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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치악산(原州雉岳山)은 강원도(江原道)에서 유명한 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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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부터 수석이 기려하고 계곡이 심수하여 명인 달사(名人達士)들의 유적도 많거니와 명사고찰(名寺古刹)이 또한 많아 이상한 일화(逸話) 전설(傳說)이 많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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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한가지 전설을 추려 말한다면 옛날 어느 촌에 사는 한 사냥군이 그 산으로 사냥을 하러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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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등에서 꿩도 몇마리 잡고 저 산골에서 노루도 몇마리 잡아서 등에다 한짐 잔뜩 짊어지고 저녁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상원사(上院寺)라는 다 허무러져 가는 고찰(古刹) 근처에 이르러 짐을 벗어놓고 쉬면서 담뱃대에 담배불을 붙여가지고 두어 모금 빨다가 우연히 들은즉 그 절 근처에서 슬피 우는 꿩의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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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종일토록 그렇게 등이 무거울 정도로 짐승을 많이 잡아 가지고 오는 길이지만 꿩의 소리를 듣고는 그래도 그것을 또 잡을 욕심이 나서 먹던 담배 불을 끄고 다시 총에다 탄약을 잔뜩 재어 가지고 그 꿩의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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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그 꿩이 있는 곳을 가서 본즉 웬일인지 그 꿩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를 않고 공중으로 펄떡 날아서는 『꺼거덕 꺼거덕』 소리를 치고는 다시 땅으로 내려앉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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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한번만 그렇게 하며는 괴상할 것이 없겠지만 그렇게 하기를 수십번 하는데 그 우는 소리가 매우 비창하고 또 날아 오르는 힘이 차차 줄어서 처음에는 땅에서 한 수십척이나 되게 높이 날아오르던 것이 나중에는 불과 오륙척 이상을 더 날아 오르지 못하고 그 목청도 갈수록 점점 약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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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고 조금 가까이 가서 본즉 그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라 아주 징그럽고도 큰 구렁이 한마리가 절구통같은 몸뚱이를 바위 위에다 서리서리 하고 있으면서 그 꿩을 잡아 먹으려고 통방울 같은 눈에 넉가래 같이 넓적한 대가리를 하늘을 향하여 들고 찢어진 혀바닥을 이따금 널름거리며 꿩을 노리고 있어 그 꿩이 그만 기가 죽어서 그러한 모양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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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물론 자기도 날마다 꿩을 몇십마리씩 잡는 터이지만 그것을 볼때에 스스로 측은 생각이 나서 처음에 그 꿩을 잡으려던 생각은 어디로 가고 그 구렁이란 놈을 너무도 밉고 괫씸하게 생각하여 혼자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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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니까 혹 가다 짐승을 잡아 먹는 수도 있지만 같은 짐승으로서 남을 잡아 먹는 놈은 참으로 고약한 것이다. 그 구렁이란 놈이 꿩을 보았기에 그렇지 만일 사람이라도 잘못 걸렸으면 저놈에게 저렇게 죽게 될것이다. 지금이라도 내가 저놈을 당장에 죽여 버려야지 그대로 두었다가는 금후에 짐승이나 사람을 얼마나 해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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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중얼거리며 꿩을 잡으려고 잔뜩 재어 가지고 있던 총을 꼲아 들고 그 구렁이를 향하여 한번 맵시있게 탕하고 쏘니 그 구렁이는 단번에 대가리를 맞아서 찍 ─ 소리를 크게 치고 피를 삼대 같이 흘리며 몸뚱이를 용솟음쳐서 한참 동안이나 이리 굼틀거리고 저리 굼틀거리며 무섭게도 야단법석을 하다가 최후의 비명을 올리면서 너럭 바위에다 대가리를 부딪치고는 그만 자빠져 죽었는데 길이가 두어발이 훨씬 넘게 길고, 아까까지 공중으로 자꾸 날아 오르며 비명 하던 꿩은 그만 정신을 잃은듯이 땅에 떨어져 숨을 허덕허덕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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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여간 통쾌한 마음을 금치 못하여 얼굴에 만면 희색을 띄면서 그 꿩이 혹시나 죽을가 염려하고 땅에 떨어진 것을 고이고이 잡아가지고 개천에 가서 물도 먹이고 또 자기의 먹다 남은 밥알을 주니 그 꿩은 점점 정신이 나서 그 사냥군에게 감사 하다는 인사를 하드시 그에게 향하여 머리를 두어번 꿉벅꿉벅 하고는 그만 산골짜기로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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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지 며칠 뒤에 그 산양군은 다시 그 산으로 사냥을 하러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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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는 의례 산에만 가면 꿩이나 노루사슴 같은 것을 몇 마리씩 어렵지 않게 잡았지만 그날은 웬일인지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돌아다녀야 꿩과 노루같은 것은 고사하고 조그마한 새나 토끼 새끼 하나도 만나 볼수가 없고 간혹 만나서 총을 놓는다 하여도 백발백중으로 잘 마치던 그 명포수로도 도무지 한마리도 잡지를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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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냥군은 퍽 이상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그날은 그만 재수가 없는 날이라 하고 다시 사냥할 생각은 단념하고 빈 망태에다 총을 둘러메고 어슬렁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였더니 해가 다 넘어 가는 판에 바로 상원사(上院寺) 근처에서 뜻밖에 산도야지 한마리가 튀어 나왔다. 