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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께서뿐 아니라 나 제주도에 왜 묻혀 있는지 모르겠단 말 여러 친구들한테서도 듣소. 하기야 제주는 또 제주대로 재미가 있을 테지 하는 말도 듣소. 그러나 다 내 속을 모르는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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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주에 떨어질 적엔 해녀가 따는 전복이 맛도 있으려니 돌담 안에 우거진 동백꽃의 고유한 정서가 피난에 쫓긴 애달픈 심정을 어루만져도 주려니 하였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고, 그리하여 시미창일한 전복으로 고유 한 정서 속에 마음껏 배 불리고 취해 보고 하리라. 그래서 짐을 아주 풀어 놓았던 것이 친구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로 억측을 빚어내게 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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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녀가 따는 전복 맛도 동백꽃의 정서도 나와는 인연이 멀었소. 제주가 내 발목을 붙잡은 것은 오직 한 가지 민속적인 정서 그것이 아닌가하오. 이 민속적인 면에는 원시적인 것과 더불어 순수적인 것이 따라다니고 이 두 가지 면은 예술과 통하는 길이므로 나도 모르게 나를 어루만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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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는 먹고야 사는 사람이 하루같이 일 년여를 양쌀밥으로 견디면서 뻗대는 것은 형의 말마따나 잘도 견디는 셈이긴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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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형이 그 큰 키에다 군복 단장으로 동부인하고 제주에 나타났을때 다방 카네이션에서 주객이 전도되어 형이 차를 샀지요. 그리고 평양 냉 면점에서 또 형이 점심을 샀지요. 그리고 그 자리도 홀홀히 떠나면서 부디 가운데 구멍이 뚫린 제주 돌 하나 구해 가지고 나오라고 부탁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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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돌이 어디 용이하게 구해지는 것이 아니구려. 산에 오를 때 나 바닷가를 거닐 때면 행여나 그런 돌이 눈에 뛸까 일심으로 헤적거리나 허사였소. 하필 왜 구멍 뚫어진 돌을 부탁한단 말이오 그런 돌이 있나 더 갔다간 미친 놈 될 것 같기에 아예 단념했으니 돌 생각은 아주 잊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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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 다니면서 전람회를 다 열고 참 장하오. 나는 제주 일 년에 무엇을 했는지 그 잘난 작품 나부랭이 하나 못 만들고 노상에서 세월을 보냈구려. 형의 정열 참 부럽소. 그래 몇 점이나 내놓았던 것이오? 제목은 다 형 독 특한 시였겠지요. 나는 형의 개전(個展)을 볼 때마다 그 제(題)에 늘 인상 이 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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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재미있는 글 써지면 주시오. 나도 부산 한번 나가려 하오. 안녕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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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신문화》 (신문화사, 195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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