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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삼문 어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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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11
신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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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문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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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른은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쯤 전 이조 넷째 임금 세종대왕 때 어른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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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 어른은 어려서부터 기롱을 좋아해서 동무들하고 우스운 소리와 농담을 잘 하십니다. 그래서 남들 보기에는 너무도 실없는 사람 같았지마는 마음은 쇠보다도 더 단단하고 돌보다도 더 단단해서 남이 어쩌지 못하는 굳은 뜻을 가졌기 때문에 조그만 일이라도 남하고 한번 약조를 한 일이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약조를 어기어 본 일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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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삼문 어른은 재주가 많고 총명이 있어 세종대왕께서 지금 우리들이 배우고 쓰는 이 조선 글을 만드실 적에도 많은 공이 있었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우리 조선 글을 만드시는데 명나라 소리를 좀 알아보시기 위하여 삼문 어른을 요동(만주)까지 열세 번이나 심부름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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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세종대왕과 그 아드님 문종대왕이 돌아가시고 문종대왕의 아드님 단종대왕이 임금이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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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대왕이 임금이 되시던 때는 나이가 겨우 열두 살 밖에 안 되셨습니다. 그래서 문종대왕이 살아 계실 때도 자기 아드님이 너무 나이가 어리시니까 장래 무슨 변이 있을는지 알 수가 없어서 늘 걱정으로 지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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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문종대왕이 자기 제일 믿는 여러 신하들하고 나라 일을 의논하시느라고 밤이 깊어졌습니다. 문종대왕은 자기의 어린 아드님을 앞에다 앉히시고 머리를 쓰다듬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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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경(임금이 신하에게 하는 말)들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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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고 용상에서 내려와 여러 신하들과 같이 앉으시더니 친히 술잔에 술을 부어서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 여러 신하에게 차례로 권하셨습니다. 이 신하들은 모두 술이 취해서 임금님 앞에 쓰러져 잠들이 들었습니다. 문종대왕은 왕비를 시켜서 문설주를 빼어다가 가마를 만들어 가지고 한사람씩 태워다가 번 자는 방으로 갖다 뉘었습니다. 여러 신하들은 술이 좀 깨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들은 어느덧 번 방에 와서 누워 있는데 어쩐 일인지 이상히 향내가 방안에 가득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자기들 몸에는 모두 임금님의 잘옷(털옷)이 덮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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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안 여러 신하들은 서로 눈물을 흘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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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부탁이 이처럼 중하시니 우리가 죽는 한이 있기로 이 부탁이야 져버릴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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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서로 맹세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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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대왕이 열일곱 살 되시던 해올시다. 단종대왕의 아저씨 되는 세조대왕은 자기가 임금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그때에 대장으로 유명하던 김종서 어른을 죽이고 억지로 자기가 임금이 되었습니다. 이때에 성삼문 박팽년 그 외에 여러 어른들은 세조대왕이 임금 되는 것을 모두 싫어하였습니다. 그 당장에라도 세조대왕을 내어쫓고 다시 단종대왕으로 임금을 삼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그때는 어쩔 수가 없으니까 때를 기다려 보자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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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신숙주는 세조대왕이 단종대왕을 내어쫓고 자기가 임금이 되려는 것을 미리 알고서도 성삼문이나 박팽년 어른께는 말도 하지 않고 도리어 세조대왕하고 부동을 해서 단종대왕을 내어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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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창덕궁 안에서 연회가 있어서 세조대왕과 그 아드님과 또는 세조대왕 편의 신하들이 모두 창덕궁 안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성삼문 어른은 이때를 놓치지 말고 연회에 칼을 차고 들어갔다가 세조대왕 편을 일시에 잡아죽이고 다시 단종대왕으로 임금을 삼자고 비밀히 약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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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대왕 편에서도 연회에 혹 무슨 변이나 날까 하고 생각을 했는지 그 날은 칼을 차지말고 들어오라고 합니다. 그때에 성삼문 어른은 아버지 성승님과 유응부님은 윤걸이란 칼을 차고 들어가려 하니까 문에서 못 들어오게 막습니다. 그러니까 성승 유응부 두 분은 문에서 막는 놈을 곧 죽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성삼문 어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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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첫째로 세조대왕의 세자가 아니 왔으니 참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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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립니다. 유응부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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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란 그렇지 않다. 할 적에 속히 해야 하는 법이다. 밀렷렷렷 밀어나다가는 일이 탈로 되기도 쉽고 또 세자가 아니 왔더라도 그것은 내가 담당할 터이니 염려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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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기어 우깁니다. 성삼문 어른은 그래도 그렇지 않으니 참으라고 해서 그날을 참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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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가 다 틀렸습니다. 일은 과연 탄로가 났습니다. 단종대왕을 도우려던 신하들은 다 잡혔습니다. 세조대왕은 성삼문 어른을 잡아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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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어째서 날을 배반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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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삼문 어른은 소리를 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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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임금을 내가 다시 세우려는 것이 무엇 때문에 배반이란 말이요? 당신이 남의 나라를 막았고 임금을 내어쫓는데 내가 신하 되어서 우두커니 보고 있어야 옳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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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세조대왕은 성이 나서 쇠를 시뻘겋게 달궈다가 삼문 어른의 다리를 지지며 팔을 끊어내어도 삼문 어른은 얼굴빛을 조금도 변하지 않고 쇠를 내어던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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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가 다 식었으니 다시 달궈 오너라. 당신도 형벌을 너무 참혹히 하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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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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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신숙주가 세조대왕 옆에 있습니다. 삼문 어른은 숙주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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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하고 대궐 번 들었을 때에 세종대왕께서 손자 아기를 안으시고 마당으로 거닐으시며 「내가 죽은 뒤에라도 너희들은 이 아이를 생각해야 한다.」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남아있지 않으냐. 이놈! 네가 못 되어도 이렇게 못될 수가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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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꾸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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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 어른은 갖은 형벌을 다 당한 뒤에 수레를 타고 죽으러 나가려 할 제 이런 글을 읊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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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을쳐 사람의 목숨을 재촉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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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돌이켜 보니 해가 기울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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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길에는 주막이 한집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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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은 뉘집에 가 잔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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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 어른이 수레를 타고 떠나가시니 아직 대여섯 살씩 된 따님들이 수레를 따라가며 울고 몸부림을 합니다. 삼문 어른은 이것을 돌아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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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들은 다 죽어도 그래도 너희들은 살아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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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십니다. 또 종이 울면서 술을 드립니다. 삼문 어른은 그 술을 받아 잡수시고 원통하게도 이 세상을 떠나고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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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 어른의 아버지와 세 아우님과 다섯 아드님도 다 세조대왕에 죽었습니다. 이 통에 죽은 신하들이 많지만은 특별히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 여섯 분을 사육신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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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문 어른을 죽인 뒤에는 다시 그 집안 세간을 모두 적물했습니다. 그러나 그 집에는 아무 것도 없고 다만 방안에 거적자리가 있을 뿐이더랍니다. 이 어른의 신의와 절개는 만고에 드문 것이올시다. 이 어른은 또 이런 시조를 끼쳐 놓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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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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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래산 제일봉에 낙낙장송 되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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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 하리라.
【원문】성삼문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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