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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小說) 안 쓰는 변명(辯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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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5.26~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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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說[소설] 안 쓰는 辯明[변명]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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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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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아니하고 소식 전해주니 고맙소. 이것은 아무나 편지 서두(書頭)에 체면과 습관으로 인사삼아 쓰는 항투의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슴찮아서 하는 치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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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런 새삼스런 소리를 할까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얼마 전 내가 퍽 정다와하는 친구 한두 사람을 잃어버렸는데 거기에 생각하기조차 몹시 불괘한 여운이 아예 스러지지 아니하는 때문이오. 도덕군자나 또는 장자(長者)들이 설교하는 그러한 숭고(?)한 교우지명(交友之銘) 같은 것은 나는 모르오. 나는 다만 이렇게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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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의 단처(短處)를 알되 허물하지 아니하고 다직해서 일종의 애교를 보게되어야 하고, 그 장처(長處)는 공리적(功利的)으로 이용하려 아니하고 일종의 심미적 만족감으로써 대하는 그러한 지경에까지 이르러야만 참된 우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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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이상이나 주장 같지만 그것보다 앞서 사실이 그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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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사람에게 참된 친구가 별로 없는 것, 시정(市井)의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흡사 남녀간의 연정과 같이 전부를 초월한 진실한 우정의 실례가 허다함이 그를 설명해 주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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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어떻게 보면 패설(悖說) 같은 교우관을 가지고 있는 나인지라 이번에 나와 틈이 벌어진 그 한두 사람의 친구의 일에 대해서도 역시 그에 준한 해석을 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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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할 수 있는 세간적(世間的) 공리가치가 없어지니까 인간적 단점을 구실삼아 나를 멀리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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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불쾌하단 말이오. 그러나 정에 약한 나는 그래도 그 친구들을 잊지 못하며 그러한 해석이 송구해서 제발 나의 오해이었으면 하고 마음에 바람을 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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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그러하던 차인데 군이 이곳 저곳 부탁해서 내 처소를 수소문해 가지고 알뜰히 편지를 해준 것이 가슴에 스미도록 고마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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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정작 하려던 말은 제쳐 놓고 이렇게 기다란 탈선을 하게 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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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작을 하지 아니하느냐?”고. 그리고 “남은 훨훨 앞을 서서 줄달음질을 쳐가는데”라고 K군 군은 말해 주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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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말해주지 아니해도 나는 퍽 초조하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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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동년대에 나왔던 작가들은 제가끔 그만한 활동을 하여서 그만한 지반을 쌓아놓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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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나보다 훨씬 뒤늦게 나온 작가들도 눈부시게 날뛰어서 모두 문단적 지위를 하루하루 높이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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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것을 보면 야심은 없지도 아니한 나로서 차를 놓치고는 빈 정거장에 우두커니 서서 달아나는 차 꽁무니만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안타까움과 초조에 가뜩이나 가슬가슬해진 신경이 못견디게 자극이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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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때에는 그러면 나도 어서 바삐 소설쓰기를 시작해야 하겠다. 자 시방부터 자 원고지를, 자 만년필을 하고 서둘러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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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다음에는 무슨 발작이 지나간 다음 순간처럼 맥이 풀리어 그대로 방바닥에 네활개를 펴고 드러누워 버리오. 그러고는 머리 끝이 그중에도 왼편 야관지가 끌로 파내는 것같이 들씬거리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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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머리 아픈 것 참 질색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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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골똘하게 생각한다든지 또는 수필이나 잡문 나부랑이라도 하룻밤 앉아서 몇 시간 쓴다든지 하고 나면 그냥 머리 아프기가 시작되어 가지고는 그날 밤은 말할 것도 없이 앞으로 3, 4일씩은 그대로 계속해서 아프고 또 밤잠을 자지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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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강도 건강이려니와 ‘신경쇠약’에는 꼼짝할 수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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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한 조그마한 원인을 될지언정 결정적 중대 