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조선(朝鮮)의 화수분 ◈
카탈로그   본문  
미상
최남선
1
朝鮮[조선]의 화수분
 
 
2
아니, 說話[설화]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인물과 사건을 담기 위하여 생긴 그릇이라고 함이 도리어 적절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인생의 바라고 탐내는 재보 ── 금은주옥 같은 것 ── 더 실용적으로 말하여 쌀과 술 같은 것을 무한량 공급하여 무제한 取用[취용]케 하는 기회·방법이 있었으면 하는 욕망은 언제든지 간절하고, 더구나 생활의 자료를 얻기가 매우 힘드는 옛날에는 이런 생각이 더욱 골똘했을 것인데, 이러한 기회가 사실상에야 있을 수가 없으매, 이 요구를 만족하는 방법은 오직 說話[설화]의 위에 그림자나 그려 보는 이외에 다른 수가 없읍니다.
 
3
이러한 심리적 기초로부터 화수분이라는 관념과 및 그것을 구체화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생겨난 것입니다. 금은보화가 하도 붙잡기 어려우니까, 그 반대로 그것이 더럭더럭 쏟아지는 기회를 설화상에 만들어 본 것입니다. 돈도 하도 귀하니까 돈이 주렁주렁 열리는 나무를 이야기의 나라에 심어 놓은 것입니다. 쌀이 준 서러운 나머지에 날마다 먹을 양식이 저절로 나와 주는 돌구멍을 만들어 보고, 큰 강물을 보고 그것이 모두 포도주였으면 좋겠다 하는 李太白[이태백]이 축의 심리가 酒泉石[주천석]이란 것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사람의 참다참다 못한 재물에 대한 욕망이 이야기의 세계로 터져 나와서 화수분이란 탑을 하나 모아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생활의 자료에 대한 욕구가 박약한 시대나 사회에 있어서는 그 표상인 화수분도 비교적 단순한 정도에 그치고, 생활정도가 진보하거나 생활의식이 강렬한 시기나 인민간에서 생겨난 화수분은 그 내용이 그만큼 복잡화해진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또 화수분의 형태가 혹 재물 그것을 주로 하기도 하고 혹 능력을 주로 하기도 하며, 혹 動的[동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靜的[정적]으로 표현되기도 함 등은, 죄다 그것이 생겨난 시대의 심리와 사회의 환경을 반영함에 불외하는 것입니다.
 
4
유명한 人類學[인류학]·神話學[신화학]의 대가인 안드류 랭 씨가 北歐地方[북구지방]의 신화에 무엇이든지 끄집어낼 수 있는 요술의 절구가 있고, 또 난장이 사람이 지키고 있다는 지하의 寶藏[보장]이 있게 된 유래를 설명해 가로되 「생활조건이 험악한 北歐[북구]의 천지에서 생육한 튜우튼 민족이 남방의 기름진 땅과 수두룩한 산물에 대한 貪心[탐심]이 나타낸 것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러한 설명법은 어떠한 화수분의 발생에 대해서도 다 적용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5
조선에 가진 「화수분」이야기의 어미 아비도 되고 형제 사촌도 되고, 또 혹 친척 붕우의 관계에도 있는 세계 각국의 동류 설화의 실례를 약간 소개하겠읍니다. 먼저 지나 방면을 보건대 〈淸波雜志[청파잡지]〉에,
 
6
巴東[파동] 下岩院[하암원]의 主僧[주승]이 一[일] 靑磁碗[청자완]을 얻어가지고 돌아와서 꽃을 꽂아 佛前[불전]에 올렸더니, 밤 지난 뒤에 보니 꽃이 碗[완]에 가득 찼거늘, 다시 쌀을 담아 보니 또한 가득해지고, 다시 돈과 금은을 담아도 다 그러한지라, 이로부터 院中[원중]이 富盛[부성]하였다. 院主[원주]가 年老[년로]한 뒤에 하루는 강을 건너다가 품 속에 넣었던 磁碗[자완]을 꺼내 강 중류에 던져 버리거늘, 제자들이 놀라고 또 아까와한대, 스승이 가로되, 내가 죽은 뒤에 너희들이 조심하여 잘 지켜 갔으면 좋으련마는, 혹시라도 간수하기를 허술히 했다가는 도리어 큰 殃禍[앙화]를 부를 것이니, 내가 이제 아주 없애버림은 너희들을 위하여 죄를 짓지 않게함이니라 하였다.
 
7
또 〈北燈集[북등집]〉에,
 
8
明初[명초]의 부호 沈萬三[심만삼]이 구차할 적에 漁翁[어옹]이 靑蛙[청와] 百餘[백여]를 가지고 장차 잡으려 하는 것을 보고, 돈을 주고 사서 池中[지중]에 놓아주었더니, 한번은 밤새도록 울고 떠들어서 귀가 아파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에 좀 때려주려고 나가 본즉, 靑蛙[청와]들이 한 瓦盆[와분]의 전에 쭉 늘어앉았거늘 이상하여 집어다가 盥水具(관수구)(세숫그릇)를 만들었는데, 萬三[만삼]의 처가 우연히 銀記[은기](도장)하나를 盆中[분중]에 떨어뜨렸더니, 조금 있다가 보니 銀記[은기]가 盆中[분중]에 그득해서 수를 헤어릴 수 없거늘, 다시 금은으로써 시험하매 또 그러하여 이 때문에 천하의 갑부가 되었다.
 
9
한 것이 있는데, 이 이야기들을 다른 책에 쓴 것에는 다 聚寶盆[취보분]이라고 이름하였읍니다. 〈昌平府志[창평부지]〉에는,
 
10
銀山寺[은산사]의 老丈僧[노장승]이 우연히 산에 갔다가 한 盆[분]을 얻으니, 오목한 것이 銅[동]도 아니요 石[석]도 아닌데, 밥을 담아 개를 먹이매 개 배가 날로 불룩해지고 밥은 항상 가득하거늘, 이상해서 돈을 몇 푼을 던지매 또한 가득해지는지라, 老丈[노장]이 가로되 「이것이 聚寶盆[취보분]이나 아닌가」 하고 소중하게 간수하였다.
 
11
뒤에 望氣者[망기자]가 말하기를, 그 곳에 큰 보물이 있다 하여 吏[리]로 하여금 가서 搜探[수탐]케 하거늘, 老丈[노장]이 이것 때문인 줄을 알고 앗아갈까 보아서 가만히 後川[후천]에다 묻었다가, 吏[리]가 다녀간 뒤에 도로 꺼내려 하여도 다시는 찾을 수 없으므로, 그 이름을 「忘寶[망보]」라고 하고 혹시 望寶[망보]라고 하니, 寶[보]를 잃고도 그래도 바란다는 뜻이었다.
 
12
하는 것도 있읍니다.
【원문】조선(朝鮮)의 화수분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평론〕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8
- 전체 순위 : 5130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1098 위 / 182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모멸의 서
• (1)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조선의 화수분 [제목]
 
  최남선(崔南善) [저자]
 
  평론(評論) [분류]
 
◈ 참조
 
  # 화수분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조선(朝鮮)의 화수분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05일