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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덕 선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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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4
이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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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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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어른은 3822년에 개성에서 나셨습니다. 이 어른은 집안이 썩 구차하여 그 아버지께서 농사를 지어 가지고 간신히 살아가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총기가 있고 마음씨가 곧을 뿐 아니라 어른의 말씀을 잘 듣는 까닭에 칭찬을 받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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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른은 원래에 성질이 찬찬하야 한 가지라도 범연히 지나가는 일이 없는 데다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 욕심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리고 또 성질이 끈끈해서 혹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까지라도 궁리를 하여 기어코 알고 맙니다. 그러니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하나나 깔 축이 있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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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어른이 어렸을 때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살림이 워낙 구차하시니까 아버지가 농사 지시는 것만 가지고는 지날 수가 없으니까 어린 경덕 어른이 봄새와 여름이면 들에 나가서 풋나물을 캐다가 양식을 보내갑니다. 어느 해 봄이었습니다. 날마다 나물을 캐러 가서 늦게야 돌아오건마는 나물을 한번도 바구니에 차본 적이 없습니다. 그 아버지께서 하도 이상해서 한번 물어 보셨습니다. 경덕 어른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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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에 나가서 나물을 캐려면 무슨 새인지 밭에서 후르르 날아오르는데 첫 날은 땅에서 한치쯤 떠오르더니 또 그 다음날은 세치 네치 나날이 차차 높이 떠오릅니다. 저는 이것을 보고 저 새가 어째서 저렇게 날마다 조금씩 높이 떠오르나 하고 궁금한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치를 알려고 해 지는 줄도 모르고 이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나물을 못 캐고 늦게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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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새가 무슨 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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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아시겠지요 만은 이 새는 종달새올시다. 이 종달새는 봄새 날이 따뜻하여지면 차차 날기를 익혀서 비비배배하고 공중으로 새카맣게 떠오릅니다. 이것이야 봄새만 되면 누구든지 다 보는 일이 아닙니까. 그렇지만 다들 심상하게 알지요. 장래에 유명한 학자가 되실 어른이라 이것을 심상히 넘기지 않으시고 기어코 그 이치를 알려고 하셨습니다. 지금 문명의 자랑거리라는 저 기차도 주전자에 끓는 물이 뚜껑 여는 것을 보고 연구하여 낸 것이라고 합니다. 또 영국의 유명한 학자 뉴턴도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이라는 유명한 학리를 깨쳤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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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학자나 발견가가 별 사람이 아니올시다. 무엇이든지 범연한 것이 없나 궁금한 것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 찬찬한 사람 알고 마는 끈끈한 사람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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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되시던 때의 일이올시다. 글방에서 선생님께 서전(書傳)이라는 책을 배우시다가 책력 만드는 이치가 나오니까 선생님은 가르쳐 주지 않으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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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도 모르는 것이다. 네가 한번 들어도 알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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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을 들은 경덕 어른 생각에는 만든 사람도 잇는데 남이 적어 놓은 글을 보고 알기야 못하겠니 하고 집에 돌아와서 열심으로 연구하셨습니다. 그런지 보름만에 그 뜻을 환하게 깨치셨습니다. 글이란 읽으면 아는 것이요 이치란 궁리하면 깨치는 것이올시다. 읽고 궁리해서 모르는 것이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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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니 - 그것은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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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은 다 게으르고 용렬한 사람의 핑계올시다. 보십시오! 남이 못한다는 것을 경덕 어른은 하지 않으셨습니까. 또 남이 모른다는 것을 경덕 어른은 깨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기에 저 유명한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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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다. 안 된다. 하는 말은 못생긴 놈 사전에만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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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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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른의 공부하시는 법은 남의 말을 그대로 입내 내시거나 그대로 집어삼키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의 만드신 책이거나 또는 옛 어른의 말씀이라고 덮어놓고 얼른 믿는 일이 없습니다. 또 옛 어른의 책을 보시고 말씀을 알았다고 그만 만족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자기가 실물을 보거나 그 실지를 겪어 보고 이리 궁리 저리 궁리해서 의심이 조금도 없고 욕심에 부족한 것이 없어야 그만 두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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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공부가 얼마나 옹글게 되었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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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이 실지를 모르고 책만 보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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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어른 공부하는 법은 힘이야 얼마가 들고 애야 얼마나 쓰이든지 자기 혼자 궁리하여 뚫어내는 것이올시다. 그럼으로 이 어른 공부에는 선생님 안 계신 것과 책 없는 것이 그렇게 큰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매양 모르는 일이나 물건이 있으면 벽에다가 그 이름을 써 붙이고 밤이나 낮이나 앉으나 서나 골똘하게 생각하여 기어코 시원하게 아셔야만 또다른 공부를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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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덕 어른의 공부가 이렇게 착실하고 연구가 이렇게 끈진 까닭에 열여덟 되시던 해에는 그 어수선은 세상 이치를 다 아시고 스물네 살 되시던 해에는 오묘한 하늘 이치까지 깨달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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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들도 배우십시다. 연구하십시다. 남에게도 배우려니와 더욱이 나를 내가 가르쳐 보십시다. 또 남의 말도 들으려니와 내 혼자 연구하여 깨쳐 보십시다. 동양이나 서양에 유명한 학자가 별 사람이겠습까. 쉬지 않고 끈지게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들이올시다.
【원문】서경덕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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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