원인은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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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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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는 것이 시대나 사회 즉 현실을 떠나 순전히 머리속에서 장만한 이야기를 펜으로 그려놓은 것이라면야 퍽 쉽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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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한 것이야 어디 참된 문학이 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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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리얼리즘의 소리가 높은 것은 그 때문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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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현실이란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벅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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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한개의 소시민 ── 의 체험하는 현실은 도무지 보잘것이 없소. 박봉의 신문기자 생활이 아니면 수입 전무의 룸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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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의 현실이라는 것은 나의 스케일이 좁고 깊이가 얕은 ‘생활’에서 오는 아주 빈약한 것에 지나지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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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 이 시대에 있어서의 현실은 한개 소시민의 우울한 생활에 비하면 거기에는 실로 눈에서 불이 번쩍 나는 다이나믹한 열(熱)과 역(力)의 작용이 있는 커다란 역사적 현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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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끼의 이러한 말이 생각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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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들 가운데 누구(부르조아 문학자)는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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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것은 자네의 개인적 사업이지 내게는 관계없다’고…… 이것은 가장 유독한 넌센스다. 문학은 결코 스땅달이나 레프 똘스또이의 개인 사업은 아니었었다. 그것은 언제든지 시대의 사업이었고 나라 계급의 사업이었었다. 고대 희랍·로마의 문학, 이태리의 문예부흥, 엘리자베스 시대의 문학, 데까당·상징파의 문학은 존재했었어도 누가 에스킬로스, 셰익스피어, 단떼의 문학에 대해서는 말하지 아니한다. 19~20세기의 로서아 문학자의 형(스타일)이 무섭게 여러가지지만 우리가 말하는 것은 시대의 드라마 희비극(喜悲劇)을 반영하는 예술로서의 문학이지 개인으로서의 뿌시낀이나 고리끼나 레스코프나 체홉의 문학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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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나쯤으로 앉아서 옳다 그르다고 할 것도 없이 적절한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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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나도 그러한 위대한 문학을 나을 수 있다는 돈 끼호떼식 자신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음은 아니나 적어도 그러고 싶다는 열과 그러해야 한다는 양심만은 잃지 아니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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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조차 과대망증상일는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버릴 수 없는 집착이니 어찌 할 수가 없소 ── 혓바닥은 짧아도 침은 멀리 뱉는다고나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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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좌우간 이 거대한 파도와 같은 현실에 대한 미력이나마 사회학자다운 관찰과 연구…… 이것이 정말로 벅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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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시방 조선의 인심이 물끓듯이 끓게 해놓은 ‘금(金)’에 대한 것만 가지고 봅시다. 나는 벌써 2, 3년 전에 그것을 한 개의 소설로 쓰려고 내깐에는 몹시도 애를 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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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사람의 광업가(鑛業家)가 처음 산에서 석금(石金)이면 석금, 또 들에서 사금이면 사금 광(鑛)을 발견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맨 나중 현대 공업의 한 호화판인 제련소나 그렇지 아니하고 사광부(砂鑛夫)의 ‘함지’에서 그 싯누런 황금이 비로소 나타나는 그동안까지의 모든 작업ㆍ수속ㆍ활동 등의 천 가지 만 가지의 ‘일’을 나는 도저히 5, 60원에 밤과 낮으로 목이 매어진 신문기자 생활로나 또는 밥값에 몰리는 무수입의 룸펜으로서는 알아내려도 알아낼 수 없는 어려운 ‘학문’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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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만일 반 년 동안만 아무것도 생활하는 거리낌이 없이 ‘금’을 연구할 여유가 있었다면 나는 참으로 좋은 학문을 가졌음을 기뻐했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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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오로지 생활의 채찍에 못견디어 주둥이를 땅에 끌며 냄새를 찾아 헤매는 개와도 같이 우울한 그날 그날을 실로 견딜 수 없는 권태 속에서 지내왔고 지금도 그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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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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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햄릿 같은 ‘오늘’이 그저 날마다 날마다 찾아오기만 하오. 만일 날이 밝지 아니하는 날이 하루라도 있어 준다면 나는 없는 소를 열 마리만 잡아서라도 하나님(!)께 감사하는 제사를 지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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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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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월급장이로만 뱅뱅 돌다가는 소설은 커녕 그 근처에 어른거리지도 못하겠다고 늘 궁리를 하던 끝에 불행중에도 다행으로 신문기자란 직업을 내놓게 되었을 때 한 기쁜 희망을 가지게 되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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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문학에 죄 정력을 쓸 수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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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거기에는 준비가 필요했소. 눈에다 넣어도 아프지 아니하게 주는 원고료만을 믿고는 마음대로 문학을 하기는커녕 그날 그날 밥을 먹기도 부족하오. 