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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曹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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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3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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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曹操[조조](2 막)
 
2
[인물]
3
조조(曹操)
4
동 군사 갑ㆍ을ㆍ병 외 종졸 약간
5
관우(關羽)
6
동 병졸 약간
7
제갈양(諸葛亮)
8
유비(劉備)
 
 

 
 

1. 제1막

 
10
적벽대전(赤壁大戰)에 패한 조조의 잔병(殘兵)이 화용도(華容道)로 쫓겨가는 도중. 막이 열리면 무대는 전연 어둔 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하고 다만 병마의 지나가는 소리가 한동안 계속된다.
 
11
조조  (갑자기 웃는 소리) 하하하하……
12
종졸  (소리만) 승상이 어찌 또 웃으십니까?
13
조조  (소리만) 제갈양이가 제가 아모리 꾀가 많다지만 도야지같이 멍청한 놈이거든!
14
종졸  (소리만)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15
조조  (소리만) 병법에 이르기를 허즉실(虛卽實)하고 실즉허(實卽虛)이어든 그런 것도 모르고 제갈양은 이 소로에다 불을 노면 복병이 있는 줄 알고 내가 대로로 갈 줄 알고 쓱 대로에다 복병을 시켜 놓았단 말이야. 그렇지만 내가 속아야 말이지!
16
말소리가 그치고 무대에서는 여전히 병마의 지나가는 소리만 들리다가 차차 밝아 오기 시작한다. 완전히 밝아진 뒤에는 밀림 중의 일부분이 나타난다. 후면은 얕은 언덕을 격하여 그 뒤(무대 뒤)에서는 사람의 지껄이는 소리가 들려온다.전면에서는 군사 갑ㆍ을ㆍ병이 밥을 짓고 있다. 그들의 행색과 형용은 화공(火攻)에 패주하는 병졸로 알도록만 하면 좋다.
17
  (하던 말을 계속한다) 그래 그렇게 삼 년이나 풍진을 겪고 겨우 집에 돌아가서 하롯밤─ 하롯밤 겨우 편한 잠을 자느라니까 그 끔직한 나발소리가 뛰 뛰울리면서 전쟁이야 전쟁이야 하고 첫새벽에 문을 두드리지 않나! (한숨) 나는울면서 매달리는 아내를 보고 기다리지 말고 좋은 사람을 만나 가서 살라고 했어, 가라고 했어.
18
  그래도 자네들은 괜찮어이. 나는 사대독자놈이 장가도 못들어 씨 한 개도 받 어두지 못했는데 육십이 넘으신 편모를 두고 우금 삼 년일세.
19
  이판에 있는 몸들이 낫고 못할 게 어데 있겟나! 그저 그 많은 주검 속에서 면하고 살어났으니 다행이지, 인제 죽지 않고 살어 돌아가면……
20
  어데 그걸 바랄 수가 있나! 아직도 멫 고비가 남었을라구.
21
(세 사람 수심에 잠겨 한동안 침묵)
22
  (밥 짓는 단지 뚜껑을 열어보며) 밥은 겨우 된다지만 이것을 목이 메여 먹는 수가 있나! 소곰이라도 좀 있으면……
23
  그런 호강스런 소리는 내지도 말게. 이거나마 얻어먹으니 천만다행이지.
24
  나도 허느니 그 말일세. 또 어데서 복병이나 튀어나오면……
25
  글쎄 말이야, 지금 만일 여기서 복병을 만나는 날이면 꼼짝달싹 못하고 다 죽는다 죽어.
26
  백만대병이 몰사를 하는 속에서 살어나왔다가 예까지 와서 복병을 만나 죽는다면 차라리 미리 죽으니만 못하지.
27
  인제는 죽는 것도 시들하니 꿈에라도 그립던 부모 처자의 얼골이라도 한번 보았으면 여한이 없겠다.
28
  (한숨을 길게 내어쉬며) 이게 모다 무슨 놈의 팔자랍! 태평시절에 태어나서 편안히 살지를 못하고……
29
  그야 우리도 승전을 하고 돌아간다면 그렇잖지만.
30
  승전도 소용없대.
31
  왜 소용이 없어?
32
  자네나 내나 명색없는 병정놈이 승전을 하고 돌아가기로니 승상 자리에 오르겠나? 만호봉을 받겠나?
33
  그래도 우리가 승전을 해서 천하가 태평하고 좋은 세상이 돌아오면 우리 후손이라도 편히 살지 않겠나.
34
  일장공성에 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라네, 적벽강 싸흠에 백만의 목숨이 사라지잖었나? 더구나 공도 스지 못한 싸흠…… 그저 우리는 남의 공을 이뤄주느라고 남의 창끝에 사라지는 명색없는 생명들이야.
35
