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전기(傳記)와 소설(小說)의 한계성(限界性) ◈
카탈로그   본문  
1939.3.7
채만식
1
三月 創作槪觀
2
1. 傳記와 小說의 限界性
 
3
이달치 작품을 읽기는「김연실전(金硏實傳)」을 비롯하여 「실화(失花)」「녹성당(綠星堂)」「수심(愁心)」「거울」「묘목)」「수석(燧石)」「골목」「폐어인(肺魚人)」이래서 아홉 편인가 보다. 이 밖에도 내가 못 읽은 것까 지 죄다 찾아낸다면 5,6편은 더 나올 터이고 보니 3월치로 발표된 창작 이 도통 14,5편은 될 성부르다.
 
4
위선 양으로 보아 전에 한동안 전문의 문학잡지 하나 없이 종합잡지 며 특수잡지의 한귀퉁이를 빌어 단편소설이라야 다직 3,4편 겨우 흉내 내듯 발표될 적에 대면 14,5편이라는 수효가 대단히 반갑다. (실속 없는것 수효만 많아서 무슨 소용이냐고 입을 삐죽거리지 마라. 실속도 있고 수효도 많으면 곱쟁이로 좋지 않으냐) 요새는 또 신문들이 단편에 지면을 빌려주어서 두루 좋다.
 
5
양에 있어서는 아무려나 그러하고 일면 질을 가지고 따지어 내가 읽 었다는 전기 아홉 편만 하더라도 모두 쑬쑬히 좋은 작품들이겠다. 그중 에는 동인(東仁) ‧ 민촌(民村) 두 작가의 작품도 있고 하여 이 봄을 다 가불원(不遠)에 필 꽃보다도 앞서서 화려하게 꾸며놓아 주었으니 이건 미 상불 ‘조선문학 만세!’를 한바탕 부름직도 하다. 적잖이 동정할 처지 가 아닌가 싶다.
 
6
물론 이 달 3월치 작품들의 전체의 성과를 가지고 바로 그 전달인 2 월이나 혹은 정월쯤에 비교를 해본대야 새삼스럽게 비약을 한 형적(形 跡)은 찾아낼 수가 없다. 그러나 만약 고개를 훨씬 쳐들어 내년 전전수준과 비교를 한다면 거기에는 무던한 성장이 있었음을 쉽게 알아볼 수 가 있을 것이다.
 
7
이 지나간 수년간의 역력한 성장을 미루어 그리고 시방 조선문학이 상승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 사실인 이상, 또 그리고 문학의 성장에도 가속도의 법칙이 엄연히 작용을 하는 것이 사실인 이상 인제 앞으로 다시 10년을 지나고 나는 날이면 그때의 조선문학은 제법 호패(號牌)를 차게 될는지도 모른다는 것을 장담해도 노상 허풍은 아닐 것이다. 그리 고 그러므로 이 달 3월치의 작품 전체의 성과가 비록 눈에 띄지는 않아도 이론적으로나마 이제 10년 후면 호패를 할 그 수준의 10분지 1의 12분지 1만큼은 지난달보다 더 자란 것이다.
 
8
이렇게 나는 이 달 작품의 전체적 성과를 반가와하고 그 전도를 심히 낙관을 하기는 하면서도 일단 그들 작품을 개별적으로 평이라고 할까 혹은 작은 소감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말하니 또한 다소의 곤란을 느낀다.
 
 
9
(1) 「金硏實傳」 (金東仁 作)
 
10
좌우의 그럼직한 경치를 구경하면서 주욱 길을 가다가 별안간 허방에 가서 푹 빠진 이런 싱거운 일을 당해본 독자는 없는지. 당해보지 못했 으면 부디 동인의「김연실전」을 한번 읽어볼 것이다. 다분히 설명체로 된 것이 좀 불만이기는 하나 역시 동인다운 대가의 솜씨가 아니고는 그만큼 선이 굵고도 간결하게 매만져 놓기가 어려울 그 처음 한동안이 그리하여 읽는 사람의 주의를 완전히 집중시킨 것은 참으로 탄복하기에 족했다. 하다가 후반이 비교적 산만하고 또 옹색스러워졌으나 그런 대로 무난하다면 무난하달 수도 없는 것은 아니다.
 