그러지 않아도 사냥군은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가기가 섭섭하여 혹시나 메추리 같은 새라도 있으면 몇마리 잡아가려고 하던 차에 큰 산도야지를 한마리 만나고 보니 여간 반갑지 않았다. 혼자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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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잘 되었다. 날은 저물었지만 내 솜씨로 저까짓 것이야 한마리 못잡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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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고픈 배를 허리띠로 한번 다시 졸라 매고 총에다 대철을 한방 잔뜩 재어 가지고 그 도야지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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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골짜기를 지나고 또 한 산등을 넘어서 이리 쫓고 저리 쫓아도 그 도야지는 어찌나 빨리 달음질을 치는지 미처 잡지도 못하는 중에 어느덧 해는 아주 저물어서 땅이 검은 장막을 친 듯이 잔뜩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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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도 험한 산골길이라 자기가 아무리 날마다 사냥을 하러 다니던 길이라도 어디가 어디인지 도무지 지척을 분간할수가 없고 그저 들리는 것은 바람소리 물소리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맹수의 소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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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산골로 종일 돌아다녀서 배도 고프거니와 힘이 다 지쳐서 어디로 더 찾아갈 용기가 나지않어 할수없이 산 비탈 어느 바위틈에다 몸을 의지하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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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배는 고프고 산골의 날씨가 여간 춥지 않아서 몸이 덜덜 떨리게 되므로 한곳에 앉아 있지도 못하고 잠간 일어 섰다가 또 앉았다 하며 가진 고생을 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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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건너편을 바라본즉 뜻밖에 나무틈으로 불빛이 반짝반짝하게 비쳤다. 사냥군은 몹시 반가워하면서도 그래도 반신반의하여 저것이 불빛인가 또는 별 빛인가 하고 눈을 비비며 자세히 본즉 그 빛은 과연 별빛이 아니고 분명히 등불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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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정말 반가운 생각이 나서 혼자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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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인제는 살았다, 저것이 절인지 혹은 산으로 지성(至誠) 드리러 다니는 사람의 움막인지 알수는 없으나 찾아 가서 우선 밥도 좀 얻어먹고 어한을 하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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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길도 없는 험한 산비탈로 엎어지며 자빠지며 가진 애를 써서 그 곳을 찾아간즉 과연 오막살이 초가집 하나가 있는데 싸릿문이 잔뜩 닫혀 있고 다만 울타리 사이로 등불 빛만 새어 나올 뿐이었다. 사냥군은 그집 문밖에 바짝 다가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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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한번 부르고 또 한번 불러도 역시 대답이 없었다. 최후에는 사냥군도 화가 버쩍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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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이집에는 사람이 있나 없나, 벌써 잠이 들었나. 아무리 무도한 산골 사람이라도 누가 찾으면 대답이나 해야 할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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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염치를 불고하고 발길로 닫힌 싸릿문을 탁 차서 열고 방문 앞으로 가까이 가서 다시 소리를 높여 불쾌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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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그제서야 방안에서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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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 누구시요, 이 아닌 밤중에. 남자도 없고 여자만 혼자 사는 집, 누가 그렇게 무례하게 막 들어 오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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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 ─ 나는 딴 사람이 아니라, 저 ─ 촌에 사는 사냥군인데 오늘 사냥을 왔다가 밤중에 길을 잃어 갈수도 없고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다 못해 댁에서 하룻밤만 폐를 끼치려고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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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정은 그렇지만 우리 집에는 남자도 없고 나 혼자만 사는 터이니까 어찌 잘수가 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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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그러면 어찌하겠읍니까. 