그래서 아직 2, 3년이고 5, 6년이고 그리 늦지는 아니하니 무슨 짓을 해서든지 조금 돈을 벌자. (허허 웃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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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놓고 나서 그 놈을 먹어가면서 그때에 소설을 쓰지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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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른의 동화이었소. 돈이라는 것은 돈을 모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모아지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모아지지 아니한다는 것을 내가 깨닫기에 나는 그다지 힘은 들지 아니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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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말로 ‘천냥만냥’을 하고 다니다가 허허 웃고는 이처럼 당세의 두문동(杜門洞)인 이 하숙에 들어 엎드린 지가 장근(將近) 두 달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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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 새삼스럽게 다만 몇푼 안되는 원고료 밥만 얻어먹자고 되지도 않은 소설을 마구 대고 써내자니 그것은 죽어도 할 수가 없고 그리고 또 한가지 중대한 조건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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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니 리얼리즘이니 하지만, 그러니 똑바른 현실을 현실대로 파악하여 가지고 그것으로 재료삼는 것이 소설을 쓰는 데 큰 기초가 되는 것이오. 따라서 중대한 소인(素因)이야 되는 것이지만, 그러나 현실을 현실대로 그려만 놓았자 그것은 한개의 사건에 불과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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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무엇을?’과 한가지로 ‘어떻게?’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은 해결한 듯이 보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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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오. 그래서 자꾸만 보고 생각하고 하지만 머리가 둔한 탓인지 아직도 알 수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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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변증법적 창작방법에서 ××××적 리얼리즘에서 ××적 로맨티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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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명한 문예평론가들은 예민하게 송구영신(送舊迎新)을 하건만, 작가 그중에도 머리가 둔한 야만인인 나는 글자를 아는 덕에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쯤은 알겠으나 높다고 여긴다든지 하물며 그대로 추종해서 그 법으로 창작을 할 수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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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병정 슈베이크」란 소설을 보면 슈베이크가 심문을 받는데 “나는 관허백치(官許白痴)랍니다”고 하고 웃지도 아니하는 장면이 있고, 군도 거리낄 것 없이 나더러 바보라고 물으면 “응 나는 저능아야” 하고 대답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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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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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문학을 버릴 생각은 없고 답답하다 못해 에잇 집어치울까보다고 해던지는 때도 없지는 아니하지만, 마치 정든 사람을 허물도 없이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버리지는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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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잡고 늘어져 나가면서 혹은 한평생 이 지경일는지는 그것도 또 모르겠지마는 인제 쓰기는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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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아서 그것이 되지 아니한 것이면 그때에는 정말 붓을 꺾어버리고 문학과 영결(永訣)을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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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한댔자 물론 아무 일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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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그야말로 마당 터지는데 솔뿌리 걱정을 하듯이 나 한 사람 소설을 쓰지 아니한다든가 또는 문학과 영결을 한다더라도 문단은 손(損)볼 것도 없고 더구나 ‘문단을 위해서’는 아무렇지도 아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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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에는 시방 큰 재주와 많은 공부를 쌓은 신인들이 나날이 나오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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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얼마 아니 가서 조선문단은 단연 그들의 눈부신 무대가 되어가지고 좋은 꽃들이 환히 필 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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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금 내 처지에 있어가지고 남에게 참고될 권언(勸言)을 한다는 것은 퍽 외람한 일이요마는 군이 고전을 연구하는 데서부터 재출발하겠다는 것은 나도 찬성이라고 해두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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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도 「춘향전」은 우리가 문학을 뜻하는 때에 반드시 한번은 속속들이 씹어 맛볼 무한한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하오. 나도 전에 「춘향전」을 고본(古本)을 비롯해서 몇종 어름어름 읽기는 했으나 다시 한번 잘 읽으려 하는데 군이 수집해서 다 보고 난 끝이면 내게도 좀 보내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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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 일본 『원씨물어(源氏物語)』와 아울러 「춘향전」도 그것들에 겨눌 만한 귀중한 고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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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결코 완고스러운 어느 한편 사람들처럼 궁여(窮餘)에 들고 나 서서 자랑을 하였다는 그런 수작이 아니라 참되게 평가해서 하는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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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춘향전」 하나만 잘 연구하재도 한 사람의 문학자의 필생의 사업으로는 넉넉할 줄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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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조선의 젊은 영문학도들이 도서관에 들어박혀서 엘리자베스왕조의 문학을 연구하느라고 먼지를 먹고 있느니보다는 또한 훨씬 유익할 줄 아오. 