11
또 소녀 연실이 그의 부친과 첩이 하룻밤 음탕한 장난을 하는 장면을 이불 속에서 목도를 한 결과 구역을 할 만큼 혐오를 느꼈고, 그것이 그로 하여금 성이라는 것에 대하여 극도의 불쾌한 관념을 가지게 한 이상 제 자신은 성행위를 당연히 멸시하고 기피하고 할 것임에 불구하고(정조관념으로가 아니라) 오히려 담담 무신경한 그 행동의 모순이랄지 언뜻 독부(毒婦)를 생각케 할 만큼 이지적인 소녀 연실이 이렇다 할 결정적인 이유도 없이 센티멘탈한 그리고 흘개빠진 여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랄지 이러한 것 역시 불만이라면 아닐 것은 아니나 그런 대로 눌러보자면 보지 못할 것은 아니다.
 
12
소설은 인생의(혹은 세상의) 한 토막인데는 틀림이 없으나 그냥 인생과(혹은 세상과) 달라서 반드시 고패나 매듭이 있는 것이 그의 약점인 동시에 그러나 생명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소설이고 한 번 펴들고 앉으면 그를 읽기 전에 그 소설에 있어서의 그의 생명을 즉 소설적인 무엇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대기를 한다.
 
13
「김연실전」에 있어서도 나는 그러했다. 무엇인가 소설적인 무엇이 있으려니 하고 50여 항을 주욱 읽어 내려갔다. 그러나 소설적인 무엇이 방금 있을 듯 있을 듯하다가 그냥 싱겁게 끝이 무뚝 잘려버리고 말았다.하도 허망하여 혹시? 하고 돌려다보았으나 종내 소설적인 클라이맥스 도 없고 매듭도 없고 축(蓄)도 없었다. 단지 그저 제호 그대로 어떤 전기의 첫머리 한 토막이다.「김연실전」에 대한 나의 불만은 바로 이것이다.
 
14
전기가 그것만으로는 소설일 수 없을뿐더러 동인 자신도 소설「김연실전」을 쓰느라고 쓴 것이지 결코 전기를 쓸 요량은 아니었을 것이다.또 동인이 모처럼 2백 매나 되는 것을 썼다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상당한 대작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만큼 기대가 어그러진 때의 실망도 컸다.
 
15
구태여 조선의 소위 초대 여성해방의 제일선에서 납뛰던 일부 여자 동경유학생들의 그 분반할 소행을 풍자한 것이라고 하자면 풍자 그것이 스스로 가지는 소설적인 의의를 주장할 수 없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풍 자도 풍자 나름이지「김연실전」에 의한 풍자는 아직 재료에 그칠 뿐이지 소설에까지 승화했다고는 보아지지 않는다.
 
 
16
(2)「失花」(李箱 遺作)
 
17
이상의 유고가 또 발표되었다.
 
18
「실화」도 이상의 다른 작품의 예에 빠지지 않고 지극히 상식적인 예의 세계를 지극히 반(反)상식적인(비상식이나 몰상식이 아니라) 신경으로 감각을 해놓은 ‘사자(死者)의 글’이다.
 
19
현실은 단조하여 갑갑하고, 가난하고, 폐는 썩어 피가 쏟아지는데, 계집은 비밀을 자꾸만 저축하고, 그만 못 견디어 동경으로 도망을 갔다가 마침내 ‘불우한 천재’ 영예(榮譽)를 탄 이상, 불쌍하다고만 해서는 미 흡하고 차라리 침통하다 해야 대접일 것 같다. 그것은 시방 당장에도 성명만 달랐지 비슷 같은 이상이 여기도 거기도 수두룩해서 말이다.
【원문】전기(傳記)와 소설(小說)의 한계성(限界性)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평론〕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2
- 전체 순위 : 7211 위 (5 등급)
- 분류 순위 : 1729 위 / 182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9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 서평 [분류]
 
  # 창작 [분류]
 
◈ 참조
 
  # 실화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전기(傳記)와 소설(小說)의 한계성(限界性)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