의 제작 과정을 상상한다면, 화가는 우선 그의 시야에서 들어오는 개개의 이미지를 한 개의 정비된 조형적 체계로 조직할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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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이 繪畵[회화]인 한 모든 대상이 시각을 통하여 物的[물적] 造型[조형]으로서 腦裏[뇌리]에 들어오고 畵布[화포]에는 역시 線[선], 面[면], 色[색]을 가진 形象[형상]으로서 移植[이식]되는 것이다. 그러나 화가의 눈에 비치는 것은 단순한 線[선], 面[면], 色[색]이 아니라 草花[초화], 樹木[수목], 天空[천공], 구름, 사람, 새, 냇물 등의 구체적인 대상이고, 그것은 푸른 잎, 어여쁜 사람, 고운 새, 맑은 하늘 등이며, 그것의 표현으로서도 平面[평면], 斜面[사면], 直線[직선], 曲線[곡선], 紅色[홍색] 등의 산 物象[물상]이다. 이런 경우에 絵画的[회화적] 형상을 생산키 위하여 언어가 演[연]하는 바 역할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것임을 알 수가 있다. 만일 그 화가가 보고 손만 놀릴 줄 알았고, 그 모든 것을 언어(그것은 의식의 수단이다)로서 파악할 줄 몰랐다면 아마 그는 붓을 놀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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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있어서는 線[선], 面[면], 色[색] 대신에 音[음]의 기호를 사용한다 하드라도 언어는 듣고 표출하는 수단임은 변치 않는다. 더구나 언어를 그 유일의 표출수단으로 하는 문학예술에 있어 이 특성은 전혀 전형적인 것이다. 문학자에 있어서는 듣고, 보고, 알고, 느끼고, 생각하고, 체험하는 일체를 언어로 번역할 줄 알아야 한다. 만일 이 職能[직능]이 그에게 철저치 못하다면 그는 우선 작가될 제일의 요건을 상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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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로 無限[무한]이 많은 삼라만상을 有限[유한]한 언어로 어떻게 인식할 것이며, 그러므로써 언어가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은 불충분 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은 결코 사태를 온당하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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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냐 하면 인간은 여태까지 자기의 생활에 필요하고 가능한 대상만을 문제로 해왔고 그것과 관계를 맺어 왔으며, 또 언어도 이러한 인간생활이 관계되는 모든 것을 인식하고 표현함에 적당하게 生誕[생탄], 발달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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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필요한 모든 것에 이름 없는 것이 없고, 인간이 체험한 사건, 사태 중에 命名[명명] 안된 것이 없고, 인간이 느끼고 생각한 것 가운데 言語的[언어적] 形式[형식]이 부여 안된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인간적 생활의 발전, 다시 말하면 인간의 생활의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그만큼 언어의 種別[종별]과 數[수]는 증가되고 다양화 되어 온 것이다. 또한 반대로 인간 생활에 있어서 전에는 필요하던 것이 불필요해지고, 또 그전에 있던 것이 없어지면 언어도 그에 따라 불필요해지고 또 차차로 소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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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언어는 우리가 알 수 있는 대상의 수효 만큼 있고, 우리가 표현하려는 욕구 만치 풍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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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언어는 문학적 창작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을뿐더러 여분이 있을 만큼 충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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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바람’이란 한 말을 가지고 어찌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또 수없이 많은 종류의 바람을 표현할 수 있느냐 하면 그것은 재능이 부족한 작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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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가을바람’‘겨울바람’‘여름바람’으로 벌써 바람의 계절이 표시되고,‘東風’[동풍]‘西風’[서풍] ‘南風’[남풍]‘北風’[북풍]‘季節風’[계절풍]으로 이보다 구체적인 방향 등이 설명되며,‘휘오리바람’ ‘선들바람’‘빗바람’‘눈바람’‘미친바람’‘무더운바람’‘시원한 바람’등은 上記[상기]한 바람의 種別[종별] 위에 한층 세밀한 陰影[음영]까지를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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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건듯 봄바람이 부러’라든가‘비바람이 모라처와’라든가‘후덥지근한 맛파람이 불더니’등은 바람에 대하여 우리들의 피부가 感官[감관]이 느낄 수 있는 변화의 미묘한 세부까지를 알아낼 수가 있고 표현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즉 한 개의 말은 기분, 정서 등 우리가 항용 형용할 수 있다는 모든 과정을 認知[인지]하고 표출하는 유일의 수단이다. 대외적 감각으로부터 주관적 표현에 이르기까지 思惟[사유]가 수행하는 모든 기능은 언어의 형식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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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언어는 문학에 있어 표현의 수단 형식일뿐더러 인식 하는 데도 역시 유일의 수단인 것이다. 그것은 文學制作[문학제작]의 과정 가운데서 단순히 양식적 일면만을 體現[체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자의 현실에 대한 태도, 사상의 방향까지도 그 가운데 體現[체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同時代[동시대]에서는 문학의 민족적, 계급적 차이에 의하여 역사적으로는 시대의 구별에 의하여 각각 相異[상이]한 언어적 特長[특장]을 具有[구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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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인식이란 것이 그 가운데 表出[표출]을 포함한 인간적 실천의 일반 과정인 때문이다.
 
 
32
(1937.12.6)
【원문】예술적(藝術的) 인식(認識) 표현수단으로서의 언어(言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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