누구 한 사람 「춘향전」의 진가를 충분하게 우리에게 연구해 보여준 사람은 없으면서, 비교적 인연도 멀거니와 또 세계적으로 이미 그 연구가 완성되어 있는 셰익스피어에만 열중이 되어 있는 젊은이가 더러 있는 것을 보았기에 하는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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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그렇게 해서 군의 손으로 「춘향전」이 더 좋은 극본이 되어 가지고 그야말로 금상천화가 되어 세상에 나온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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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부탁은 그것이 극히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말해 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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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에 극작가 유치진(柳致眞)씨가 조선일보에 「춘향전」을 각색 발표하였는데, 그것을 전부 보지 못하였으니까 시방 앉아서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춘향전」은 다른 것과도 달리 그것 자신이 위에서 말한대로 높은 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때문에 잘못하면 되레 좋은 고전을 망신시키기가 쉽소. 마치 금강산의 풍경을 붓으로 써내기가 매우 어렵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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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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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문학(野談文學)의 번성에 대한 나의 의견인데, 그 야담문학의 번성을 군은 마치 원수나 만난 것처럼 저주하지만 내 생각 같아서는 그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을 듯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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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문학이 문학일 수 있느냐 없느냐, 또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파문을 일으키느냐 하는 것은 잠시 접어놓고 군도 보고 나도 보고 하는 대로 야담문학이 그처럼 작금 양년에 이르러 세차게 번성하는 것만은 싫어도 속일 수는 없는 한 엄연한 사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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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도는걸!”이라고 한 말은 역으로 이용해서 “아무리 그래도 야담문학이 지금 번성한걸” 그냥 턱없이 욕이나 하고 흥분이나 해버린다면 그것은 그 법왕(이름은 잊었소마는)같이 무지한 폭군이 되고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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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그것을 냉정하게 ‘실재’한 것으로 허(許)하고 그리고 그 조건을 캐보아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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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문학은 그저 한말로 하면 민중이 좋아하는 데 그 발생과 성장의 근거가 있고, 민중은 격에 맞은 문학적 작품보다는 야담문학을 더 재미있어 하고, 그러니까 저널리즘은 그 성장을 자극시켜서 오늘의 번성을 보게 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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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일본문단의 강담(講錟)이나 그거다 조금만 더 문학적 모습을 닮은 대중소설이 크게 번성할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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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값 헐한 센티의 유행가에 이마를 찌푸렸지요? 그러나 그것은 군뿐이오. 보통의 웬만한 친구나 시골 사람이나 중학생들은 그 유행가가 퍽 좋은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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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행가와 야담소설 이것이 없이는 민중은 퍽 심심하오. 그런 것을 듣고 읽고 하면 그들은 퍽 즐겁고 재미가 있소. 그러니까 유행가의 레코드는 잘 팔리고 야담잡지와 신문의 야담소설이 환영을 받으오. 이러한 것을 덮어놓고 무시해서야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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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다고 나는 야담문학이나 유행가를 옹호 변명하는 것은 아니오. 다만 중간을 약하고 결론으로 “민중이 그러한 야담문학과 손을 끊고 이편으로 오도록 좋은 소설을 쓰라”고 할 따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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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위 본격소설을 쓰던 사람들이 그것을 버리고 보다 야담문학으로 도라 웃한다고 군은 분개하지만 그것을 분개하는 군의 순심(純心)이 가여우나 매우 우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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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소위 본격소설이라고 하는 기성사회의 문학의 길이란 두 가지밖에 없으니 하나는 신심리주의에로 나가는 것과 하나는 사실(史實)에서 재료를 얻어 느끼고 조금 붓끝을 고친 야담소설의 그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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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가지나 다 문학의 정도는 아니나 그러한 한개의 대세라는 데에서는 한 문학청년의 분개나 한탄이나 흥분이나 저주로는 막아낼 수 없는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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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두고 보오마는 군더러 보아란 듯이 야담문학은 앞으로 한동안은 더 잘 번성할 터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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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어져서 편집자가 싫어하겠으니 이만큼 하여두고 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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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시방 첫여름이 한창 무르녹아 가오. 가끔 하숙을 나가서 종묘 뒷등으로 난 새 길을 거니노라면 ── 나는 이 길을 걷기를 퍽 좋아하오. ── 하루라도 고궁 안의 나뭇잎의 푸른 빛이 무게있게 짙어가오. 그럴수록 고궁의 낡은 단청은 더욱 낡아 보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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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것을 보면서 그 길을 거니노라면 역사를 발 밑에 밟고 지나가는 것 같아서 퍽 유유하고 침착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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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어서 바삐 그 솜씨가 늘어 역작의 선물을 가지고 문단에 데뷔하기를 빌며 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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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 1936. 5. 26~30>
【원문】소설(小說) 안쓰는 변명(辯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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