  (짜증이 나서) 이 사람들은 제기 지금 패군을 하고 허우허우 달어나는 판에 승전 이야기는 어데 당한 거야!
36
(이때 무대 뒤에서 ‘고당상 학발양친(高堂上鶴髮兩親)’을 고요히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 사람은 귀를 기울이고 듣다가 노래가 깊어감을 따라 얼굴이 점점 처참하여지다가 필경 울음이 터져나온다. 마지막은 서로 그러안고 목을 놓아 통곡한다. 밥단지에서는 연기가 오른다)
37
  (노래가 거진 끝날 때쯤 되어 문득 고개를 들고 무대 뒤로 향하여 소리친다) 거 노래 부르는 놈이 어느 놈이냐? 사람 맘 상해 죽겠다.
38
이 말에 노랫소리 뚝 그친다. 갑과 병도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씻는다. 갑은 밥단지를 치어다보고 급히 불에서 내려놓는다.
39
  밥이 탔네. 하마터면 못먹었지. 어서 한술씩 뜨세.
40
  (밥 옆으로 간다)
41
  (방백) 그 어떤 망할 녀석이 청승맞게! (間) 그렇잖애도 사람이 회심을 들어 못 견데는데,
42
  그 사람인들 오직하면 그런 노래를 부르겠나! 처지는 일반인데.
43
  그렇기로 이 사람아, 승상이 아셨으면 군심을 허터지게 한다고 대번 목이 달어나네.
44
  자 먹세.
45
세 사람 둘러앉아 맨밥을 달게 먹는다. 반쯤 먹었을 때에 좌우 사방에서 방포(放砲) 소리가 나며 복병의 아우성이 일어난다. 세 사람 숟갈을 내던지고 지팡이삼아 짚고 왔다가 내던진 창대를 집어들고 좌수로 달아난다. 무대 뒤에서도 혼잡한 규성(叫聲)과 소음이 일어난다. 조금 뒤에 조조가 약간의 종졸을 데리고허둥지둥 우수로부터 무대로 뛰어나와 두리번두리번한다.
46
관우  (무대 뒤에서 소리만) 수염 깎은 놈이 조조다, 수염 깍은 놈을 잡어라.
47
조조  (망지소조하여 종졸을 보고) 이애야 내 모가지가 아직 있느냐?
48
종졸의 한 사람  네 아직 있읍니다.
49
조조  거 별일이로구나.
50
이때에 좌수에서 관우의 종졸이 와 내다르며 “이놈 조조야” 하고 창을 들여 댄다. 조조의 종졸은 그것을 막고 조조는 질겁하여 우수로 달아나려 하는데 말탄 관우가 호통을 하며 나타난다. (만일 말 탄 관우를 등장시킬 수가 없으면 조조가 우수로 퇴장한 뒤에 다음의 대사만 무대 뒤에서 들려와도 좋다) 조조는맥을 잃고 땅에 엎드리고 그 종졸들도 쫓기어 조조 옆에 엎드린다.
51
조조  장군은 그동안 무량하시니까.
52
관우  이놈 조조야, 네 비로소 운이 진한 줄을 알었는가?
53
조조  아마 조조의 운이 다한가 보옵니다.
54
관우  응 그러면 이 청룡도가 아직 녹슬지 아니한 줄도 알겠지?
55
조조  네, 장군의 청룡도에 어찌 녹이 슬 리가 있겠읍니까. 조조의 일명은 오로지 장군의 수중에 있읍니다. 그러나 항장은 불살이라 더구나 인자하신 장군이시니조조의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
56
관우  그러나 너는 살지 못한다. 네가 살지 못할 연유를 들어보아라. 네 불칙한 마음을 먹고 천자를 끼고 제후를 호령하며 무단한 군사를 일으키어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니 그 죄가 죽어 만당치 아니할까?
57
조조  네 죽어 만당한 줄 아오나 장군의 인자하신 마음으로 이번에 조조의 일명을 살려주시면 마땅히 본군에 돌아가 농토에 묻히어 있고 이후는 천시를 거슬리지아니하겠습니다.
58
관우  간사한 혀끝으로 나를 꾀이려 하지 말고 어서 짧은 목을 길게 늘여 이 청룡도를 받으라.
59
조조  (울며) 장군은 옛날 조조의 정성을 잊으셨나이까? 조조가 장군을 모셨을 때 상마천금 하마천금에 삼일소연 오일대연으로 장군을 극진히 섬기였었고 또 장군이 조조를 바리고 가실 때에는 조조 병력이 없어 막지 못함이 아니라 의인을의로써 대함이였음을 장군도 응당 아셨을까 하나이다.
60
관우  응, 그때에 네가 나에게 하여준 공은 원소의 안량 문추를 단칼에 베어 너의 중위(重圍)를 풀어준 것으로 갚었느니라. 그러고 네가 나의 감을 막지 아니하였다 하나 오관에 육장을 베이도록 나는 악전을 하지 아니하였으냐. 어서 청룡도를 받으라. 내 너를 잡으러 올 때에 군령장에 다짐을 두었으니 일호도 용서할 수가 없다.
61
조조  그러나 장군의 명은 하날에 달리었고 조조의 명은 당장 장군의 손에 달리었읍니다. 옛날의 정이 아니라 하더래도 외로운 장군께서 이다지도 일명을 비는조조를 어찌 용서하시려 아니하시는지요?
62
관우  (싱그레 웃으며 조조를 내려보다가 무슨 결심을 한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말머리를 돌리어버린다)
63
조조  (의외로운 듯이 관우의 뒤를 바라보다가) 그렇다. 암만해도 대세는 내 것이다. (막)
 