물론 남녀가 유별하지만 이 깊은 밤에 험한 산골에서 집을 의지하지 않으면 기한(飢寒)도 기한이려니와 맹수에게 생명을 빼앗기게 될터이니까 제발 사람을 좀 살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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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총 잘 놓는 사냥군도 맹수가 무섭습니까? 많이 잡은 짐승의 고기도 있겠고 털 많은 짐승의 가죽도 있을 터인데 왜 배가 고프고 몸이 춥단 말씀입니까. 여러말 자꾸 말고 다른 데로 어서 가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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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주객(主客)이 여러번 말다툼을 하다시피 문답을 하다가 사냥군이 하도 찐덕스럽게 잠자리를 청하니 주인 여자는 최후에 가서는 못이기는 척하고 방으로 들어 오기를 승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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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방에 들어서면서 먼저 그 여자를 한번 바라보니 그 여자는 나이가 한 스물다섯, 여섯살쯤 될가 말가 한데 얼굴이 천하일색으로 어여쁘게 잘생긴 데다가 아주 깨끗하게 소복 단장을 하여 얼핏 보면 눈속에 활짝 핀 옥매화와도 같고 또 얼핏 보면 어름 속에 솟은 수선화(水仙花)와도 같었다. 사냥군은 배가 고프고 몸이 추워서 아무 정신이 없던 중에도 그 여자를 한번 본즉 정신이 번쩍 나서 취할듯도 하고 미칠듯도 하였다. 그리하여 밥을 달라거나 화로 불을 달라고 싶은 생각은 어디로 다라나고 먼저 그 주인 여자의 내력(來歷)부터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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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씨는 본래 어디 사시다가 이런 산골로 오셨으며 바깥 양반은 어디 가셨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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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나는 과부올시다. 본래는 원주읍(原州邑)에서 이렇다 할만한 가정의 여자로 일찌기 출가를 하였다가 남편과 같이 수도(修道)를 하러 이속으로 왔었더니 그 몹쓸 놈의 호랑이에게 남편이 물려 죽게되니 나 혼자 세상에 나가서 살아볼 재미가 없어 여기에 다 이렇게 초막을 짓고 수절을 하여 사는데 아무 때라도 그놈의 호랑이를 잡아서 원수를 갚고야 다시 시집을 가든지 죽든지 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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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눈물이 글성글성 하면서 애통의 빛을 나타내며 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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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러십니까, 그러시면 내가 그 원수는 갚어 줄터이니 염려 마십시요. 내가 비록 다른 재주는 없으나 평생에 총은 남부럽지 않게 잘 놓으니 그 호랑이를 꼭 잡아 죽이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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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복수해주려는 눈치가 역역히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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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매우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그제서야 매우 친절하게 굴며 몸을 녹이라고 화로 불도 갖다주고 요도 깔아주며 또 부엌으로 나가서 밥을 짓느라고 한참 부산하게 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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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뜻밖에 복덕방에 들었구나. 그놈의 도야지 바람에 길을 잃고 한때 큰 고생은 하였지만 그 도야지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미인을 만날수가 있나. 그중에도 저 여자는 과부요. 평생 결심이 자기 남편을 잡아먹은 호랑이의 원수를 갚은 것이라니 내가 사냥 잘 하는 그 총술로 그 놈의 호랑이를 잡아 원수를 갚어준다면 또 나하고 같이 살게 될수도 있겠지. 속담에 망아지를 얻으면 망하고 도야지를 얻으면 잘된다고 하더니 오늘이야 말로 내가 잘 되는 모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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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좋아하며 창구멍으로 부엌을 내다보고 그 여자의 어여쁜 자태를 더 한번 살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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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보고 또 한번 보아 그야말로 눈이 빠지고 창이 뚫어지도록 보았으나 하나도 험을 잡을것이 없는 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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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최후에 다시 자세히 본즉 그 여자는 눈이 보통 사람의 눈과 다르고 또 가끔 가다 혀가 나오는데 그 끝이 째어지고 날름거려서 뱀(蛇)의 혓바닥과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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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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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크! 큰일 났구나. 저것이 무엇이냐. 