 
 

2. 제2막

 
65
유비의 진중 제갈양의 장대(將臺). 배경과 장치는 고대의 군진에 적당하도록 하였으면 좋다. 막이 열리면 정면에 관객석을 향하여 제갈양이 앉아 있고 우수에유비에 좌수를 향하여 앉아 있다.
 
66
유비  (하던 말을 계속하여) 그러면 조조가 확실히 화룡도 소로로 갈까요?
67
제갈양  네 만일 조조가 아니라면 모르겠읍니다마는 조조인 담에는 꼭 소로로 갈 것입니다.
68
유비  그러면 운장의 손에 벗어나지 못하겠군요?
69
제갈양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다)
70
유비  운장이 잡지를 못할까요.
71
제갈양  (천천히) 잡기는 넉넉히 잡을 것입니다. 운장이 지키는 곳에 조조가 이르렀을 때는 운장 이하의 장수로라도 잡을 수 있을 만큼 조조의 군세가 약해졌을터이니까요.
72
유비  그러면 우리 운장 같은 용장이 갔으니 아모 염려가 없읍니다. 인제는 아마 천하가 평정하고 한실(漢室)이 다시 일어설 것이오.
73
제갈양  (생각하면서) 운장은 조조를 잡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74
유비  (놀라) 왜?
75
제갈양  조조는 말이 간사합니다. 그런데 운장은 마음이 극히 인자한지 아니합니까?
76
유비  그렇지요. 우리 운장은 성현도 따르지 못하게 마음이 인자하지요.
77
제갈양  그렇습니다. 그렇게 인자한데다가 전일에 운장이 조조에게서, 가령 그것을 운장이 달게 받지 아니한 것이었더래도 극히 후한 대접을 받지 아니했읍니까? 그러나 운장은 그것을 잊을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조조가 궁지에 빠져서 간사한 혀를 놀리면 운장의 마음으로 차마 어찌 조조의 목에 칼을 대이겠읍니까?
78
유비  (황황히) 그러면 어찌 운장을 보내셨단 말이요? 더구나 군령장에 다짐까지 받고!
79
제갈양  (웃으며) 군령장에 다짐을 받은 것이야 신이 어찌 운장을 해할 마음으로 그랬겠읍니까? 이따가 신이 운장을 내어 베이라고 좌우에 이르거든 주상께서극력 만류하십시오. 신이 한미한 선비의 몸으로 주상을 모시고 군사(軍師)의 위에 갑자기 오르게 되니 군령이 잘 통치 아니할까 해서 위선 그리한 것입니다.
80
유비  그건 그렇다지만 이번에 조조를 놓아보내면 천하가 다시 어지러울 텐데 군사 그것을 알고도 일부러 놓아보낸단 말이오?
81
제갈양  신이 간밤에 천기를 보았더니 조조의 운이 아직도 다하지 아니하였읍니다. 인력으로 어찌 천기를 어기겠읍니까.
82
유비  (탄식하며 방백) 아직도 조적(曹賊)의 운이 다하지 아니하였다? (間) 풍전의 등화 같은 한실의 운명은?
83
제갈양  조조 하나를 잡었다고 천하가 평정되지는 아니합니다. 천하에는 뭇(다수)의 조조가 있읍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조조를 잡어 없앤대도 둘째의 조조 세째의 조조가 뒤를 이어서 나옵니다.
84
유비  그렇다고 이 풍진의 장본인을 놓아보낸다는 것은……
85
제갈양  풍진은 조조가 일으킨 것이 아닙니다. 천하가 크게 바뀔 기운에 이르고 그리 되자니 세상이 어자랍고 세상이 어자라움에 조조와 같은 간물이 생겨나는것입니다.
86
(두 사람 창연히 머리를 숙이고 말이 없고 막이 고요히 내린다)
【원문】조조(曹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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