사람이 아니요 귀신이거나 그렇지않으며 뱀같은 무슨 짐승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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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당장에 무서운 생각이 나서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고, 머리 끝이 쭈볏쭈볏하여 그만 간다온다는 말도 한 여지가 없이 벗어 놓았던 망태를 둘러메고 총도 바로 들지도 못하고 거꾸로 들고 슬며시 뒷문을 도망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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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여자는 벌써 기색을 알아 차리고 소리를 치며 쫓아 나와서 사냥군의 길을 막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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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가기는 어디로 간단 말이냐 내가 누구인지 네가 아느냐? 나는 다른 것이 아니라 전날에 너에게 죽은 그 구렁이의 아내(妻)다. 우리 남편이 까닭없이 너에게 죽었기 때문에 며칠을 두고 그 원수를 갚으려고 별 애를 다 쓰다가 오늘 요행히 내손에 잡히게 되었는데 가기는 어디로 간단 말이냐. 네가 그렇지 않으면 밥이나 해먹이고 잘 때에 잡아먹으렸더니 먼저 도망을 치니 여기서 당장 잡아먹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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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 무서운 이빨을 악물고 달려 들었다. 그러나 사냥군은 단단한 결심으로 침착한 태도를 가지고 그 여자에게 말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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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원수를 갚는다 하여도 내말이나 좀 자세히 들어 보고 어찌 하든지 하십시요. 당신의 남편과 나하고야 평소 피차에 무슨 은원(恩怨)이 있겠소. 우연한 기회에 본즉 당신의 남편이 너무 자기의 힘만 믿고 욕심을 부려서 아무 죄도 없는 꿩을 잡아먹으려고 하기에 하도 밉기도 하고 또 약한 편의 꿩이 너무 불쌍해서 부처님 같은 대자비한 마음을 가지고 그리한 것이 오니 내가 무슨 잘못이 있겠소. 또 당신과는 원수가 되었더라도 꿩에게는 큰 은인(恩人)이 되었은즉 어찌 함부로 잡아먹을 수야 있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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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그 여자도 그의 말을 한편으로 그럴듯이 들으면서 다시 말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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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와 같이 말을 하니 내가 이 자리에서 당장 잡아먹을수는 없으나 둘이 다시 내기를하여 당신이 지면 내가 당신을 잡아먹고 내가 지면 당신을 아니 잡아 먹고 놓아 주겠는데 그 내기는 다른 것이 아니라 저 너머에 있는 상원사(上院寺) 헌 절에서 종(鐘) 소리가 끊어진지 벌써 여러해였는데 지금부터 한시간 후에 그 곳에서 종소리가 나면 놓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잡아 먹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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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옛날에 진시황(秦始皇)이 연태자(燕太子)에게 까마귀 머리가 희어지고 말대가리에 뿔이 나면 살려 주겠다고 한 말과 마찬가지로 될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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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냥군은 당장에 잡혀 죽는 것보다는 다소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것이 좀 낳을 듯하여 그러자고 승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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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십분 이십분 삼십분 또 오십분이 어느덧 넘었으나 종소리는 도무지 들리지 않었다. 다른 절의 종 같으면 그래도 모르지만 사람 하나도 없는 빈 절에서 종이 저절로 울리기는 만무하였다. 시간은 덧없이도 자꾸 흘러서 겨우 일 이초밖게 아니 남고 종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그 여자, 즉 암 뱀은 다시 주홍 같은 입을 벌리고 무서운 혀를 날름 거리며 사냥군을 잡아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기 일발인 바로 그때에 뜻밖에 신기하게도 그 빈 절에서는 별안간 종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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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그만 눈물을 흘리면서 한숨을 쉬고 그 사냥군에게 말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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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수 없다, 운수는 할수 없다. 사람은 저승에서라도 한번 은혜를 입힌다면 필경 보복이 있는 것이다. 나의 남편이 죽은것도 자기의 잘못이니 누구에게 청원을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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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몸을 두어번 뒤틀더니 다시 큰 암구렁이가 되어 자빠져 죽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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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밤중에 그 빈 절에서 종소리가 난것이 하도 신기하여 그 이튿날 아침에 일부러 상원사로 가서 본즉 그 종 밑에는 두 마리의 꿩이 죽어 떨어져 있는데 머리가 모두 깨어지고 왼몸에 피가 뻘겋게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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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꿩은 다른 것이 아니라 전날에 그 사냥군이 살려준 그꿩의 부부가 전날의 은혜를 갚으려고 거기에 와서 머리가 깨어지도록 머리로 종을 쳐서 소리를 내고 죽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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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군은 그것을 보고 마음에 퍽 감동이 되어 눈물을 흘리며 그 죽은 꿩 두마리를 가져다가 산에 장사를 잘 지내주고 그 무덤을 꿩무덤이라고 이름을 지으니 그뒤부터 세상 사람들이 또 그산 이름을 치악산(雉岳山)이라 지어 지금까지 불러 내려 오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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